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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감염체의 공격은 수시로 이뤄졌지만 큰 어려움 없이 방어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도 아니었고 일반 감염체로는 튼튼한 방벽과 훈련이 잘 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곳을 뚫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리고 우리의 수색도 속도를 높였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마치 우리가 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매번 있었다는 증거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 이번에도 허탕이군요."
" 이제는 확실 하군요."
부대장의 말에 내가 대답을 했다. 분명 수색팀이나 본부대에 우리의 계획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보란 듯이 우리를 따돌리며 도망갈 수는 없는 것이다.
" 하지만 이상하군요. 분명 이런 장비들이 계속 필요할 것인데 놓고 간다는
것도. 이런 장비는 마트에서 파는 물건도 아닌데요."
재효의 말에 다들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이런 연구시설이 서울에 수십 곳도 아니고 언젠가는 그들이 연구할 시설이 없을 것인데 말이다.
" 아마 우리를 약 올리러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닐까?"
" 응? "
박 중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생각해보면 변종 감염체가 나타나고 새로운 감염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허탕을 친 연구소에는 사지가 잘린 감염체나 죽은 동물들만 있을 뿐 새롭게 보이는 감염체는 없었다. 그래봐야 변종 감염체를 해부한 모습이 전부였다.
" 이미... 실험은 끝난 것일지도 모르지."
뒤에서 김 중사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의 전력을 분산시키거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지도 모른다. 방벽을 수비하는 인원은 일반 생존자이지만 수색을 하는 인원은 대부분 나와 같은 진화된 인간이다. 우리 한 명이 죽일 수 있는 감염체의 숫자는 일반 생존자의 몇 배인데 그런 인력이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만큼 방벽 수비의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하지만 우리가 없다고 해도 방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 여긴 지금까지 있었던
다른 생존자 구역하고 다르다고. 철저한 수비와 구역을 한꺼번에 정한 것이
아니라 작게 쪼개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한 곳이 무너진다고 다른 곳이
무너지지 않아."
" 맞는 말입니다. 지금도 생존 구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방벽을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조각조각내면서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중화기 지원도 확실하고
항공 지원까지 있는 마당에 지금의 생존구역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감염체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뭔가 다른 감염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요."
" 부대장 말이 맞아. 그 집단의 계획은 다른 것 같은데."
" 뭔가 증거가 있다면 좋겠다만 별게 없으니 알 수가 없군."
다들 의견을 말했지만 현재 정확하게 그들의 계획을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 돌아가죠."
" 네."
우리는 역시나 별다른 성과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다리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니 기태가 항해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조작법과 간단한 응급조치 수리법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었고 주변에는 혹시나 노치는 것이 있나 여자들도 같이 듣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뒤로 하고 나는 배에서 내려 온전했던 시절 사람들이 텐트와 돗자리를 펴고 놀았던 곳으로 갔다.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와 잔디가 무성하게 자랐고 그 근처로 토끼와 닭들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 키우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정 먹을 것이 없다면 잡아먹을 것이 생겼다. 핑크와 같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폈다. 강가에는 근처 생존자들이 부족한 식량을 채우기 위해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아까 그 닭과 토끼 무리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멀리 나가니 관리가 안 된 건물이 흉측하게 서있었다. 도로 중간 갈라진 곳에서도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 도로 끝에는 뿔이 날카롭게 선 황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 응? 황소? "
보통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소가 아니었고 꽤 덩치가 큰 소였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앞에 서 있었다.
" 어...어라??"
" 크흥!!"
나를 본 녀석은 콧바람을 내쉬며 나를 바라봤다.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마치 자기를 방해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자세히 보니 뿔과 피부에는 사람을 죽인 것인지 감염체를 죽인 것인지 모를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 내가 뭘 했다고.."
" 쿵! 쿵!"
순식간에 속도를 내서 내게로 뛰어오는 녀석이 보였지만 크게 긴장 되지 않았다. 물론 내 손에 무기는 없지만 왠지 모를 안점감이 들었다.
" 쾅!!!"
