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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05화 (20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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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를 감시하는 인원의 숫자는 늘었지만 전보다 제재는 강하지 않았다. 기태와 보미의 산책을 방해하지도 재효가 방벽 밖으로 나가는 것도 말리지 않았다. 그 말은 저들의 목표는 바로 나라는 것이다.

" 다른 인원은 신경 쓰지도 않네요. 온전히 목적은 자기네요."

" 그럴 수밖에."

밖에 나갈 수 없고 내가 근무를 나가는 것도 아니니 은혜와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덕분에 그동안 못한 숙제들을 해나갔다. 전기도 공급이 되니 에어컨을 가동해서 추울 정도로 떨어진 온도였지만 은혜의 몸에는 땀이 흥건했다.

" 으..."

알몸에 찬바람을 맞으니 추운지 내 품에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무거운 눈꺼풀이 감기는 모습이 보였다. 체력이 점점 좋아지는 나와 달리 은혜는 평범한 체력이니 나를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최대한 나를 맞춰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깊은 잠에 빠졌는지 내가 움직여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에어컨을 끄고는 밖으로 나갔다. 해가 질 무렵이라 하늘에는 붉은 색 노을이 아름답게 퍼져있었다.

" 대령님이 불렀는데 갈 생각 있어?"

" 아니."

박 중사도 나를 감시하는 인력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를 감시했고 덕분에 우리 배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어차피 엄청나게 큰 배였기에 남는 방도 많았다.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고 불을 붙였고 연기를 깊게 들이 마시고는 시선을 멍하게 하늘에만 뒀다.

" 은혜는 뻗었어?"

" 응..응??"

박 중사의 말에 대답을 했다가 질문의 요지가 이상해 다시 물었다.

" 애 잡겠다."

" 들리냐..? 방음이 잘되는 방인데.."

" 보통 사람이라면 안 들리겠지."

" 쳇."

어차피 성인이라 상관은 없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은혜가 신경을 쓴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이미 그런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짧은 시간도 아니니 다른 인원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만 해도 기태와 재효의 사생활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 솔로는 서러워서.."

박 중사의 말에 뭔가 의아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아무리 세상이 이래도 사람 사는 것은 크게 변하지 않는가보다.

" 차라리 우리가 배를 옮기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 알아. 그래서 위에 보고했는데 거절 당했어."

" 참네.. 그냥 건물에 가둬두지 그러냐?"

" 그랬다가 네가 변하면 난리나라고?"

" 에잉! 그냥 좀 두지."

" 넌 우리 상황에 엄청난 변화를 줄 수 있는 인물이야. 그런 인물을 그냥

둔 다는게 말이 되냐?"

" 그런데 지금까지 감시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해?"

"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이 안 났나봐."

"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끝나려나 몰라."

" 그나저나 몸은 어때?"

" 괜찮아. 별다른 징후도 없고."

" 뭔가 이상하면 바로 이야기해. 바로 강으로 던져 버리게."

" 고맙다. 친구야."

" 뭘 그 정도로."

박 중사의 말을 받아치고는 배 밖으로 나갔다. 다른 인원과 다르게 내가 나가는 것을 보자 엄청난 인원이 몰려들어 나를 겨누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두려운 상황이었지만 난 그저 짜증이 몰려왔다.

" 그냥 산책입니다. 그냥 둬요!"

" 안됩니다. 상부의 명령입니다."

" 참네. 그럼 따라오시던가요. 난 방벽으로 갈 생각이니."

" 방벽을 넘어가는 것은 안 됩니다. 만약 저희를 따돌리거나 방벽을

넘어간다면.."

" 넘어간다면?"

" 배에 있는 일행.. 컥!!"

"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일행을 인질로 잡는다거나 그런 행동을 했다간

여기 있는 인원 전부... 죽여 버릴꺼야. 너희뿐만 아니라 본부대건 뭐건

말야."

" 아..알겠.."

" 퍽!!"

나는 그대로 멱살을 잡은 손을 놓고 병사를 던져버렸고 다시 방벽으로 걸어갔다. 내 뒤로 30명이나 되는 인원이 따라왔고 다른 사람이 본다면 마치 호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감시라는 사실이 서글펐다.

" 박 중사는?"

" 따라오지 않습니다."

내 말에 내 뒤에 있는 병사가 말을 했다. 그 뒤에 예전에 대령과 같이 있던 대위도 보였다.

" 크윽...크윽..."

방벽 위에서 감염체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감염체의 숫자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감염체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엄청난 속도로 활강하는 존재가 보였고 지상에 다다른 존재는 순식간에 감염체를 물고 날아가 버렸다. 이래서 지상의 감염체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었다. 그나마 그 집단에서 만든 감염체가 아니었다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면에서는 그 집단에 감사한 생각마저 들었다.

" 살았네?"

비둘기에게 팔다리를 강탈당한 녀석들은 머리를 강탈당한 동료에게 다가가 팔다리를 뜯어 자신에게 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사람 육체였을 존재였는데 저런 행위가 가능한 것이 신기했다.

" 봐도봐도 신기한 장면이군요."

내 뒤로 다가온 대위가 말을 했다. 전투모를 깊게 눌러쓴 뭔가 기분 나쁜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 저 신기한 장면 덕분에 저희가 살아남았죠."

"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뒤에 있는 병사들은 초초해짐을 느끼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우리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늘어나는 비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 쌔앵!!"

" 헉!!"

건물 바로 앞을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고 놀란 인원들이 소리를 질렀고 덕분에 비둘기들이 우리의 위치를 확실히 알아버렸다.

" 챙!!"

크기가 작은 녀석들은 창문을 뚫고 들어왔고 덩치가 큰 녀석들도 들어오기 위해 바동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 후퇴! 후퇴!!"

