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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75화 (17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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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공장을 뒤져 필요한 공구와 얼마 되지 않은 연료를 챙기고 혹여나 먹을 것이 있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 고작 일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몇 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야."

" 사람의 손을 타지 않으니 자연은 빠르게 변하는구나."

" 신기하다."

계절이 한 바퀴도 돌지 않았는데 공장 건물 근처에는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공장 벽에도 넝쿨이 타고 올라가는 풀부터 도로 곳곳에 갈라진 틈사이로 자라는 풀을 보고 다들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 뭐 건진 것 있어?"

" 연료 조금하고... 공구 정도.."

" 아마 감염체 사태 초반에는 생존자들이 있었나봐. 누군가 있었던 흔적이

있기는 한데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아."

" 하긴 공장이 감염체의 공격에 방어하기에는 편하지. 장소도 넓고. 하지만

주변에 식량을 구할 마땅한 곳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이동했겠지. 그래서

버려진 차들도 많고."

" 흠..."

" 돌아가자. 여기서 건질 것은 없어 보인다."

" 움직이자."

우리는 해가 지기 전까지 많은 공장을 들렀지만 마땅히 건진 것도 없이 다시 섬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 서울에서 공격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 젠장!"

" 현재까지는 전면전이 아닌 부분적으로 공격이 시작됐고 방벽이 무너진 곳은

없다고 합니다."

" 그래도 감염체가 공격하기 전까지 시간이 있어서 방어 준비할 시간은 충분해서

얼마간은 별 탈 없이 막을 것 같습니다."

초소에 돌아오자마자 부대장과 대령님이 우리에게 바로 말을 했고 우리도 감염체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정보에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감염체들이 언제 이곳으로 내려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 현재 육지 입구에도 부비트랩을 최대한 많이 설치했습니다. 감염체가 온다고

해도 저희도 바로 뚫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 도로 중간에도 부비트랩을 설치했습니다. 예전처럼 한 번에 밀고 들어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 바닷물이 들어오는데 상관없습니까?"

" 방수 작업을 해둬서 문제는 없습니다."

" 고생했네."

" 그럼 저희는 섬만 지키면 되는 건가요?"

" 현재는 서울로 갈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헬기를 지원받기도 불가능

하고 갈 수 있는 도로는 현재 감염체로 꽉 막혀 있으니까요."

" 여기서 지내면서 후방을 치는 것만이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전부군요."

" 그래도 좋은 소식은 다른 곳에서 많지는 않지만 성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서울에서 상황이 허락한다면 저희에게 C4와 여유가 있는 폭탄을 지원해준다고

했습니다."

" 네이팜 종류를 지원해 주면 좋겠는데."

" 우선 내일 백린탄이 헬기로 오기로 했습니다."

" 네?!"

" 설마.."

" 백린탄은 박격포로도 사격이 가능하니 저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 그런 무기를 왜 이제야 줘?!"

" 찾는데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컴퓨터가 없고 인터넷 전화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니 사람의 경험과 기억이 전부이니까요."

" 하긴."

" 백린탄이라도 있다면 확실히 유리하지."

" 몇 발이나 지원해주기로 했습니까?"

" 와봐야 알 수 있습니다."

" 최대한 많이 왔으면 좋겠네요."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무전에서는 계속해서 무언가 오가는 대화소리가 들렸다. 대화의 톤이 일정한 것으로 들어보니 긴박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 무전 내용은 뭡니까?"

" 별 것 아닙니다. 통상적인 보고입니다."

" 피해는 없나보군요."

" 그래도 아직까지는 서울에서 화력전이 가능하니 위험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 안심 할 수는 없습니다."

" 다들 들어가 쉬게나.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여유가 있을 때

쉬어둬야지."

" 알겠습니다."

우리는 내일을 위해서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기 전에 우리는 섬을 둘러보며 철책이나 철조망이 손상된 곳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복귀하기로 했다. 둘러보는 길에도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지내는 숙소와 주변을 보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 사람들이 부지런하네."

" 여기가 최후의 장소라는 것을 알았겠죠."

" 우리에게도 최후의 장소지."

" 하긴 여기가 밀리면 더 이상 갈 곳도 없지."

