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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상황을 정리되기도 전에 나는 바로 선착장으로 뛰어갔다. 선착장에는 대형 감염체의 시체 일부분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모아 태우는 잡업을 하고 있었다.
" 다친 사람은 많습니까?"
" 중상자는 다행히 없습니다."
" 사망자는..?"
"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배들 몇 척이 위기를 느끼고 떠나갔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파악이 되지 않았던 것이고요."
" 하아... 도대체 어딜..."
" 제대로 항해가 가능한 인원이 없는데?"
" 어디론가.. 갔겠죠."
" 대령님은 무사하십니까?"
" 네. 현재 임시 건물에서 서울과 무전 중입니다."
" 서울 상태는 어떤가요?"
" 일반 감염체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속으로 이어지는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 현재 서울로 올라갈 방법은 있습니까?"
" 대령님이 무전으로 서울 본부와 연락중이긴 하지만 서울도 그렇고 강원도 및
대부분의 생존 캠프에서 모든 인원이 뭉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지."
" 대령님이 나오시네요."
" 현재 피해상황은 얼마나 되나?"
" 파악 중입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 몇 명만 있습니다. 그리고 배
몇 척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 흠.."
" 현재 남은 탄약은 거의 없습니다. 수류탄. 유탄은 없다고 합니다."
" 식량은 남은 것이 있나?"
" 약 15일 정도 버틸 양이 있습니다."
" 서울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 뭐라고 하긴. 다들 모였으면 하지."
" 서울에는 방어할 무기나 탄약이 충분합니까?"
" 현재 지속적으로 폭격을 가하고 감염체가 있을 법한 위치에 해상에서 공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큰 수확은 없다고 합니다."
" 저희는 어떻게 이동을 하죠? 도로는 감염체가 넘어올 수는 있지만 차량으로 갈
상태는 아닙니다."
" 서울에서 항해할 수 있는 인원을 보내준다고 하네."
" 저희가 가진 배로 이동을 해야겠군요."
" 하지만 서울로 간다고 뭔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말했고 대부분은 서울에 모인다고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다고 해도 역시나 달라질 것이 없는 것은 똑같았다.
" 이러나 저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서울로 올라가죠."
" 서울에서 지원은 이삼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 그 때까지 우리가 버텨야한다는 것이군."
" 남은 탄약을 전부 수거해도 얼마 안 되는 양일텐데."
"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이렇게 살아남은 것도..."
" 다들 우선 주변을 정리하고 재원군과 부대장은 남게나."
" 네."
대령님은 방에 나와 부대장을 제외한 다른 인원은 밖으로 내보냈고 대령님은 무거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 이번에도 그 사람인가?"
" 네."
" 도대체 그 사람의 생각을 모르겠군. 왜 계속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하는지."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뭔가를 이룰 것이라 생각하고 제
능력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제가 가진 능력은
남들보다 조금 높을 뿐인데 말입니다."
" 이 일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니 뭔가 알고 그럴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모르는
그 뭔가를.."
부대장이 뭔가를 추리해보려고 했지만 단서가 없으니 쉽지 않았다.
" 내 생각에는 그 집단도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데 아마 우리 섬도 토벌 작전에
있었지만 그 정서라는 남자가 계속해서 우리에게 공격을 하는 척 제스처만
취하면서 우리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 아무래도.. 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 이제 서울로 대부분의 생존자. 아니 현재 파악된 생존자 전부가 서울로 이동을
시작할 것이네. 우리도 준비를 해야지."
" 서울도 온전하지 못한 상황인데 숙소나 이런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바로
이동을 하는 것입니까?"
" 주먹구구식 운용이군요."
" 지금은 이런 저런 상황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봤겠지. 더군다나 그 집단에서
서울로 이제는 대놓고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말해왔나보더군."
" 하아.."
" 생각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스파이가 많았던 것 같네. 적이 알고 있는 현재
서울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더군."