녀석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옆으로 피해 강하게 발로 차버렸다. 녀석은 뛰던 방향에서 90도 바뀌어 예전에는 옷가게였던 곳으로 처박혔다.
" 푸륵..푸륵.."
수 십 미터를 날아가서 처박혔는데 얕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끊어진 듯 움직이지 않았지만 난 그 녀석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 쳇.."
우리 입장에서 보면 꽤 좋은 식량이었지만 거의 톤 단위에 가까운 녀석을 들고 가기도 귀찮았고 지금 우리 일행 중에 저 녀석을 처리할 기술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 누군가 알지 않을까나."
" 컹!"
내가 핑크에게 물었지만 녀석은 대답을 하는지 마는지 그냥 짖었다.
" 내가 뭘 바라냐. 가자."
주변의 물건들로 대충 황소를 덮고는 다시 배로 돌아갔다. 교육을 끝낸 듯 기태는 한가롭게 뱃머리에 앉아 있었다.
" 뭐해?"
" 며칠 머릿속에 너무 많은 것을 넣어서 그런지 두통이 생길지경이야."
" 하하."
기태의 말에 나는 호탕하게 웃었다.
" 혹시 너 소 잡을 줄 알아?"
" 당연히 모르지 뭘 물어보냐?."
혹시나 해서 물었지만 대답은 역시나였다. 누군가 처리를 해줄 수 있다면 며칠간 입에서 노린내 날 정도로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말이다. 순간 예전 처음 여기 왔을 당시 배 옆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남자분이 생각났다.
" 지금도 계신가?"
배 밖으로 나가 주변을 보니 멀리서 낚시를 하고 있는 남자분이 보였다, 난 천천히 걸어가 그 분에게 다가갔다.
" 저기.."
" 어? 예전의 그 청년이구만. 뭔 일인가?"
"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 그래? 뭔가?"
" 혹시.. 소를 잡을 수 있으신가 해서요."
" 허... 글쎄.. 안 해본지 너무 오래 되서 제대로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만
예전에 잠깐 그런 일을 해보기는 했지."
" 정말이요? 제가 잡은 것이 있는데 처리해주신다면 절반을 드릴게요."
" 허허.. 절반까지야. 나는 저기 있는 배에서 생활하니 가져다주게나."
" 알겠습니다."
나는 재효와 기태와 함께 내가 소를 감춰둔 곳으로 갔다. 다행히 누군가 가져가지 않았고 우리는 어렵지 않게 소를 남자분이 계신 곳으로 가져다 놨다.
" 허허.. 정말 크군. 야생에서 오래 자랐나봐."
남자는 열심히 소를 바라보고 말을 했다.
"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내일쯤 오는 것이 어떤가?"
" 그 정도 인가요?"
"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고 하니.. 그리고 이 정도 크기면 반이면 너무
많다네. 적당히 먹을 만큼만 가져가겠네."
"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도 나눠주세요."
" 그래도 되겠나?"
" 어차피 저희도 다 먹지 못하는 양이니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 고맙네. 주변에 굶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 배급을 받는 것으로 부족하군요."
" 아.. 그들은 배급을 받지 못한다네. 남자가 없어 수색이나 방어 인원에
소속되지 못해. 그래서 주변에서 나눠주는 음식이나 닭이나 토끼를 잡아
먹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지."
" 아..."
" 식구에 남자가 있다면 그래도 생활이 가능 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밖이랑 다를 것이 없다네. 단지 감염체로부터 안전하다는 것 뿐."
남자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그럼 선생님은..?"
" 난 아들놈이 수비대에 있어 조금이지만 보급을 받을 수 있다네."
" 주변에 그런 분이 많나요?"
" 저 배로 가면 꽤 많이 생활하고 있다네. 여자들이 대부분이라 꽤 경계심이
심하니 가서 총 맞지 않게 조심하게나."
" 총도.. 가지고 있습니까?"
" 예전에 습격하려는 남자들에게 쏜 사건이 있기는 했지."
" 네. 그런데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나 봐요?"
" 뭐 뻔 한 것 아닌가? 여자들은 자기들을 지키려고 했고. 남자들은 불순한
생각을 한 것이고."
