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93화 (192/281)

0193 / 0281 ----------------------------------------------

-2부-

모두가 잠든 새벽에 잠에서 깬 나는 배에서 나와 주변을 산책했다. 내가 일어난 것을 알고 핑크도 따라 나오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 설마 내가 근처에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흠..."

제법 찬바람이 부는 강가라서 몸을 움츠리게 되었지만 감기에 걸릴 정도는 아니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건물 중간 중간에 불이 들어온 집들이 보일 뿐이었다. 강 건너에는 건물에 불이 들어온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전기는 본부대를 기점으로 주변에서 생활하는 생존자들에게만 공급되는 모양이었다. 강북지역에는 아직도 수색조와 공격조가 남아 있는지 간간히 총소리가 들려왔다.

" 아직도 험난하구나."

" 쿠웅!!!"

" 응?!"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큰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운 하늘을 헤치며 날아가는 공격 헬기들이 보였다.

" 뭐지?!"

" 애애애앵!!!"

" 어라라?"

그리고는 바로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했고 멀리서 조명탄이 터지는 모습도 보였다.

" 알려드립니다. 모든 인원은 지정된 숙소에서 대기하시고 공격조로 편성된

인원은 이 방송을 듣는 즉시 본부대로 오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녹음 방송인 듯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고 상당히 큰 소음을 내는 방송으로 인하여 건물 곳곳에서 불이 켜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우리 일행들도 하나 둘씩 일어나 배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배로 올라갔다.

" 어디 갔다 왔어요?"

뭔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은혜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 중간에 잠이 깨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왔어. 요새 수상한 사람들이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 흠.."

" 걱정마. 내가 뭘 하겠어."

내 말에도 끝까지 의심을 풀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귀여운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 쿠웅...."

" 상당한 소리인데. 방벽은 여기서 거리가 꽤 있는 걸로 아는데."

" 그건 가장 먼 방벽이고 여기서 가장 가까운 방벽은 차로 15분이면 도착해."

" 응? 강남지역 전체가 방벽으로 보호 받는 것 아녔어?"

" 역시.. 너 박 중사 설명했을 때 딴 생각 했구만?"

" 하하..."

" 강남지역 전체가 방벽이 설치되지 않았어. 중간 중간 일정 구역에 방벽이 설치

되어 있어. 어느 세월에 그 넓은 지역에 방벽을 설치했겠냐? 땅따먹기 식으로

일정 지역을 확보하고 점차 확장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어."

" 아하."

" 방벽설치가 필요 없는 건물이나 지역을 우선적으로 점거해서 생활하고 점

형태로 지내다가 점점 점들이 커지면서 구역을 확장시킨다고 했는데."

" 제발 누가 설명할 때 집중해라."

" 뭐..."

내가 멋쩍게 웃었고 그런 나를 보고 기태가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럼 지금 나는 소리는 어디지?"

" 서쪽인데."

" 어라? 저기 박 중사아녀?"

" 맞네?"

멀리서 박 중사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그 큰 덩치로 꽤 빠르게 뛰어 우리 배로 올라왔다.

" 무슨 일이야?"

" 잠잠하던 감염체의 공격이 시작됐단다."

" 뭐?!"

" 뭐지?"

" 아마도 우리가 수색하는 범위와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알고 위협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났어."

" 지역은?"

" 현재 서쪽 방벽. 국회가 있는 지점."

" 젠장.. 4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너무 가까워."

" 숫자는?"

" 정확한 정보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어. 추가 징집 명령이 떨어지지 않은 걸로

봐서는 많은 숫자는 아닌 것 같아."

" 난감하군. 이래서야 수색이 더 힘들어 질 것 같네."

" 흠.."

" 쿠웅!!!"

" 아직도 정리가 안 되는 모양이네."

" 우선 무전기 받아. 채널은 본부대 채널로 맞춰있으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있을테니."

" 고맙다."

" 우선 대기하라니 배에서 대기하고. 난 본부대에서 호출이 와서."

" 대령님 요새 봤어?"

" 아니. 바쁘신지 연락도 안 된고 어디 계신지도 정확히 몰라."

" 흠..."

" 뭔 일이라도 생기겠어. 다녀올게."

" 응. 수고해."

박 중사는 야밤에 운동이라도 하듯 빠르게 뛰어갔고 점점 멀어지는 그를 보면서 나는 말했다.

" 뭐해?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 우리가 필요하면 부르겠지."

" 어... 형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선착장 입구를 방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 여기에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니 막아버리면 다른 인원들이 불편할 수 있어."

" 그래도.."

" 우리 배는 높아서 감염체가 올라오기 힘들고 아직은 방벽이 뚫렸다는 무전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재효가 불안한 듯 선착장 도교를 막자고 했지만 기태가 반대했다. 이 선착장에는 우리 말고도 여러 대의 보트들이 정박하고 있었고 주변에도 선상 건물에 연결한 배들이 몇 척은 더 있었다. 하지만 배들끼리의 교류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여기 처음 와서 낚시하시는 분과 이야기 한 것을 끝으로 다른 생존자와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다.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생존자들. 아마도 지난 시간동안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아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들어가서 자자."

" 하암."

기태와 재효 커플도 각자 방으로 이동했고 나도 은혜의 팔짱을 끼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이 돼서도 포음은 그칠 줄 몰랐다. 전투 헬기들도 계속해서 보이는 것을 보니 숫자가 상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본부대 무전에서는 별 내용은 오가지 않았다. 기껏해야 탄약을 요청하는 무전과 전투 헬기의 지원 무전이 전부였다.

혹시나 하고 다른 채널을 돌려봤지만 별 영양가 없는 무전이 전부였다.

