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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재효는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고 박 중사도 한 곳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부대장은 버스 위에 올라가 주변을 살폈고 나는 버스를 나서 주변을 살폈다. 이미 인간의 손길이 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광경을 계속해서 보다보니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 사각...사각..."
무성한 잡초를 밟으며 걷고 걸었다. 주변에는 감염체와 생존자의 존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거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고 낮에 있었던 감염체의 움직임이 이유일 수도 있었다.
" 하아... 공기는 좋네."
예전의 탁한 공기는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약하게 부는 바람 틈 사이로 풀 냄새가 가득했다.
" 툭...툭...툭..."
" 응? 빗방울?"
조금 전까지 맑은 하늘이었는데 해가 지고 나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버스로 돌아갔고 버스에 타기 시작한 순간부터 빗줄기는 점점 강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커튼 틈사이로 보이는 밖의 광경은 하늘에서 물을 쏟아 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예전부터 느꼈지만 뭐 비가 왔다하면 들이 붓네."
" 시야가 너무 짧아서 위험한데.."
" 진짜 한치 앞도 안 보이네."
" 겨우 10여 미터 정도만 보이네."
" 계속 이동할까요? 부대장?"
" 천천히.. 이동을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계속 한자리에 머무르기에는
위험부담이 큽니다."
" 알겠습니다. 그럼 천천히 이동하죠."
박 중사는 버스의 시동을 켜고 와이퍼 작동 속도를 최대로 한 후에 천천히 움직였다. 분명 해가 뜬 시간인데 하늘은 무척이나 어두웠고 빗줄기 속을 헤치며 나가는 전조등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 무시무시하네."
" 도대체 왜 비만 내렸다하면 이 모양이야."
다들 한마디씩하며 투덜거렸다. 부대장도 난처한 듯 말을 했다.
" 주변 건물이나 지금 현재 위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니 이동할 방향을
잡는 것도 쉽지 않군요."
" 제대로 가고 있냐?"
" 내들 아냐. 그냥 방향만 잡고 가는 거야."
내 말에 박 중사가 중얼거렸다. 이런 시야에 제대로 길을 잡고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니 방향만 잡고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잘못 간다면 우리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부대장이 부대에 무전을 해서 현재 상황을 알렸고 그쪽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지 작전 일정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았다.
" 우선 현재 위치에서 시야가 확보 되는대로 이동을 시작하죠."
" 네."
" 하암... 일정에도 없던 휴식인가?"
" 내가 주변을 경계 할테니 다들 쉬어둬."
기태가 운전석에 앉으며 말했다. 다들 차량 뒤편에 마련된 의자와 간이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나도 한 구석에 쪼그려 누워 잠을 청했고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흐음?"
버스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운전석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빗줄기가 약해진 모습이었고 버스는 속도를 내어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 다행이 도로 상태는 양호하네."
"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 지도상으로 본다면.. 앞으로 3km정도 남았네."
" 얼마 안 남았군."
" 슬슬.. 긴장들 하시고.."
각자 무기들을 챙기고 버스를 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 문이 제대로 잠기는 것을 확인한 후에 목표 건물에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제법 큰 병원으로 보이는 건물인데 정확한 용도는 알 수가 없었다.
" 우선 외관 상태를 보니 사용한 흔적은 없습니다."
" 혹시 모르니 내부로 진입합니다."
" 텅!"
문에 설치된 자물쇠를 부수고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창문이 없어 무척이나 어두웠고 손전등을 이용해 주변을 세심하게 살폈다. 다른 통로가 없다면 아직까지는 최근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 좀 더 아래로 내려가겠습니다."
" 네."
부대장의 말에 지하로 내려갔다. 다들 손전등과 무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고 지하로 내려가니 위층과는 다른 상태였다.
" 생각보다 깨끗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흔적이 지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위층과
비교한다면 사용된 흔적이 보이는군요."
"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있네요. 확실히."
" 여기 좀.. 보시는게.."
재효가 떨리는 목소리로 방을 수색하던 중 우리를 불렀다. 꽤 두꺼운 철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자 처참한 광경이 눈에 보였다.
" 뭐..뭐야?"
" 도대체 뭘 한 거야 여기서?!"
벽에는 이미 생명력을 잃어버린 감염체들이 고기처럼 걸려 있었고 대형 감염체도
보였다. 동물을 보관한 우리로 보이는 철창에는 죽은 동물들이 썩어가는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다. 다른 철창에는 팔다리가 잘린 감염체가 몸통만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는 잘린 팔다리와 목이 잘린 시신이 널려있었다.
" 대단하군. 여기가 연구실 본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뭔가를 했다는 것은
확실하네."
" 급하게 떠난 건가? 제대로 정리한 모습은 아닌데?"
" 저희에게는 좋은 상화이죠. 우선 출입구를 확인하고 몇 명만 방안을 수색하죠."
" 흠.."
" 나랑 기태가 출입구를 지킬게. 재효와 김 중사 박 중사가 방안을 살펴줘."
" 응!"
" 15분 안에 나갈 예정이니 빠르게 뒤져."
" 오케이!"
김 중사와 박 중사는 서랍과 책상을 뒤집으며 서류나 뭔가 중요하게 보이는 서류들을 챙겼고 재효는 누구의 피로 보이는 샘플들을 가방에 쓸어 담았다.
" 이제 나가야...어라?"
" 왜?!"
내가 나가야 된다고 외치는 순간 복도 끝 문틈에서 불빛이 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 누군가 있다!"
" 철컥!"
" 챙!"
각자 들고 있는 무기를 잡고 천천히 복도 끝 방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지나가는 방 마다 문 상태를 확인하고 재효와 김 중사가 뒤를 봐주고는 내가 제일 앞장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 내가 방문을 열테니 확인해."