" 여기서 후퇴해서 어디로 가려고.."

병사들은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이 보였고 그 행위를 대위가 막아서며 말했다.

" 어딜 가는 거야?! 밖에 나가면 다 죽는다고! 건물 안에 숨어!"

" 정지!! 건물에서 나가지 말라고!!"

병사들은 건물 내부에 각자 숨을 곳을 찾아 흩어졌고 그런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수로 뭉쳐서 다니는 것이 좋을텐데 저런 식으로 뿔뿔이 흩어지면 비둘기 먹이가 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건물 창문이 크지 않아 들어올 수 있는 비둘기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 옆에 창문에서 들어오려는 비둘기의 머리를 칼로 내리치고 밖을 바라보니 지원군을 불렀는지

비둘기의 숫자가 늘어나 있었다.

" 난감하군. 나가기는 힘들 것 같다."

" 젠장!! 왜 하필!!"

병사들은 현재 상황에 불평을 쏟아 부었다. 마치 이 사태의 원인이 나라고 말하는 것 처럼 들렸다.

" 누가 따라오라고 했나."

일부러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고 병사들은 그런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 으쌰!"

" 어디 갑니까?"

내가 자리에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자 대위가 물었다.

" 당연히 배로 돌아가야죠. 여기 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고."

" 애초에 여기 온 이유가 뭡니까?"

" 정찰이요."

난 약 올리듯 웃으며 말했고 그대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무식한 속도로 뛰어 배로 향했다. 나를 따라온 녀석들 생사야 궁금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염두에 두고 따라오게 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배로 돌아가 은혜의 옆에 누워 잠을 청했고 내가 일어나 내 시야 앞에는 박 중사의 모습이 보였다.

" 너 대위랑 병사들을 건물에 버리고 왔다며?"

" 누가 버리고 와? 그 사람들이 탈출 못 한 거야."

" 대단하다."

" 누군가 살아남았군."

" 처음부터 죽일 생각도 없었으면서. 단지 약 올리려 한 것 아냐?"

" 그래도 누군가 당해야 다음부터 안 따라 올 거라 생각했는데."

" 덕분에 넌 배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됐다."

" 응?"

" 네 장난 덕분에 다음부터 너는 배에서 100m이상 벗어 날 수 없게

되었단다."

" 뭐야?! 뭐 그런 빌어먹을 경우가 있어?!"

" 화는 내도 잘 지킨다? 너라면 그냥 무시하고 생활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잘 따른다?"

" 맞아. 하지만 내가 안 지켰다가 저 녀석들이 우리 일행에 손댔다간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것 같아서."

" 흠..."

" 지금까지 일은.. 지금의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일았다고

한들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질 생각이야. 과거는 단지 과거일 뿐.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몰라.

단지. 지금까지 내가 한 선택 중에 후회한 적은 없어. 후회할 생각도 없어.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것은 달라질 거야."

" 하아..."

" 내 앞을 막는 놈들은 누구든 뚫고 지나갈 생각이야. 내 일행에게 피해 입히는

녀석들은 더더욱 더."

" 지금 내 앞에 있는 녀석들이 두려워서가 아냐."

" 알아. 너를 제일 오래본 기태도 한 이야기야."

박 중사와의 대화중에 은혜가 깨어났고 나는 눈짓으로 그만 이야기 하자는 제스처를 취했고 박 중사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 일어났네."

" 네.. 응? 박 중사 오빠가 왜.."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의 은혜가 황급히 이불을 들어 몸을 가렸고 나는 별 것 아니라는 말투로 이야기 했다.

" 잠깐 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들렀어. 나는 나가 볼테니 걱정하지 마."

" 네."

나는 그대로 몸을 추려 박 중사와 방을 나섰고 배 밖에는 의료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 뭐야?"

" 네 몸을 걱정하는 사람들."

" 내 몸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겠지."

" 뭐.. 간단한 검진이 있을 예정이니 걱정 하지마."

" 잘도 걱정이 안되겠다."

나는 배로 올라오는 의료진을 보고 이야기했다. 평소라면 격하게 화를 내며 쫒아 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그냥 묵묵하게 그들을 받아 들였다. 빈 방에 그들을 안내하고 그들이 꺼낸 주사기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 설마.. 피를.."

" 걱정하지 마십쇼."

" 정말 안심이 되는 말이군요."

나는 비아냥거리며 이야기 했고 의료진은 생각보다 큰 주사기를 꺼내고는

내 피부에 바늘을 꽂았다.

" 탱!"

" 응?"

" 어라?"

예상과 다르게 바늘은 내 피부를 뚫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대로 부러져버렸다.

" 이상하군요."

" 흠.."

다시 한 번 내 팔에 주사기를 꽂았지만 역시나 바늘은 들어가지 않았다. 의료진은 내 피부를 몇 번 만져보고는 말을 했다.

" 이상하군요. 손으로 만졌을 때에는 이상이 없는데.."

" 엑스레이 검사를 해보도록 하죠."

" 알겠습니다."

의료진은 이동식 엑스레이 기계를 들고 왔고 나를 침대에 눕히고는 기계를 작동시켰다.

" 어.."

" 왜 그러나?"

" 아..아무것도.."

" 아무것도?"

" 안찍힙니다."

" 뭐라?"

" 엑스레이에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 다시 한 번 해봐!"

" 벌써 세 번째 입니다!"

나를 검사하는 사람보다 하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 했고 다른 검사에도 내 결과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 뭐..이런.."

의료진은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었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이야기했다.

" 다 됐으면 내 배에서 내리시죠."

더 이상 내게 얻을 것이 없는 의료진은 장비를 챙겨 배에서 나갔고 내 몸 상태에 대한 정보가 본부대에 보고가 됐는지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이 배 앞에 몰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마지막 물량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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