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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침이 되어 창문으로 밖을 보니 병사들이 꽤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다른 방향의 창문을 보니 이제는 시야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 감염 비둘기 무리가 보였다. 아무래도 지내는 인원의 숫자가 많으니 저들 입장에서는 먹이가 풍부한 지역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 바로 달려들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닌데."
" 박 중사한테 무전은 없어?"
일찍 일어난 기태가 뱃머리에서 나를 보며 말했다. 무전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박 중사와 무전을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 부대장이 무전을 했어. 조심하라고 점점 여기로 가까워진다고."
" 부대장이? 우리 주파수는 어떻게 알았지?"
" 모르지. 그래도 아예 우리와 돌아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오해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거꾸로 저들이 노리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 괜히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만 난처해지는 상황은
피해야지."
" 하긴.."
괜한 믿음은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상황으로 변한 경우가 많았으니 기태도 꽤나 신중한 표정이었다.
" 온다!!!"
" 애애애앵!!!!"
갑작스러운 비둘기의 움직임에 기태가 소리를 질렀고 기태의 말과 동시에
사이렌이 울리면서 엄청난 화력이 쏟아져 나갔다.
" 콰광!!"
" 쾅!!"
" 들어가자!! 애들 깨우고!!"
상황이 급변하자 우리는 급하게 배 안으로 들어갔고 우리가 깨우기도 전에 이미 애들은 일어난 상황이k었다. 이미 방어준비를 끝낸 상황인지 재효와 미란이의 손에는 소총이 들려 있었다.
" 벌써 준비가 끝났네?"
" 새벽부터 울어서 제대로 잠도 못 잤어."
" 충격이 엄청나네."
병사들이 쏘는 무기의 소리와 진동이 배 안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박 중사가 있는 배도 배 밖으로 나와 총을 쏘는 모습이 보였다.
" 우리는 뭐 안 해도 되요? 어디 안전한 곳으로 가야 되는 것 아니에요?"
은혜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공격받았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몸을 떠는 모습까지 보였다.
" 걱정마. 여기가 제일 안전해. 밖에서만 마주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 전...에처럼 변하지 않겠지?"
재효가 나를 보며 말했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변하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니 애들도 불안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 몰라. 왜 변하는지. 어떻게 해야 변하는지. 그래도 적을 구별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지."
" 저번에 정서 형님 왔을 때 물어보지 그랬어?"
" 물어보려고 했는데 눈치 채고 도망가는 것 같더라."
" 실은 형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 아닐까?"
" 그런 것 같더라. 하하하!"
나는 어이없는 상황에 웃음이 났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애들이 더 신경 쓰고 있는 모습에 덩달아 나도 신경이 쓰였다.
" 뭐 크게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 하지마."
" 그렇게 난폭해져놓고.."
은혜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지만 내 귀에는 다 들렸다. 나는 애써 못 들은 척하고 창밖을 봤다. 감염 비둘기들 수십이 몰려왔지만 강해진 화력이 힘을 쓰지 못했다. 간간히 그물 비슷한 것이 날아가 비둘기를 감싸고는 강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 뭔가 신무기인가?"
" 예전부터 있던 무기인데? 예전에 비둘기가 작았을 때 쓰던 무기 같은데?"
" 치직..치직..."
기태가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뭔가 무전이 들렸다.
" 기태야... 재원아!! 치직."
무전기에서는 박 중사가 우리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무전으로 기태가 다시 다급하게 물었다.
" 치직.. 숫자가 너무 많아! 와서 도와줘!"
" 치직.. 알았어! 금방 갈께!"
" 무슨 소리야! 지금 저기 까지 무슨 수로 갈려고?!"
" 응?"
" 밖을 봐라! 여기서 뭔 수로 나갈 생각인지?"
내 말에 기태가 창문을 보고 다시 무전을 했다.
" 치직.. 박 중사.. 생각 좀 해보고..."
" 치직.. 야!! 너희 무기 있잖아?! 그냥 쏴!!"
" 치직..더 이상 보급도 안 되는데 쏘면 어쩌라고!!"
