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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세상은 이제 3개의 종족만이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간과 감염 비둘기. 그리고 감염체. 정말 다행인 것은 어느 누구도 동맹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뭐 비둘기들이야 애초에 불가능했고 감염체와 동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된다. 인간들 중에서도 파벌이 나뉘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하나로 뭉쳐도 힘든 판국에 서울 구역과 지방의 다른 구역에서 결합을 전혀 원치 않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조금만 힘을 합치면 지금 있는 구역 보다 더 안전한 구역을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 그럼 다른 인력들은 현재 뭐해?"
" 우선 주변 정찰을 하고 있고 현재 비둘기와 대형 감염체간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지. 누가 이기던 뭔 상관이야. 이긴 놈을 우리가 다시 치면 우리가
이기는데."
" 뭐. 어디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니까..."
비유적인 표현으로 돌려 말하는 은혜였다. 어차피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이니 누가 이기던 상관없는 말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 오늘은 여기서 지내야하나?"
" 아웅..."
" 어?!! 또 날아간다?! 이번에는 다르게 퍼지네?"
이번에는 미사일이 비둘기 위에서 터지며 아래로 흩날리듯 불꽃을 토해내는 모습이 보였다. 건물이 불에 타서 큰 불이 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비둘기만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고 나무나 숲이 타들어가는 모습 외에는 건물에는 큰 피해를 받는 모습은 아니었다.
" 뭔가 새로운 무기를 개발한 것 같네. 건물이 타는 모습은 보이지 않네."
" 흠... 예전에 들은 무기가 있는데 감염체나 인간이나 생물체에만 반응하는
무기를 발명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 뭐.. 굳이 서울 건물을 지키고 싶다면야 발명했겠지."
박 중사에 말에 내가 비꼬며 말했다. 아무리 서울이 한국의 심장이라고 해도 지금은 사정이 다른 상태인데 굳이 계속해서 서울을 지키려고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 여기도 위험할 수 있어. 그러니 조금 더 멀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동감이야."
박 중사의 말에 다시 시동을 걸어 최대한 공격 지점에서 멀어졌다. 생존자 부대는 작정이라도 한 듯 무식할 정도로 화력을 퍼붓고 있었고 우리는 그런 모습을 뒤로 하고는 안전 지역이라고 생각되는 곳까지 이동하였다.
" 이쯤이면 괜찮지 않을까?"
" 어차피 남은 연료도 별로 없어요."
박 중사가 배를 멈추며 말했고 재효가 연료 게이지를 보고 말했다. 생각보다 보트는 연료를 너무 많이 먹었다. 원래 연비가 좋은 것은 아닌 수단이란 것은 알았지만 이래서는 이동이 힘들 지경이었다.
" 예비 연료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더 이상 운행을 힘들 것 같네."
기태가 창고로 사용되는 방을 다녀오며 말했다. 예비 연료라고 해봐야 이제 우리가 다시 예전 구역으로 돌아갈 정도만 남았다고 했다. 지금은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왔으니 이 정도인데 반대로 간다면 분명 연료 소비는 더 할 것이다.
" 물의 방향이 바뀔 때 움직이자. 다시 거꾸로 올라가는 것은 진짜 미친 짓이야."
" 하아.. 여기 근처에서 낚시는 되려나?"
" 모르지.."
우선 먹을 것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이기에 먹을 걱정부터 했다. 우리가 가진 식량으로는 아껴 먹어봐야 보름도 채 안 되는 양이었다.
" 우선 제일 급한.. 뭐 앞으로도 제일 급하겠지만. 식량이 문제인데."
"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식량창고가 있어. 그곳을 털자."
" 뭐?"
박 중사의 말에 다들 놀라며 이야기했다.
" 여기 근처에 식량 창고가 있다고. 그러니 여기를 털면 먹을 식량은 생기겠지."
" 그런 중요한 사실을 왜 이제야 이야기 해주는 건데?"
