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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13화 (21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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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배 안에 들어오니 사람들은 저 인원들의 정체를 궁금해 했고 박 중사는 차분히 병사들에게 그 존재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 설마... 어기까지 들어올 줄이야."

" 겁을 상실했군요."

" 겁을 상실했다기보다 그럴만한 능력이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라

생각이 되네요."

내 말에 병사들은 말이 없었다. 정말 우리가 제대로 살아남아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적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감염체. 새로운 적.

점점 줄어가는 식량과 무기. 그리고 생존자. 저들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래도 암울한 상황은 아닙니다. 저들이라고 감염 비둘기의 공격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감염체의 공격은 막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증거도 없고요."

박 중사의 말이 맞았다. 저들이 말한 것은 감염체의 공격이지 감염 비둘기의 공격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감염체 따위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 !!!! "

" 뭐!!!"

우리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나와 기태. 박 중사는 무섭게 뒤를 돌아 봤다.

" 정서 형님?"

" 워.. 오랜만이야?"

" 안부 인사를 묻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군요."

어느새 총을 들고 조준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아 훈련이 잘된 팀으로 보였다.

" 뭐.. 그나저나 총은 치우지? 그런 총으로 날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 뭐 최소한의 보험이죠."

" 아서라."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로 나를 보며 이야기 했다. 정서 형님이 여기 있다는 것은 방금 다녀간 집단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다.

" 방금 다녀간 사람들과 관련이 있군요."

" 역시 눈치를 빨라. 저들이 우리 집단에서 이탈해서 다른 계획을 가진 집단

중에 하나야."

" 위협적인 집단인가요?"

" 뭐.. 실력은 고만고만한데 문제는 숫자도 많고.. 이상하게 생존자들을 끼고

살아가려고 해서.."

" 형님네 집단도 문제가 많군요."

" 우리라고 저런 비둘기를 온전하게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 하지마. 저것들

덕분에 일반 감염체가 거의 전멸 직전까지 갔어."

" 저희에게는 행운이군요."

옆에 있던 박 중사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런 박 중사도 마음에 드는지 역시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 뭐.. 이제는 삼파전으로 바뀐 것뿐."

"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 뭐.. 너 상태도 볼겸. 저 녀석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 인지 알아볼겸."

"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 녀석!!"

병사 중 용감한 병사가 총구를 들이대며 정서 형님에게 말했다. 정서 형님 표정은 뭐 이런 겁대가리 없는 녀석이 다있냐는 표정으로 그 총구를 잡고 단숨에 휘어 버리며 말했다.

"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다 죽였으니 너무 날뛰지 말도록."

" 허억.."

놀란 병사가 뒷걸음질 하다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 이 분은 그 집단에서 우리 쪽 첩자로 있으신 분이니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내가 무슨 첩자야?"

" 지금까지 한 행동은 첩자 맞습니다."

" 그런가.."

내 말에 발끈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한 행동을 보면 첩자와 다를 것이 없었다. 내 말에 병사들도 믿는 눈치였기에 신경 쓰지 않고 현재 상황을 물어보았다.

"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 뭘 어때. 최악이지. 우리 집단은 분열이 가속화되고 거기다 감염 비둘기가

엄청나게 공격해서 미칠 지경이고. 너희도 미사일이나 뭐 화력을 쏟아 붓고는

있지만 큰 소득은 없었을걸?"

" 그렀습니까?"

" 단순히 강북에 있는 둥지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저 둥지 전국에 몇 개

있어. 그러니 괜한 힘 빼지 말라고 해라."

" 알겠습니다."

" 그나저나 먹을 것 좀 있냐?"

" 형님 드릴 것은 없습니다만?"

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가뜩이나 쪼들리는 식량에 입이 하나 늘어날 수는 없었다.

" 야박하기는.. 자!!"

정서 형님이 접힌 종이를 건내며 말했다.

" 우리 쪽 식량 창고 위치야. 지금은 몇 군데 안 남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가봐."

" 감사합니다."

" 뭘..."

우리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었는지 미리 준비한 지도를 건내 받았다.

" 그럼 난 간다. 아까 그 녀석 또 오면 연락해."

" 무슨 수로 연락을 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내가 변하는...!!"

" 하하!! 괜찮아!"

정서 형님은 말을 마치고 무서운 속도로 사라졌고 긴장했던 병사들도 긴장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내 상태를 묻기도 전에 마치 피하듯이

행동하는 모습이었다.

" 그 집단이라고 전부 악한 사람은 아니었군요."

" 저 사람 엄청 사악해. 우리에게만 이럴 뿐."

" 다행입니다. 저런 사람이 적이 아니라."

" 언제 적으로 돌아설지 모르는 일이야."

박 중사와 병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나도 바닥에 앉았다. 순식간에 높아진 긴장감으로 추위가 달아난 듯 싶었지만 이내 긴장이 풀리면서 온 몸에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

" 안되겠다. 장작 좀 더 넣자."

" 진짜 춥네. 왜 이런지도 물어볼걸."

" 으으으으..."

사람들은 긴장이 풀리면서 마련된 잠자리에서 잠을 청했고 근무를 하기 위한 인원은 다시 투입이 되었다.

비는 며칠 동안 지속이 되어서 우리는 마른 장작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정서 형님이 건내준 창고도 수색을 했지만 근처에 있는 창고는 아주 소규모의 인원이 먹을 수 있는 식량만이 있었다. 아마도 이동시에나 정찰시에 이용하기 위한 시설이라 생각이 되었다.

