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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하루 넘게 잠도 못자고 일을 했지만 예전과 다른 체력으로 인하여 크게 피곤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도 당장 내일 감염체가 밀고 들어올 수 있기에 최대한 체력을 아껴둬야만 했다. 서울에서 식량 지원이 있었기에 조금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가볍게 흔들리는 배로 인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상황은?"
" 좋지 않습니다. 감염체가 이제 코앞까지 밀고 들어왔습니다. 서울도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어 현재 일반 감염체는 제거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 저희와 거리는 얼마나 되나요?"
" 이제 5km 남짓입니다. 직선거리로 말입니다."
" 불안하군요."
초소 앞에는 싸울 수 있는 남자들 거의 대부분의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이제는 코앞까지 다가온 감염체로 인해 항시 대기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지금은 물이 밀려와 도로고 잠겨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 물이 빠지면 바로 이동을 하기로 했다. 덕분에 정찰을 나갔던 인원이 복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조심해야만 했다.
"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감염체가 이동하는 방향은.."
" 방향은...?"
" 저...저희 섬 쪽입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무전병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인원들은 이미 각오했다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무기를 들며 말했다.
" 이제 보아하니 물이 빠지는 모양이야."
" 어서 움직여야지."
" 박격포 인원은 자리를 잡고 우선 정찰병이 보내준 좌표에 선재 공격을
가하도록 하지."
" 알겠습니다."
" 전원! 전투 준비!"
" 전투 준비!"
" 비 전투인원은 현 시간부로 즉시 배로 대피하고 전투인원은 섬 경계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은 육지 입구로 이동한다!"
" 알겠습니다!"
"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다! 이 전쟁을 끝낼 하나의 과정일 뿐! 다들 절대 죽지
말아라! 명령이다!"
" 네!"
" 이동!"
" 탄약병은 무기를 싣고 오고 나머지 인원은 들 수 있는 양만 가져간다!"
" 움직여! 어서!"
가능한 차량에 많은 인원이 탑승하여 움직이고 추가 탄약은 후발대에서 챙겨오기로 했다. 서울에서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지원했기에 초반에 숫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었다.
" 후방 공격 부대 준비 상태는?"
" 3분후면 마무리 됩니다!"
" 마무리가 되면 바로 공격하라고 전해."
" 네!"
" 감염체와 거리는?"
" 현재 직선거리로 약 3km입니다!"
" 서울에서 지원 미사일 날아옵니다!"
" 뭐?! 예정에 없던 건데?!"
" 모르겠습니다. 무전으로 지대지 미사일 발사 명령이 나왔습니다!"
" 전원 피해! 도대체 이 거리에서!!!"
" 도착 예정 시간은?!"
" 약 2분!"
" 도와주는 거야 아니면 우릴 죽이려는 거야?!"
" 온다!!!"
" 쾅!!! 쾅!!! 쾅!!!"
각기 다른 지역에 미사일이 떨어졌고 그 충격은 엄청났다.
" 크흑!! 빌어먹을."
" 파괴력이 장난이 아닌데요?"
" 아무래도 대 감염체용으로 개량을 한 것 같습니다. 보통은 저런 식으로 터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그런가요?"
" 보통 지면에 떨어지며 터지는데 미사일 대부분이 지상에서 폭발했습니다."
" 자탄이 내장된 미사일인가?"
" 현재로써는 알 수 없겠지만 덕분에 조금은 수월해지겠군요."
" 정찰병에게 연락은 없나?"
" 미사일 때문에 위치를 벗어나있었습니다. 지금 현재 이동중입니다!"
" 피해상황을 보고하라!"
" 없습니다!"
" 보급인원도 없습니다!"
" 충격으로 바리케이드가 몇 개 손상이 됐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 위치를 지키고! 정찰병은?!"
" 현재 감염체들 대부분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 거리는?!"
" 직선거리 약 10km 지점입니다!"
" 멀어졌네?"
" 그만큼 미사일이 가까운 곳에 떨어졌다는 소리겠지."
" 시간을 벌었으니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 네!"
" 재원씨 일행은 저기 건물에서 대기해주시고 자네는 여기. 자네는 여기를
사수하도록."
" 알겠습니다."
" 초반에 최대한 부비트랩과 수류탄. 유탄을 활용하고 후방에서는 박격포 사격을
계속 진행하도록 합니다."
" 이동하도록!"
" 네!"
부대원들과 우리는 각자 지정된 구역으로 이동을 했다. 아직까지는 시야에 잡힐 거리가 아니었기에 감염체는 보이지 않았다.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감염체가 오는 도로를 바라봤고 마지막으로 각자의 무기를 점검하는 모습이 보였다.
" 아무래도 그냥 마주하는 것보다 도로 중간에 불이라도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시간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 저 산에서 나무라도 잘라서 온다면 큰 시간을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리도
아직 멀기 때문에 여유는 있습니다."
" 마른 나무가 아니라서 잘 탈 것 같지는 않지만.. 없는 것보다 낫겠지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인원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나는 칼을 잡고 감염체가 올 예상 도로로 가서 주변의 나무를 잘라 도로에 쌓아놓기 시작했다. 슈트의 기능 덕분에 두 세 번이면 나무가 잘렸기에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대장의 말대로 나무가 마른 나무가 아니라 잘 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쌓아놓고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기로 했다.
" 이 정도면 되려나? 현재 감염체와 거리는 얼마입니까?"
" 현재 직선거리 8km 지점에서 움직임이 없다고 합니다."
" 네?"
" 왜.."
