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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덕분에 잠은 한 숨도 못자고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제의 사태로 박 중사까지 우리 배로 새벽부터 찾아왔다.
" 너까지 왜 그래?"
" 어제 이야기는 보고를 받았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
" 방벽 근무가 얼마나 허술하면 그 많은 인원이 방벽을 넘어와도 모르냐?"
" 지금 그 말을 하러 온게 아니라는 것 알잖아?"
내가 뱃머리에서 은혜가 타주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해가 완전히 뜬 것도 아닌데 기온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었다.
" 오늘도 무척이나 덥겠네."
" 하아.."
" 왜?"
박 중사의 표정을 보니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 위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추가 인원이 편성되니 이 배를 감시하라는. 그리고
부대장은 대령님 근처로 근무지가 옮겨졌어."
" 너랑 나랑 친구인줄 모르나봐? 그리고 부대장은 왜 대려간거야?"
" 그런 것까지 모르지."
" 그래서 어쩌려고?"
" 별 수 있냐. 까라면 까야지. 이미 병력이 오고 있어."
배 밖을 보니 족히 50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했을 잔디밭에 군용 텐트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제들도 고생이네."
" 저런 인력 있으면 감염체 하나라도 더 죽이겠다. 그나저나 왜 우리를 감시하는
거야?"
" 넌 특별히 위험인물이라고 판단했나봐. 어제 사람하나 날렸다며? 덕분에
완전히 찍혔다."
" 안 죽었나봐?"
" 너.. 내가 알던 녀석 맞냐?"
" 그 약물 부작용이 상당한데?"
" 분노조절 장애인가?"
나를 앞에 두고 내 이야기를 하는 두 녀석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 어이 어이. 내가 앞에 있다고."
" 위에서 보고 받기로는 우리가 만든 약물도 그런 부작용이 있다고 했는데
효력이 월등한 그 약물은 오죽할까."
" 뭔가 제재가 없나? 아무래도 멀쩡한 사람을 날려 버렸는데?"
기태가 걱정하듯 물었다.
" 다행히 제재는 없나봐. 아무래도 두렵겠지. 괜히 해코지할까봐."
" 참네."
박 중사의 말에 내가 웃음을 날렸다. 그래도 내가 무섭기는 했나보다.
" 앞으로 식량 배급은 저 인원이 가져다 줄 거고 우리가 준 탄약과 소총은
모두 압수하라는 명령이야."
" 더 편해졌네. 어차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도 상당한데."
" 그럼 난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제발 저 인원들과 문제 일으키지마.
저 녀석들 너희에게 발포허가까지 받았으니까."
" 상관없어. 내 일행 털 끝 이라도 건들여 봐. 본부대고 뭐고 전부 쓸어버릴
생각이니까."
내 말에 박 중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그런데 저번처럼 변하려면 계속 그 약을 맞아야 하는거야?"
" 몰라."
" 헐크처럼 화낸다고 변하는 건 아닌가보다."
" 다행이지. 그랬다면 여기가 남아나지 않았을걸."
" 하하하!!"
기태의 말에 내가 그냥 웃었다. 박 중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에서 나갔고 그런 박 중사를 맞이한 것은 어제 그 강 대위였다. 둘은 뭔가를 이야기 하더니 헤어졌고 천막에서 뜻밖의 인물이 나왔다.
" 김 중사?!"
" 설마 김 중사가?!"
설마 김 중사가 우리를 감시하는 인원에 포함 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 저 녀석이 왜 저곳에.."
" 뭐지?"
기태와 나는 뭔가 이상한 눈으로 김 중사를 바라봤고 그런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김 중사와 눈이 마주쳤지만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돌려 다시 천막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 젠장.. 배신인가? 그래서 내가 변한 것을 그렇게 빨리 알아차린 건가?"
" 설마.. 아무리 그래도 우리랑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야. 너도 잘 알텐데?"
" 하아.."
내 말에 기태가 별 대꾸를 하지 못했다. 병력들은 총을 들고 우리를 경계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행동했고 그런 인원들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 하하.. 저런다고 나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너 설마 밤에 가서 쓸어버릴 생각은 아니겠지?"
" 뭐하러 밤에 가? 낮에 가도 되는데."
" 하아.. 너무 갑자기 변했다? 그래도 저들도 명령을 받아서 하는 사람들이니
너무 그렇지 마라."
" 응."
" 오빠. 밥 먹어요. 다 됐어요."
미란이가 아침 준비가 끝났는지 올라와 말을 했고 우리는 배 안으로 들어가 간결하게 차려진 아침밥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며칠 간 우리는 배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기태가 산책이라도 나갈 생각으로 보미와 나갔지만 바로 앞에서 거절당했고 화가 난 기태가 강하게 따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빌어먹을! 우릴 가둬놔서 뭐하려고?"
" 목적은 우리가 아냐."
" 응?"
" 정서 형님이지."
" 아.."
