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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뭐!! 뭐야!!!"
" 야!! 올라와!!! 위험해!!!"
머리를 자르지 못한 상체와 하체가 분해가 된 녀석들이 기어 다시 육체를 붙이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예전처럼 깔끔하게 붙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몸에서 검은 색 액체가 흘러나오면 상체와 하체가 붙는 모습이 보였다.
" 말도 안 돼.. 이런... 말도 안 돼는.."
나는 계속해서 말도 안 된다는 말을 중얼거렸고 기태는 위에서 밧줄을 던져 나를 올라올 수 있게 도와줬다.
" 어서 가서 박 중사한테 알리자!"
" 이걸 과연 믿을까?"
" 젠장.. 밧줄을 하나 던져 감염체 하나 낚아서 가자!"
" 그러지 말고 차라리 다시 이곳에 와서 감염체를 죽이는게 편하겠다. 우선
박 중사한테 가자."
나와 기태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뛰어 박 중사의 숙소로 갔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박 중사를 끌어내 내가 감염체를 제거했던 곳으로 이동해 갔다.
" 어라?"
" 앵?"
조금 전까지 감염체로 득실 거렸던 곳이 언제 그랬다는 듯이 깔끔한 모습이었다.
내가 자른 감염체의 시신조차 그 흔한 팔 다리 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 도대체 뭔 소리야? 감염체가 죽지를 않다니? 그나저나 여긴 왜이렇게 깨끗한
상황이냐?'
" 조금 전까지 여기서 내가 미친 듯이 감염체를 죽였는데!!"
" 그런 것치고 거리가 너무 깨끗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
" 도대체 누가.. 그래봐야 우리가 자리를 비운 시간은 채 15분도 안되는데.."
" 다른 곳에 감염체가 있는 곳으로 가보자. 재원이가 헛소리 할리도 없고."
" 가보자."
기태와 박 중사와 함께 감염체가 몰려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고 나는 조금 전과 같이 칼을 들고 감염체를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전과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고 기태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박 중사의 시선이 민망할 정도였다.
" 뭐..뭐야.."
" 이상하네.."
" 재원이가 헛소리할 녀석은 아니긴한데.. 지금은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네?"
" 미치겠군."
수백의 감염체를 베어갔지만 조금 전처럼 감염체들이 다시 살아나는. 아니 신체가 결합되는 현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건물로 올라가 칼을 놓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 젠장..뭐지.."
" 흠.. 지금은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니 뭐라 못하겠다만 이대로라면
상부에 보고가 힘들 것 같지?"
박 중사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아무리 친하다고는 하지만 윗선에 보고하려면 자신도 확인을 해야함은 당연했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 참네. 아직도 남은 담배가 있냐?"
" 응. 편의점의 식량을 털려도 담배가 남은 곳은 많으니까."
" 참네.. 그러고도 체력이 그렇게 좋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 물이나 마셔라."
우리는 전부 바닥에 앉아 허탈한 감정으로 쏟아냈다. 물론 그 감정은 나와 기태뿐이었지만. 이제는 점점 약해지는 빗줄기를 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무심코 본 창밖의 풍경은 우리 전부를 멈추게 하였다.
" 저..정말이었네..."
" 무..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뇌가 손상되지 않은. 단순히 육체만 손상된 녀석들이 자신이 없는 부위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고 내가 본 광경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목을 자른 녀석이라도 뇌가 손상되지 않아 다시 육체가 결합되는 모습이 보였다. 즉 이제는 감염체를 죽이려면 완전하게 뇌에 손상을 가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이란
말이었다.
" 미치겠군. 이제 와서.."
" 촬영을 끝났어. 이걸 상부에 보고하면 위에서 어떤 반응이 올 지
안 봐도 뻔하네."
" 점점 힘들어지네. 이래서 수색을 미친 듯이 했구나. 이 연구를 방해하려고."
" 그런 것 같네."
결합을 끝낸 녀석들은 힘겹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뇌가 손상된 녀석들 중 남은 육체는 다시 살아난 녀석들의 입속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 영양분을 섭취 하는 거야?"
" 설마.."
" 하아.. 도대체.."
" 이거 보고하면 난리 나겠지?"
" 보고도 못 믿을 현상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는 전에 내가 감염체를 제거했던 도로와 비슷한 상태로 변했고 감염체들은 다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물론 전보다 더 이상해진 걸음걸이로 이동을 했지만 예전과 같은 지독함과 징그러운 모습은 남아 있었다.
" 바로 보고하러 갈 거야?"
" 가고 싶어도 갈 교통편이 없다. 본부대에서는 아직까지 헬기 지원이 불가능
하다는 답변뿐이야. 현재 감염체가 많이 몰린 곳을 위주로 폭격을 가하고
있어서 지금은 힘들어."
" 그래도 제거하는 작업을 하기는 하네."
