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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85화 (18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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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선착장은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고소한 고기 익는 냄새가 우리의 코를 자극했고 조용한 가운데 다들 침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다.

" 오랜만에 포식이군요."

" 덕분에 활기가 넘치네요."

" 자자! 준비 다 됐습니다! 다들 식사하세요!"

식사 준비가 끝났다는 말에 다들 몰려들고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 다른 생존자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좋을 건 없다고 보는데.."

" 걱정마. 밖에서 보이지도 않고 연기도 나지 않고 냄새가 섬 밖으로 나갈

가능성도 없으니까."

내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 중사가 말을 했다. 생각해보면 쓸 때 없는 걱정일 수도 있었다. 우리가 있는 위치는 섬 입구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고 보인다 해도 우리가 사는 모습은 크게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무기는 배 안에 적재되어 있고 우리가 들고 다니는 무기들은 대부분 원시적인 칼이나 창이 전부였다. 물론 소총 따위는 보이지 않게 잘 숨기고 다녔지만 말이다.

" 와하하!!"

" 진짜 맛있다!!"

" 크윽!! 이 술은 너무 독한데?"

" 조금만 마시도록. 너무 많이 마셔서 취하지 말고!"

" 네! 알겠습니다!"

부대장은 인원들이 너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당부를 했지만 자신도 술을 따라 마셨다.

" 약간의 유흥은.. 괜찮을 듯 싶네요."

나를 보고 멋쩍게 웃는 모습을 보고 나도 잔에 술을 따라 마셨다. 오랜만에 알코올이 몸속에 들어가니 빠르게 몸이 늘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먹고 마시는 모습을 뒤로 하고 나는 선착장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올라 섬 밖을 바라봤다.

" 뭔가 불안하신 건가요?"

" 어? 부대장님?"

" 요 근래 부쩍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이시는 군요."

" 뭐.. 불안하기보다.. 그나저나 서울에서의 무전은 별 내용은 없나요?"

" 다행히 감염체 제거는 순조로운 것 같습니다. 신기한 것은 얼마 전까지 뭉쳐서

공격하던 모습이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마치 명령체계가 사라진 것처럼."

" 흠.. 그 집단에 뭔가 균열이 생겼나본데요?"

"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서울에서는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감염체를 제거하는 작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최대한

많은 감염체를 제거해야 훗날에 수월하겠죠."

" 그에 비하면 저희는 천국이군요."

" 저희도 뭔가 해야하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 지금 당장은 조금 무리라고 봅니다. 이제는 이동할 차량도 변변치 않고 연료도

얻기 힘듭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더 이상 얻는 것이 없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그 시간이 올 때를

가능하다면 늦춰야 하겠지요."

" 다행히 사람들은 즐거워 보이는 군요."

" 네."

멀지 않은 곳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잔에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 너무 혼자서 고민하지 마시고 가서 즐기시죠. 가끔은 여유를 가져야 할

이유도 있는 것입니다."

부대장은 내 잔에 술을 따라주고는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나는 웃으며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일행이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다들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마냥 긴장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다들 시선을 돌리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였고 어느 정도의 술이 몸에 들어가자 더 이상

마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 배가 불러오고 오랜만에 휴식이 끝을 보이고 있었다.

" 어서 정리들 하자고! 다음에 또 잡으면 되니까!"

" 아쉽네요."

" 와.. 그 많은 고기가..."

한 번 먹을 양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보관했지만 생각보다 먹은 양이 많았다.

사슴인지 노루인지 모를 녀석에서 나온 고기의 양은 생각보다 적었기에 다음 에도 이렇게 먹는다면 모자랄 것 같았다.

" 생각보다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니군요."

" 언제 또 잡을 수도 이런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다들 모자라지

않게 먹으려고 했겠지요."

" 역시 사람은 고기가 들어가야.."

사람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포만감으로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무심코 바라본 하늘은 별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새카만 상태였다. 아무래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역시나 예상과 다르지 않게 새벽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정오가 될 무렵에는 무섭게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도 무섭게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여름철 기온치고는 너무 낮은 것 같았다. 얼마 전에도 무섭게 기온이 떨어지더니 또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 이상하리만큼 춥군."

