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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지속적인 정찰을 하면서 감염체의 이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밤이 되자 두꺼운 옷이 없으면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기온이 되었다. 유독 추위를 타지 않는 나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은 얇은 옷을 겹겹이 입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 현재 감염체의 예상 경로는 서울입니다. 하지만 언제 방향을 바꿔도 이상할
것은 없겠지요."
" 숫자는...?"
"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한 상황입니다."
" 하아.."
섬 초소에서 대령님과 우리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 최대한 육지에서 많은 수를 줄이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만약 육지가 뚫리면
섬에서 최소한의 전투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배에 탑승하여 감염체의 공격을
피하는 것.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 막을 방법은 없겠군."
" 네. 현재 저희가 가진 무기의 양으로는..."
" 서울에서 지원 받은 무기의 양은 충분하지 못한가보군."
" 백린탄과 일반 탄약. 그리고 수류탄, 크레모아 정도가 전부입니다. 백린탄을
제외하면 많은 양도 아닙니다."
" 남은 연료는 얼마나 되지? 식량은?"
" 연료는 차량의 이동을 최소화 한다면 발전기를 보름 정도 가동시킬 양입니다.
식량은 한 달 정도는 버틸 양입니다."
" 발전기 가동을 더 줄이고 일정량을 배에 나눠줘서 만약 섬이 뚫리면 배를
이용해 탈출하도록 한다."
" 하지만 대령님. 현재 배를 항해할 수 있는 인력은 없습니다."
" 섬에 있다가 죽는 것보다는 나아. 최소한 육지에 갈 연료정도는 있어야지.'
" 알겠습니다."
" 섬에 있는 일반인들은 지금 현 시간부로 섬에서의 생활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식사 준비 장소도 항구로 이동시키고 가능한 빨리 배로 이동할 수 있는
곳으로 모든 장비와 물자를 이동시키도록."
" 섬을 버리시는 겁니까?"
" 아니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자는 거야. 어렵고 힘들게 정착한 곳인데 쉽게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 네."
" 현 시간부로 모든 무기를 설치하고 각 인원들에게 남는 소총과 탄약을
지급하도록 하게나. 전투에 참여할 인원만 말일세. 섬에는 최소 경계인원만
있고 나머지 인원들은 전부 육지 입구에서 경계를 서도록. 최대한 섬에
들어오는 시간을 줄여야 하겠지. 다시 섬을 나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감염체를 막도록 하게나."
" 알겠습니다."
" 재원군과 박 중사 일행은 육지에서 방어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오도록."
" 네."
" 부대장은 인원을 편성해서 육지에서 방어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섬 치안을 유지할 인원 몇 명도 편성하도록 하게나."
" 네."
" 다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힘내주게나."
" ..... "
" ....."
대령님의 마지막 말에 다들 대답이 없었다. 왠지 마지막이라는 말에 다들 숙연해 지는 분위기였다.
" 그래도 우리에게는 대비할 시간이 있지 않은가? 뛰어난 인재도 있고 지리적인
상황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희망을 잃지 말게나."
" 자자! 그럼 움직이죠!"
" 가볼까요?!"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려 약간은 과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사람들도 무거운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듯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저희는 그럼 트럭을 이용해 섬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 탄약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 괜찮습니다. 가능한 감염체와의 전투는 피해야죠. 전 이 칼로도 만족합니다."
난 벽에 기대어있는 칼을 들고 말을 했다. 부대장은 곧바로 섬의 치안을 담당할 인원과 육지에서 방어할 인원을 편성했고 섬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생존자들의 이동을 돕기 시작했다.
" 재효는 여기 남아서 일을 도와줘."
" 왜 매번 이런 일에는 나를 제외하는 거야?"
" 풋. 잔소리 말고 어서."
" 에휴.."
재효는 내 말에 등을 돌려 생존자들의 이동을 돕는 인원에게 돌아갔다.
" 격하게 아끼는 군"
" 뭐. 그냥. 그래도 저 녀석이라도 있어야 안심이 되니까."
" 재효도 남자라서 뭔가 해보려고 할 생각은 있을텐데."
" 그런 인원은 나로 족하지. 괜히 저 녀석까지 설치면 남은 사람들이 힘들어."
멀어지는 재효를 보며 김 중사와 말을 나눴다.
" 저 녀석도 알지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뭔지."
"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마음 놓고 밖에서 일하잖아."
우리는 멀어지는 재효를 뒤로하고 차를 타고 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꽤 넓은 공장에 도착한 우리는 감염체의 진로를 방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들을 마구 싣기 시작했다. 쇠파이프 판넬. 철조망 할 것 없이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트럭 적재함에 가득 싣고 섬으로 돌아갔다.
" 우선 도로 중간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가스차량을 두고 감염체가 몰려오면
터뜨릴 계획입니다."
" 건물을 뒤져 폭발성을 가진 물질을 전부 가져와서 도로에 모아두세요."
" 몇 번을 더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가져온 양으로는 부족합니다."
" 알겠습니다."
" 혹시 중간에 감염체를 본.."
" 아직까지 눈에 보인 감염체는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해도 최대한 전투는
피할 생각입니다. 괜히 저희 위치를 노출 시킬 필요는 없겠죠."
" 좋은 생각입니다."
" 저희도 폭발 물질을 가능한 많이 챙겨오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쇼."
" 조심해서 다녀오십쇼."
" 그럼."