" 숫자가 너무 많아서 조금이라도 줄여놔야 나중에 조금은 수월하겠지."
박 중사가 창밖을 보며 말을 했다. 무전기로 현재 감염체의 이동 예상 지점인 구역에 무전을 했다. 무전 교신이 끝나자 하늘에서 내리던 비는 완전히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우리는 불을 이용한 감염체 제거 작전을 위한 재료를 준비했다.
" 현재 화염병과 휘발유를 챙겨뒀습니다. 하지만 범위가 너무 넓어서 전부
커버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현재 저희 구역에 있는 인원 전부를 합해도 오십
여명에 불과합니다."
" 경계 근무를 강화하고 감염체가 나타나면 무전을 해서 그 곳으로 모이는
방법이 가장 빠르겠군요."
" 체력소모도 가장 적겠네요."
" 우선 경계 근무 인원을 늘리고 무전기를 지급하겠습니다."
박 중사의 계획에 따라 우리는 무전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비는 그쳤지만 주변이 아직 축축하게 젖어있는 관계로 바짝 바를 때까지 기다렸다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다. 뭐 작전이라고 해봐야 뭉쳐있는 감염체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 전부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작전을 알아버린 듯 대규모로 다니는 모습이 아닌 기껏해야 50여 명이 몰려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 소모전이군."
" 타닥..타닥.."
마른 장작 타듯 타들어가는 감염체를 보고 말했다. 나와 기태는 한 조로 움직이고 있었고 아직도 뭉쳐 다니는 감염체 무리는 많이 보였다. 하지만 우리 손에 들려진 화염병은 이제 6개가 전부였다. 20개씩 지급 받아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가 14개로 처리한 감염체의 숫자는 채 300도 되지 않았다.
" 확실히 우리 전술을 이해하고 있군. 학습능력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누군가 다시 감염체를 컨트롤 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하군."
" 무시무시하다. 감정이 없는 병사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
" 빌어먹을. 무전이 들어왔는데 헬기 오폭으로 방벽이 손상 돼서 감염체의
공격을 받는 구역이 생겼나봐."
" 잘 날아가던 헬기가 왜 추락한 거래?"
" 감염 비둘기 때랑 마주쳐서 엔진에 손상이 갔다나봐."
" 갈수록 태산이군. 이상하고 더 이상한 감염체도 나타났는데 한동안 뜸했던
감염 비둘기까지..."
" 뛰어."
" 응?"
" 뛰어!! 하늘! 하늘!!!"
" 뭐?! 에라이!!!"
하늘에는 감염체가 타면서 나는 연기 옆으로 감염 비둘기 무리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살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달렸지만 감염 비둘기의 목표는 우리가 아니었다.
" 어라?"
" 목표가 감염체였나? 먹이가 필요했나?"
" 무슨 육식동물이 먹이 뜯듯이 먹네."
멀리서 감염 비둘기를 보면서 말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비둘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딱히 부를 명칭도 없었다. 타다 남은 감염체를 먹다 주변에서 몰려드는 감염체를 보고는 무섭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감염체를
둘러싸고는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감염체는 뼈만 남은 모습이었다. 망원경으로 보니 뼈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대충 크기를 보니 이제는 거의 사람 반 정도 크기까지 커진 모습을 보니 감염체보다 저 녀석들이 더 무서운 존재로 크고 있었다. 예전 사회에서 있던 비둘기의 숫자가 그대로 감염됐다면 지금쯤 남은 생존자나 감염체는 없을 것이지만 아직까지 감염 비둘기의 숫자나 감염 동물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 감염 비둘기가 생존자도 먹으려 하지는 않겠지?"
" 모르지. 하지만 감염체도 잘만 먹는 녀석들이 생존자라고 못 먹을까."
" 우리 참 잔인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네."
" 와.. 저 녀석들이 먹어 치운 감염체가 우리가 죽인 감염체보다 많아.
차라리 저 녀석들을 이용하면 더 빨리 감염체를 죽일 수 있겠다."
" 맞는 말이긴 한데.. 저 비둘기들이 커진 이유가 감염체 때문이라면 점점
더 커진다는 이야기인데."
"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지는 않을걸. 제들도 날아야 하니까."
배가 불렀는지 땅에서 휴식을 취하더니 자기들끼리 뭔가를 주고받는 모습을 취하고는 몇 번의 날개 짓을 하곤 하늘로 날아올랐다. 덩치가 커진 만큼 예전처럼 날쌘 모습은 아니었지만 지금 움직임자체도 우리에게는 큰 위험이었다.
" 무전으로 다른 구역에도 조심하라고 전했어. 그리고.."
" 그리고?"
" 방벽이 무너진 구역에서 피해가 좀 심했나봐. 철수 명령이 내려졌어."
" 하아.."
" 돌아가자."
