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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73화 (17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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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초번 근무자는 나와 기태. 재효가 서기로 했다. 건물 안에서 창문을 이용해 밖을 감시하기로 했고 주기적으로 옥상에 올라가서 주변을 살피기로 했다. 물론 계획은 그랬지만 건물 안이 너무나도 더워 결국은 옥상에서 자리를 잡고 감염체를 감사하기로 했다.

" 진짜 덥다."

" 하아..."

" 해가 넘어 간지 얼마 안 되서 그런가? 아직까지도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 끄엑..."

" 배고파."

" 생선 잡은 것 좀 있는데 구워먹을까?"

" 불을 피우면 보이잖아."

" 건물 안에서 피우면 되지. 가서 몇 마리 굽자.."

" 그래."

우리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잡은 생선 몇 마리를 먹고 배를 채우고는 근무를 섰다. 멀리서 감염체가 이동하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지만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기에 우리는 큰 긴장감 없이 근무를 섰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자 물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고 서둘러 섬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 큰 위험은 없습니다. 감염체의 목적은 이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전부 서울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 우리 입장에서는 좋지만 서울이 밀리면 끝인데."

" 현재 무전으로는 아직까지 큰 전투는 없다고 합니다."

" 뭔가를 기다리는 건가?"

" 지원 병력인가."

" 아마도."

"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감염체를 기다리는 건가 봅니다."

" 큰일이군. 아무리 무기가 좋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텐데 말야."

" 저희도 이동하죠."

" 뭐?"

" 대령님에게 말씀드리고 우선 숫자를 줄이고 지원 병력이 추가되기 전에

숫자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 저도 재원씨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부대장도 내 의견에 찬성하며 계획을 앞당기기를 희망했다. 다른 인원도 우리의 의견에 찬성하는 뜻을 내비췄고 그대로 대령님에게 달려가 우리의 의견을 말씀드렸다.

" 대령님. 언제까지 상황을 지켜 볼 수 없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이동하여

최대한 감염체의 숫자를 줄여야합니다."

" 시간을 끌어서 좋은 쪽은 저희가 아니라 감염체입니다. 어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 우리가 가진 무기로는 현재 감염체와 한 번 정도 싸울 양이 전부라네. 그럼

우리는 섬을 방어할 무기와 탄약을 잃게 된다네."

" 서울을 잃는다면 다음은 저희입니다."

" 크흠."

" 대령님.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대령님은 우리의 주장에 얼마간의 생각에 빠져들었고 십 여분이 지나자 생각을 마무리 지셨는지 고개를 들고 말씀하셨다.

" 내일... 날이 밝아오면.. 바로 이동을 시작한다."

" 넵!"

" 전투에 참여하는 인원과 근무에 투입되는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은

물자를 챙기게 하라. 전투인원은 조금이나마 휴식을 쉬하고."

" 알겠습니다."

" 작전은 이렇다."

길이 넓은 곳으로 이동하여 현재까지 가장 감염체가 많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이동하여 고압가스 차량을 이동시켜 터뜨리는 것이 작전이었다. 간단하지만 우선 목표 지점까지 감염체에게 들키지 않고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도착해서 감염체 중간에 차량을 놓을 방법을 생각해야했다.

" 역시 차량의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에 뭔가를 올리는 방법이 최선인가?"

" 직접 운전은 자살 행위겠죠."

" 하지만 저 차량이 감염체를 뚫고 이동할 수 있을까요?"

" 출력을 믿어봐야지. 그래도 얼마간은 버티지 않을까?"

" 안되면 중간에 폭파시키자."

" 그럼 의미가 없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양의 절반도 제거하지 못 할 것입니다."

" 젠장. 당장 내일 작전을 한다고는 했는데..."

" 그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 하아.."

" 내일 가서 지형을 살펴보고 정하도록 하죠."

우리는 몇 마디를 더 나눴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드디어 결전의 아침이 밝아왔고 우리는 빠르게 차량을 몰고 이동을 시작했다. 서울까지 약 2시간을 예상했고 달리는 차에서는 다들 말이 없었다. 하지만 섬을 벗어나고 1시간이나 흘렀을까. 우리는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감염체 무리로 인해서 더 이상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 돌겠군. 이래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는데."

" 다른 길은 없나요?"

" 몇 군데 있기는 합니다만."

" 우선 돌아서 이동해보도록 하죠."

" 헌데.."

" 네?"

" 고압가스 차량은 서울까지 갈 연료만 넣어놔서... 돌아간다면 얼마나 이동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원래 한번 쓰고 버릴 차량이라서 연료를 충분히 넣지

않았습니다."

" 아..."

" 그럼.. 어쩌지? 다른 차량의 연료는 충분한가?"

" 충분하기는 하지만 저 트럭에 넣고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워낙 기름을 많이

쓰는 차량이라."

" 여기서 해결하도록 하죠."

" 네?"