내가 변한 것을 알았다면 분명 나를 찾아 올 것이고 그 순간 잡아 그 집단의 정보를 캘 생각인 것 같았다. 최소한 나와 형님의 만남을 방해할 생각 인 것 같았다. 하지만 최소한 나보다 동급의 힘을 가진 형님이 저 정도 병력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됐다.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쓸어버릴 능력을 가진 존재를 상대하기 위한 병력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 별 짓을 다하는군."
" 잡으려면 최소한 어디 숨어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저렇게 대 놓고 있는
다면 누가 오겠어요."
" 그 형은 와."
" 하긴. 자존심이 넘치는 분이니.."
우리는 뱃머리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병력을 보며 말을 했다. 아예 밖에 나가지를 못하게 하니 우리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하는 행위도 하지 못했다.
" 그래도 전에는 간간히 나가서 물건들을 구해왔는데 이제는 그것도 힘들겠다."
" 전보다 보급은 나아졌으니 다행이네."
다행히 보급 받는 식량 외에도 생필품 정도는 가져다줬다. 덕분에 우리가 가진 물품의 소비는 줄어들었지만 언젠가는 바닥을 보일 양이었다.
" 그럼.. 나가 볼까?"
" 뭐? 저 인원을 뚫고 나가겠다고? 못 들었냐? 저 사람들 발포 명령도 받은
부대라고!"
" 알아."
" 너.. 가서 약 올릴 생각인거지?"
" 응."
" 아서라. 제발.. 그냥 조용히 살자. 다른 애들도 생각 좀 해라."
" 쳇."
" 오빠 너무 그러지 마요. 화난 건 알겠는데 저 사람들이 뭔 죄가 있겠어요.
저들도 명령을 받고 하는 건데."
" 흠.."
은혜까지 말리는 모습을 보고 내 계획을 접었다. 생각해보니 괜히 문제 일으켰다 저들이 이 배를 향해 사격이라도 한다면 꽤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예전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과 행동을 하고 있었다. 약물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큰 힘으로 인한 자만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일행에게 해코지를 할 생각은 다들 완전히 접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앞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보이는 건물에서도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짧은 핫팬츠에 나시티를 입고 있는 은혜와 미란이가 신경이 쓰였다. 내가 자꾸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는지 은혜가 물었다.
" 왜..왜요? 옷에 뭐 묻었어요?"
" 어? 아..아니.. 흠.."
" 저쪽에서 감시하는 인원들이 신경 쓰이는 거야?"
기태도 눈치 챘는지 나에게 말했다. 확실히 이런 면에서는 나보다 감각이 월등했다. 감시자들이라고 하니 은혜와 보미가 놀라며 물었다.
" 감시자라니? 무슨 소리예요?"
" 뭔 소리야?"
" 그대로 들어. 저기 내 뒤에 있는 빌라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인원이
있어서 재원이가 자꾸 신경 쓴거야."
" 하아. 도대체 왜.."
" 왜긴 왜야. 네 남자친구 때문이지."
" 오빠가요?"
" 은혜도 봐서 알겠지만 재원이 힘이라면 진짜 못 하는게 없어. 감염체든
생존자든 완전히 쓸어버리는 것은 문제도 아냐."
" 그..그 정도예요?"
" 단순히 덩치만 커진게 아냐. 영화로 본다면 헐크 수준이야."
" 헐..."
" 그런 능력이니 위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원이가 맞은 약물을
손에 넣고 싶겠지. 그 집단과 우리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정서 형님이니
그 사람을 잡기 위해 저러는 것일 수도 있고."
" 이래저래 내가 문제구만."
" 문제는 무슨.."
" 그럼 오빠가 마음만 먹으면 감염체 전부를 죽일 수 있다는 말이예요?"
은혜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물었다.
" 전처럼 변한다면 가능하겠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 때처럼
변할지도 의문이고 확실히 부작용이 심한 것 같네."
" 부작용?"
" 뭔 부작용?"
내 말에 기태와 재효가 물었다. 난 덜덜 떨리는 손을 보며 말했다.
" 젠장... 젠장..."
"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애들이 걱정스럽게 물었고 곧이어 손 외에도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 죽여라. 죽여라. '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한 단어 내 몸에 다른 녀석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 끄아아아!!!"
" 왜?! 왜 그래?!"
온 몸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며 정신이 아련해져왔다.
" 피해..피해..."
" 뭐?!"
" 뭐..뭐야?! 왜 그래?!"
" 끄아아아!!!"
나는 배에서 뛰어내리고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시야에 잡히는 모든 사물이 붉게 변했고 몸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 쿵!!"
" 뭐?!! 뭐야?!"
내 앞에서 둔탁한 소리에 힘겹게 고개를 드니 정서 형님이 온아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오호.. 다시 변하는거야? 생각보다 빠른데?"
" 혀..형님?"
" 와.. 아직도 이성이 남아있어? 대단한 정신력인데? 난 처음에 몇 분 버티지도
못했는데."
" 크아아아!!!"
정서 형님과의 대화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다. 난 시야가 완전히 뿌옇게 변하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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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되시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