" 네."

" 하아... 입김이 날 정도인데?"

" 그건 네가 이상한거야."

" 쳇."

" 오늘은 나가서 뭘 하긴 무리입니다."

" 멀리는 아니더라도 육지 입구까지는 나가서 주변을 살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안심하고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 서울에서의 특별한 변화는 있습니까?"

부대장과 일행들이 모여 간단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회의라고 해봐야 비를 피할 수 있는 배 갑판에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말이다.

" 언제부턴가 대형 감염체도 보이지 않고 일반 감염체도 무리를 지어 다니며

명령을 듣는 것이 아닌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 그.. 집단이라는 것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요?"

" 알 수는 없지만 덕분에 서울에서는 수월하게 감염체를 제거하고 있고 방벽

설치 작업도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 그런데 그 넓은 서울에 어떤 식으로 방벽을 친다는 건가요?"

재효가 궁금한지 부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생각해보니 막연히 서울에 방벽을 친다는 소리만 들었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설치하는지는 몰랐다. 단순히 서울 면적만 봐도 엄청난 넓이인데 그 둘레를 전부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 우선 강의 남쪽을 위주로 한강을 기준으로 하여 김포 공항에서부터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벽이라고 해봐야 방음벽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라

설치가 빠르기는 하지만 대형 감염체를 방어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 하긴..."

" 뭐 주변에 감염체가 없다면 설치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어차피

서울 안에 자재들이야 충분하니까요."

" 인력도 있고.."

" 이대로만. 이대로만 감염체가 공격해 온다면 한 달 안에 임시적으로나마

방벽 설치가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생활 구역을 확보하고 천천히

영역을 넓혀 가면 되는 일이니까요."

" 그나저나 대형 감염체와 그 집단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수상하긴 하군요."

" 서울에서도 수색조를 파견해서 주변을 뒤지고 있지만 특별히 발견되는 것은

없다고 합니다. 간간히 대형 감염체가 보이기는 하지만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

입니다."

" 오히려 더 불안하군요."

" 우선 육지 입구로 나가죠. 여기 계속 있어봐야 변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 알겠습니다. 장비를 챙기고 몇 명 추리겠습니다."

" 뭐.. 그럴 필요는 없고 저와 박 중사와 재효가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인원이 움직여봐야 좋을 것도 없고 괜히 기름을 쓰는 것보다야 저희가 직접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겠죠."

"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선착장 주변을 보수하도록 하죠."

" 그럼."

" 나가자."

나는 간단하게 장비를 챙기고 박 중사와 재효와 함께 섬을 나갔다. 육지 입구까지 빠르게 달리기보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이동을 시작했다. 빗줄기가 제법 굵게 떨어지고 있었지만 시야에 방해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 같군."

" 주변에 생존자들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신경 쓰지도 않는 것 같은데?"

" 다행이네."

육지에 도착하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른 생존자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신경 쓰며 살아남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다. 처음 감염체 사태가 일어난 후 시간이 상당히 흘렀기에 남은 연료나 식량. 무기 등이 충분치 않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 괜히 같은 인간을 적으로 두어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 괜히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겠... 응?!!"

" 왜?! 뭐야?!"

" 뭐지?"

멀리서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차량의 무리가 보였다. 군용 트럭 한 대와 일반 SUV차량 몇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 흠.."

" 뭐지..?"

가장 앞 선 차량에서 꽤 탄탄한 체격을 가진 남자 여럿이 내렸고 그들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 재원씨.. 맞습니까?"

" 네? 네."

신기하게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는 몇 초간 나를 바라보고 말없이 있다가 입을 열었다.

" 부대장과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 왔습니다."

" 알겠습니다. 섬으로 들어가시죠. 여기에는 부대장이 없으니."

" 네. 이동한다!"

우리는 낮선 남자가 이끌고 온 차량에 타고 섬으로 돌아갔다.

" 어? 자네는?"

" 오랜만이군."

"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야?"

