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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84화 (18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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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우리의 평소 일은 별 것이 없었다. 섬 주변에서 낚시를 하거나 갯벌에서 먹을 것을 찾았고 간간히 섬을 나가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 대부분의 인원이 섬을 떠나면서 정말 박박 긁어서 갔기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섬을 나가서 폐허가 된 도심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해야만 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 주변에 생존자들이 있는 것 갔습니다."

" 인원은 얼마나 되나요?"

" 정확히 확인 된 것은 없지만 저희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 위협적인 상황입니까?"

" 모릅니다."

"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 네."

원래부터 지냈던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모르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우리가 괜히 섣불리 움직여서 저들을 자극하는 것보다 지금과 다를 것 없이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서울에서 지내는 인원이 아니라면 이제는 다른 생존자들에게 관심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일행도 이제는 많은 숫자는 아니다. 물론 질적으로 본다면야 수백의 인원보다 월등하겠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생존자들은 우선 수적 우위에 있다면 안심할테니 말이다.

" 크게 걱정하거나 신경 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서울에서 빠져나온

인원으로 보입니다."

" 네?"

부대장의 말에 내가 놀라며 물었다.

" 복장을 보아하니 서울에서 지낸 인원 같습니다. 뭐 제가 있을 당시에도

탈영병이 없던 것은 아니니 크게 놀랄 것도 없죠."

" 역시. 치안이 좋지 못하다고 하더니.."

" 치안. 군기. 내부 명령 체계. 운용 체계가 예전만큼은 아닙니다."

" 어느 정도입니까?"

박 중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흠.. 내부에서 비협조적인 인원도 한 몫을 했지만 우선 가장 큰 문제는 통신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못하니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첨단의 시대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거의 모든 장비를 잃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관리해야하는 구역이 넓다보니 일반 생존자의 관리가 힘들어지는

문제도 있고.."

" 누군가 확실히 틀을 잡아야하는데 그런 인원이 없군요."

" 네. 뭐 워낙 다들 자기 살기에 급급하니까요."

부대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천천히 번화가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요 며칠사이에 감염체의 이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발견되는 감염체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약간이지만 여유롭게 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었다.

" 신기하네."

" 뭐가?"

내 말에 박 중사가 물으며 나를 바라봤다.

" 아니. 갑자기 감염체의 이동이 없는 것도 신기하고 지겹도록 보이던 감염체도

안 보이는 것도 신기하고."

" 우리에게는 다행아닙니까?

" 뭐 덕분에 여유롭게 물건을 챙기기는 했는데 너무 없어도 뭔가 불안하네요."

" 아마도 다시 서울을 대규모로 공격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부대장과 같이 온 부대원의 말에 우리는 말없이 걷기만 했다. 다들 예상을 했던 상황을 직접 말로 들으니 받아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는 예전에는 꽤 이름이 있던 의류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칼을 들고 어두운 내부를 손전등으로 비춰 혹시 숨어 있을 감염체를 살폈지만 다행히 의류 매장 안에는 감염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 생각보다 쓸만한 옷은 없네."

" 대부분이 가을이나 겨울옷이네요."

" 아마도 감염체 사태가 일어난 시점이 가을이라서 그렇겠지."

" 창고에도 여름옷은 없습니다."

" 난감하군. 가을 옷에 팔 부분을 잘라서 입어야하나?"

" 어쩔 수 없겠군요."

우리는 가능한 얇은 옷들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 근처 신발 매장에도 들러 신발도 챙겨 나왔다.

" 생각보다 매장들의 상태가 양호하네. 서울이었다면 완전히 털렸을텐데 말야."

"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생존자들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데?"

" 그런가요? 어서 자리를 뜨죠."

" 굳이 마주칠 이유가 없지."

내 말에 다들 서둘러 차량에 탑승했고 섬을 향해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 왔어요?"

" 왔어 형?"

배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재효와 기태가 보였고 곧이어 배 안에서 은혜와 미란이가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 생각보다 쓸만한 것은 없더라."

"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야?"

환하게 웃으며 우리가 챙겨온 물품을 정리하는 재효와 미란이를 보니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못해서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 어서 들어가 씻어요."

" 응. 뭐라도 잡았어?"

" 뭐 이것저것이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하는 은혜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나는 배 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다행히 배에서의 생활은 편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본다면 정말 특혜 중에 특혜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편하게.. 지내온 건가."

샤워를 끝내고 나오며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누구는 비를 피할 곳도 없이 생활했을 텐데 우리는 뜨거운 물까지 나오고 전기까지 쓸 수 있는 곳에서 생활하니 말이다.

배 밖으로 나오니 다들 낚싯대나 다른 공구를 챙겨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지원 받는 식량이 없다보니 지금 있는 양을 최대한 아껴야했고 많은 양을 확보해야 조금이나마 더 오래 버틸 수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은 최소한 낚시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오늘은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니 내일 아침 일찍이라도 움직여서 네 발 달린

녀석으로 구해오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 말이야 쉽지. 저번에도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고작 토끼 두 마리가

전부였잖아."

" 언제까지 물고기만 먹을래?"

" 입에서 비린내 날 것 같아."

다들 해산물에 질려 가는지 한 마디씩 했다. 물론 나라고 해산물이 질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체력과 운동신경이 좋아졌다고 해도 야생동물을 잡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잡는 것은 둘 째 치고 발견되는 녀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발견되는 동물이 없으니.."