밖에는 감염 비둘기들이 낮게 날아다니고 있었고 지상에 있는 병사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아무리 쏴도 날아다니는 표적에 숫자도 만만치 않다보니 쉽게 잡을 수 없었다.
" 빌어먹을. 쉽지 않겠는데?"
이미 박 중사가 있는 배와 우리 근처에 몰려든 비둘기를 보며 기태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도우러 가기에는 우리 상황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 여기서 그냥 잠자코 있어야해. 괜히 총을 쐈다간 비둘기들이 우리를 알고
여기로 몰려들지도 몰라."
" 하지만.."
"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도 위험한 상황이니 지금은
반대야."
기태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의 생존도 중요했다.
" 내가 나가서 비둘기를 유인할게."
" 반대야. 너 혼자 저 많은 비둘기를 어쩔 수는 없어."
재효의 말에 내가 반대했다. 재효도 기태와 같은 생각이지만 현재 재효의 실력으로는 저 많은 숫자를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 그럼 네가 나갈 생각은 없냐?"
기태의 말에 내가 대답을 안했다. 나도 나갈 생각은 있었지만 지금 내가 아는 내 실력으로는 저 숫자역시 무리였다.
" 나라도... 안 돼.. 예전처럼 다시 변한다면 모를까.. 지금은 무리야.."
" 슈트를 입어도?"
" 슈트를 입는다 해도.. 무리야.. 슈트가 만능은 아냐."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미 밖에는 수백으로 늘어난 감염 비둘기들이 박 중사 일행이 탄 배로 몰려들었고 지상에 있는 병사들도 박 중사 일행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숫자가 화력을 압도했다.
" 하아.."
이미 지상의 병력 숫자는 줄어든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는 주인을 잃은 무기들이 널려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고는 무기를 집었다.
" 몇 초 전까지 안 된다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 취소."
" 자신은 있어요?"
은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친구를 구하기 위함임을 알기에 말리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속마음은 이미 날 붙잡고 늘어져있었다.
" 뭐.. 지금은 무리겠지만 뛰어서 박 중사 배까지 가는 것은 문제없어."
" 네.."
내가 크게 걱정하지 말을 돌려 말했지만 믿는 모습은 아니었다. 나는 무기를 챙겨 들고는 기태와 재효에게 말했다.
" 내가 박 중사 배로 최대한 빨리 뛰어갈게. 너희는 만약 비둘기가 여기 위치를
알고 공격을 하면 내가 다시 돌아올 시간을 벌어줘."
" 알았어."
" 조심해."
너무 쉽게 마음을 바꾼 것 같아 뭔가 찜찜한 느낌이었다. 물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괜한 자신감은 저세상과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후우.."
나는 조심히 배 밖으로 나가 숨을 들이쉬었고 다리에 힘을 주어 달리기 시작했다.
" 콰앙!!"
바닥에는 내 힘을 버티지 못한 보도 불럭이 박살이 났고 바람을 가르며 박 중사가 있는 배를 향해 뛰었다.
" 푸욱!!"
" 끼에에엑!!!"
다가가며 몇 마리를 죽였지만 근처에 있던 녀석들이 내 존재를 발견하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개중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녀석이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외관을 자세히 보니 이제는 예전모습을 눈 씻고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변했다. 부리는 톱날처럼 변해있었고 눈도 달팽이 눈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발톱은 무척이나 날카롭게 변해있었다.
" 끼에에엑!!!"
" 쳇!!"
내 앞에서 불이라도 뿜을 기세로 소리를 치는 모습에 약간은 움츠리게 되었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에 얼른 몸을 돌려 창을 휘둘렀다.
" 서걱!!"
" 빌어먹을! 설마?!"
앞에서 시야를 뺏고 뒤에서 공격하는 단순하지만 그래도 전술인데 설마 녀석들이 노리고 했는지가 의문이었다. 어이없이 당한 뒤에 녀석 때문인지 내 앞에 있는 녀석도 섣불리 다가오지는 못했다. 나는 잠시 틈을 노리고 녀석의 품에 파고들어
창을 턱에서 머리로 찔러 넣었다. 순식간에 움직인 상황이라 녀석은 별다른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 쿵..."