" 응."
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박 중사가 문을 힘차게 열었고 난 빠르게 방안으로 들어갔다.
" 흠.."
" 앵?"
예상과 다르게 방 안에는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방이었다. 누군가 여기서 생활은 했던 것인지 침구류와 간단한 옷들.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보였다.
" 어... 여기 불이 켜진다는 것은.."
" 다른 곳도 불이 들어온다는 말이군."
" 우린 왜 불을 켤 생각을 안했을까?"
" 쳇... 김 중사. 이 건물에 전기가 들어온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줘."
" 정말? 알았어."
박 중사의 무전에 김 중사가 대답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 자가 발전기가 돌고 있는 건가?"
" 아마도.."
" 여기에도 서류와 책이 있으니 챙겨두자."
" 우리가 본다고 뭘 아나? 다음에는 알 만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좋겠는데?"
" 그런 사람들이 현장에 나오려고 할까? 절대 안 나올걸."
" 하긴.."
다행스럽게 건물 지하에는 감염체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빈 방들에는 물건들을 챙겨 나간 흔적들이 있었고 몇 개의 방은 처음 봤던 광경들의 연속이었다.
" 변종 감염체도 있고. 동물이 감염된 것도 있네."
" 그래서 처음에는 없던 변종 감염체들과 동물 감염체가 나타난 것이군."
" 척 봐도 이정도 정보로는 치료약은 턱도 없겠네."
" 뭘 기대하고 온 것도 아닌데."
지하 몇 층을 더 내려갔지만 텅 빈 방뿐 이었다. 아마도 철수 중에 무슨 일이 생겨 지금 우리가 있는 층만 제대로 철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았다.
" 본부에 무전하게?"
" 우선은. 여기서 특별히 발견된 것은 없다고 해야지."
" 두 번째 수색지역은 어딘데?"
" 여기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하는데.."
" 한 눈에 봐도 도로 사정이 썩 좋은 편은 아니군."
" 하아.."
우리가 가야하는 방향의 도로에는 버려진 차들로 한 가득이었다. 차량뿐만 아니라 무너진 건물도 보였다. 이 지역에서는 그래도 꽤 큰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장갑차와 전차. 그 외 군부대에서 쓸 법한 무기와 장비들이 보였다.
" 휘잉..."
비가 온 후라 푹푹 찌는 더위를 식혀주는 듯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 군복을 입은 감염체도 보이네."
" 지금까지 본 군복 감염체 중에 계급이 제일 높네."
" 그러게."
계급장을 보니 대령이었던 감염체가 두 팔도 없이 어슬렁거리며 도로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병사들이 호위라도 하는 것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박 중사와 나는 헛웃음을 보였고 우리가 갈 곳의 다른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비록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은 네비게이션이지만 지도를 보는 것은 문제가 없었기에 비율을 줄여가며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 이 길도 막혔다면 진짜 많이 돌아가야 하는데."
" 돌아간다고 해도 그 길이 온전하다는 보장이 없어."
" 난감하군."
" 다른 길은 전혀 없어?"
" 우선은... 이 길이 최선일 것 같다."
" 그럼 움직이자."
" 제발 길이 멀쩡하길."
기태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버스에 올라탔고 운전석에 앉은 박 중사는 버스의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한 도로에 진입도 하기 전에 크나큰 장애물이 우리를 막고 기다리고 있었다.
" 이런. 젠장!!"
" 뭐야?!"
" 하아... 기태 너랑 나랑은 뭐한거야?"
" 분명 이 정도 숫자의 느낌은 아니었는데?"
" 저 많은 감염체는 뭐로 설명하지?"
6차선 도로 버려진 차들 사이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감염체의 모습이 보였다.
기태와 나도 주변에 감염체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 정도 숫자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 다행히 우리는 알아차..렸구나."
" 튀어!"
" 돌아! 돌아!!"
" 알아! 안다고!!"
우리는 운전하고 있는 박 중사에게 소리쳤고 박 중사는 급하게 버스를 돌려 유턴을 시도했다. 유턴에 방해가 되는 차량은 그냥 밀고 움직이면서 방향을 틀어 움직였다.
" 하아.. 일반 감염체니 망정이지..."
" 그것도 아닌 것 같네."
" 응?"
사이드 미러로 뒤를 보던 박 중사가 말을 했다. 나와 기태는 버스 위로 올라가 뒤따라오는 감염체를 바라봤다.
" 대형 감염체군."
" 그런데 왜 존재가 느껴지지 않지?"
" 우선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따라오는 저 녀석인데."
" 저 속도로는 이 버스를 따라잡긴 힘들어."
점점 멀어지는 감염체를 보고 뒤이어 올라온 김 중사가 말을 했다. 멀쩡한 놈은 아닌 듯 쩔뚝거리면서도 잘만 뛰는 모습이었다.
" 본부에 무전이라도 해봐. 길이 없으니 다른 명령을 내리라고."
"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부대장이 무전 한다고 했어."
김 중사의 표정은 뭔가 힘이 없어보였다. 오랜 시간의 피난 기간이 그를 지치고 힘들게 한 것인지 요 근래 점점 의욕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제는 그냥 넘어갈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후 버스는 한적한 곳에 주차를 했고 밑에서는 박 중사의 무전소리가 들렸다.
" 현재 목표지점까지 도로가 모두 막힌 상태입니다. 다른 명령을
기다리겠습니다."
부대장은 무전을 끝으로 무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한 시간 후에 무전 준답니다.."
" 쩝.."
" 뭐라도 먹자."
" 그래."
박 중사의 말에 우리는 간단한 식사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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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소설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