" 하아..."

이제는 정말 마지막 생존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고 친구와 직장 동료와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아니면

감염체를 피해 살아남다 만난 사람들까지. 섬에 와서 처음 본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자신이 먼저 나서서 섬 곳곳을 손보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최선을 다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지내고 있었다.

"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어? 소총이나 권총이나."

" 원칙적으로 모든 무기는 반납이야. 마음먹고 숨기면 어쩔 수 없지만 따로

검사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래도 모르지 최후의 보류로 남겨둔 사람도

없지 않을테니까."

" 보통은 그런 무기를 얻기도 쉽지 않아서 많이 얻지는 못 했을걸?"

재효가 궁금해 하면서 물었고 그 물음에 박 중사가 친절히 말을 해주었다.

섬에 와서 육지에서 구조된 사람들 중에 그나마 가장 위험한 무기는 석궁이

전부였다. 물론 숨기면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대부분은 농기구나 쇠파이프를

날카롭게 갈거나 야구방망이에 대못을 박아서 감염체를 상대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 그래도 소총이 아니었기에 살아남았던 것일 수도 있어. 소리도 없고 소수의

인원이기에 감염체에게 발각되지 않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 꺼야."

" 만약 감염체가 서울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공격 받았을 것

같은데. 인원도 많고 소음도 심한 편이니."

" 소음은 육지에서 들리지 않겠지? 파도소리도 있고. 그리고 내 생각인데 중간에

있는 바다로 인해서 우리가 감염체에게 쉽게 발각되지 않을 수도 있어.“

“ 하지만 우리가 오기 전에는 여기 완전 감염체 소굴이라고 했는데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 그러네?”

“ 우선 현재는 안전하니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자.”

우리 일행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배로 돌아갔다.

아침이 되어 초소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 무슨 일인가요?”

“ 오늘 새벽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에 공격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 현재 감염체 숫자가 지금까지 발견된 숫자중 가장 많은 상황이라 저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정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급하게 인원을 꾸려 육지로 정찰을

나가려 합니다.“

“ 그럼 저희는 육지 입구에서 근무를 서도록 하겠습니다.”

언제 왔는지 박 중사가 뒤에서 말을 했다.

“ 추가 무기와 식량은 오후에 들어오는 것을 끝으로 감염체 공격이 끝나기

전까지 지원은 없다고 합니다.“

“ 식량은 기대도 안했는데 다행이군요.”

“ 그나저나 부대장님은 어디로..?”

“ 현재 육지 정찰을 나가셨습니다.”

“ 흠. 그럼 저희는 바로 육지 입구로 출발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필요한 무기는 저쪽에 보관중입니다.”

“ 챙겨서 바로 출발하자.”

“ 재효랑 김 중사는?”

“ 여기 근무하시는 분에게 말해두자. 우선 급한 상황이니 우리 먼저 출발하자.”

“ 그래.”

박 중사와 나는 서둘러 육지 입구로 나갔고 육지 입구에는 이미 몇 명의 근무자가 서서 주변을 살피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우리가 온 것을 보고 약간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숨을 내쉬는 모습이 보였다.

“ 우리가 뭐라고 저렇게 안도하냐?”

“ 지금까지 네가 한 행동을 본다면야..”

“ 내가 뭘?”

“ 혼자서 그 칼 하나로 감염체를 쓸어버린 녀석이.”

“ 참네. 그나저나 이 칼 생각보다 진짜 튼튼하네. 날이 날카로운 것은 아닌데

큰 상처도 없네.“

“ 의외로 너한테 어울려. 자기 키 만큼 큰 칼을 들고 다니는데 말야.”

“ 풋. 난 뭘해도 어울리지.”

“ 말을 말자.”

박 중사와 무게 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섬 입구 부비트랩을 점검했다. 일정거리로 과할 정도로 많이 설치된 크레모어나 수류탄을 점검했고 부족한 공간에는 여분의 크레모어를 가져와 설치를 했다. 계속해서 설치를 진행하다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 뭔가..이상한데?”

“ 왜?”

“ 뭐지...뭔가 굉장히..찜찜...어라?”

“ 뭔데 자꾸!!”

