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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78화 (17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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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감염체는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극심한 긴장감

속에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빠르게 지쳐가기 시작했다.

부대장도 감염체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 힘들군요. 인원들이 지쳐가는 것이 보이는데 경계 인원을 줄일 수도 없고."

" 감염체를 컨트롤하는 인원이 없다면 저희 위치로 올 가능성은 적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 감염체가 있는 곳에서 저희 섬까지 거리는 상당한

편입니다. 정찰조만 계속해서 돌린다면 방어할 시간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 현재 감염체가 공격해 오지 않는 상황에서 저희가 할 만한 일은 없습니다.

전에 부대장님이 말씀하신 야산과 건물에 불을 내어 감염체를 방어하는 것

외에는 말입니다."

" 서울 상황은 어떤가?"

" 큰 변화는 없습니다. 일반 감염체가 방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방벽에서 먼 곳의 감염체를 불로 태우는 방법을 써서 방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 우선 인원을 나눠 섬으로 복귀시키고 교대로 정찰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자멸하는 것은 우리입니다."

" 체력적 소모전이 계속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부대장을 설득시키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의견을 비슷했다. 감염체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 계속해서 전투원 전체가 이렇게 근무를 서는 것은

체력 낭비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찰병의 숫자를 늘려 감염체의 이동을 사전에 파악만 한다면 수비하는 것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 그럼 정찰을 돌아가며 하도록 하죠. 소수의 인원만 육지 입구에 남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를 하죠."

" 알겠습니다."

" 대령님에게는 제가 보고하겠습니다."

" 처음 근무자는.."

부대장은 인원을 정해 근무자를 정했고 중간 근무에 편성된 우리는 다시 섬으로 돌아갔다. 섬 입구를 지나 섬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피난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은 섬처럼 변해있었다.

" 대령님?"

멀리서 해변을 순찰하시는 대령님의 모습이 보였고 그 주위에는 두 명의 근무자도 보였다.

" 어? 자네들 왔는가?"

" 네. 여기서 뭘..."

" 혹시 감염체가 왔는지 확인 중이라네. 부대장에게 무전은 들었네. 감염체가

움직임을 멈췄다고?"

" 네. 서울의 미사일 공격에 아무래도 감염체를 컨트롤 하는 녀석이 피해를 받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 다행이구만. 머리가 없는 맹수는 위협적이지 않지. 다들 피곤하겠구만. 어서

들어가 쉬게나."

" 네."

대령님은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우리는 바라봤다. 우리 일행은 대령님을 뒤로 하고 배로 돌아갔다.

" 어라?"

" 왜?"

" 아니.. 저기 멀리.. 전투기가 지나가는 것 같은데?"

" 아... 아직도 전투기를 띄울 여력이 있나보네?"

" 다행이네. 위에서 폭탄을 떨어뜨린다면 더 많은 감염체를 제거할 수 있고

빠른 정찰도 가능할테니까."

우리는 무기를 반납하기 위해 초소로 들어갔고 초소에서는 우리에게 힘이 되는 소식이 들려왔다.

" 현재 새로 파악된 캠프들이 몇 군데 더 나왔습니다. 저희 무전을 듣고 연락을

해왔다고 합니다."

" 그래요? 위치가 어디라고 하나요?"

" 강원도에 두 곳. 그리고 남부 지방에 세 곳입니다."

"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 강원도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지금 서울보다 가지고 있는 화력면에서는

월등하다고 합니다."

" 그럼 남부 지방 세 곳은..?"

" 인원이 많은 저희와 비슷한 수준이죠."

" 그래도 다행이군요."

" 그럼 생존자들은 계속 현재 위치에서 지내나요?"

" 아마 제 예상에는 전부 서울로 모이게 할 것 같습니다."

" 네?!"

" 왜 굳이 생존자들을 전부.."

" 힘을 한 곳에 모아서 감염체를 처리하려고 할 것입니다. 생존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감염체도 모일 것이고 그럼 하나의 수류탄으로도 죽일 수 있는

감염체가 많을 것이니까요."

"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 제가 서울에 있었을 때 방어 및 공격 규범을 정하는 분 밑에서 있었으니까요."

" 아.."

높으신 분 밑에 있으니 이래저래 듣는 내용이 많았을 것이다. 서울에서 내세우는 작전은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많은 생존자를 무슨 방법으로 서울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생각인건지 궁금했다.

" 남부 지방은 배를 이용해 이동한다고 해도 강원도는 무슨 수로.."

" 수송기를 이용하겠죠."

" 아직 남은 연료나 물자가 많은가 봐요?"

"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뭐 결정권자가 알아서 하겠죠."

말하는 뉘앙스가 서울의 담당자를 크게 신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개인적인 사정이나 아니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신용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만해도 크게 신용이 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 그래서 요새 전투기들이 많이 보였군요."

" 뭐 그래서 저희를 도와준 것일 수도 있죠. 나중에 생색낼지 모르는

일이지만요."

" 도움이 아니라 대출을 받은 것 같군요."

" 하하! 뭐 그런 세상 아니겠습니까?"

" 그럼 수고하세요."

" 네. 푹 쉬세요."

나는 그대로 초소를 나와 배로 가지 않고 선착장 근처에서 배회했다. 기상이변으로 선선해진 기온으로 대충 아무 곳이나 앉아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 뭔 고민 있냐?"

" 응? 넌 왜 안 들어가?"

"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

박 중사도 내 옆에 앉아 나와 같이 초점 없이 먼 바다를 바라봤다. 둘 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둘 다 말없이 몇 분을 바다를 바라보다 나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 들어가자."

" 난 조금 더 있을 생각이야. 먼저 들어가."

