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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81화 (18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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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자세를 잡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정서 형님의 표정이 변하였다.

" 이제야 본 모습을 보여 주려는군."

" 각오하시죠."

" 각오는 무슨 그래봐야 넌...!!!"

" 카앙!!!"

" 쳇!!"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나는 정서 형님 옆에서 공격을 했고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는지 지금까지와 다르게 짧은 탄식을 내뱉고는 다시 자세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밀고 들어가며 다시 공격을 했고 정서 형님은

도움닫기를 하면서 나에게 멀어졌다.

" 생각보다 강한데?"

" 크아아!!!"

비아냥거리는 표정에 나는 더욱더 흥분했고 다시 칼을 잡고는 뛰어들었다.

" 하지만 아직도 느려!"

" 퍽!!!"

" 크윽..."

내 공격을 피하며 옆에서 공격을 했지만 나는 팔을 내리며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꽤 강한 공격이었기에 공중으로 뜬 몸은 몇 미터를 날아가 지상에 착지하게 되었다.

" 오호.. 순간적으로 막다니 대단한데?"

" 크아아아!!!"

계속해서 약 올리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더더욱 흥분상태에 빠져들었다.

" 크윽!!!"

칼을 교차시키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더욱 더 힘을 주었고 내 칼을 막고 있는 정서 형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 생각보다.. 예상보다 강한데?"

" 뭐가 말입니까?"

" 아니야."

내 말에 쓴 웃음보이고는 다시 자세를 잡는 정서 형님을 보고 말했다.

" 의도가 뭔가요?"

" 뭐가?"

" 지금까지 정면으로 공격을 했지 지금처럼 돌아서 일반 생존자를 공격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도대체 왜.."

" 지금 쯤... 아마도.."

" 쾅!!!!"

" 응?!!"

" 뭐..뭔가?!!"

" 선착장에서... 뭔가 폭발했습니다.."

" 배들의 상태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 뭐?!"

뒤에서 웅성거리는 것이 내 귀로 흘러 들어왔고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놀라서 정서 형님을 쳐다봤다.

" 이... 이것을 노린 겁니까?! 내 친구들을!!! 형님과 같이 생활했던 내 친구를?!!"

" 응. 네가 예전에 이야기 하지 않았나?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고."

" 네 녀석!! 네 녀석이!!!"

" 크아아아!!!!"

배들의 상태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소리에 약간은 남아있던 이성이 날아가 버렸다.

" 응? 칼은 왜 다시 조립하는 거야?"

나는 분해된 칼을 다시 조립하고는 무서운 눈으로 정서 형님을 바라봤다.

" 죽인다... 죽인다.."

" 모르는 모양인데. 지금까지 널 죽이지 않은 쪽은 나라고."

" 이제는.. 아닙니다.."

" 카앙!!!!"

" 뭐.. 뭐냐 이 힘!! 설마? 슈트 배율을 올린거야?! 그러다 잘못되면 너도 죽을 수

있다고."

" 이제 와서!!!"

" 쳇!!"

조금 전과 확실하게 달라진 내 모습. 이 무거운 칼이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오호!!"

" 아직도 비아냥거리는 겁니까?"

"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데 뭘."

"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겠습니다."

" 풋."

웃고는 있지만 아까와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여유로운 표정은 없어지고 긴장한 표정으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 그래도 대단하네. 바로 구하러 가지 않고?"

" 믿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 박 중사와 김 중사? 재효를 말하는 건가? 그리고 슈트 배율은 올리지 않았네?"

조금 전과는 다른 무표정으로 말하는 정서 형님을 보고 빠르게 칼을 휘둘렀고 정서 형님이 들고 있는 칼을 깨고는 옆구리를 스쳐지나갔다. 확실하게 베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 이번 것은 꽤... 괜찮은데?"

" 그 입.. 더 이상 열지 못하게 해드리죠."

" 하하! 네 입에서 그런 험한 욕이 나올 줄이야."

