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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전투를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인원이 육지 에 모였다. 무전병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열 명이 안 되는 인원만이 섬에 남아있기로 했고 나머지 인원은 육지
입구에서 마지막으로 무기를 점검하고 탄약을 정리하고 있었다.
" 주목!"
갑자기 부대장이 크게 외쳤고 부대원들과 우리 일행들은 부대장의 목소리가 들린 위치로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는 대령님이 서있었다.
"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아니면 시작이 될지 모르는 시점이구만. 자네들에게
한 마디만 하겠네."
" 네!"
사람들은 우렁차게 대답했고 그런 우리는 애매한 눈으로 바라보는 대령님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을 했다.
" 절대.. 절대 살아남아야하네. 안 될 것 같으면 도망가도 욕할 사람은 없네.
안 되면 훗날을 도모하던 작은 힘이라도 모아 다시 반격할 날을 위해 자네들은
절대 죽으면 안 되네."
" 알겠습니다!"
" 그럼.."
대령님은 우리에게 경례가 아닌 고개를 숙였고 우리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식사를 시작했고 사람들은 평소와 같이 웃고 떠들며 식사를 했다. 비록 그 장소가 폐건물과 허허벌판이었지만 다들 애써 담담하게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 이제 4시간 남짓 남았다고 합니다."
" 생각보다 이동속도가 빠르군."
" 네."
" 서울 상황은 어떤가?"
" 해상 사격과 전투기 폭격을 계속해서 지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군 피해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 잔인하지만 감염체에게 죽는 것 보다야..."
누군가 내 뱉은 말에 반박을 할 수는 없었다. 잔인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괜히 감염체에게 죽으면 적을 늘려주는 꼴이었기에.
" 준비하지."
" 알겠습니다."
우리는 전에 계획했던 주변의 야산과 건물을 모조리 태워버리기 위해 준비 작업을 끝낸 상황이었고 대령님의 명령에 따라 주변을 모조리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다행이 바람의 방향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이었기에 불은 빠르게 번져가기 시작했다.
" 생각보다 바람이 강해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 다행이구만."
" 감염체의 이동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 예상 도착시간은 얼마나 남았나?"
" 이제.. 30분 내외면 시야에 잡힐 것 같습니다."
" 다들 준비는 끝났겠군."
" 네.. 현재.."
" 전방에 감염체!!!"
" 감염체가 다가옵니다!"
" 빌어먹을! 정찰병 이야기와 다르잖아!"
" 젠장!!"
" 사격!!!"
" 콰앙!!!"
" 부비트랩을 작동시켜! 어째서 불을 보고도 그대로 밀고 들어 오는거야?!"
" 예상과 다릅니다!"
" 젠장... 대형 감염체는 잘 안타는데?"
" 일반 감염체가 방패가 되어주는군."
" 가능한 많은 숫자를 줄여야한다!"
"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총구에서는 연신 불꽃이 일어나며 탄을 토해내듯 쏟아내고 있었지만 쓰러진 감염체 위로 다른 감염체가. 다시 쓰러진 감염체 위로 다른 감염체가 몰려오고 있었다.
" 대형 감염체는 무리입니다! "
" 후퇴! 후퇴! 입구를 폭파한다!"
" 이동! 이동!"
우리는 육지 입구를 버리고 빠르게 섬으로 가는 도로로 이동을 했다.
" 폭파!"
" 콰앙!!!"
" 켁..켁..."
고압가스 운반차량과 여러 가지 발화물질이 한 번에 터지면서 큰 먼지바람이 불어왔고 시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천천히 이동을 하고 있었다.
" 우선 여기 몇 명이 남아 감염체의 속도를 줄이고 나머지 인원은 섬 입구로
돌아가 준비를 하도록!"
" 알겠습니다!"
" 내가 남도록 하지."
" 나도."
" 저도.."
나를 포함한 김 중사와 박 중사. 그리고 부대원 몇 명이 남기로 했고 우리는 수류탄과 탄약을 받고는 감염체가 오기를 기다렸다.
" 역시.."
" 대형 감염체는 무리인가보군."
" 그래도 숫자는 줄어들었나보군.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아 보이네."
