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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89화 (18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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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강남 지역을 벗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다리를 넘어가기 전에 검문소에 들러 간단한 명령 전달문서를 확인하고는 비교적 쉽게 강북지역으로 갈 수 있었다. 넘어가는 다리는 한 눈에 봐도 엄청난 양의 부비트랩과 방호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 대단하군. 화력을 완전히 집중시켰네?"

" 초소 인원도 상당한데?"

" 예전 공항과는 다른 모습인데? 감시 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 남은 장갑차량은 모조리 끌고 온 모습인데?"

다리는 넘어 강북지역에도 인원과 차량들이 지속적으로 순찰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감염체가 공격해 온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 생각으로 인원을 배치한 것 같았다. 돌아다니는 인원의 무장 상태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 무장이 엄청나네."

" 저 군장 안에는 탄약이 들었나? 모양이 이상하네."

" 무시무시하네."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우리 일행을 보고 약간은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지나쳐 더 이상 순찰하는 인원과 장갑차량이 없는 곳까지 들어갔다.

" 난감하군."

" 이래서야.. 왜 작전 시간이 긴지 알 것 같네."

강남지역과 다르게 강북지역의 도로 상태는 엉망이었다. 버스 앞의 장갑 상태가 두꺼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몇 대 정도는 밀고 나갈 수 있었지만 그도 오래가지 못했다.

" 난감하군."

" 다른 길은 없는 겁니까?"

" 다른 길도 상태가 비슷할 것 같은데?"

" 하아.."

도로 한 가득을 점령하고 있는 이제는 더 이상 움직일 생각이 없는 차량들을 보고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 정리 좀 할까?"

" 우선 다른 길을 찾아보죠. 괜히 힘 빼지 말죠."

부대장의 말에 박 중사가 동의 했다.

" 시간적 여유도 있고 아직은 첫 날이니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 그나저나 이런 곳에서 생존자들이 살아남았다니. 정말 대단한데?"

" 어느 정도 감염체가 정리 됐다면 오히려 유리할 것 같은데? 구조도 복잡하고

근처에 인구 밀집지역에 마트도 엄청나게 있으니 말야."

김 중사가 폐허로 변한 마트를 보며 말했다. 기태도 주변에 생존자의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예상외로 생존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버스는 우회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다른 길도 상태는 비슷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완전히 돌아갈 것 같았다.

"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끝도 없겠는데?"

" 골목길은 무리겠지?"

" 괜히 들어갔다 감염체라도 만나면 끝장이야. 단순히 길이라도 막히면 돌아가는

것도 버거워."

운전을 하고 있는 박 중사가 말했다. 우리 일행 중 유일하게 대형 면허 소지자다 보니 박 중사가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인원이라고 못 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경험이 있는 박 중사였지만 골목길 후진은 버거운 모양이다.

" 천상.. 이 길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라..."

내가 몸을 풀며 중얼거렸다.

" 어쩔 수 없이 힘을 써야하는군."

" 도와줄까?"

" 응. 가능한 조용히 처리해야하니."

나와 박 중사. 그리고 재효가 버스에서 내려 널브러져있는 차량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차량들 사이에는 수많은 감염체의 시신들이 보였다. 처음 사태 발발이후 시간이 꽤 흘렀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모습이었다.

" 이 정도면 되나?"

" 응. 이정도면 지나갈 수 있겠다."

" 이제 내려와."

" 오케이!"

버스 위에서 주변을 살피는 김 중사를 보고 말했다.

" 역시 대단한 팀입니다."

" 뭘.. 별 말씀을. 그나저나 그 흔적이란 것은..?"

차량 인수자가 말했던 흔적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천천히 이동하면서 들을 생각이었다. 부대장은 운전자석 뒤쪽에 설치된 탄약 통 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 뭐. 그 흔적이라는 것은 별 것이 아닙니다. 뭔가 유전자 조작에 필요한 장비나

그런 실험실에서 최근에 사용 흔적이 있는 곳을 찾으면 됩니다."

" 그 서류가.."

" 네. 저라고 전부 아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장비 목록이나

실험이 가능한 곳의 위치입니다."

" 흠.."

김 중사는 천천히 서류를 살폈지만 자신도 아는 내용이 아니니 점점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 봐도 모르겠는데?"

" 부대장님은..?"

" 저라고 뭐 알겠습니까? 그냥 그림보고 형태만 보고 외운 정도지요."

" 그럼..  최근의 사용 흔적이 있던 연구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군요."

" 이 속도라면 오늘 안에 도착하기는...힘들 것 같네."

" 응?"

" 어라?"

박 중사의 말에 전면을 보니 또다시 도로 한 가득 차량이 널브러져 있었다.

" 젠장..."

" 에라이..."

" 하아.."

다들 또다시 버스를 나서 차량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제법 소요됐다. 워낙 많은 차량들이 몰려 있었고 그 길이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형 트럭이나 장갑차량도 몰려 있는 바람에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다.

"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군요."

" 이래서야 원..."

다들 버스 위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서 말했다. 아침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몇 번이나 힘을 써서 인지 다들 꽤 허전해 했기에 부대장이 식사 후에 움직이자는 의견을 냈고 다들 동의하며 버스 위에서 식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먹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이동 중에도 가능하면 에어컨 작동을 자제했다. 연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중간에 연료라도 부족하면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덥다..더워..."

" 그래도 그늘은 시원하네."

" 같은 여름인데...예전과 너무 다른 여름이네."

" 일 년 사이..꽤 많은 변화가 있구나. 생태계도."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말했다. 식사를 끝내고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는 부대장이 일어나며 말했다.

" 이동하죠."