옆구리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데도 여유로운 말투는 여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에 있는 인원들이 걱정되었지만 내가 여기서 도망친다 해도 바로 따라올 것이 분명했으므로 정서 형님을 먼저 처리해야만 했다.

" 이제.. 슬슬.. "

" 응?!"

옆구리에 흐르던 피가 멈췄고 정서 형님의 체형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 서..설마..?"

" 뭘 놀라고 그러나."

" 형님도 설마..."

" 비슷하지."

" 크아아아!!!"

정서 형님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괴로운 듯 소리쳤고 온 몸에 근육이 커지며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3m까지 자란 키와 팔다리는 마치 헐크의 모습과 같이 두껍게 변했고 얼굴은 늑대와 비슷한 형태로 변했다.

" 무..무슨.."

" 쿠오오오!!!"

" 빌어먹을!!!"

난 바로 뒤로 돌아 뛰었고 부대원들도 뒤를 돌아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한 정서 형님은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주변의 감염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 뭐야?!"

" 저렇게 변하면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하나?"

" 아닌 것 같은데..?"

" 현재 선착장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폭한 것은 감염체이고 배들의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다친 사람을 꽤 되는데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다고

합니다!"

" 다행이네!"

" 그럼 도대체 왜 저 사람은.."

" 아마도 내게 뭔가 있는 것 같네."

난 다시 칼을 잡고 신나게 감염체를 죽이는 정서 형님에게로 다가갔다.

" 무슨 짓입니까?!"

" 저대로 둬봐야 어차피 우리를 공격할 것이 뻔해요. 내가 먼저 선수를

칠 생각입니다."

나는 그대로 뛰어 괴물로 변한 정서 형님 앞에 섰고 나를 바라보던 형님은 굵게 변한 목소리로 말했다.

" 덕분에 좀 아팠네."

" 어? 말을.."

" 이게.. 우리 계획의 최종 형태다. 아직 성공한 사례가 많이 없어서 그렇지."

" 무슨.."

세상 처음 들어보는 허스키한 목소리에 놀라고 있는데 저런 얼굴로 말도 또박또박하는 것이 신기했다.

" 그런데 왜.."

" 아.. 솔직히 이렇게 변하면 체력소모가 엄청나서. 뭐라도 먹어야하는데 그

먹이가 이 녀석들이라."

정서 형님은 쓰러진 감염체를 우적우적 씹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꽤나 징그러웠기에 내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리자 정서 형님은 먹던 감염체를 던지며 말했다.

" 뭘 이정도로 고개를 돌리나."

" 왜 그렇게 변하신 겁니까?"

" 말했는데? 얼마 안 남았다고. 우리라고 보통 사람처럼 오래 사는게 아니라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야하니까."

" 그럼.. 그 집단 전부가.."

" 전부는 아니고 일부분만. 실패한 녀석들이 워낙 많아서."

" 저와 같이... 발달된 인간도 있겠군요."

" 응. 그런 인간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서. 잡담은 그만하고. 받아."

" 팅!"

" 턱!"

" 뭡니까 이게?"

정서 형님이 손에서 던진 것을 받아보니 주사기와 비슷한 총이었다.

" 나처럼 변할 수 있는 약물. 너라면 성공하겠지만."

" 제가 굳이 이런 것까지 써야 합니까?"

" 그렇지 않다면 너희는 절대 우리를 이길 수 없으니까."

" ..... "

정서 형님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지금 나타난 대형 감염체도 제대로 처리 못하는데 저런 괴물이 나타난다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 그래도 좋은 소식이라면 나처럼 변할 수 있는 존재의 숫자가 얼마 없다는

것이지."

" 아직도 계속 싸울 생각이십니까?"

" 싸우다니? 난 널 훈련시키는 것 뿐이야. 오해 하지마."

"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형님이 바라는 것이 정말 생존자 전멸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계속 하시는 겁니까?! 이제 남은 생존자가

얼마나 된다고!! 고작 서울과 몇 곳을 빼면 남은 생존자도 없지 않습니까!"