" 팔이 없는 녀석들도 보이는군요."
" 정확하게 머리를 노려."
" 넵!"
" 탕! 탕!"
정확하게 머리를 조준하며 사격을 했지만 움직이는 대형 감염체의 머리를 노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빗나가도 운 좋게 뒤에 있는 녀석이나 옆에 있는 녀석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를 맞고도 움직이는 녀석들도 있는 것이 문제였다.
" 뭔가 대비책을 세웠군. 분명 머리에 맞아는데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는구만."
" 젠장. 뭐야?!"
" 거리가 너무 가깝습니다! 뒤로 가야합니다!"
" 이동!"
우리는 트럭 적재함에 올라타서 감염체를 사격하며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이제 시야에 보이는 것은 대형 감염체 뿐이었고 일반 감염체는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타버린 것 같았다.
" 끝도 없이 밀려오는데?!"
" 도로를 폭파하라는 대령님의 지시입니다!"
" 아직 섬까지 거리가 상당한데? 벌써 말입니까?"
" 우선 속도를 늦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 지금 폭파한다고 해도 밀물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 지금 물이 밀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 앵?!"
갯벌을 보니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에게는 좋은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에 감염체가 공격해온 것도 뭔가 의심스러웠다.
" 우리가 예상할 수 있다면 그들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인데 도대체 뭔
생각이지?"
" 바닷물에 잠기기 전에 들어올 생각인가?!"
" 뭐?!"
" 저런 덩치라면 완전히 잠기기 전까지 들어올 수 있단말야! 유속도 빠르지
않고!"
" 젠장!"
" 육지 입구에서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데.."
" 폭파하시죠!"
" 폭파!!"
" 콰앙!!! 쾅아!!"
" 응?!"
" 예상보다... 폭발력이 낮습니다.. 제대로.."
예상외로 제대로 터지지 못 한 폭탄은 도로에 구멍을 내는 수준에 그치게 되었다. 그래도 감염체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기는 했다.
" 우선 후퇴하고 섬에 알려야 합니다."
" 남은 폭탄은.. 없습니까?"
" 없습니다. 있다고해도..."
" 다시 작업할 여유가 없군."
우리는 계속해서 사격을 하면서 후퇴하고 있었지만 감염체는 속도만 늦춰질 뿐 계속해서 몰려오고 있었다.
" 섬 입구까지 약 800m 남았습니다!"
" 달려! 달려!"
섬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대령님에게 현재 상황을 알렸다.
" 생각보다 폭탄의 위력이 약했습니다."
" 감염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 준비..하겠습니다."
" 저희는 최대한 감염체를 막아보겠습니다."
" 다른 사람이 피난 준비를 할 동안 부탁하네."
" 알겠습니다."
섬 입구에 철조망과 다른 물품들을 던져 놓으며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한 작업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는 대형 감염체의 모습이 보였다.
" 마지막인가..."
" 젠장..."
우리는 최후의 사격을 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는 상황에 여기서 배를 타고 간다 해도 목적지도 없고 배를 항해할 기술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말 그대로 배를 타고 어디로 흘러 내려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 서울에서 여기로 지원사격을 해주는 것은 힘들겠지?"
" 자기 집 지키기도 바쁜 사람들인데 뭘 기대하냐."
" 하긴.."
우리는 현재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평온한 대화를 하면서 감염체를 제거해갔다.
" 재장전!!"
" 저도!!"
" 남은 탄 있는 사람?!"
" 여기 있습니다!"
이미 섬 입구는 화약 냄새로 가득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다가오는 감염체로 인해 점점 희망이란 것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 젠장... 젠장..."
" 더 이상은..."
" 빌어먹을.."
" 조금 만... 조금 만 더 힘을 내세요!"
" 더 이상 뭘 어쩌라는 건가요?! 이제 남은 탄약도 얼마 없는데 저렇게 많이..?"
" 응?!"
" 뭐..뭐지??"
갑자기 멈춰선 대형 감염체를 보고 상황이 판단되지 않았다.
" 도대체 왜?"
" 난 뭔지 대략 알 것 같네."
" 응?"