" 이상하리만큼 침착하네."

" 경험이겠지. 아니면 화력이 월등해서 버틸 수 있거나."

" 구역 구역이 나눠져서 한 구역이 무너져도 다른 구역으로 피난이 쉬워서

그런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구역을 지킬 의지가 없는 건가?"

" 모르지."

" 조금 더 지켜보자."

기태와 나는 배 밖에서 감염체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으리라 추측되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변함없는 소리와 무전 내용으로 배 안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기태가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 다녀와."

" 뭐?!"

" 너라면 거기까지 몇 분 안 걸리니까 가서 보고와. 그리고 어떤지 이야기

해줘."

" 알았다."

난 기태의 말에 배에서 나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슈트의 도움을 받아 힘을 덜 쓰면서 더 빠른 속도로 이동이 가능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방벽에 모여서 방어하고 있는 부대를 발견할 수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 워... 숫자는 상당한데?"

방벽 밑에서 허우적거리는 감염체의 숫자는 상당했지만 예전처럼 마구 잡이로 쏘는 모습은 아니었다. 감염체가 많이 몰려 산을 쌓아 방벽 높이에 다다랐을 경우에만 공격 헬기나 사격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급하기 지은 방벽이라도 기본적인 내구성이 있었기에 그 내구성을 최대한 이용하고 불필요한 탄약 소비를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 생각보다 훈련이 잘 되어 있네."

방벽 위의 병사들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감염체를 상대하고 있었고 멀리서 나타나는 변종 감염체만이 헬기나 박격포를 이용하여 제거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변종 감염체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고 체계적인 명령을 받는 모습은 아니었다.

" 급하게 내보낸 느낌이 드는군."

큰 소음이 계속되니 멀리서도 감염체가 몰려들어 방벽 밑은 가득 메울 정도가 되었다. 방벽을 지키는 수비대는 면적당 일정 이상의 숫자가 몰린 곳만 공격을 하고 나머지는 그냥 두고 있었다.

" 언제까지 저대로 둘 수는 없을텐데 무슨 생.. 아..."

방벽 밑 부분에 조그만 구멍에서 기름이 흘러나왔고 잠시 후 방벽 밑의 감염체들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 번 불에 타면 마른 장작 타듯이 타오르는 감염체니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았다.

" 효율적이군. 경험으로 만든 장치인가?"

방벽 바로 앞에 큰 불이 나니 더 이상 감염체들이 접근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틈을 타 공격 헬기와 뒤에서 전차들이 지원 사격을 했고 박격포와 유탄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 콰앙!!!"

" 호오.. 대단한데?"

순식간에 정리된 감염체를 보고 이 도시에 희망이 있음을 느꼈다. 변종 감염체라고 특별히 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숫자도 적었고 뭔가 어설퍼 보이는 모습은 있었다.

" 여기 있었군."

' 어라? 대령님?"

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대령님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건강해 보이는군."

" 네. 덕분에. 요새 많이 바쁘시다고.."

" 뭐.. 일이 그렇지.."

예전보다 많이 헬쓱해진 모습이었지만 표정을 밝아 보였다.

" 그래도 표정이 밝으신 걸 보아 뭔가 희망은 있나봅니다?"

" 그런가? 뭐 자네도 봐서 알 것 아닌가?"

" 네.."

" 소문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야. 내부도 제법 탄탄하고 공격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그 집단을 찾아 처리만 한다면 우리에게

좋은 희망이 올텐데."

" 아직도 못 찾았군요."

" 자네도 수색조이지 않은가? 자네도 봐서 알겠지만 그 집단. 분명 우리와

관계된 인원과 연관되어 있어. 보아하니 매번 우리보다 먼저 움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하더군."

" 아..."

" 뭐 찾다보면 언젠가 우리가 먼저 가지 않을까하네."

" 네..."

난 힘없이 대답을 했다.

" 조금 만 더 버티게나. 언젠가 우리에게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 하아.. 힘드네요. 점점 사람들도 희망을 잃어가고."

" 자네마저 그러면 어떡하나? 가장 밝은 모습을 보인 자네였는데."

난 대령님의 말에 살며시 웃어 보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 어서 들어가게나. 여기도 얼추 정리가 됐으니."

" 네. 대령님이 하시는 일이 방어 업무 인가봐요?"

" 뭐 여러 개 중에 한 가지 일세. 아참! 자네들 보트에서 생활하고 있지?"

" 네."

" 혹시 모르니 사람을 보내어 상태를 점검하도록 지시하겠네. 만약 또 여기가

무너진다면 그 보트에서 생활해야하는데 어딘가는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있어야 하지 않은가?"

" 감사합니다."

" 보트 운전을 알려줄 인원도 보낼 것이니 잘 배워두게나."

" 넵!"

" 생각해보면 자네는 참 운이 좋군. 처음에는 카라반. 그 후에는 미국. 그리고

호화 보트라니."

" 그런가요? 하하!"

" 여하튼 조심해서 들어가고. 내 여유가 되면 탄약과 무기도 보내줌세."

" 괜찮겠습니까? 너무 무리하시지는.."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물었다. 아무리 대령님이라고 하지만 들어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저렇게 퍼줘도 되나 싶었다.

" 걱정하지 말게. 난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여우니까 말일세."

" 하지만.."

" 허허.. 걱정하지 말게나."

대령님은 언제나 그렇듯 온자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 다시 빠르게 보트를 향해 달렸다.

" 자네가.. 아마도 큰 일을 해야할 것이야..."

바람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대령님의 중얼거림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코멘트는 힘이 됩니다.....는 뭐...ㅎ 역시 글쓰는데는 노트북이 편하네요.ㅎ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