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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87화 (186/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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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난 몇 초간 박 중사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 어째서 감염체가 아니라 생존자를 감시하는 임무를 하게 된 거야?"

" 위에서는 그 집단의 아지트가 강 건너 북쪽 구역에 있다고 생각하나봐.

뭔가 제반 사항이 있는 지역에서 일을 꾸며야 하는데 그 정도 설비는 국내에

몇 곳 되지도 않고 현재 서울의 공격이 시들해졌다는 것이 그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 아무리 그래도 생존자를 수색하는 것도 아니고..."

" 한 동안 대형 감염체를 포함한 변종 감염체의 공격이 뜸해진 상황이라더군.

덕분에 서울 외벽 설치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고 안전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구역이 많이 확보된 상황이고."

" 일반 감염체는 무리 없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니 더 큰일을 막을

생각이라.. 그런데 그 집단의 아지트가 왜 강북지역에 있다고 생각하지?"

" 모르지. 윗선에는 가장 유력한 구역이라고 생각하니까 강북지역부터

수색을 하라는 것이겠지."

" 그래서?"

" 며칠 뒤에 팀을 꾸려서 수색을 시작할 예정이야. 우선 나와 김 중사. 그리고

부대장과 재효. 너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

" 최고의 팀이군. 기태는 어쩌고?"

" 기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봐. 보미가 걱정이 많겠지."

" 그런 의미에서 나도 보류."

" 응? "

" 나도 은혜 생각도 해야지. 솔직히 내가 하는 행동은 너무 위험하니까."

" 신중해지기로 한 거야?"

" 신중이라... 신중..."

" 여하튼 우리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니 너도 정리되면 말해줘."

" 응."

나는 배에서 내려가는 박 중사를 보고 몇 분을 먼 산을 바라봤다. 내가 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자 걱정이 됐는지 내 뒤에서 걸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 뭘 그리 고민해요?"

" 그냥..."

내가 웃으며 말하자 내 옆에서 팔짱을 끼고 살며시 내 옆으로 기대오는 은혜의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음 편히 씻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저런 미모를 유지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 저 혼자 두는 것이 불안해요?"

" 응?"

아무래도 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혼자 두는 것이 불안한 것도 있지만 계속해서 이런 생활이 반복되는 것이 더 두려웠다. 자의보다 타의로 옮기고 정확한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이 더 걱정인 상황이 끔찍하게도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할까?"

" 네?"

" 처음 이 사태가 일어나고... 카라반을 이용해서 도망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계속해서 옮겨 다니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하지만 몇 번

안전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지키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적도 없고."

" 그건 자기 탓이 아니에요."

" 글쎄.. 내 의지가 약해서 일까?"

"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지금까지 잘 꾸려 왔잖아요."

" 그렇게 생각해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 우리가 고마워해야하는데요. 다들 말은 안하지만 자기에게 고마워하고

있어요."

" 하아.."

생각해보면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위기상황에는 운 좋게 넘긴 경우가 대부분이 엇고 제대로 싸워서 이긴 적도 별로 없었다. 혼자 지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숙소는 다른 생존자에 비하면 호화롭기 그지없었다. 지금 상황만 봐도 그랬다. 솔직히 서울에서 지금 우리가 지내고 있는 보트보다 호화롭고 정비가 잘 되어 있는 집이 얼마나 될까.

" 뭘 그렇게 또 생각해요?"

" 응?? 아.. 미안.."

" 에휴...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요."

살며시 웃으며 이야기하는 은혜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난 은혜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이야기 했다.

" 그래야지. 덕분에 조금은 가벼워졌어."

" 제가 뭘 해준 것도 없는데요."

" 그럼 박 중사에게 말을 해야지.."

" 그래요."

" 응?? 알고 있었어?"

" 뭐 박 중사 오빠라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뻔하니까요."

" 가끔 보면 정말 무서울 때가 있단 말야."

" 훗. 여자의 감을 무시하면 안 되죠."

" 아무렴요!"

은혜는 내가 조금 전에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해주고는 배 안으로 들어갔다.

" 훗.. 이래서 세계는 남자가 지배하고 그 남자는 여자가 지배한다는 소리가

나온거구만."

난 배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앞으로 지내야하는 곳이니 주변을 살필 필요성이 있었기에 천천히 육지 땅을 밟았다.

" 흠.. 간단한 채소 정도는 직접 재배를 하는 상황인가? 도로는 제대로 정비가

되어 있네."

한강 위에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는 상당히 말끔해진 모습이었다. 도로 중간 중간에 떨어진 탄피들이 예전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 생각 정리는 끝낸 것 같네?"

" 응."

뒤에서 박 중사가 나를 보고 말했고 나는 방향도 돌리지 않고 대답을 했다. 하늘에서는 간간히 헬기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고 그런 헬기가 지나간 자리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 기태는 뭐라디?"

" 기태도 같이 한다고 했어."

" 역시. 그럼 최강의 팀이 뭉친 건가?"

" 아마도."

" 숙소는 따로 정해준다던데 너는 어디서 지내기로 했어?"

" 바로 앞 아파트."

" 왜? 배에서 그냥 생활하지?"

" 그냥.."

멋쩍게 웃는 걸 보니 뭔가 사정이 있어보였다. 덕분에 지금 배에는 나와 기태 재효 커플이 생활하게 되었다. 전부 들어와 있어도 넓은 상황인데 그마저 남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니 더 휑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박 중사와 김 중사는 우리가 정박한 곳에서 멀지 않은. 걸어서 약 5분 정도 되는 거리의 아파트에 자리를 잡았고 그 아파트에는 우리 팀 외에도 여럿 팀의 수색부대가 모여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 아파트 앞에는 탄약 창고와 차량의 간단한 정비가 가능한 정비소와 그 외 수색에 필요한 물품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박 중사의 설명으로 현재 서울의 정확한 상태에 대하여 알 수 있었다.