" 내일 하루 종일 발품 좀 팔아야겠네."

" 내일은 특식을 먹을 수 있으려나."

" 내일은 조금 멀리까지 나가서 사냥을 해봐야겠습니다."

" 부대장님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가뜩이나 주변에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생존자들도 있는데?"

" 저들도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고 그냥 느낌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크게

관심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왜요?"

" 저들과 우리는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지원도 없이 그저 근근이 끼니를 때워야

하는 힘없는 생존자라고 생각하겠지요."

" 흠.."

부대장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우리가 소총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많은 수가 몰려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저들 눈에는 우리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생존자라고 생각할 확률이 컸다.

" 하지만 만에 하나 악한 마음을 먹고 있다면..."

" 뭐 저희가 있는 위치는 밖에서 제대로 보이는 위치도 아니고 대부분의 인원이

배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저들 입장에서 본다면 꽤 까다로운 생존자 무리겠죠."

" 하긴..."

" 제대로 알 수 없는 집단에게 섣불리 공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흠.."

우리는 간단한 대화를 끝내고 각자 배로 돌아갔다. 돌아가기 전 내일 아침 일찍 나와 부대장과 부대원 두 명과 박 중사가 섬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 생각해보면 그 많은 돼지와 소들은 어디로 간 거야? 하다못해 개들도?"

" 생존자들이 잡아먹은 것은 아니겠죠?"

" 보통 사람들이 도축 기술을 가질리 만무하고.."

" 지금 생각해 본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일찍 자자. 내일 발바닥에

땀나게 뛸 수도 있으니."

" 응."

" 하암.."

아직은 이른 저녁이지만 내일을 위해 우리는 일직 잠을 청했다.

" 그럼 출발할게."

" 조심히 다녀오세요."

해가 뜨기도 전에 나는 배를 나와 은혜와 가벼운 입맞춤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미 준비가 끝난 부대장을 바라보며 차량에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 지도상으로 보면 여기에 있을 확률이 커보이는데?"

"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 아무래도 높지는 않지만 산들도 있고 주변에 논밭이 많으니 뭔가 있다면

여기가 먹이를 구하기 쉽겠지."

" 우선 그쪽으로 이동을 해보죠."

" 네."

우리는 박 중사의 감을 믿고 이동을 시작했고 산 초입부에 차량을 숨긴 후에 차량에서 내려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 특별한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데?"

" 흠... 여기도 없는 건가?"

" 조금 더 들어가 보는 것이.."

이리저리 바닥만 보며 이동을 했지만 최근에 찍힌 것으로 보이는 동물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사냥을 위해 핑크까지 데려왔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별 관심은 없어보였다.

" 여기도 없는 건가?"

" 차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좋겠군요."

" 알겠습니다."

부대장의 말에 우리는 조금 더 이동을 했고 우리는 약간이나마 희망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노루? 사슴?"

" 난 둘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비슷한 녀석은 확실하다."

" 몇 마리나 보여?"

" 최소한 셋."

" 전부 잡을까?!"

" 꿈도 야무지다. 저 정도 크기면 한 마리만 잡아도 우리 일행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인원이 30명인데 뭘 배부르게냐!"

" 참네..너도.."

오랜만에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지 박 중사는 필요 이상으로 들뜬 모습이었다. 나는 자리를 잡고 사슴으로 보이는 녀석을 노려봤다.

" 난 오른쪽 녀석."

" 그럼 난 왼쪽."

" 그럼 저희는 왼쪽을.."

나 혼자 오른쪽에 덩치가 조금 더 큰 녀석을 잡기로 했고 박 중사와 부대장은 잡지는 못해도 최소한 놓치지는 말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우리의 특식이 될 녀석들을 향해 다가갔다.

" 타닥!"

" 젠장!!"

내가 몇 걸음을 가기도 전에 밟은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나는 소리로 우리 특식들이 눈치를 채고 빠르게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 놓칠 생각은 전혀 없다! 기다려라 특식!!"

난 무식한 속도로 달려 어느새 특식들을 앞질러 갈 수 있었고 내가 들고 있는 칼로 한 방에 깔끔하게 한 마리를 잡았다.

" 미안.. 그래도..."

피를 튀기며 머리가 분리되는 것은 꽤나 잔인한 장면이었다. 매번 감염체만 상대하다 멀쩡한 생명체를 상대하려니 꺼려지는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큰 욕구는 식욕이었기에 나는 바로 다음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다음 녀석은 굳이 내가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 박 중사와 중대장의 절묘한 작전으로 쉽게 잡았다고 했다. 내가 봤을 때에는 박 중사가 나와 같은 방법으로 잡은 것 같은데 둘은 극구 아니란다.

" 여하튼 차량에 싣고 이동을 하죠. 어서 움직이죠!"

" 드디어! 드디어!"

" 숙소에 남는 술이 있나?"

" 벌써 술이 땡겨?"

" 하하! 그래도 이 녀석을 도축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인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섬으로 이동했고 섬에는 우리가 가져간 특식으로 인해 파티 분위기였다.

" 와! 진짜 크다!"

" 이 정도면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습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고기인지!!"

" 어서들 준비하자고! 불부터 피우고!"

" 자자! 다들 움직이자!"

그 동안 먹은 것도 부실했는데 사람들의 움직임은 전광석화 같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사냥해온 우리 네명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중간에 몇 달을 쉬어서 내용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질책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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