" 그럼 저희는 어디로.."
" 우선 한강에 배를 이동시켜 머무르기로 했네. 무너진 다리가 많아 이동에는
큰 위험은 없겠고 더군다나 무너진 건물이 많아 육지에서 생활은 힘들 것
같다네."
" 알겠습니다."
" 여기서 계속 머물 방법은 없나요?"
" 지낸다고 한다면 뭐가 힘들겠습니까? 하지만 현재 거의 모든 무기와 탄약.
식량이 서울에서 배급되고 있는 상황이라 서울에서의 명령을 따르기 싫다면
그것들을 포기해야 하겠지요."
" 전...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 네?"
" 재원군?"
" 뭐 서울로 간다 해도 과연 얼마나 많은 무기와 탄약을 지원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고 식량이야 여기서 현재 생활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사람 많은. 감염체보다 사람이 더 두려운 곳은 이제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입니다. 저희 일행들의 생각을 물어보고 각자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여차하면 저만 여기 남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 여기에 남고 싶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흠.. 정서 형님은 저에게 이런 현대식 무기 없이도 제가 가진 능력이라면
이번에 공격 온 감염체를 전부 제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무기들이
오히려 제 능력을 퇴보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죠. 그래서 한번쯤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제 능력을."
" 한 번 뿐일 수도 있습니다."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많은 서울보다는 여기가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 하긴... 자네 성격이라면.."
" 같이 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 아닐세. 뭐 강제적인 것도 아니고 자네라면 잘 살아남을 수 있겠지."
" 감사합니다."
" 그럼 부대장은 인원들을 챙기고 이동 준비를 하고 재원 군도 들어가 보게나."
" 네."
나와 부대장은 임시 건물을 나왔고 담배를 피며 걸어가는 것을 부대장이 불러 멈췄다.
" 재원씨."
" 네?"
" 정말.. 섬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습니까? 이제 지원이 없을텐데요?"
" 뭐. 강원도에서도 잘 살아남았는데요. 솔직히 서울보다 이곳이 방어도 유리하고
식수와 식량을 구하는 것도 쉽습니다. 그리고 경험상. 아니 경험이 아니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모인 상황에 전부 좋은 착한 사람일 확률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괜히 감염체도 머리 아픈데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 싸움과
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없습니다."
" 솔직히 재원씨 능력이라면. 재원씨 일행의 힘이라면 가서 높은 자리 하나 얻는
것은 어렵지 않을텐데요?"
" 굳이 그런 자리 올라가고 싶지도 있고 싶지도 않습니다. 전 그저 지금 현재 내
친구들 지키기도 벅찬데요."
" 흠.."
" 그리고 그런 자리에 올라가면 언젠가는 어느 순간에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 결정을 할 배짱은 저에게 없어서..하하!"
" 제가 봤을 때는.. 충분합니다."
" 아직 저를 잘 모르시는군요. 하하!"
" 그런가요?"
" 뭐 제 성격은 똑 부러지는 성격이 아니라. 그럼 들어가세요. 전 제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눌까해서."
"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천천히 걸으며 우리 일행이 있는 배로 들어갔고 이미 배 안에는 짐을 챙기는 인원들이 보였다.
" 왔어요? 어서 짐 챙겨요. 다들 떠날 준비를 하고.."
" 난 안가."
" 네?!"
" 뭐?!"
" 형?!"
내 말에 전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천천히 홍 소령님부터 희욱이 누나 김 중사 박 중사. 재효와 미란이 은혜를 천천히 바라봤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는 기태와 보미까지. 지금까지 거의 일 년 가까이 같이 살아남은 친구와 동료들을 보며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난 여기 남아서 생활할 생각이야. 뭐 굳이 너희가 간다고 해서 말릴 것은
아닌데 내 생각에는 여기가 훨씬 좋을 것 같아서."
" 흠..."