" 나도 나오는 길에 알았어. 그런데 식량 창고긴 한데.. 양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생각보다 없을 수도 있어.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지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
"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뭐라도 있겠지."
나와 박 중사가 식량을 구하러 나갔고 재효와 기태가 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 철컥."
" 응?"
" 굳이 총까지..?"
" 외부는 그렇다 쳐도 배에서는 필요할 거야. 우리 지금 안전구역에서 벗어난
상태고 주변은 감염체나 감염 비둘기도 많이 나타나는 지역이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어."
" 자기도 조심해서 다녀와요."
" 응."
나가는 나를 안아주고는 뺨에 키스를 하고는 살짝 웃어 보이는 은혜를 바라봤다. 나도 살짝 웃어 보이고는 배를 나섰다. 요새 들어 부쩍 스킨쉽이 심해진 은혜였다. 가끔은 조금 과할 정도인 표현까지 서슴없이 해서 당황할 때도 있었다.
" 뭔가 좋으면서도 고민이 있는 표정이다?"
" 그래? 그래 보이나?"
" 뭐.."
이제는 표정만 봐도 상대방의 기분까지 느낄 정도로 가까워진 우리였다. 조심스럽게 박 중사가 알려준 식량 창고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식량 창고라고 대단한 것도 아닌 그냥 대형 음식점에 발전기를 구비하고 보관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미 누가 다녀갔는지 내부는 상당히 파손된 상태였고 곳곳에 피가 떨어진 흔적까지 보였다. 누군지 몰라서 서로 피 튀기는 전투 후에 식량을 차지한 모습이었다.
"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네."
" 그래도 나름 비밀스러운 장소인데.. 이미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너무 많네."
그래도 급하게 나간 것인지 미처 가져가지 못한 캔 음식들을 챙겨 들고 나왔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 정도는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 이래서야 원.."
" 그래도 없는 것 보다야..."
" 재효가 낚시를 해 본다고 했는데 잘 잡히려나?"
" 아닐 걸.."
바람도 많이 부는 날에 사방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판국에 물고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물속에 있어도 충격이 느껴질 것이니 이리저리 도망 다니느라 바쁜 상황일 것은 안 봐도 뻔했다.
" 다른 곳은 없어?"
" 근처는 이곳이 전부야."
" 난리 났네."
" 우선 돌아...어라?"
" 왜?"
" 저기.. 사람들이 있네?"
" 응? 어디?"
박 중사가 알려준 곳을 보니 생존자들이 한가로이 땅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본다면 주말 농장에서 집에서 먹을 채소를 키우는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 뭐지? 어쩜 이런 상황에 아무렇지 않게.."
" 가서 물어보자."
" 뭐?"
" 물어본다고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 참네."
내 말에 박 중사는 어쩔 수 없이 나를 따라왔고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하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분명 이런 경우 긴장하며 우리를 의심에 눈초리와 불신의 눈초리로 봐야 정상인데 저들은 그런 행동이 전혀 없었다.
" 실례합니다. 선생님."
" 네? 무슨 일이시죠?"
그래도 나이가 제법 든 남자에게 존칭을 쓰며 물었다.
" 이곳은.. 감염체나 감염 비둘기의 공격이 없습니까? 여기 계신 분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너무 편안해 보여서.."
" 아.. 구역에서 오신 분들이시군요."
구역은 우리가 있던 안전 구역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들도 구역이라는 존재를 알고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신기했다.
" 네. 하지만 이번에 공격 작전으로 피난을 왔습니다."
" 허허.. 그래서 요새들어 다른 분들이 계속 몰려들어왔군요."
" 그런가요?"
" 네.. 뭐 대부분은 저희를 보고 다른 곳으로 갔지만 처음이군요. 저희를 보고
질문을 한 사람들은."
물론 다른 생존자들도 궁금했겠지만 사태가 지속되며 다른 집단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니 섣불리 물어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 뭐. 저희는 저희를 지켜주시는 분이 계시니 안전합니다."
