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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18화 (21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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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정말 강 건너 불 구경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박 중사가 소리쳤다.

" 어쩔 생각이야?!"

"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 무기 있잖아?!"

" 지금 여기서 쏜다면 병사들도 맞을 수 있어. 그리고 괜히 감염 비둘기가

이쪽으로 오는 상황은 피하고 싶은데."

" 그래서 그냥 두자고?"

" 얼추 정리가 되어 가는 것 같으니 지켜보자고."

" 응?"

박 중사와의 짧은 대화중에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애초에 감염 비둘기는 덩치가 클 뿐 숫자는 많지 않았고 일반 감염체야 훈련된 병사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초반에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제정신을 차린 병사들은 차분하게 감염체를 상대해가고 있었다.

" 이제 나가도 될 것 같은데.."

" 그럼 가볼까?"

나는 무기를 챙겨들고 조심스럽게 나갔다. 부대장의 주둔지에는 이미 감염체의 시신과 병사들의 시신들이 공터를 메우고 있었다.

" 콰앙!!"

" 타타타타타탕!!!"

전열이 재정비된 병사들은 유탄과 수류탄을 마음껏 사용하며 전투를 지속했고 덕분에 순식간에 정리된 일반 감염체를 보고 신기할 정도였다.

" 와...진짜 훈련이 잘 되어 있구나.."

내 감탄사에 박 중사가 소리쳤다.

" 뒤!! 재원아 뒤!!"

" 푸욱!!!"

난 주변에 뒹굴고 있는 소총을 들고 뒤에서 날아오는 감염 비둘기를 향해 던졌다. 대검이 결속되어 있는 소총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감염 비둘기의 정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힘을 잃은 비둘기는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쳤고 덩치 큰 녀석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 또한 둔탁했다.

" 쿠웅..."

" 쳇.."

하지만 더 이상 감염 비둘기들이 내려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의 대응 속도와 내가 죽이는 모습을 보고 겁을 먹었는지 아니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처음보다 더 높게 날아 원을 그리며 우리를 감시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대응이 빨랐다고는 하지만 병사의 숫자는 확연히 줄어 있었다. 온몸에 피 떡칠을 한 병사부터 신체의 일부분이 없는 병사까지 주둔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모습이었다.

" 끄어..사..살려줘.."

" 의무병!!!"

" 여기!! 소독약!!!"

" 내 친구가 죽어간다고!!!"

" 멀쩡한 인원은 방벽으로 가봐!! 어디가 뚫렸는지!!"

" 알겠습니다!!"

하지만 부상자가 워낙 많아 멀쩡한 인원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본부대에서 추가 인원이 도착한 모습이었지만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 끄으으으.."

" 박 중사 너희 인원은 피해가 없어?"

내가 조금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

" 다행히 배 안에서 전투를 해서 큰 피해는 없어. 감염 비둘기가 배를

파손했지만 큰 피해는 아니라서."

" 그래..다행이네."

" 우리 인원들 대부분이 방벽으로 갔는데 방벽 일부분이 파손됐다고 하더라.

그런데 자연적으로 무너진 것은 아니고 누군가 인위적으로 파손시킨 흔적이

보인다고 하더라."

" 그래?! 설마 여기에 첩자가 있나?!"

" 정확한 것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자연적으로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보여."

" 미치겠군."

" 본부대에서도 난리가 났나봐. 부대장도 무전을 받고 급하게 본부대로 갔고

김 중사가 이곳을 통제하기는 하는데.."

김 중사를 지칭하는 말에 약간은 얼버무리며 내 눈치를 보는 박 중사였다.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 우선 여기 정리를 도와주자."

" 그럴까?"

내 말에 화색이 돌아 이야기하는 박 중사를 뒤로 하고 엉망이 된 텐트를 정리하려는 순간 뒤에서 엄청나게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그리고 바로 기태를 보니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주변에 떨어진 망원경을 주워 기분 나쁜 기운이 나는 곳을 바라봤다.