" 여기도 별로 없네."

"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 낫지."

" 에휴.."

" 돌아간다."

" 네!"

정서 형님이 다녀간 후 우리가 있는 구역에 병사와 장비가 추가되었다. 장갑차와 대공포. 박격포 등 여러 가지 무기가 실려 오는 모습이 보였고 상주 인원도 추가 되었다. 처음 왔던 인원들은 박 중사와 근처를 수색하거나 감염체나 감염 비둘기의 둥지를 찾는 업무를 맞게 되었다. 물론 저들의 임무 중에는 우리의 감시 임무도 포함이 되어 있었지만 정서 형님 사건 이후 우리에게 크게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 다행이 믿는 눈친데?"

" 그럼 다행인데.."

" 김 중사네. 부대장도 보이고."

추가로 편성된 인원 중에 눈에 익은 병사들도 보였고 병사를 통솔하는 부대장과 김 중사의 모습도 보였다. 김 중사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부대장까지 올 줄은 몰랐다.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부대장은 하던 일을 멈추고는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 오랜만입니다."

" 네. 부대장님 잘 지내셨나요?"

" 뭐. 본부대에서 이것저것.."

약간은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인사를 끝으로 우리는 말이 없었다. 표면상의 이유는 이 구역을 지켜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는 비둘기나 이단자 집단을 방어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속은 나를 감시하겠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 그럼 필요한 물품이나 식량이 있으시면 말씀주시죠. 최대한 배려해

드리겠습니다. 단 구역을 나갈 때에는 저희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허락 정도야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내가 배를 버리고 멀리 갈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부대장도 배려해준 것 같았다. 부대장은 그 후 할 말이 없는지 다시 작업지로 돌아갔고 나와 박 중사는 다음 수색 구역을 정하기 위해 배로 돌아갔다.

" 생각보다 잘 꾸몄네?"

" 그치? 생각보다 좋더라고."

예전의 유람선을 개조해서 만든 박 중사와 병사들 숙소를 구경했다. 각종 무기와 탄약이 내부에 적재가 되어 있었고 나름 편의시설도 잘 구비가 되어있었다.

" 지낼만 하겠다."

"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흔들려서 괴롭다."

"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배는 단순하게 칸막이를 설치해 내무실로 쓸 곳과 무기 창고 식량 창고 등으로 나눈 것이 전부였지만 꽤 효율적으로 내부를 바꾼 모습이었다.

" 이제 돌아가 봐야 하지 않아? 애들이 걱정하겠다. 아침부터 나와  었는데."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이미 하늘은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고 나는 병사들과 박 중사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하고는 일행이 있는 배로 돌아갔다.

" 왔어요?"

" 응. 뭐해?"

" 저녁 차려요."

얼마 전에 잡은 물고기로 보미와 은혜가 요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보미 요리 실력이 좋기에 미란이와 은혜가 여러 가지로 배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요새는 보미가 아니더라고 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었다.

" 잘 먹겠습니다!"

" 많이 먹어! 많이 있으니까."

" 오오! 이거 맛있네?"

" 다행이다! 제가 했어요!"

내가 생선 요리를 먹고 맛있다고 하자 은혜가 자신이 만든 음식이라며 좋아했다. 다들 오랜만에 느긋하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 우선 몇 군데 남기는 했지만 식량창고라고 해봐야 많은 양은 아냐. 그래도

우리 상황에는 도움이 되니 나와 재원이나 나가서 틈틈이 찾아 볼 예정이야."

" 전에 그 이상한 집단의 남자들은 안 오겠죠?"

" 아마 한 동안은 무리지 않을까 싶어. 여기 방어도 튼튼하고 인원도 많이

늘어난 상태인데 굳이 무리해서 이곳을 공격할리는 없겠지."

은혜의 말에 기태가 대답을 해주었다. 비가 오고 나서 한 동안은 감염 비둘기의 출몰이 드물었지만 날이 개면서 점점 늘어나는 모습이 보여 낮에도 나가기 꺼려지는 상황이었다.

" 날이 풀려서 감염 비둘기가 많이 보이니까 나갈 때 조심하고."

" 네."

" 그리고 저기 있는 인원들을 너무 믿지는 마. 우리를 지켜준다는 의미보다

우리를 감시하는 업무가 주된 업무일 것 같으니."

" 네. 가끔 이상하게 쳐다볼 때도 있는데 뭐 이제는 그냥 넘겨요."

" 최대한 우리는 저기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저들도 우리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있으니.."

" 대단하다. 대단해. 이런 상황에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니."

" 사람이 다 그렇지.."

" 에휴. 세상이 이지경이 되도 변하는게 없네."

" 본성이 어디 가겠냐."

기태의 한탄에 내가 말을 했다. 물론 박 중사가 중간에서 잘 하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박 중사 계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친구인 김 중사의 방해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멀리서 들리는 감염 비둘기의 울음소리가 살벌할 정도로 울려 퍼졌다.

" 무서운데.."

" 저러다 정말 여기로 전부 달려들 생각은 아니겠지?"

"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나는 잔에 담긴 위스키를 한 모금 먹으며 말했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독한 술 이었다. 적절한 안주도 없이 먹는 술은 꽤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 잠을 자기 위한 일종의 수면제 역할을 도와주는 행위였다. 대부분의 일행들이 약간의 술을 마시고는 공포심이 느껴지는 감염 비둘기의 소리를 뒤로 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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