" 현재 여기와 여기. 그리고 이 지역에 생존자들이 생활하고 있어. 여기와 여기는

군부대가 생활하고 있고 주력 도로들은 대부분 정리가 된 상황이야."

" 그럼 강북 상황은 어떤가요?"

"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상당수의 생존자들이 있다는 정보야. 현재까지 확인된

곳은 여기. 여기 정도야."

" 생각보다 많은 구역이군."

박 중사가 알려준 곳은 내가 알기로는 주택지역이 밀집된 곳이었다.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이 굳이 강남 구역의 생존 구역을 놔두고 굳이 어렵고 힘들게 강북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이었다.

" 왜.. 강북지역에서 계속 생활하는 거야?"

"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지금까지 무너진 경우가 많으니 더 이상 군대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 크지."

" 흠..."

" 서울에서도 굳이 강제적으로 이주를 권장하지 않고 있어. 어차피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오는 다리는 여기와 여기. 두 곳이 전부고 넘어오는 인원은

막지 않고 있어."

" 그래도 꽤 오래 살아 남았네 다들."

" 인간의 생존력이란 대단한 것이니."

"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 현재 그 집단의 본거지로 예상 되는 곳은 총 10군데야. 지금까지 총 3곳의

수색이 끝난 상황이고."

" 생각보다 많지도 않지만 생각보다 수색의 속도가 더디네?"

내가 중얼거리며 물었고 박 중사는 내 물음에 대답을 해 주었다.

" 수색 구역이 워낙 넓고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마지막 수색이

이 곳이었는데 이동에서 수색을 끝내기까지 총 보름이 걸렸다고 하더라."

" 오래도 걸렸네."

" 피해는 없었나?"

" 감염체의 공격이 있기는 했지만 많은 수는 아니고 그 지역에서 떠나지 않은

소수의 감염체로 보여."

" 여기도 슈트를 입은 인원이 있나요?"

" 응. 우리가 입은 것보다 배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쓸만한 슈트가 보급

되어 있어. 우리처럼 힘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감염체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호복에 가깝지."

" 역시.."

" 우린 언제부터 수색에 참여하게 되지?"

" 이틀 후."

" 생각보다 빠른데? 지급되는 무기는?"

" 인원 당 소총 한 자루와 탄약 300발. 권총 한 자루와 탄창 두 개. 소소한

대검이나 그 외 물품을 받아왔어."

" 생각보다 적네?"

" 소총을 사용해서 감염체를 제거하는 곳은 방벽이 설치된 외각이야. 어차피

그곳이야 소음이 나도 상관없지만 제대로 된 방어책이 없는 곳에서의 소음은

감염체의 공격을 부채질 하는 꼴이니."

" 우리 수색지역은 어디야?"

" 여기서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이야."

박 중사가 찍은 곳은 예전에 대학교가 있던 곳이었다.

" 어째서 이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 연구 시설이 제법 잘 설치되어 있는 곳이고 다른 곳에 비하여 감염체의

숫자가 높은 지역이라 그래."

" 젠장..."

감염체의 숫자가 많다는 말에 기태가 중얼 거렸다.

" 현재 군 소속은 나와 김 중사가 전부야. 재원이와 기태. 재효는 일반 생존자

소속으로 우리를 도와주는 형태야. "

" 그런데 군 소속과 일반 생존자 소속이 뭐 다른 점이 있어?"

기태의 물음에 약간은 어두운 표정으로 박 중사가 말을 했다.

"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하던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예전처럼 또 감염체가

밀고 들어오면 최우선 적으로 후퇴하는 것이 군 소속이라고 하더라."

" 감염체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고 후퇴?"

" 전부 후퇴하는 것은 아니고 앞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고 후방 부대는 전부

다른 구역으로 이동을 한다더라."

" 막아봐야 막히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나보군."

" 뭐..."

"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

" 모르지. 카더라 통신이니."

그래도 아예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박 중사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했다.

" 우선 내일을 다들 휴식을 취하고 이틀 후부터 이동을 시작할 예정이야.

이동 시간은 오전 8시. 예상 작전 시간은 10일."

" 10일 이나?!"

" 뭐..뭐야?!"

다들 예상보다 훨씬 긴 작전 시간에 놀랐다.

"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 왕복 이동에 2일. 근처 수색에 7일 예상이야."

" 그럼 그 지역에서 일주일이나 지내야 하는 거야? 아무런 방호장비도 없이?"

" 응."

" 다들 이런 식으로 그 집단의 본거지를 찾기 위한 수색을 한거야?"

" 응."

" 대단하네. 캠핑카도 없고."

" 차라리 버스를 개조해서 다니는 것이 안전하겠다."

" 그래서 개조된 버스로 이동하니까 너무 걱정마."

" 아..."

" 그나마 다행인가?"

" 너무 기대는 하지마. 그래봐야 장갑을 덧대고 내부에 의자를 전부 제거

한 정도니까."

" 그래도 그게 어디야."

" 차량은 언제 도착인데?"

" 출발 한 시간 전에."

" 그럼 작전을 짜고 움직이면 되나?"

" 오늘은 다들 들어가서 쉬고 내일 정오에 모이자."

" 그래.."

다들 긴 시간의 박 중사 설명을 듣고는 각자의 숙소를 향해 문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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