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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91화 (19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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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우리가 식사를 하는 중간에도 김 중사는 식욕이 없다는 이유로 버스 위로 올라갔다.

" 김 중사 왜 저래?"

" 글쎄? 몇 마디 해봤는데 대화를 이어갈 생각을 안 해서."

"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 고민은 누군가 있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냐라는."

" 흠."

" 아마도 혼자라서 그럴지도 몰라요."

" 응?"

재효의 말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 여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이 지낼 사람이 있는데 김 중사 형은 거의 혼자

지내왔으니까 의지할 사람이 없겠죠. 박 중사 형도 바쁘고. 김 중사 형 꽤

오랫동안 혼자 있던 걸로 아는데?"

" 맞네."

" 에구. 너무 신경을 못 썼나?"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너무 우리끼리만 뭉쳐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 주변에 여자 없냐?"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 본부대에는 여군 없어?"

" 있기는 한데.."

우리는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약속된 시간이 훨씬 지나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에서야 무전이 들어왔다.

" 뭐라고 합니까?"

부대장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고 모두의 시선이 부대장을 바라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 내일 정오에 다른 팀들이 합류한다고 합니다. 그 팀들과 같이 다른 지점을

수색하라는 무전입니다."

" 다른 팀이라.."

" 그런데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 제가 별로 좋아라 하는 사람이 아니라.."

" 아는 사람입니까?"

" 네. 뭐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부대장의 말에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버스를 한적한 곳에 주차를 하고 차량의 상태를 확인했다. 혹시 감염체로 손상된 곳은 없는지 연료나 오일이 새는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을 했다.

" 특별히 이상이 있는 곳은 보이지 않군."

" 연료는 얼마나 남았어?"

" 80%가량."

" 생각보다 많이 남았네."

" 해가 지니까 생각보다 쌀쌀해 지는데?"

" 예전에는 열대야다 뭐다 해서 방에도 더웠는데.. 세상이 변하니 날씨도

변하나봐."

" 으으... 추워.."

" 바람이 굉장히 차다."

" 감염체가 불을 무서워하니 주변에 모닥불이라도 피워둘까?"

" 큰 불이 아니라면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 예전에도 봤지만 자기 몸이 타도

그냥 밀고 들어오는 녀석도 있더만."

" 맞는 말이야. 오히려 우리 위치만 알려주는 꼴이야."

" 쩝.."

재효의 말에 다들 반대 의견을 내비치자 멋쩍은 듯 혀를 내미는 재효를 보고

살짝 웃음이 나왔다.

" 불침번은 정했으니 다들 쉬자고."

" 하암.. 내일 정오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

" 아마도... 그래야 할 것 같다.."

" 응?"

" 밖을 봐."

" 젠장.."

" 빌어먹을."

커튼을 살짝 올려 본 주변의 모습은 감염체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낮 동안 어디서 숨어있다 이제야 몰려드는지 알 수는 없었다.

" 이상하네. 우리가 크게 움직임을 보인 것도 아니고 버스 엔진 소리 때문에

저 숫자가 모이기는 힘들 것 같은데."

" 그냥 이동하는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 장전하면서 그런 소리를 하시면 크게 믿음이 가지 않는 다는 건 아시죠?"

옆에서 박 중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상황에서도 김 중사는 묵묵히 밖을 바라만 볼 뿐 말이 없었다.

" 왜 그래?"

" 응? 아니.."

내 물음에도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얼굴도 많이 야윈 모습이 뭔가 고민이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지?"

" 그러네."

" 후우.."

버스 위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나를 보고 박 중사가 말을 걸었다. 멀지 않는 곳에서 감염체들이 움직이고 있어서 담배 냄새가 난다면 분명히 이곳으로 몰려올 것이지만 바람도 많이 불고 우리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곳에 다가올 확률은 극히 적었다.

" 걱정할 수준이라고 생각해?"

" 약간은."

" 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뭐 해줄 것도 없고 저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다면 우리도 해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도 알테고."

" 하지만 김 중사는 생각보다 정신력이 약해서 걱정이긴 한데."

내 마지막 말을 끝으로 우리는 별 대화는 없었다. 망원경을 이용하여 주변을 살폈지만 감염체들은 우리의 존재를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알고도 예전처럼 모른 척하고 우리가 방심하는 상황에 공격해 올지도 모르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 이제 들어가자"

" 첫 번째 근무자가 부대장이었나?"

" 네."

" 어라? 언제 나오셨어요?"

" 조금 전에 올라왔습니다."

" 그럼 부탁 드리죠."

" 네. 푹 쉬세요."

부대장을 뒤로 하고 우리는 버스 안으로 내려갔다. 이미 재효와 기태. 김 중사는 잠이 든 모습이었고 나와 박 중사도 한 곳에 자리를 펴고 누워 잠을 청했다.

" 재원아. 일어나."

" 응?"

" 네 차례야."

" 응.. 아흠.."

내 전 근무자인 박 중사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생각보다 쌀쌀하다는 말에 겉옷을 챙겨 입고 버스 위로 올라갔다. 박 중사의 말과 다르게 기온은 크게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바람이 꽤 세게 불었기에 체감온도가 낮았다.

" 흠.. 감염체들이 떠날 생각이 없나보네."

계속해서 보이는 감염체 때문에 내일 이동이 걱정되었다. 아무리 다른 팀이 같이 이동을 한다고 해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부대장이 좋아하지 않는 팀이니 그 걱정은 더 높았지만 말이다.

"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듣는 이 없이 중얼거렸다.

" 크하!"

" 역시! 전기의 소중함이란!"