" 미사일 공격 후에 다시 뭉치는 모습만 보일뿐 이동은 없다고 합니다. 그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졌고 현재는 거의 제자리라는 무전입니다."
" 재정비하는 건가?"
" 도대체 왜.."
" 아무래도 소수의 감염체는 우리도 상대하기 편하니 소모전의 의미가 없겠지.
뭉쳐서 나타나야 우리가 탄약을 소모하던 박격포를 쏘는 행위를 해야 저들에게
이익이니까."
" 움직임이 시작되면 알려주십쇼!"
" 알겠습니다. 현재 부대장님도 같은 명령을 하셨습니다. 예상되는 도로에 탈
것을 쌓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면야."
박 중사와 나는 열심히 나무를 베며 도로에 던져놨고 다른 인원들은 우리가 던진 나무를 차곡차곡 쌓으며 방벽을 만들고 있었다. 잘 탈수 있게 군데군데 스티로폼이나 불이 잘 붙는 물질로 채워 넣었다.
" 환경오염의 주범들인데."
" 이 정도는 타봐야 티도 안나.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
" 무슨 걱정을 한다고 그래. 그냥.."
김 중사가 처량한 표정으로 평소 태우면 안 되는 물건들을 던지며 말했다. 계속해서 작업을 했지만 정찰병이 보내는 무전은 똑같았다.
" 현재 감염체 이동 정지."
" 젠장. 피를 말릴 셈이야?!"
" 심리전인가?"
"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심리전을 펼 이유가 없는데요."
내 말에 부대장이 대답을 했다. 생각해보면 저들에게 아쉬울 것 없는 전투다. 일반 감염체는 넘치고 넘쳤기에 죽여도 손해가 없는 상황에 굳이 저런 심리전을 펼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 무슨 생각이지?"
" 예정에도 없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당황한 것이 아닐까요?"
" 아니면 미사일 공격으로 감염체를 컨트롤 하는 인원이 죽었거나."
" 응??"
" 네??"
" 가장 가능성 있는 이야기 아닐까? 감염체를 컨트롤 하는 인원이 분명 근거리에
있었을 것이고 미사일의 파괴력이라면 분명 피해가 있었을 것이고. 컨트롤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감염체들이 다음 명령을 기다리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 내 추측이야."
" 설득력 있군요."
" 흠.."
" 그럼 지금 움직여서 감염체를 제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때 공격해야 합니다."
" 아닙니다. 현재 저희가 어디 있는지 모를 것입니다. 괜히 가서 저희 위치를
알려주는 행위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괜히 탄약을 낭비하지 말고 여기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저도 부대장님 의견에 찬성합니다. 김 중사 말도 일리는 있지만 현재 우리가
가진 탄약의 여유가 얼마 없으니 최대한 아껴야 합니다. 굳이 감염체를 제거
할 생각이라면 최대한 몰려 있을 때 불이라도 지르는 것이 좋겠죠."
" 흠... 그 작전은 좋은 것 같군요."
" 네?"
난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한 것인데 부대장은 꽤 괜찮은 작전이라고 생각되었다보다.
" 정찰병에게 지속적으로 무전을 하라고 하고 많이 모였을 때 가서 불을
지르도록 하죠."
“ 하..하지만 마땅히 불을 낼 물건이 없는데..”
“ 오기 전에 불을 내버리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근처에 산이 많고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감염체가 움직이는 방향이 저희 쪽이라면 바로 불을 내어 입구를
막아버리는 방법입니다.“
“ 굳이 저희가 나갈 이유도 없으니 큰 문제는 없겠군요.”
“ 하지만 그 불이 정말 크게 번져서 섬으로 들어오면 어쩌죠?”
“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 섬에서 육지까지 거리가 얼마고 중간에 탈 물질이
없으니.“
“ 우선 감염체의 이동을 주시해야 합니다.”
“ 정찰조와 수시로 연락을 취해서 상황을 지켜보죠.”
“ 알겠습니다.”
“ 현재까지는 감염체의 움직임에 변화가 없으니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쉬도록 하겠습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경계를 서고 나머지 인원들은
돌아가며 휴식을 취하되 너무 풀어지지는 말고요.“
“ 네.”
“ 그럼.”
부대장은 일일이 명령을 하며 전투인원들의 사기를 높이려 노력했고 사람들은 그런 부대장의 모습에 호응하듯 굳은 결의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군.”
“ 하아. 이제.. 슬슬.. 공격이 시작되겠지.”
“ 서울은 별다른 변화가 없나?”
“ 잘 막고 있는 것 같던데? 그래도 나름 서울인데.”
“ 하긴...”
“ 우리 근무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조금 자두는 것이 좋겠다.”
“ 잠이 오냐? 이런 상황에?”
“ 그래도 잠깐이라도 자둬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아.”
“ 끄응... 이런 딱딱한...”
제대로 침구류를 챙겨오지 못했기에 겨우 덮을 담요가 전부였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리를 잡고 누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검은 하늘에 무수하게 떠 있는 별을 보며 그냥 멍하니 잠에 빠지기를 기다렸지만 역시나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긴장하고 있는지 쉽게 잠에 빠지지 못했다.
“ 젠장. 잠이 안와.”
“ 이런 상황에 자려고 노력하는 녀석은 너 밖에 없을껄?!”
“ 에휴. 그래도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데.”
“ 다른 사람들도 제대로 못 자는 것 같은데?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네? 저 팀은
아직 근무시간도 아닌데?“
“ 불안하겠지. 언제 감염체가 움직일지도 모르는데.”
“ 이런 상황에 천하태평인 네 녀석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하냐?”
“ 피식.”
난 그냥 웃어 보이며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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