" 젠장..."

" 왜?!"

" 숨어!! 감염 비둘기야!!"

" 뭐?!"

공격이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몰려왔다. 이번에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기로 마음먹었는지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 부상자는 차량에 탑승하고 멀쩡한 병사들은 무기를 잡고 준비하라!"

박 중사가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고 힘들게 움직이는 병사를 도와 전투를 준비했다.

" 대충 거리와 속도를 보니 10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하지만 생각보다 부상자들이 많았고 탄약도 부족해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할지가 의문이었다. 멀쩡한 인원 몇은 미리 대공포를 사격하며 최대한 감염 비둘기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대공포가 발사되자 넓게 포진하며 사격을 어렵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 빌어먹을. 새들이 왜 이렇게 머리가 좋아!"

" 움직여! 움직여!!!"

" 재효는 배로 돌아가 애들에게 안전하게 있으라고 전하고 너도 배에 있어!"

" 응!!"

나는 배 안에 있는 애들이 걱정되어 재효를 시켜 배로 돌아가게 했고 주변의 무기를 잡아 대응할 준비를 했다.

" 대공포 사격!!"

" 하지만 너무 넓게 퍼져서.."

" 상관없어! 그냥 쏴!!!"

박 중사는 처절하게 외쳤고 몰려드는 비둘기 중 큰 녀석들을 골라 사격을 했다.

" 끼에에에엑!!!"

" 이런 썅!!!"

어느새 다가온 녀석들은 지상의 먹잇감을 사냥하듯 활강과 상승을 반복하며 우리를 낚으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 쿵!!! 쿠궁!!"

" 탄약!!!"

" 4시 방향!!!"

사방에서 몰려드는 비둘기로 인하여 정신이 없었다. 주변의 던질 만한 물건들을 던지며 비둘기를 상대하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 이대로 가다간 전멸입니다!!"

" 후퇴!! 후퇴!!!"

" 도대체 어디로 후퇴하란 말입니까?!"

급한 마음에 병사 몇 명이 강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손쉽게 감염 비둘기의 사냥감이 되어 버렸다.

" 살..."

살려달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둘기 입속으로 들어간 병사의 모습은 처참했다. 이제는 서 있는 인원이라고는 채 20명도 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전멸이었기에 나는 기태와 눈짓으로 도망갈 곳을 물색하고 뛸 준비를 했다.

" 쏴아아아!!"

" 응??"

어디서 나타난 전투 헬기 5대가 무섭게 화력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늘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투헬기라고 무적은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 2대는 추락을 했고 곧이어 3대는 탄약이 부족한지 후퇴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지금 하늘에 떠 있는 몇 마리만 정리 한다면 이번 전투는 마무리 될 것 같았다.

" 하악...하악..."

남은 녀석들을 정리하니 지상에 서있는 사람이라고는 병사 10여명과 우리 일행이 전부였다. 해는 이미 넘어갈 듯 붉게 물든 하늘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병사들이 머물렀던 주둔지는 이미 폐허가 되었고 남은 병사들은 서 있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주변을 확인하고 더 이상 다가올 감염 비둘기도. 감염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일행은 그대로 바닥에 주져 앉았다.

" 크아...죽겠다.."

" 다친 사람 없어?"

" 난 괜찮아? 넌?"

" 나도.."

서로 몸 상태를 물으며 부상자가 있나 확인을 했지만 다행히 우리 일행은 없었다. 박 중사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 있는 병사들에게 다가갔고 병사들도 다친 인원은 없었다.

" 하아... 이런.."

" 왜?"

주변을 둘러보던 박 중사는 반파된 차량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원래 이 차량은 부상자를 후송하기위해 부상자가 탑승한 차량이었는데 내부에는 부상자도 생존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 결국.. 우리만 살아남은.."

" 본부대에서 무전은 없어?"

내가 박 중사에게 물었는데 대답은 박 중사 옆에 있는 병사가 대답을 했다.

