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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86화 (18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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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이동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 없었다. 부대장이 서울에 요청한 항해가 가능한 인원이 도착했고 우리는 그들이 운전하는 배에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한강에서 보이는 서울의 모습은 반 폐허가 된 우리가 마지막으로 봤던 서울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한강에는 군함과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배들이 정박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고 하늘에는 헬기 몇 대가 쉴 새 없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 다들 어디간겨?"

" 박 중사와 김 중사. 대령님 부대장 모두 누가 불러서 갔는데요?"

" 그래?"

다른 인원들이 보이지 않아 내가 은혜에게 물었다. 아마도 명령을 하달 받으러 간 것 같은데 도착하자마자 부르는 모습이 뭔가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한강 변에 마련한 임시 선착장에 밧줄로 배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예전에는 자동차 전용도로였던 곳으로 올라갔다. 전에 왔을 때에는 버리고 간 차량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말끔하게 치워진 모습이었다. 버리고 간 차량 안에도 얻을 수 있는 연료와 생필품이 상당 했으니 모두 수거했을 것이다. 생산이 이뤄지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부품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멀쩡한 건물에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고 멀리서는 차량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겉모습은 아직 제대로 정비가 된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는 한 모습이었다.

" 흠..."

" 박 중사 오빠가 도착했어요. 도착하면 좀 보자고 하던데요?"

" 그래? 지금 어디 있는데?"

" 저기... 뱃머리에.."

은혜가 가리킨 방향에는 박 중사와 김 중사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왔네?"

" 응. 뭐라디?"

" 뭐.. 미국 상황이랑 비슷하지. 감염체를 방어하고 수색하고 제거하고 뭐.."

박 중사가 인상을 쓰며 말했고 김 중사는 피우던 담배를 던지며 말했다.

" 마음에 안 드는군."

" 당연하지."

" 그래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면도 있어. 치안도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고 그 외 장비와 무기들 정비도 상당히 잘되 가고 있어. 공항하고는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 그 정도면 됐지."

" 사람 많은 상황을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의외로 담담하다?"

" 이제는 반 이상은 포기했다."

" 애애애앵!!!!"

" 응?!!"

" 뭔.."

" 감염체가 공격해오는 군."

" 뭐?"

" 감염체가 공격해 오면 싸이렌이 울린다고 했는데..."

" 여기서 방벽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데?"

" 거리는 꽤 된다고 알고 있는데 안전을 위해서 그런가봐."

" 공격 헬기?"

하늘에서 몇 대의 헬기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감상하며 멍 하니 서있는데 우리가 있는 선착장으로 군용 차량 몇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올 것이 왔네."

" 뭐?"

" 이 구역 책임자겠지?"

" 아마도.."

차량에서 내린 남자는 꽤 나이가 있는 모습이었고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병사 몇 명과 함께 다가왔다.

" 재원씨군요."

내 이름. 어지간히 팔렸나보다.

" 네. 무슨 일이신지요?"

" 대략적인 정보는 받아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차

들렀습니다."

" 인사차요?"

" 솔직히 당신이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윗선에서 괜히 기분

상하게 하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져서요."

" 아하."

그렇다면 내 성격을 본 사람일텐데..

" 규칙은 국제공항과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지금 계신 곳은 방벽에서도 가장

먼 곳이라 감염체가 공격할 곳은 아니지만 간간히 물에 떠내려 오는 감염체도

있고 방벽에 인원이 부족하거나 부족하게 되면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 요청인가요?"

" 네."

표정으로 보아하니 뭔가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억지로 하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다행이었지만 누군가의 압력이 들어갔다는 것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 그럼..."

" 조심히 돌아가시죠."

" ..... "

차에서 내린 남자는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 뭔가 굉장히..."

" 싱숭생숭하다고 해야하나?"

" 그런가..?"

" 그래도 다행이네. 우리는 괴롭힐 수 없는 것을 확인했으니."

" 슈트가 탐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 저 사람은 뭐 제대로 아는게 없는 위치인가 봐."

" 그나저나 여기 상황은 정확하게 어때?"

" 감염체의 제거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공격받는 횟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하던데? 크게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딱히 방어하지 않고 있다더라.

지금 당장은 방벽을 보수하는데 인력을 집중하고 있어서."

" 제거도 하고 있다면서?"

" 적극적인 제거는 아냐. 수색에 가깝던데?"

" 흠.."

" 치안은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고 여하튼 생존자 숫자보다 건물이 더 많은

상황이라 주거지역에는 큰 문제는 없어보여. 간간히 공원이나 그런 곳에 뭔가

농작물을 제배하는 모습도 보이고."

" 윗선은?"

" 우리를 경계한다거나 그런 모습보다 다시 이곳이 일어서기를 바라는 모습이

많이 보였어. 뭐 전부는 아니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제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곳도 있다는 정보야."

" 하긴..."

" 대령님은?"

" 뭐.. 비슷한 보직에 계신 것 같아."

" 이곳 생존자 숫자는 얼마나 되는 상황이야?"

" 1만 정도."

" 워.. 상당한데?"

" 놀라운 사실은 강 건너에도 그 정도 되는 생존자가 있다는 상황이야."

" 응? 강 건너는 방벽이 없는 곳인데?"

" 감염체들이 한 번 남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상황이니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뭔가 집단을 이뤄서 생활하고 있다더라."