부대장의 말에 놀라며 물었다.

" 어차피 저희 계획은 서울 방어가 아니고 감염체 제거 아닙니까? 지금

보이는 숫자도 엄청난데 멀리 갈 필요 있겠습니까?"

" 뭐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거죠 뭐."

" 하긴.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제 생각은 여기서부터 저기 감염체가 몰려있는 곳까지 내리막 길 입니다.

핸들을 고정시키고 가속 시킨다면 그래도 꽤 멀리까지 밀고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 좋은 생각인데요? 내리막이니 가속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 그런데 이 차.."

" 네?"

" 응?"

" 수동인데? 가속을 받으려면 누군가 기어 변속을 해줘야 하지 않아? 자동이

아니라면 고작 2,3단으로 얼마나 빨리 가겠어."

" 아!!!"

" 이런..."

" 그 생각은..."

아무리 비탈길이라고 하지만 수동차량이라면 적절하게 기어를 변속해 줘야 탄력을 받고 내려갈텐데 기어 변속을 하지 못한다면 엔진 브레이크를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빠른 속력을 낼 수 없을 것이다.

" 3단 정도만 넘어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 그럼 멀리서부터 몰고 와서 여기서 뛰어내리는 것은 어때요?"

" 흠..."

결국 방법은 훨씬 멀리서부터 차량을 몰고 와서 비탈길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핸들을 고정시키고 뛰어내리기로 했다.

" 그럼 제가.."

" 아닙니다. 제가 하죠."

" 네?"

무슨 일인지 부대장이 나서서 한다고 했다. 내가 알기론 부대장이 입은 슈트는 충격 흡수나 방어적인 면에서 우리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슈트라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었다.

" 죄송하지만 부대장님이 입은 슈트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 뭐 잘 뛰어내리면 되겠죠."

" 네..."

부대장의 강한 의지로 결국 부대장이 운전을 하기로 했고 우리는 트럭에 크레모어와 수류탄을 설치했다.

" 위험하지만 무선 폭발장치가 없어서 유선으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이 대략

500m정도라 그 안까지 들어가야 합니다."

" 진짜 위험하군요."

"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그래도 이정도가 어디입니까."

부대장이 뛰어내릴 위치에 표시를 하고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 뛰어내릴 위치에는 혹시 몰라 내가 대기하기로 했고 폭발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한 장소를 골라 숨기로 했다.

" 부웅! 부웅!"

고압가스 운반차량의 시동이 걸렸고 부대장은 멀리서부터 차량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 약속된 장소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멀리서부터 오는 차량의 속도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오고 있었다.

" 뭐! 뭐야!!"

차량의 문이 열리는 것으로 보아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차량의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고 약속된 지점을 지나기 시작했다. 부대장은 발화 스위치를 들고 바로 뛰었고 하필 뛰어내린 지점은 온갖 쓰레기들이 널려있는 곳이었다.

" 젠장!!"

나는 빠르게 뛰어가 혹여나 부대장이 다칠까봐 공중에서 부대장을 낚아챘다.

" 치이익!!!"

" 쿵!!!"

한참을 밀려 건물 벽에 부딪혔고 다행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 괜찮습니까?"

" 네. 감사합니다."

" 차량은..!!"

" 생가보다.. 멀리 갔네요."

" 하하..이런..."

덕분에 감염체의 이목을 끌었고 감염체 중간에 고립된 차량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 눌러 주시죠."

" 네."

" 딸깍."

" 콰앙!!!!"

" 크헥!!"

얼마나 폭발력이 센지 꽤 먼 거리임에도 느껴질 정도였다. 순식간에 치솟은 불길은 감염체로 옮겨 타기 시작했고 이내 큰 불로 번지기 시작했다.

" 성공입니다!"

다들 기뻐하며 우리를 반겼고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부대장은 슈트를 추스르고는 말을 했다.

" 멀리는 못가니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서 어서 차량을 폭파시키도록 하죠."

" 알겠습니다."

우리는 활활타고 있는 감염체를 뒤로 하고 적당한 곳을 찾기 위해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 3대의 차량을 폭파시켰지만 감염체의 숫자는 줄어든 것 같지 않았다. 워낙 많은 숫자의 감염체다보니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 정말 많군요. 그렇게 제거했는데도."

" 줄어든 것 같지도 않군요."

" 하아... 정말 잘 탄다."

" 3대나 폭파했는데... 너무한다."

" 그렇게 말입니다."

생각보다 감염체의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자 우리는 크게 실망했다. 다시 섬으로 돌아가 대령님에게 현재 상황과 피해상황을 알려드렸다.

" 확실히 파괴력은 크지만 그에 비해 감염체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 가스 차량은 더 없나?"

" 손을 보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몇 대 있습니다."

" 우선 한 대는 섬 입구에 설치를 하고 나머지는 지속적으로 이동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게나."

"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결과로 우리는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기며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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