아침부터 냉장고에서 물을 먹으며 기태가 말했다. 버스에는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고 소형 발전기도 설치되어 있어 소량의 전기 사용은 가능했다. 아마도 외부에 나가는 인력에 대한 배려인 듯 서울 내부에는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외부로 투입되는 인원에게 주어지는  특권 중 하나였다.

" 다른 팀이 합류하기 1시간 전이군."

" 몇 몇 팀은 도착한 것 같은데?"

" 뭐? 도착했는데 왜 무전이 없지?"

" 아마도 주변을 살피고 있는 것 같은데."

" 부대장님. 몇 팀이나 모이는 겁니까?"

" 정확한 팀 수는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 정오가 된다면 알 수 있겠죠."

" 에라이!"

" 지금 눈에 보이는 버스만 10대가 넘고 장갑차도 보이는데..?"

" 완전히 중무장인 버스도 보인다? 우리 버스랑 너무 비교되는데?"

같은 버스이지만 다른 팀이 타고 온 버스는 외부에 우리 버스보다 더 두꺼운 장갑과 날카로운 무기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버스 천정에는 대구경 무기가 장착되어 있었고 어떤 차량위에는 거의 탱크에나 달릴 법한 포가 장착되어 있는 차량도 있었다.

" 우리만 왜 이런 모양이야?"

우리들은 속속 모여드는 다른 팀들의 차량을 구경하다보니 12시가 지난 줄도 몰랐다.

" 부대장은 나갔어?"

" 응. 저기서 다들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적어도 20명은 족히 넘는 인원이 모여서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인 인원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 뭐랍니까?"

" 근처에 감염체의 숫자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선 주변의 감염체를

제거하는 팀과 수색하는 팀으로 나눠서 이 근방만 집중적으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 이 근방에 뭔가 있군요."

" 강북지역 감염체 움직임이 활발한 곳 중 한 곳이고 주요 의심 지역 중 한 곳

이니까요."

" 하아.. 그런데 왜 저들 버스는 저렇게 좋은 건가요?"

" 아.. 시간이 지나면 저희도 추가적인 무기를 지급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기가 화려할수록 오래 살아남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 무슨 게임도 아니고.. 능력치 향상인거야?"

" 참네."

" 참고로 위에서 내리는 명령을 정확히 수행하거나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준다면 지급 되는 식량의 양이 늘어납니다."

" 뭐?!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 그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기태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니 왜 사람들이 위험한 수색조나 공격조에 합류하려고 애를 쓰는지 알 수 있었다.

" 그래서 사람들이 수색조나 공격조에 그렇게 목을 매는 것이었군."

" 공공연한 비밀이죠."

" 장난이 아닌데? 누구 생각인지 더럽다."

" 일종의 특권 중에 하나입니다. 위에 사람이라고 식량을 더 받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생명을 걸어야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이죠."

" 다르게 생각하니. 좋은 혜택인가?"

" 확실히 움직이는 만큼 혜택을 주는 거군요."

" 네."

" 그럼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은 뭡니까?"

" 화력으로 저희는 저들보다 떨어지는 상황이라 수색임무입니다. 위치는

여기서 멀지 않은 건물입니다."

" 그럼 언제부터?"

" 30분 후 출발입니다. 저희 말고 다른 한 팀이 같이 움직일 예정입니다."

" 알겠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무기를 점검하고 부대장이 알려준 위치로 이동 준비를 시작했다. 다른 팀이 가져온 장갑차가 길을 만들고 우리 버스를 포함한 총 4대의 버스와 한 대의 장갑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저 건물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교 옆에 붙어 있는 연구소에 도착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대학교 부설 건물과 다르지 않았다.

" 1팀. 주변 경계. 2팀과 3팀 내부 진입. 4팀은 건물 정문에 위치."

" 1팀 확인."

" 2팀 확인."

공통 채널에서 명령이 떨어졌고 2팀인 우리 팀은 건물 내부로 진입을 위해 1팀의 주변 경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 1팀 주변 확인 완료. 이상 없음."

" 확인. 움직인다."

" 2팀 확인."

부대장의 무전을 시작으로 버스에서 내려 건물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우리 옆으로 3팀과 4팀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고 건물 정문에 들어서자 4팀은 흩어져서 건물 주변을 경계했다.

" 우선 꼭대기 층부터 시작하여 내려옵니다."

" 네."

" 3팀이 앞장서고 2팀이 후방을 지원합니다."

" 알겠습니다."

" 이동."

3팀을 선두로 계단을 이용하여 올라갔고 꼭대기 층에서부터 빠르게 수색을 하면서 내려왔다. 4층까지 내려왔지만 특별하게 이상한 점은 없었다.

" 이곳이 확실한 겁니까?"

답답한 듯 박 중사가 물었고 3팀의 부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대답했다.

" 의심 건물은 확실합니다만 아직 수색이 끝난 것이 아니니 긴장을 놓지

마시죠."

" 네."

지하까지 내려갔지만 건물에는 수상한 곳은 없었다.

" 4팀 현재 상황은?"

" 그들이 저희를 눈치 챈 것 같습니다. 감염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쳇. 바로 철수 한다."

" 확인."

" 이동! 바로 철수 한다!"

" 네!"

우리 팀과 3팀은 빠르게 건물을 빠져 나갔고 우리가 다 나온 것을 확인 하고 4팀이 이동을 시작했다.

" 감염체 숫자 증가!"

" 이동! 이동한다!"

" 도대체 어디서 또 밀고 들어오는 거야?!"

" 공격 조는 뭐 하는 거야?!"

" 그쪽 상황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에게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 전 팀 이동! 공격 조를 도와주러간다!"

버스와 장갑차는 속도를 내어 공격조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편리한 예약 아이템. ㅎㅎㅎㅎㅎㅎ 일이 있어 며칠간 예약된 글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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