" 으쌰!"

나는 엉덩이를 털며 버스 아래로 내려갔고 운전석에 앉은 박 중사는 버스에 시동을 걸고 이동을 시작했다.

" 그만."

" 응?"

" 차량을... 한적한 곳에 세우고 시동을 꺼."

" 왜? 왜그래 기태야?"

" 감염체. 숫자는 많지 않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

" 등화관제 작업을!'

" 넵!"

버스 내부의 창문은 교차적으로 장갑이 덧대 있기 때문에 창문이 설치된 곳에 두꺼운 암막커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야간이나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버스 전면에도 설치된 커튼을 치고 버스 내부에 설치된 잠망경으로 기태가 말한 위치를 살폈다.

" 일반 감염체. 숫자는 약 백. 거리 400."

" 제거 합니까?"

" 아닙니다. 발각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가게 두죠."

" 내 창으로 전부 제거 할 수 있는데 굳이 보내주는 이유가 뭐죠?"

내가 창을 쥔 채로 말했다. 숫자가 적다면 오히려 훗날을 위해 제거하는 편이 좋은데 부대장은 반대하고 나섰다.

" 불필요한 전투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 하지만 강북지역에도 생존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약간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제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목소리를 무겁게 하고 말했다. 부대장의 표정도 좋지 못했고 다른 인원들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 부대장님?"

" 하아..."

부대장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부대장은 내게 말했다.

" 제거... 허락합니다."

" 그럼..."

" 너 혼자 나갈 생각은 아니지?"

" 참네.."

내가 창을 쥐고 버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박 중사가 말을 했다. 난 웃으며 박 중사를 바라봤고 버스 위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기태와 부대장이 대기하고 있었고 재효도 무기를 챙겨 버스를 나섰다.

" 푹!!"

" 쿵!"

" 흠..."

" 생각보다...너무 쉬운데.."

" 뭔가 이상하기도 하고..."

" 보통은 우리가 공격을 하면 우리 쪽으로 몰려오는 오지 않았나? 오늘은 왜

자기들 갈길 가는 거야? 쫓아가면서 제거하는 상황이 웃긴데."

우리가 공격을 해도 감염체는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뿐 우리를 보고도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 부대장님. 뭔가 알고 계시죠? 그래서 우리가 감염체를 제거하는 것을

반대했죠?"

" ...... "

내 물음에 부대장은 말이 없었다.

" 하아..."

부대장은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 감염체들이 점점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이 버틸 수 있었고."

" 네?"

" 예전과 다르게 인육을 탐하거나 누군가의 명령을 받으며 움직이는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덕분에 부대에서 감염체 제거에 속도를 올리고 있죠. 지금

이 순간이 기회니까요."

" 그런데 왜 굳이 이런 사실을 숨겨야 하죠? 오히려 좋은 상황 아닌가요?"

감염체의 움직임이 더 단순해졌고 공격조차 할 의지가 없다면 지금이 기회인데 왜 공격이 아닌 방어에 치중하는지 의문이었다.

" 저런 감염체가 있기는 하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섣부르게 공격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 공격의지가 없다기보다 어디론가 모이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 마치 예전에

인공지능이 떨어지는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을 보는 것 같네. 중간에 공격을

받아도 컨트롤 하는 존재가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는다면 갈 길을 가는 것

처럼."

" 맞네.."

" 누군가.. 아니 그 집단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군."

" 그래서 그 집단의 흔적을 찾아 이 상황의 근본을 제거하겠다는 생각이군."

" 맞습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 원인을 제거하면.. 생존자에게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

" 네. 뭐 그 집단에 스파이가 저희 쪽에만 심어져 있는 것도 아니라서."

" 저희 쪽에서 심어진 스파이도 있군요."

" 스파이라기보다 전부 배신자죠."

부대장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상황을 대충 이해한 우리 일행은 다시 버스에 타고 부대장에게 말했다.

" 저희와 팀이라고 하면... 앞으로는 솔직해 지셔야 할 것입니다."

" 네. 처음부터 숨길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적당히 설명할 때가 없었을 뿐."

" 이해합니다."

"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적당한 곳에 버스를 주차하고 쉬죠."

박 중사의 말에 우리는 주변을 살피며 적당한 곳을 찾았다. 마침 작게 마련된 공원이 보였고 구석에 주차를 하고 비교적 가벼운 복장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런 행위가 가능한 이유는 감염체 레이더 같은 존재인 기태와 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힘든 하루는 아니지만 지친다."

" 네가 지치면 우리는 어떡하냐?"

" 쳇."

부대장도 가벼운 복장을 하고 우리가 모여있는 곳으로 와서 앉았다.

" 맥주 한 잔 하시겠습니까?"

" 네에?!"

" 맥주가 있습니까?!"

" 보관상태가 좋아서 운이 좋다면 마실 수 있겠죠."

부대장은 버스 내부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맥주 몇 캔을 꺼냈다. 제일 먼저 달려간 것은 김 중사였고 부대장의 손에서 뺏다시피한 맥주를 따서 단숨에 입에 넣었다.

" 크아!!! "

" 왜?!"

" 왜 그래?!"

고개를 들고 고함을 지르는 김 중사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다들 소리쳤고 김 중사는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말했다.

" 맛있어..."

" 하아... 빌어먹을.. 놀래라.."

" 젠장...나도 하나 줘봐."

" 부대장은 어디서 이런 걸 구한건가요?"

" 뭐.."

멋쩍게 웃는 부대장의 표정을 바라보며 우리는 맥주 한 캔씩을 입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강남 강북은 단지 강의 남쪽. 강의 북쪽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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