" 너무 오래있지는 말아라. 날씨를 보니 비가 올 것 같은데."

" 비라.... 비라..."

" 이번에는 제법 내릴 것 같네. 구름이 새카만 것을 보니."

" 그렇게나 말이다."

나는 허리를 돌리며 굳은 몸을 풀고 배로 돌아갔고 잠시 후 비가 내리는 모양인지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퉁! 퉁! "

" 비가 아닌가봐?"

" 둔탁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인데?"

배에서 휴식을 취하며 있던 일행들은 예사롭지 않은 소리에 배 밖으로 나가봤다.

" 우박?!"

"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 같은데?"

" 크기가 거의 골프공 크기야."

" 다른 배는 피해가 없을까?"

" 다행이 아직까지는 큰 피해는 없는 모습인데. 언제까지 내리려나?"

" 퍽!!"

" 아따!!!"

내리는 우박 중에 제대로 한 방 맞았고 생각보다 엄청나게 아팠다. 물론 슈트를 입고 있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 땅에 떨어졌는데도 안 깨지네?"

" 응?"

" 점점 강하게 내리는데.. 이러다 위험한데.."

" 다른 곳에도 연락을 취해서 최소한 유리창이라도 깨지지 않게 해야지."

" 이미.. 깨진 곳도 있는 것 같은데?"

" 젠장."

다른 배에서 지내는 인원들도 나와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우박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급하게 유리창을 막고 상대적으로 약한 곳을 보수하려 했지만 내리는 우박의 위력은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캉! 카캉!"

" 저거.. 잘 못 맞으면 기절할 것 같지?"

" 으..응... 장난이 아닌데?"

" 유리창은 안에서 박스 테이프라도 붙이면 되겠지만 다른 곳은 힘들겠는데?"

" 무전으로 전원 철수하라는 명령이 들어왔고 그럴 여유가 되지 않은 팀은

현재 위치를 지키라는데?"

" 그래?"

" 그리고... 우박 때문에 사망자도 생긴 것 같네. 육지 입구에서 근무를 서던

인원이 제대로 맞았나봐."

" 하.. 감염체 공격도 버텼는데 고작 우박에 맞아 죽다니..."

" 세상살이..진짜.."

수없이 많은 감염체와 전투를 하고 섬에서도 감염체를 피해 잘 살아왔던 사람이 떨어진 우박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들으니 허무했다. 우박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사람은 우리와 인사정도만 하는 사이였기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한솥밥을 먹던 사람이라 가슴 한 곳은 먹먹해졌다.

" 그런데 우박이 이런 여름에도 떨어지나?"

" 모르지. 내가 아는게 있나..."

" 들어가자. 괜히 우박에 맞지 말고."

" 캉! 캉!!"

" 소리 한 번 우렁차네."

우리는 우박이 그칠 때까지 외부로 나오는 것을 삼가라는 무전을 듣고 배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우박은 그친 듯 한데?"

" 오래도 내렸다."

" 어?"

" 왜?!"

무전을 듣던 김 중사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전을 듣고 우리에게 말을 했다.

" 감염체가.. 감염체가.. 사라졌다는데?"

" 뭐?!"

" 도대체 어디로?"

" 자세한 것은 모르겠는데 현재 정찰조의 무전으로는 원래 감염체가 있던 곳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네."

" 어디로 갔지?"

" 그 녀석들도 우박을 피해 숨으로 갔나? 육체가 약하니까 골프공만한 우박을

맞는다면 감염체라고 살아남기는 힘들 것 같은데?"

" 모르지."

" 현재 대령님이 추가로 정찰조를 편성해 나가보라고 했어. 우리고 바로 초소로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 어서 움직이자. 우선 나랑 박 중사가 먼저 움직일게. 재효와 김 중사는 천천히

나와."

" 응."

나와 박 중사가 먼저 초소로 돌아가 현재 상황을 듣고 김 중사와 재효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섬과 육지 입구에 근무를 서기로 했다. 나와 박 중사와 부대장. 그리고 대령님과 몇 명의 부대원들과 빠르게 정찰을 나갔고 원래 감염체가 몰려 있던 곳을 확인하러 움직였지만 가는 중간에도 도착하고 나서 감염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전부 어디로 간거야?"

" 귀신이 곡할 노릇인데?"

" 갑자기 왜.."

" 다른 감염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인원이 온 것 아닐까 싶네만."

" 그래서 다른 곳으로 감염체를 이동시켰다라."

" 알 수가 없군요. 아니면 정말 우리 위치를 모를 수도 있겠군."

" 우리를 공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 얼마나 더 와야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 우리가 그만큼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 아니면 정보가 잘못됐거나."

" 우선 범위를 넓혀 수색을 진행하도록 하게나. 혹시 모르니 최대한 멀리까지

차량으로 한 시간거리까지 수색을 진행하게나."

" 알겠습니다."

" 저기... 그 정도의 연료가 남아 있는 상황인가요?"

내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섬에도 그렇게 많은 연료가 남은 상황이 아닌데 이렇게 수색 범위를 넓혀서 운용한다면 소모되는 연료의 양도 상당할텐데 말이다.

" 우선 이곳과 이곳의 주유소에 상당량의 연료가 남아있습니다."

" 아..."

" 정찰을 하면서 감염체를 중점적으로 확인을 했고 관광지다보니 주말을

제외하고는 상주인원이 없어 주유소를 확인했더니 남은 양이 꽤 되더군요."

" 다행이네요."

우리는 대충 수색 범위를 정하고 다시 무기를 챙기기 위해 섬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육지에 설치한 부비트랩은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제거를 했고 섬 입구에 추가로 몇 개를 설치하고 인원을 편성하여 수색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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