제법 큰 녀석이라 쓰러지는 소리도 묵직했다. 머리위로 녀석의 피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박 중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쿵!!"
" 왔구나!"
지상에서 바로 뛰어 배 난간에 총을 쏘고 있는 박 중사 옆으로 착지했다. 이미 몇몇은 큰 부상을 입고 내부에서 신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남은 무기는?"
" 이거라도 써."
옆에 나뒹구는 소총을 집어 내게로 던졌다. 하지만 탄약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나는 총을 내려 놓고 말했다.
" 탄약도 없는데 그냥 창으로 싸울게."
" 고맙다."
" 쳇... 피해 상황은?"
" 멀쩡한 인원이 열 명도 채 안 돼."
" 많이도 다쳤네."
" 지상군의 피해는 더 엄청나. 김 중사 부대는 거의 전멸이라고 하던데?"
" 그 와중에 잘도 무전을 했다?"
" 무전이 들어오니까 들었지."
" 부대장 부대는?"
"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지만 추가 병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버틸지가
의문이다."
" 끼에에엑!!"
" 도대체 이 녀석들이 여길 어떻게 알고 날아왔어? 지금 있는 인원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발견될 리가 없는데?"
" 몰라! 지금 그게 중요하냐?"
김 중사가 총을 쏘며 내게 소리쳤다. 나도 창으로 싸우려고 했지만 내 공격거리보다 먼 곳에 있는 녀석들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저 멍하게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 어쩔 수 없이 총으로 싸워야 하나.."
나는 다시 총을 들어 박 중사 옆에서 지원 사격을 했고 수 백발의 탄약을 소비하고 나서야 멀리서 지원 병력이 몰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꽤 준비를 많이 했는지 신기하게 생긴 장갑차도 보였다.
" 저 장갑차는 처음 보는 모델인데?"
" 대 감염 비둘기용으로 새로 개발했다고 했는데 벌써 완성됐나보네?"
" 뭐 특별한 기능이라도 있냐?"
" 뭐 있겠냐? 그냥 마구 퍼 붓는게 전부지."
박 중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소리를 내며 게틀링 건으로 보이는 무기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탄약이 발사되는 모습이 보였다.
" 워우... 저런 식으로 발사가 돼?"
" 원래 저런 식의 불꽃이 보였나?"
나와 박 중사는 처음 보는 현상에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 우선 부상자부터 처리하자. 저기 의무병이 오네."
우리가 있는 곳으로 의무병과 지원 병력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무사히 배로 들어온 병력들은 자리를 잡고 감염 비둘기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 후우.."
" 이제 한시름 놓겠다."
나는 수통에 들어있는 물을 마시며 말했다. 대부분 소총이 아닌 많은 탄약의 발사가 가능한 기관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20에서 25발의 탄약이 들어가는 일반 탄창보다 효과도 좋을 것 같았다. 명중률이야 이미 인간보다 커진 감염 비둘기를 상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보였다.
" 괜찮으십니까?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박 중사에게 다가온 의무병이 말을 했고 박 중사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의무병은 다른 병사를 살펴보러 갔다.
" 근데.. 왜 난 안 물어보냐?"
" 응?"
" 나도 여기서 너랑 같이 싸운걸 봤을텐데 저 녀석은 왜 나에게 괜찮냐고 안
안 물어 보냐고?"
" 뭐 넌 멀쩡해 보였나보지."
" 그런 너는 안 멀쩡해보여서 물었냐?"
내가 약간 기분상하며 말을 했고 박 중사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순간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박 중사를 지키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였다. 이 녀석.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에서도 제 몸 하나는 지킬 능력과 실력이 있는 녀석인데 말이다.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뭔가 알아챘는지 박 중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뭔가... 후회하는 표정이다."
" 응. 아주 절실히."
" 신경 쓰지마."
박 중사의 말에 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말했다.
" 그럴려고. 앞으로 절대."
그런 나를 보고 박 중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