" 흠.."
" 그럼 내일 오후쯤에 오게나."
" 네. 감사합니다."
재효와 기태와 함께 배로 돌아왔다. 남자 분이 알려준 배는 예전에 한강에서 돌아다니던 유람선이었다. 내 기억으로 내부가 단순하고 넓은 구조라 많은 사람이 지내도 큰 문제가 없는 형태였다.
" 한 번 가볼까?"
" 아니."
난 기태의 말에 단칼에 거절했다.
" 왜?"
" 가서 뭐하게? 우리 식량이라도 나눠주고 지켜준다고 하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잡은 소의 남는 부위를 나눠주는 것이 전부야. 괜히 가서 마음
약해지지 말고."
" 넌 보면 가끔 잔인한 면이 있어."
" 알아. 언젠가는 도와줘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 그래."
내 말에 기태는 단념했고 재효는 말이 없었다. 적막한 기운만 풀풀 풍기면서 우리는 배로 들어갔다.
" 이번 수색 지역은 이곳이야."
" 뭐? 이렇게 멀리? 장난해?"
박 중사가 가리킨 곳은 강북 지역에서도 끝에서 끝인 곳이었다. 이미 지역은 서울이 아닌 곳으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대학교였다.
" 길이 멀쩡하다고 해도 가는 시간만 2시간인데.."
" 이제 서울 지역은 대부분 수색이 끝났어. 남은 장소도 몇 군데 없는 상황에
수색대 일부가 남쪽으로 배정받아 이동 중이라."
" 남쪽?"
" 응. 남쪽 도심에도 우리와 같은 생존구역이 있어. 여기처럼 크지는 않지만
몇 군데 유지되는 곳이 있어."
" 워.. 이제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건가?"
" 그럴지도."
" 그나저나 이번에 버스 개조했다던데 잘 됐어?"
" 보면 알지."
나가서 본 버스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조금 더 강해진 화력과 버스 앞부분은 날카롭게 만들어진 삼각형 방패가 달려있었다. 외관에는 감염체가 들러붙지 못하게 철심이 박혀 있었고 버스 상단에는 유탄 발사기와 박격포가 장착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짐칸으로 사용됐던 부분에는 기관총이 달려 있었다. 아무래도 위에서 아래를 향해 사격하는 것보다 일직선상에서 사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그렇게 만든 것 같았지만 감염체가 득실거리를 상황에 저리로 내려가 사격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 저긴 어떻게 조작하라고 저기다 만든 거야?"
" 이렇게."
" 우오!!!"
기관총 위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내부에서 유선으로 조종이 가능했다. 적재함에는 탄약이 가득 담겨있었고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도 만들어졌다.
" 머리 썼네."
" 덕분에 조금은 더 수월해 지겠네."
" 이제 가자."
" 연료는 충분해?"
" 충분해. 여분의 연료도 챙겼어."
" 부웅!!"
버스는 우렁찬 엔진 음을 내고 시동이 걸렸고 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신속하게 이동을 시작했다. 물론 강북 지역 중간을 통과할 때까지는 순조롭게 이동이 가능했지만 점점 더 멀어질수록 난관에 봉착했다.
" 아무리 버스로 밀어도 저 도로를 뚫고 가기에는 무리야."
" 젠장."
" 생존자다."
" 웅?!!"
건물 중간 중간 창에서 무기를 들고 있는 생존자들이 보였고 그들은 절대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 한동안 뜸했다더니 다시 활동하는군."
" 뭐?"
박 중사의 말에 김 중사가 물었다.
" 강북 지역의 생존자들이 수색대를 덮쳐 무기와 식량을 얻는다는 것."
" 젠장."
" 무기를 들고 대비해."
" 형. 설마 저들이 소총을 가지고 있을까?"
" 탕!!"
" 있네."
허름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버스 앞으로 와서 허공에 총을 쐈고 곧이어 건물 틈새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 젠장."
나는 나지막이 소리쳤고 우리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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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라는 것은 특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합니다.
다들 감기 조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