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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긴장했다. 일반 감염체도 아니고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생존자라니. 감염체는 반격을 못 하지만 저들은 가능했다. 얼핏 둘러보니 소총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과연 탄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 목적이 뭘까?"
" 버스를 두고 내려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두마!"
" 어지간히 틀에 박힌 대사네."
목적이야 뻔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괜한 생각이었다.
" 대략 25명 쯤. 건물 안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총을 들고 있는 인원은
8명. 나머지는 도끼나 창이야."
" 그럼 저 8명만 조심하면 되는 건가?"
" 애초에 감염체를 상대하려고 만든 버스라 소총탄은 막지 못 해."
" 하지만 우리에게는 기관총이 있지."
박 중사의 말에 김 중사가 말을 했다. 요새 점점 말수가 적어지는 김 중사인데 뭔가 이상한 느낌마저 들었다.
" 화력은 우리가 월등하니 물러가라!"
박 중사가 창문을 열고 소리쳤지만 저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목숨보다 소중한 식량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 그냥 공격하자. 선제공격이 최선이야.."
" 아직 저들의 목적을 모르자나?"
" 뻔 한 것 아냐? 저들은 우리 무기랑 식량을 노리고 있다고. 이 버스랑."
김 중사가 약간은 흥분된 억양으로 말하자 기태가 진정시키려 나섰다.
" 김 중사 진정해. 아직 우리를 공격.."
" 챙!!"
" 썅!!! 숙여!!"
기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들은 총을 쏘기 시작했고 버스 외관과 창문으로 총알이 날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을 바짝 숙이고 소총을 집으려는 순간 버스 옆에 달린 기관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 타타타타탕!!!"
" 누구?! 누가?!"
" 김 중사!!!"
" 크악!!!"
소총과 기관총의 애초에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엄청난 양을 토해내며 주변의 생존자를 쓰러트렸고 유탄도 유선으로 작동이 가능한지 몇 발이 발사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건물 중간 중간 창문에서도 총구가 보였다. 밑에서 위로 쏘는 총알은 운 좋게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위에서 내리 꽂는 총알을 사정이 달랐다.
나는 바로 박 중사를 보고 외쳤다.
" 박 중사 밟아! 밟아!!"
" 김 중사 언제 내려 간 거야?!"
버스는 방향을 바꿔 운행이 편한 도로로 나갔고 순식간에 속력이 붙은 버스는 적대감을 드러낸 생존자들과 멀어졌다. 우리는 바로 생존구역으로 돌아갔고 버스 외관은 심하게 회손 된 상태로 복귀할 수 있었다. 우리의 상태를 보고 초소 인원들이 무섭게 달려 나왔다.
" 괜찮으십니까? 다치신 분은?!"
" 괜찮습니다. 다친 인원은 없습니다."
" 생각보다 버스 상태가 심각하군요."
내려서 보니 버스 외관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창문은 모조리 깨진 상태였고 타이어도 한 개가 터진 상태로 여기까지 왔던 것이었다. 아마도 다시 쓰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우리는 넘어지면서 긁힌 상처 외에는 큰 외상은 없었다. 절차에 따라 우리는 바로 배로 돌아가지 못했고 하룻밤을 보내고 정비소로 돌아갔다. 정비소에는 대령님과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고 우리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 괜찮은가? 다친 곳은 없고?"
" 네. 다행히 다들 무사합니다."
" 한동안 공격이 없어 이제는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
" 도대체 어떤 무리 입니까?"
박 중사의 말에 대령님 옆에 있는 보좌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했다.
" 그 집단 말고 저희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집단입니다. 감염체 사태가
저희 탓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이죠. 아무래도 더 이상 식량과 무기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초반에는 빈번하게 공격당했는데 한 동안 뜸해서 포기
할 줄 알았습니다."
" 허허.. 아직도 그런 인원이 있다니."