우리는 다시 차량을 몰고 공장이 몰려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해가 지고 어두워졌을 때까지 작업은 계속 되었다. 기온은 한여름치고 매우 낮았지만 지속된 작업으로 온 몸에서 열이 나고 있어서 춥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불을 피우면 감염체에게 발각될까 손전등과 차량의 라이트를 이용해 작업을 지속하였고 감염체의 공격 없이 새벽이 지나 해가 뜰 때까지 작업은 계속되었다. 대략적인 작업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끝나게 되었다.
“ 섬에서 경계 인원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저희는 들어가서 쉬도록 하죠.”
“ 이것만 마무리 되면 끝입니다.”
“ 이쪽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 힘들다.. 졸려..”
“ 조금만 기운내자!”
도로에는 차량과 건물 간판으로 만들어진 간이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고 군데군데 폭발물질을 설치하여 폭발 할 때 피해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
“ 정찰병이 복귀했습니다.”
“ 현재 감염체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 큰 움직임은 없습니다. 여기서 약 10km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뭔가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겠지.”
“ 숫자는 얼마인가?”
“ 셀 수도 없습니다. 솔직히 감염체의 수를 센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겠죠.”
“ 크흠..”
“ 젠장..”
“ 그래도 다행이라면 대형 감염체나 다른 종류의 감염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거의 아니. 전부라고 해도 되겠군요. 일반 감염체만 잔뜩 보였습니다.“
“ 그래? 불행 중 다행이군.”
“ 뭔가 이상하군요.”
“ 네?”
“ 생존자를 공격하려면 차라리 대형 감염체나 이번에 새로 발견된 변종 감염체를
투입하는 것이 공격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텐데 굳이 일반 감염체만
투입해서 전투를 한다는 것은..“
“ 소모전으로 최대한 우리 힘을 빼서 나중에 대형 감염체를 투입하겠다는 작전
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군.“
내 말에 박 중사가 대답했다. 일반 감염체야 이런 싸움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우리는 제거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제대로 된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니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그 순간 대형 감염체와 변종 감염체로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걸 알고 있다고 해도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바뀌는 것도
없고요.“
“ 그래도 최소한의 소모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하는데.”
“ 대부분의 무기가 중대화기로 사용되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전차 로켓이라고
해서 큰 폭발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 그래도 고압가스 운반 차량은 몇 대 더 구했고 기름이 반 정도 들어있는
유조차도 섬으로 가져갔습니다.“
“ 탄약에 독초처리가 됐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군요.”
“ 조준 사격으로 최대한 탄약을 아끼면서 전투를 해야죠.”
“ 저희는 우선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죠.”
“ 알겠습니다. 다행히 근무자가 오네요.”
“ 어서들 이동하자! 남은 작업은 근무자들에게 인수인계를 하도록!”
“ 알겠습니다!”
우리는 간단한 내용을 인수인계하고 트럭에 탑승하여 섬으로 돌아갔다. 다들 피곤에 찌든 모습이었지만 눈동자만은 살아있는 모습이었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고난과 역경을 거치다보니 정신력만큼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상태였다.
“ 하지만 이 날씨. 불안하군요.”
“ 영화가 생각나네요. 무슨 지구의 자전이 멈춰서 정전기 번개가 치고 그런
영화였는데.“
“ 잉?”
“ 하하.. 설마...”
“ 뭐 영화니까 그런거죠. 그 영화 저도 봤는데 생각보다 오류가 많은 영화죠.”
“ 그럼 저 번개는 뭘로 설명하지?”
“ 하하... 빌어먹을.”
“ 정말인가?!”
“ 진짜 마른하늘에 날벼락인데?”
멀리서 뭉쳐있는 먹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는 모습이 보였다. 비가 오는 것 같지는 않고 번개도 산발적으로 정말 비가 내리는 것처럼 치고 있었다.
“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 지금까지 자연법칙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군요.”
“ 나중에는 중력도 약해지겠네.”
“ 별 소릴 다한다.”
사람들은 먹구름이 낀 곳을 보고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늘에는 많은 수의 전투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 전투기가 저렇게 많이 남았나?”
“ 전투기가 많이 남았겠죠. 전쟁을 한 것이 아니니. 조종사가 얼마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요.“
“ 아...”
“ 저 정도 숫자면 화력도 엄청날 것 같은데?!”
“ 50여대는 되어 보이네요.”
“ 아직 저런 여력이 남았다는 것이 다행이네.”
“ 하지만 저런 여력을 일반 감염체에게 사용한다는 것이 문제지요.”
“ 대형 감염체가 보이지 않으면 의심할 법도 하구만 도대체 왜..”
“ 스파이들이 많은가 봅니다.”
“ 일반 감염체라도 처리해준다면야 고맙지.”
“ 다 왔습니다.”
운전병의 말에 우리는 트럭 전재함에서 뛰어내렸고 바닥에 발을 붙이는 순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구름도 많이 없는데 비라니..”
“ 소나기인가?”
“ 소나기 치고는 양이 제법 됩니다만?”
“ 우선 각자 숙소로 돌아가 쉬도록 하고 별도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근무는 현재 하루 근무와 하루 휴식을 원칙으로 할 생각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 알겠습니다.”
“ 재원씨도 수고하셨습니다. 들어가서 쉬시죠.”
“ 부대장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 어서 들어가자.”
“ 정말 피곤하다.”
아무리 슈트를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육체적인 피로가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배로 돌아갔고 배에서는 역시나 우리를 반겨주는 사람들로 인해 힘들지만 행복한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