다들 내 말에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 뭐 내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몇 개 없어. 인원이 많아봐야 좋을 것
없다는 것도 배웠고 감염체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것도 배웠고 그리고
서울에서는 지금처럼 약간의 자유조차 없을 것 같고."
" 자유라..."
"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서울에서는 여기만큼의 식량의 재배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이야.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 이유는?"
" 처음부터 여길 가꾸고 정리한 정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방어 면에서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지. 간혹 길도 잠기고 통로는 한 곳이니."
" 흠..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서울보다는 이곳이 좋을 것 같아."
우리 일행 전부는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었다. 굳이 떠날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그 누구도 입으로 꺼낸 적이 없었기에 다들 그냥 떠나려고 했던 것이었다.
" 대령님과 부대는 떠나겠지?"
"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 남은 무기는 얼마 없겠네.."
" 아니."
" 응?"
" 이 배 맨 아래 층에 가면 숨겨둔 탄약도 좀 있어. 식량이랑."
준비성이 철저한 박 중사는 오랜 시간동안 무기와 식량을 조금 씩 챙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인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 저도.. 식량은 챙겨 둔 것이 있는데.."
" 나도 탄약 챙겨둔 장소가 따로 있어서.."
" 도대체 우리 얼마나 챙겨둔 거야?"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인원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어디서 훔쳤냐?"
" 훔치긴. 조금씩 챙겨둔 것도 있고 예전에 챙겨둔 것도 있고."
" 대단하네. 그럼 다들 남을 생각인거야?"
" 뭐. 서울로 가봐야 좋을 것도 없을 것 같네. 애기 때문에 힘든 것도 있고."
다들 의견이 일치됐고 우리는 챙겨둔 짐을 풀기 위해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
" 짐 챙겨둔 것은 다시 풀어야겠네."
" 챙겨둔 것 없어요. 그냥 짐 정리를 했을 뿐."
" 하하. 그래?"
" 나도.. 없는데. 어차피 배로 움직일 예정이었는데 챙길 짐이 어디겠냐?"
다들 웃으면서 말했고 나는 다시 대령님이 있는 곳으로 박 중사와 함께 걸어갔다.
" 그래서 자네 일행은 다 남는다고 결정했군."
" 네. 죄송합니다."
" 죄송할게 뭐가 있나? 각자의 결정인데."
" 네..."
" 그나저나 신기하군. 부대장도 남는다고 하더니."
" 네?"
" 부대장과 몇 명의 부대원들은 남기로 결정했네. 그들도 서울보다는 이곳이
방어나 생존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네."
" 하하.."
" 대령님은.. 서울로 가실 생각입니까?"
" 아니."
" 네?"
" 일반 생존자들 대부분은 서울로 갈 예정이네. 남는 인원은 자네들 빼면 얼마
되지 않으니."
" 아..."
" 나도 솔직히 서울에 올라가봐야 좋을 것 없다네. 분명 자기들 힘 싸움이나
먼저 살아남을 생각만 하겠지."
" 그럼 대령님이랑 부대원들 남는 인원이면.. 열 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네요."
" 그렇지. 내일 오후쯤에 서울에서 인원이 도착할 예정이네. 그리고 우릴 위한
약간의 식량과 무기. 그리고 탄약. 이번이 마지막 지원이라네."
" 최대한 아껴야겠군요."
" 그럴 필요 있나. 여기서 조용히 지낸다면 적은 우리가 전부 서울로 이동했다고
생각할텐데."
" 최대한 북적거리면서 이동을 해야겠군요."
" 맞네. 그래서 부대원들은 이동했다 다시 이 섬으로 돌아오기로 했네."
" 알겠습니다."
" 우리의 결정이 후회되지 않기를 바라야지."
" 뭐 어떤 결정이든 후회는 남으니 그것으로 위로 삼아야죠."
" 그럼.. 작업을 시작하게나."
" 알겠습니다."
우리는 적에게 우리가 섬을 떠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최대한 북적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제발 속아주기를 바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