부대장과 원래 아는 사이인지 말에 격식이 없었다. 하지만 부대장도 크게 반가운 상대가 아닌지 표정은 그리 밝지는 않았다.

" 무전으로 대충 서울의 상황을 들어 알고 있겠지?"

" 응.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인거야? 위에서는 계속해서 복귀하라고 명령한 걸로

알고 있는데?"

" 못 들었어."

" 흠... 계속해서 무전을 듣고 있으면서 못 들었다라.."

" 그래서 복귀하라고 전하러 여기까지 온 건가?"

" 겸사 겸사."

" 쳇."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인지 부대장은 빈정거리는 말투를 하는 녀석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 그래서 복귀하라는 명령인가?"

" 뭐.. 그런 셈이지. 그리고 여기 인원 전부 복귀했으면 하는데?"

" 뭐?"

" 미국에서 가져온 슈트 인원이 있는 걸로 안다고. 서울 방어에 엄청난 이익이

되는 전력인데 위에서 가만히 있겠어?"

" 생각보다 아는 것이 많군."

" 뭐.. 우리의 정보력을 얕보지 말라고. 더군다나 혼자서 대형 감염체를 상대할

수 있는 몇 없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데."

" 재원이 말고 대형 감염체를 상대할 수 있는 인원이 있구나.."

" 아예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우리는 신경전을 하고 있는 부대장 뒤에서 대화를 나눴다. 우리 입장에서 갈 이유가 없는데 윗선에서는 우리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불러야 할 상황이었다.

" 우리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 뭐.. 이런 곳보다야 이제는 자리를 잡은 서울이 더 좋지 않나?"

" 자리를 잡아? 그곳이?"

" 1차 방벽 설치 작업은 90%이상 완료되었고 보수 방벽 설치 작업도 50%이상

진행되었어. 치안 수준도 예전 온전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국제 공항 시절보다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 우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넌 선택권이 없어. 저들은 소속된 곳이 없지만 넌 현재

군에 소속되어 있으니 명령을 따라야지. 아무것도 없고 이제는 큰 이득이 되는

지역도 아니니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는 없어."

" 젠...장.. 너란.."

" 그래도 3일 후까지 서울에 도착하라는 명령이니. 여기 정확한 위치가 써

있으니 정오까지 도착하는 편이 좋을 거야."

" 알았다."

부대장은 군에 소속되어 있으니 명령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대령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기보다 계급이 높은 대령에게 말하는 것보다 쉬운 부대장에게 이 상황을 전달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러나저러나 명령을 따라야 했다.

" 난간하군. 이제 와서 다시 부르는 이유가 뭔지.."

" 아무래도 저희 전력이 서울에서는 엄청난 이익이 될테니 이대로 두기에는

아깝겠죠."

" 마음에 드는 구석이 전혀 없는 곳이야."

" 여기서 계속 있을 생각이야?"

박 중사가 나에게 물었다. 생각해보니 몇 명을 제외하면 전부 군에 소속된 인원이고 윗선에서도 알고 있는 인원이라 거부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거부하고 다른 곳을 찾기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고 거부하면 뭔가 불이익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다른 방법이 없군요."

" 어쩔 수 없는.."

" 하아..."

우리는 한 곳에 모여 상황을 이야기 해줬고 미란이와 은혜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것은 반갑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역시... 돌아가야 하는 건가요?"

옆에서 은혜가 힘없이 물었다.

" 어쩔 수 없네... 우리만 남아서 생활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 박 중사랑

김 중사까지 전부 가야하는 상황인데.."

" 하아.."

" 그래도 상황이 좋아졌다니 한 번은 믿어보자."

" 짐을 챙겨야 하나."

" 배들이 아까운데.."

" 배는 사람을 따로 시켜서 한강변에 정박시키고 그 곳에서 생활하도록 해야지."

" 짐부터 챙기자. 뭐 챙길 것도 없지만.."

다들 힘없이 각자의 배로 돌아갔고 그런 뒷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 작품 후기 ============================

부족한 글이지만.. 나름 열심히 작성하였습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힘이 되던데요?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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