대형 감염체 중간에서 나타난 건장한 체격의 남자. 꼭 우리가 좌절할 때까지 몰아놓고 멈춰서 알 수 없는 말을 건내고 사라지는 존재.
" 정서 형님?"
" 고전하네?"
" 장난치시는 겁니까? 계속?"
" 장난은 무슨. 매번 같은 방법으로 공격했는데 매번 같은 방법으로 방어하는
네가 한심해서."
" 네?"
" 뭔가 능력이 있으면 그 능력을 써야지. 왜 매번 같은 방법으로 방어할 생각을
하니? 이제는 제법 능력도 발달했으면서. 너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
인데 아무도 몸을 쓸 생각을 안 하네?"
" 제발 알아듣게 말해주시면 안됩니까?"
" 그럼 재미없지."
" 도대체 저 사람 정체가..."
" 그래서 지금 원하는 게 뭔가요?"
" 덤벼."
" 네?!!"
" 언제까지 숨길거야 네 능력. 이제 슬슬 보여줘야지. 이런 식으로 해봐야 전멸
하는 것은 생존자라는 것 알텐데?"
" 도대체 뭘! 뭘 바라는 겁니까?! 저희에게! 이런 식으로 계속 사람 피 말리게
하고 싶습니까?!"
내가 악에 바쳐 소리쳤다. 마치 생존자를 실험용 쥐 취급하면서 장난치는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났다.
" 사람의 한계라고나 할까? 과연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라는.."
" 무슨?"
"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감염체 변형에 성공했어. 이번 공격은 솔직히 별 필요도
없는 일반 감염체 소모전에 불과하지. 이제는 양보다 질로 승부를 볼
계획이니까."
" 양보다 질..."
" 지금 온 너희가 부르는 대형 감염체. 완전체가 아니야. 이 녀석들보다 개량된
감염체는 아직 공격에 참여조차 하지도 않았으니까."
" 젠장... 지금도 힘든데..."
" 그래서 이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거야. 서울 근교 감염체는 얼추 정리가
된 걸로 아는데."
" 막아낸 것인가요?"
" 솔직히 막을 수 있는 만큼만 보냈거등."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 기가 찼다. 아무래도 정서 형님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와 다른 사람 같았다.
" 그럼... 뭘 원하시는 겁니까?"
" 말했는데? 덤벼."
" 네?"
" 오지 않는 다면 내가 가지."
" 뭐..뭐?!"
" 쾅!"
" 카강!!!"
" 젠장!!!"
순식간에 뛰어들며 칼을 휘두르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지만 몇 미터를 밀려났다.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았다.
" 강해졌다고 느낄 뿐. 실제로는 네가 약해진 거야."
" 쳇!!"
내가 그대로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감염체 전용 칼은 너무 무거웠고 생각보다 공격 속도가 너무 느렸다.
" 느려. 느려."
표정에서부터 너무 여유롭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칼 손잡이에 부착된 레버를 눌렀고 칼날 부분이 떨어지며 그 안에 있는 크기가 작은 칼이 모습을 들어냈다.
" 오호! 뭔가 개량은 했구나?"
" 개량은 무슨! 원래 있던 기능입니다!"
" 캉!!!"
" 역시 무게가 가벼워지니 속도가 늘어났네."
" 빌어먹을!"
칼이 가벼워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정서 형님을 이길 정도의 속도는 아니었다.
" 카앙! 카앙!"
" 약올리는 건가요?"
" 글쎄..."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나에게서 멀어진 정서 형님을 보며 뭔가 불안감이 느껴졌다. 예전부터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지금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 뭐..뭐지..'
요리조리 내 공격을 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다.
" 젠장! 배들이 있는 곳에 감염체가 나타났습니다!"
" 뭐?!"
" 현재 그곳에 전투원이 없습니다!"
" 전원 선착장으로 간다!"
" 이..이것을 노렸습니까? 제 일행과 친구들을...?"
" 뭐...."
" 선착장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현재 몇 대의 상태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 재원아!!!"
" 가봐..."
김 중사와 박 중사가 급하게 나를 불렀고 나는 눈에서 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보여드리죠..."
난 그대로 자세를 잡고 정서 형님을 노려봤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끼며 시야는 점점 붉게 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