누가 누굴 지켜준다는 말인지. 나도 내 몸 하나 관수하기 힘든 판국에 이런 집단을 지키는 존재가 누군지 궁금했다.
" 혹시.. 그 분을 뵐 수 있을까요?"
" 당연하죠. 그분은 언제나 다른 분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 네."
나와 박 중사는 낯선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걸었다. 혹시 모르니 주변을 경계하며 걸었지만 우리에게 적대감을 가지거나 몰래 감시하는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 뭔가.. 수상하고 이상하고 궁금한데."
" 흠..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박 중사가 내 옆에서 작게 말했고 나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작게 말을 했다. 20여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예전에는 꽤 큰 교회로 예상되는 곳이었다. 뭐 지금이야 군데군데 폭격의 흔적이 있었지만 사용하는데는 지장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들어가기 꺼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 뭔가 느낌이 별로 인데."
" 너도? 나도 그런데.."
" 흠.."
교회로 들어가니 큰 강당이 보였고 곳곳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고 마침 단상 위에는 덩치 큰 사람이 앉아 있었다. 분명 거리가 꽤 되는데도 불구하고 덩치가 큰 것이 여기서도 보일 정도였다.
" 썅.."
" 왜!?"
내가 나지막이 욕을 하자 박 중사가 놀라며 물었다.
" 저기 앉아 있는 놈.."
" 응?"
" 감염체야."
" 뭐?!"
처음에는 희미하게 느껴지던 기운이 그 존재와 마주하자 확실해졌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게 감염체라면 분명 날뛰거나 뭔가 인육을 갈구해야 하는데 저 사람은 그런 모습이 없었다. 온몸을 휘감은 망토와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천천히 걸어 단상에 앉은 존재와 마주했을 때는 예상보다 큰 덩치에 놀랐다. 적어도 3미터는 넘을 키에 대형 감염체와 비슷한 체격. 하지만 얼굴은 상처가 많았지만 분명 온전한 사람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 대리인님.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 오오.. 어서오십쇼."
" 네.."
외모로 보아 남자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목소리를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놀란 티를 내지 않고 별 변화 없이 그 존재를 바라보고 있자 몇 초가 지나 그 대리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 하.. 촌장님 간단한 다과라도.."
" 알겠습니다."
이 판국에 다과라니. 먹고 죽을 음식도 없는 상황에 다과가 있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물론 뭘 가져올지는 몰랐지만. 목소리는 여성에 가깝다고 생각되었지만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었다.
" 어디서 오셨습니다."
" 00한강 지구에서 생활하다 폭격으로 잠시 피난 왔습니다."
박 중사가 그 존재의 물음에 정중히 대답을 했고 그 존재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이야기했다.
" 네. 헌데 저희에게 무슨 볼일 이라도.."
" 궁금해서 왔습니다. 다른 지역은 감염체나 감염 비둘기의 공포에서 제대로
생활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여기 계신 분들은 너무 평화롭게 생활하는 모습에
궁금해서 왔습니다."
" 하하.. 비결은 별 것 없습니다."
" 혹시 알려 주실수 있습니까?"
" 물론입니다. 굳이 제가 알려 드리지 않아도 옆에 계신 분은 답을 알겠지만
말이죠."
박 중사의 물음에 그 존재는 나를 보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도대체 저 사람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저 분은 저와 같은 존재 아닙니까? 감염체와 인간의 융화된 존재. 지금까지
생명체 중 가장 강한 존재."
" 당신도 눈치 챘군요."
" 하하! 뭐.."
내가 알았다면 저 사람이라고 모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답이 도대체 뭔지는 알 수 없었다.
" 알려주시죠. 그 답을."
" 답은 간단합니다."
" 그러니까 그 답이 뭡니까?"
알려 줄 생각이 있다면 빨리 알려주지 살살 약 올리는 듯 한 말투가 거슬러 약간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그 존재는 표정 변화 없이 그 모습 그대로 나에게 이야기 했다.
" 아.. 당신.. 아직 제대로 변이가 이뤄지지 못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