" 왜 그들은 이곳으로 안 오는 거야?"

" 이곳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인원이거나 이미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생활

하고 있는 집단이라 굳이 넘어올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겠지."

" 그들이 이쪽에 가하는 위협은?"

" 상당한 수준은 아니지만 몰래 강을 건너와서 생필품이나 식량. 무기등을

훔쳐가는 경우는 있다더라. 무기 같은 경우는 경비가 삼엄한 곳이라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일반 가정집이나 생존자 구역을 돌며 털었나봐."

" 흠... 이곳이 어떻게 보면 제일 위험하네. 강 건너에 바로 있으니."

" 그들도 눈이 있으니 여기 지내는 인원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겠지."

" 미리 걱정부터 하지 말자. 우선은 이곳에서 적응하는게 우선이니."

" 그나저나... 한강물이 이렇게 깨끗했나?"

" 그러게.."

바로 앞에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여름이면 간간히 그늘 막을 설치하고 놀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한강물은 굉장히 더러웠던 것으로 기억했다.

" 뭔가 오염물질이 없으니..."

" 물고기 먹어도 될까?"

" 고작 일 년이 지났는데 너무 무리 아닐까?"

" 그럼 저기서 낚시하는 인원은 뭐지?"

" 어라?"

멀지 않은 곳에서 낚싯대를 설치하고 낚시를 하는 인원이 보였고 나와 박 중사는 낚시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실례합니다."

" 네?"

당황한 표정과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남자는 다가가자 그 변화가 확연하게 눈에 보였다.

" 저.. 저희가 이번에 여기 새로 오게 됐는데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여서..

혹시 여기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나 해서요."

" 아.."

우리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는지 금새 표정을 풀고 우리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었다.

" 처음에는 못 먹을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네요. 주변에서도

간간히 와서 낚시를 해서 잡아가는데 탈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네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1급수에서 사는 물고기도 잡힌다고 하니 먹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 아.."

" 요새 새로 구출되어 온 생존자들이 많던데 그 분들 중 한 팀인가 보군요?"

" 네? 네.."

" 하아.. 세상이 어찌 되련지...다행히 지금은 서울도 많이 나아졌죠. 처음에는

다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데."

" 처음부터 계셨나 봐요?"

" 그럼... 처음에 다들 서울에서 도망칠 때부터 있었지. 저기 보이는 건물에서

지냈는데 신기하게 감염체가 물을 무서워해서 그런지 넘어올 생각을 하지 않더

라고."

아저씨가 생활하고 있는 건물은 예전에는 한강 지구에 몇 개 씩 있는 선상 레스토랑이었다. 물 위에 지어진 건물이니 다리를 건너서 들어가야 하는 구조인데 감염체들이 피했던 모양이었다.

" 다행이네요."

" 뭐 덕분에 주변에서 식량이나 생필품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지. 다시 군인들이 몰려와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이제 죽는구나

했는데 군인들이 몰려오고 자리를 잡으면서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 네.."

" 자네들도 운이 좋은 편이야. 처음에는 여기도 엉망이어서 다들 강 건너로

넘어가서 자기들 살길을 찾았으니."

" 그랬군요."

" 많이 잡으셨네요?"

" 오늘은 입질이 좋구만. 자네들도 몇 마리 가져가게나. 이것도 인연인데."

"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힘들게 잡으신건데."

" 아니여. 우리는 식구가 몇 없어서 다 먹지도 못 하고 지금까지 잡아서

저장해 논 것도 있어서 가져가게나."

" 감사합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제법 씨알이 굵은 녀석으로 몇 마리 얻어 배로 돌아왔고 뜻하지 않은 횡재로 인하여 은혜와 미란이가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 오오! 생각보다 물이 깨끗한가 봐요?"

" 응. 겉보기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이고 옆집 아저씨는 지속적으로 드셨는데

별 문제가 없으니 먹어도 되겠지."

" 매운탕이나 끓여 볼까요."

" 좋지!"

" 아. 재원아 잠깐 할 말이 있는데.."

" 응?"

" 여기서는 그렇고 밖에서 하자."

" 알았어."

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박 중사의 표정으로 보아 가벼운 이야기는 아닌 듯 싶었다. 배에서 내려 땅을 밟아 배에서 어느 정도 떨어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 무슨 일이야?"

" 흠... 알다시피 부대장하고 우리.. 수색조인건 알지?"

" 응. 뭐 말은 감염체 제거라고 했지만 수색조에 가깝다는?"

" 맞아. 그래서 말인데."

" 알았어."

" 응?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 같이 움직이자는 말 아냐?"

" 맞..맞아.."

" 뭐 배의 안전만 확보 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어."

" 간단하다?"

" 뭐 당연한거 아니냐? 뭘 그렇게 어렵게 말해?"

" 아니..."

" 참네."

나는 박 중사의 등을 두드리며 말을 했고 뒤돌아 다시 배로 들어가려는데 가만히 서 있던 박 중사가 말을 했다.

" 문제는 우리가 수색해야하는 쪽이 감염체가 아니라... 강 건너에 있는

생존자라는 것이 문제야.."

" 뭐?"

내가 등을 돌려 놀라 박 중사를 바라봤고 난감한 표정의 박 중사의 얼굴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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