" 워워. 그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잘 들린다고."

" 도대체 형님의 생각을 모르겠습니다! 죽일 생각이면 깔끔하게 다 밀어버리던지

아니면 이제 그만하시던지!"

"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 이해요? 뭘 이해하라는 겁니까?!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선!!"

"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렇게 될 상황이었어."

" 그럼 그냥 나둬도 되지 않습니까?! 굳이 왜! 왜!"

" ...... "

내 말에 정서 형님은 말없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만 봤다.

" 참네. 도대체 너도 무슨 생각으로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 그런 능력으로

계속해서 남들과 똑같이 살아남을 생각이나 하고."

" 무슨 말씀이십니까?"

" 오늘 공격 왔던 감염체. 솔직히 네 능력이면 전부 없애는 것도 어렵지 않는

숫자였어."

" 말이 되는 소릴 하십쇼. 숫자가 몇 이었는데?!"

" 너 모기 파리를 잡을 때 숫자가 많다고 겁내냐?"

" 무슨..."

" 모기 파리가 아무리 많아도 보통 사람에게 치명적인 것도 아닌데. 넌 너무

어렵게 생각해."

" 그래서 지금 몰고 온 감염체가 저한테는 모기 파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소리

입니까?"

" 응. 너 아까 나를 공격했을 때. 그 때 그 능력치라면 가능해."

" 저도.. 형님과 같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겁니까? 그래야 형님이 속한 집단의

공격을 막고 소수의 생존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응. 굳이 그 약을 쓰지 않더라도 내가 봤을 때 넌 충분해. 왜인지 모르겠지만

너 힘을 숨기려고 능력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게 보였어. 그래서 친히 내가

공격을 왔던 것이고."

나는 정서 형님의 말에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자세를 취했다.

" 솔직히 지금 상태의 너는 지금의 나를 이길 수 없어. 너도 잘 안텐데?"

" 그래도.. 앞으로 형님의 계획에 차질을 줄 수는 있겠죠."

" 남은 애들을 생각해라. 그래서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여기 이 섬 따위는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몰라?

그리고 나 없다고 우리 집단의 계획에 차질 따위는 생기지 않아. 오히려

그 속도가 더 높아질걸?"

" ..... "

" 이래야 나도 돌아가서 할 말도 있고 하니 여기서 돌아갈 생각이고..

제발 내 기대에 따라와라. 언제까지 그렇게 빌빌되고 있을꺼야?"

" 남 걱정은 하지 마시죠."

" 참네. 걱정을 해줘도.. 그리고 여기서 계속 지내지 말고 서울로 올라가.

이제 슬슬 우리도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가 왔으니. 최대한 힘을 모아야지.

내 생각이 곧 집단의 생각이 아니니. 다음에는 진짜 위험할 수 있어."

" ....."

" 이제 이 길고 긴 싸움의 끝이 보이는구나."

어느새 본 모습으로 돌아온 형님은 특유의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의 싸움의 화가 풀리지 않은 나는 계속해서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지만 내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으며 말을 이어갔다.

" 내가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그런 눈으로 봐봐야 난 죄책감

따위 느끼지도 않아. 난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도 말입니까?"

"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꿈이 다르니까."

" 하아.. 도대체 형님 생각은.."

" 내가 말했잖아. 썩어버린 세상. 고칠 수 없다면 도려내야해. 상처가 심한 곳을

고칠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전이되기 전에 팔 다리를 자르는 것처럼."

" 이제 와서.."

" 바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이야기하고. 그럼."

" 제가 형님이 돌아서면 총을 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내가 소총을 집어 들고 말을 했다. 하지만 정서 형님은 별 표정 변화 없이 나를 보며 말했다.

" 정말 쏠 생각이었다면 그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나를 아직도 형님이라고

부르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 .... 쳇..."

" 그 총에 맞는다고 난 죽지 않아."

그 말을 끝으로 형님은 빠르게 육지 입구로 달려갔고 형님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 주변에는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는 감염체 몇이 가까스로 헐떡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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