" 처음에는 저희가 수색을 나갈 때 인간의 공격에 대비도 같이 했습니다.
차량에 장갑을 덧대고 감염체보다 인간의 공격에 대비한 무기를 더 많이
장착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솔직히 초반에는 감염체의 공격에 죽은 사람보다
저런 집단에 죽은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 그런데 이제와 공격을 다시 시작했을까요?"
"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식량이 떨어졌다거나 탄약이 떨어졌다거나.
알 수는 없죠."
" 이제는 생존자까지 공격을 대비해야하나."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집단이 생기고 커지면 그 집단에 반대하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힘을 합쳐 감염체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힘든데 같은 인간을 상대해야하다니. 앞으로 갈 길이 험한 길이라는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사람들은 다른 생존자의 공격 소식에 우리가 있는 곳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불안한 눈빛으로 우리 이동 차량을 살펴보다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 이래서야 앞으로 수색 작업에 큰 차질이 생길 것 같습니다."
" 큰일이군. 이래서야 다들 수색을 기피할 것 같은데.."
" 대응 마련을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한 동안 수색은 중단 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래야겠지. 더 이상 유능한 인재를 잃을 순 없네. 조만간 공문을 보내어
수색 인원을 다른 곳으로 배정하겠네."
" 알겠습니다."
보좌관과 대령님은 이런 저런 대화 후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말을 하고 우리 일행을 따로 불러 말을 했다.
" 아무래도 그 두 집단이 같은 집단일 것이란 예상이네."
" 역시..."
" 아무래도 우리 주의를 딴 곳으로 분산시키려고 하는 행동 같더군. 우리의
수색이 점점 빨라지자 감염체의 공격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것 같네."
" 큰일이군요. 가뜩이나 움직이기 힘든데."
" 도통 그들의 목적을 알 수 있는 것이 없으니 큰일일세.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피해를 받는 것이 누적된다면 그 것도 무시할 수 없는데 말일세."
" 정확히 뭘 원하고 뭘 하려는지 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 이번은 운 좋게 버스만 박살이 났지만 다음엔 아닐 수도 있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장 상태는 포나 미사일을 제외한다면 우리에 버금가는 정도네. 그들이
내부에 침입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게나."
" 경계 레벨이 올라가겠군요."
박 중사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경계 레벨이 올라가면 수색조이고 공격조이고 뭐고 전부 방벽수비와 내부 수비로 변경된다. 하루 종일 내부 정찰과 수면, 정찰 수면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문제는 경계 레벨이 올라가면 우리도 힘들어진다. 배급을 받으러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외출은 금지 된다. 잘못해서 돌아다니다 총에 맞더라도 할 말은 없다. 여기가 다른 곳과 다르게 지금까지 잘 버틴 이유 중에 하나가 강한 법이었다. 물론 다들 처음에는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본부대에서 택한 방법이 그 가장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구역 장비를 전부 철수 시켜 다른 곳으로 배정했다. 당연히 불안해진 사람들이 다시 장비를 요구했지만 본부대에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 구역을 버렸다고 한다. 그 구역이 우리가 외부에서 복귀하고 하룻밤을 보내는 빌라가 있는 구역이었다.
" 아니네. 괜히 긴장감을 높일 이유는 없다고 보네. 소수만 알고 있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그들이 직접 안으로 잠입할 이유가 없으니까."
" 네. 알겠습니다."
" 구역 방벽 경계 강화 정도로 끝낼 생각이네. 수색조가 아닌 공격조를 보내서
근거리에 있는 자칭 레지스탕스를 처리해야지."
" 스스로를 레지스탕스라고 부르나 보군요."
"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닌가?"
" 뭐라 부르던 상관없습니다. 차라리 그 집단이 더 낫군요."
묵묵히 있던 김 중사가 말을 했다. 뭔가 삐친 사람처럼 행동하는데 이유를 알 수 없으니 풀어주기도 힘들었다. 박 중사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된 대답을 얻기는 힘들었다.