" 저희가 공격 받은 시점과 비슷하게 본부대도 감염체와 감염 비둘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피해는 크지 않았는데.. 현재 다른 구역도 공격을 받은

구역이 많다고 합니다."

" 하아.."

" 저..저희는 어떻게.."

" 우선 우리 배도 들어가 생활을 하도록 하지."

남은 병사들은 자신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텐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과 자신들을 지휘할 직송상관도 없고 본부대에 뭔가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었기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박 중사 부대가 지내는 배는 비교적 멀쩡한 상황이고 내부도 넉넉한 크기라 10여명 정도 더 수용이 가능했다.

" 우선 주변에서 쓸만한 물건이나 식량을 찾죠."

" 알겠습니다."

폐허가 된 주둔지를 걸으며 식량이나 생필품. 무기와 탄약을 챙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완전히 넘어가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기에 우선 배로 돌아가기로 했다.

" 괜찮아요?!"

" 다친 곳은 없어?"

우리가 배에 복귀하자 재효와 애들이 우리의 안부를 물었다.

"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데.. 구역이 완전히 파괴됐어."

" 다른 구역도 피해가 있다고 했는데.."

" 우선 우리만 생각하자."

" 그나저나 일반 감염체는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미란이가 궁금한지 물었고 기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 아마도 여기 있었던 인원 중에 첩자가 있었나봐. 방벽 일부가 손상이 됐다고

했는데 인위적으로 파괴됐다고 하더라."

" 헐..."

" 그럼 우리도 위험한 상황이네요? 방벽도 없다면 일반 감염체도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 그래도 우리는 배에 있어서 쉽게 들어올 수 없으니 안심해."

" 우선 씻어요 다들."

우리 몰골은 말이 아니었기에 미란이가 말을 했다. 감염 비둘기 피와 일반 감염체의 끈적거리는 액체가 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 들어가자."

" 발전기 가동해서 뜨거운 물이라도 써야겠다."

" 우리만 뜨거운 물을 쓰면 좀 그러니까.. 박 중사 형님네 일행도 부르는게

어때?

재효가 우리만 편한 생활을 하는 것이 미안했는지 말했고 나와 기태는 바로 허락을 했다. 무전으로 박 중사에게 무전을 했고 거의 바로 달려온 모양인지 얼마 걸리지 않아 박 중사와 그 일행들이 우리 배로 올려왔다.

" 고맙다. 덕분에 좀 쉬겠네."

" 방도 많으니 원하면 여기서 쉬어."

" 그래도 되냐?"

" 너희 배도 생각보다 파손이 심하던데 거기서 지낼 생각을 했냐?"

" 하하.."

바로 옆에서 보이는 박 중사가 지내는 배는 배 한쪽 면이 전부 파손이 된 모습이었다. 다행히 떠 있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파손이었는데 굳이 그 곳에서 생활하게다고 한 박 중사가 이상했다.

" 아.. 솔직히 간다고 하고 싶었는데 네 눈치가 보여서.. 적은 인원도 아니고."

" 참네.. 뭘 그런 걸 신경 쓰냐. 됐고 어서 들어와."

박 중사와 일행들은 무기를 챙겨 한 곳에 모아놨고 가져온 식량을 가지고 주방에 두고 씻기 위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먼저 씻은 인원들은 주방에 들어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여자애들도 도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호화스러운 배 내부를 보고 놀랐고 은혜와 미란이의 미모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 웃겨 보였다. 그래도 폐허가 된 주둔지에서 발견한 식량이 많았기에 힘든 하루를 보낸 오늘은 조금 거하게 먹어도 될 듯 싶었다.

" 잘 먹겠습니다."

" 감사히 먹겠습니다."

사람들은 오늘의 일을 잊으려는 듯 애써 밝게 인사하며 밥을 먹기 시작했고 갖갖이 음식이 마련된 거실에서 우리는 편하게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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