기태와 나는 조심스럽게 건물을 나와 박 중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임시 본부대를 정해서 근무 시 인수인계를 하고 우리가 본 광경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박 중사는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을 보였다. 난 살짝 화가 났고 박 중사 앞으로 가서 말을 했다.
" 너... 이미 알고 있었지?"
" 응."
"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 말도 안했다?"
" 어쩔 수 없었어."
" 어쩔 수 없었다고?"
" 위에서는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까."
" 말이 돼?! 감염체보다 더 위험한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 최소한의 행동지침도
안 내리고 그냥 덮었다?"
" 그럼 어쩌라고! 생존자들이 감염 비둘기 존재를 알아봐! 이제는 어린아이만큼
커진 육식 비둘기가 있으니 집에만 있으라고 하냐? 그럼 생존자들이 또 패닉에
빠져 생존자 구역은 물론이고 강북 지역에서 우리를 공격하는 집단의 움직임이
더 커질걸? 점점 최악으로 향할 상황이 뻔한데 생존자들에게 말하라고?"
" 너.. 감염체 상황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끼지 않았냐? 결국 감추고 숨기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 아냐? "
" 그만해 재원아."
내가 점점 언성이 높아지자 기태가 말렸다.
"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에게는 알려야 하는 것 아냐?! 멋도 모르고
배 밖에 있다가 애들이 당하기라도 했다면 어쩔 뻔 했어?! 우리 사이가
그 정도 밖에 안 된 거야?! 하다못해 우리에게는 알려줬어야지!"
" 넌 지금 군에 소속된 상황도 아닌데 너무 특혜를 바라는 것 아니냐?"
" 특혜?! 그럼 지금까지 내가 죽인 감염체는?! 내가 지켜낸 사람들은?!
내가 하고 있는 경계근무는?!"
" 그만!"
기태가 소리를 질렀고 뭔가 반박하려는 말을 하려던 박 중사의 움직임도 멈췄다.
" 젠장."
난 애꿎은 휴지통을 걷어차고는 방을 나왔다.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방을 나가고 몇 초 지나지 않아 기태와 박 중사가 나왔고 박 중사는 내 뒤에서 소리쳤다.
" 그래서?! 네 능력으로 사람들을 더 구하고 더 많은 감염체를 죽일 수 있는데!
왜 그렇지 않는 거야?! 왜 일선에 서서 감염체를 죽이지 않고?"
" 감염체를 죽이는 것보다 이제 내 옆에 확실히 남아있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이기적으로 변하기로 했다!"
내가 악에 받쳐 소리쳤고 그런 내 모습을 기태와 박 중사는 멍하니 바라만 봤다.
"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아남은 친구를!! 그래도 반 년 이상을 같이 살아남은
친구한테 그런 정보를 숨기다니! 다른 것도 숨기는 내용이 있냐?!"
내 말에 박 중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고 내가 소란을 피우자 어디선가 김 중사도 나왔다.
" 뭔 일이야?"
" 쳇!"
난 그대로 건물을 나와 배로 향했다.
" 기다려! 너 너무 오버한거 아냐? 박 중사도 나름 사정이 있을텐데?"
" 몰라!"
" 야!"
기태가 뛰어와서 내 어깨를 잡아당기며 나를 세웠다.
" 왜."
" 하아.. 욱하는 성격이 어디 갔나 했다."
" 그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도 않고 혼자만 알고 있다니. 말이 돼?
잘 못했다가는 우리도 위험할 수도 있었단 말야."
" 알아. 하지만 박 중사도.."
" 그만! 그 놈의 사정! 사정! 우리 사이가 겨우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이니
말할 수 없었겠지."
" 하아.. 그러는 너는 박 중사한테 숨기는 거 없냐?"
" 없어."
" 정말 없다고? "
기태가 나에게 두 번 물어 본다는 것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거다.
" 쳇. 뭘?"
" 네 능력."
" 응?"
" 더 강해졌지? 얼마야?"
" 무슨 소리야?"
" 아직 스스로 인지하지 못 했군. 너 오늘 보여준 움직임.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해졌어."
" 그럴리 없어. 평소처럼 움직였단 말야."
" 네가 인지하기도 전에 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거야. 넌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닌 척 인정하기 싫어 하지."
" 하아..."
설마 했는데 알고 있었다. 최대한 숨긴다고 숨겼는데 기태의 능력도 점점 발전되어 가는 것을 잊었다.
" 얼마나 강해진지 몰라. 숨긴 것도 아니고. 난 두려웠을 뿐이야. 박 중사랑은
상황이 달라."
" 알아.. 하지만 박 중사도 알고 있을걸. 네가 점점 강해지는 것을 숨긴다는
것을."
" 몰라."
난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어 물었고 맑게 변한 하늘을 바라보며 연기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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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덥다고 했는데 내일은 더 덥다고 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