" 공격조라면..?"
" 장갑차를 투입할 생각이라네. 특수부대건 뭐건 투입시켜 주변의 그 집단이
있는 곳을 찾아 제거해야지."
" 헬기나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박 중사가 물었다. 생각해 보니 장갑차 보다는 헬기가 더 나을 것 같았다.
" 헬기는 너무 위험하네. 저들 무장상태도 꽤 무서운 편이고 정확히 어디서
자리를 잡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일일이 찾아야겠지."
" 아.."
생각해보니 건물 창문에 숨어 헬기를 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겁먹고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저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게 되는 것이니 이쪽에서도 뭔가 반격을 해야만 했다.
" 그럼 저희도 공격조에 투입되면 안 됩니까?"
" 나갈 수 있는 장비가 한정되어 있네. 자네도 봤다시피 버스를 타고 나갔다간
다음번에는 벌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네. 아니. 벌집만 되고 못 돌아오네."
" 쩝.."
박 중사는 공격조에 편성이 되어 나가고 싶은 모습이었다. 저 녀석 감염체도 아니고 사람을 죽이는 일에 왜 굳이 지원하는지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나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아니 앞으로도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 다른 인원은 어쩔 생각인가?'
" 저는 자리가 남는다면 나가고 싶습니다."
" 저도 그렇습니다."
박 중사와 김 중사가 차례로 말을 했다. 그에 반해서 기태와 재효 나는 그냥 숙소에서 머물고 방벽 수비에만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령님은 우리의 의견을 듣고는 몸조심 하라는 말과 함께 본부대로 돌아갔다.
" 그럼..우리도 이만 가자."
" 힘든 하루였네. 잘 들어가."
숙소가 다른 박 중사와 김 중사가 먼저 집으로 들어갔고 우리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배로 돌아갔다. 다행히 여자들은 우리의 상황을 몰랐다. 알았다면 오히려 더 큰일이었다.
" 아무 말도 말자. 우리는 그냥 버스가 고장 나서 돌아온 거야."
" 그래. 괜히 말했다가 더 큰일이 날 수도 있지."
우리는 배에 들어가서 생각보다 훨씬 더 일찍 복귀한 우리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귀환에 다들 반가워했다.
" 그냥 나갔다 온 거예요?"
" 응? 응. 가다가 버스가 고장이 나서 다시 복귀했어."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순조롭게 넘어가는 듯 했다. 내 품에 안기는 은혜를 가볍게 안아주는데 은혜가 작에 내 귀에 속삭였다.
" 거짓말."
젠장. 도대체 이 아가씨의 정체는 뭘까.
어쩔 수 없이 은혜에게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을 솔직히 말을 했고 은혜도 적지 않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 세상에.. 도대체 왜 같은 생존자끼리 싸워야 하는 거죠?"
" 글쎄.. 그들은 우리에게 뭔가 뺏어 가려는게 확실한데 아직 그게 뭔지 몰라서
걱정인거야."
" 하아.."
이런 상황에도 같은 인간끼리 싸워야하는 현실이 싫었다. 은혜도 같은 생각인 듯 인상을 쓰고는 밖을 바라봤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 질 것 같았다.
저녁 늦게 본부대 소속의 병사들이 등록된 주거지역을 돌며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갔다. 당연히 남자들은 지정된 구역에서 불침번 비슷한 업무를 서야했고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근무를 서게 되었다.
" 어쩌면 다행일지 몰라. 누군가는 배를 지켜야 하니까."
" 좋게 생각하자."
불침번 임무 외에 외출 금지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정오에서 5시까지는 외출이 자유롭지만 그 외 시간에 지정된 표식을 한 불침번이 아니라면 즉각 사살되어도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외 종이에 써있는 내용을 다 읽을 즈음 하늘에서는 힘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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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연휴입니다.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