박 중사가 혼자서 중얼거린 말을 듣고 짜증을 냈다.

“ 하늘...기온... 왜 안 덥지?”

“ 응?”

“ 생각해보니 오늘 이상하게 안 더워. 그리고 저 구름. 먹구름은 아닌 것

같은데?”

“ 어라?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부터 기온이 오히려 선선해진 것 같은데?”

“ 순간적으로 그럴 수도 있나?”

“ 지금까지 그런 적이 있었어?”

“ 하하.. 설마..”

“ 왜?”

“ 제주도. 화산.”

“ 아...”

“ 하지만 폭발했다고 해도 서울까지 영향이 있을 리가 있나?”

“ 모르지.”

“ 뭔가 엉망이 되어가는 느낌이야.”

나와 박 중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먼 하늘을 계속해서 바라보자 주변의 부대원들도 불안한 표정으로 먼 하늘을 바라봤다.

“ 저게 뭘까요? 먹구름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글쎄요... 그래도 방향을 보면 이쪽은 아닌것 같은데.”

“ 설마. 감염 비둘기는 아니겠죠?”

“ 비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체불명의 먹구름을 보며 사람들은 불안해하기는 했지만 방향도 이쪽이 아니고 감염 비둘기가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섬에서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서울을 공격한 감염체와의 전투와 우선은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고 합니다.“

“ 다행이군요.”

나와 박 중사는 부대원들과 멀어지며 작게 속삭이며 말했다.

“ 시간이 문제군.”

“ 응. 처음이야 어떻게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배로 불리해지겠지.”

“ 얼마나 버틸 것 같아?”

“ 무기와 식량의 재고량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보급할 수 있는 양이 얼마인지

모르니 정확히 알 수가 있나.“

“ 서울에서 제대로 된 공장도 없는데 만들 수 있는 양이 얼마나 될까?”

“ 감염체도 문제고 난 저 구름이 마음에 걸려.”

박 중사는 멀리 먹구름을 보며 말을 했다. 한 여름의 기온이 이렇게 낮은 것도 신기했지만 저 구름으로 인해 생긴 현상 같아 박 중사는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잠시 후 정찰을 갔던 부대장이 육지 초소에 도착했고 내리는 표정이 어두운 것으로 보아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 상황이 좋지 않군요.”

“ 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감염체 무리가 많이 몰려 있습니다. 몇 번의 전투가

있었지만 피해는 없습니다.“

“ 감염체가 저희 위치를 알게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씀이시군요.”

“ 맞습니다.”

“ 이제.. 대비를 해야 할 시간이군요.”

내 말에 부대장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말없이 다시 차량에 탑승하고 섬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나서 대규모의 인원이 육지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많은 탄약과 무기를 싣고 차량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며칠이 지나도 감염체는 우리가 있는 섬으로 공격해 오지 않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기온이 마치 초가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한 밤중에는 두꺼운 점퍼를 입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정도로 떨어졌다.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이는 수준까지 되었고 대기도 굉장히 탁하게 변하여 햇빛조차 따뜻하지 않았다.

“ 도대체 뭐야?!”

“ 에췻! 뭐야..”

“ 춥다...추워... 말이 돼?”

사람들은 한 여름의 복장이라고 생각되기 힘든 옷을 입고 몸을 떨고 있었다.

“ 대령님. 이게 무슨 일이죠?”

“ 현재 서울도 비슷하게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제주도의 화산이 폭발해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까?”

“ 아니면 어디 핵전소라도 폭발했나?”

“ 만약 발전소가 폭발했다면 이런 현상보다는 오염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 아니면 자연이 정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 수도..”

“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 감염체도 말이 안 되잖아.”

“ 하긴..”

별다른 지식이 없는 우리에게 이런 현상을 밝혀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고 애써 기른 농작물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방한대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던 비닐하우스도 지금은 설치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감염체이니 우선 그쪽에만 신경을 쓰도록.”

“ 알겠습니다.”

대령님이 강한 어투로 말을 했고 부대원들과 우리는 인원을 나눠 육지 초소 인원과 섬 초소 인원을 나눠 근무 시간을 짜고는 일상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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