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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21화 (22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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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그 존재는 한참을 배만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 그런 곳에 숨었다고 모르는 것 아니니 나오시죠."

" 젠장. 알고 있었군."

최소한 나와 비슷한 능력이라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 또 뵙는군요."

" 무슨 일입니까? 저희는 왜 자꾸 찾아오는 겁니까?"

" 저희와 합류할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그 존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저런 녀석과 같은 편이 되겠는가.

" 절대. 앞으로도 없습니다. 그러니 물러가시죠."

" 흠.. 아쉽군요. 그럼..."

순순히 물러나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그 존재는 방향을 돌려 망토에서 뭔가를 꺼내어 내게 휘둘렀다.

" 캉!!"

" 오!! 반사 신경이 엄청나군요!"

남자는 일본도로 보이는 칼을 휘둘렀고 내가 가지고 있는 창으로 어렵지 않게 막았다.

" 뭡니까!!"

" 말이 안 되면 힘으로라도 이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보니!"

" 카앙!!"

남자는 다시 칼을 크게 휘둘렀고 나는 한 걸음 물러나며 창으로 칼을 내쳤다. 둘 다 보통 힘이 아니었기에 금속끼리 부딪히며 나는 소리는 상당했다.

" 오! 생각보다 단단한 창이군요."

" 젠장!"

나와 다르게 꽤 여유가 있는 모습에 화가 났다. 애초에 힘 차이가 엄청났기에 지금 내 모습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 흠... 생각보다 변이 전에도 강하군요. 변이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군요. 이래서.. 될 성 잎은 미리 잘라야!!"

그 존재는 다시 빠르게 내게 다가왔고 나는 계속해서 변변치 않은 반격 없이 막아갔다. 창을 잡은 손은 이미 떨리기 시작했고 숨은 점점 몰아쉬는 간격이 짧아졌다.

" 후우..후우.."

" 흠..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 다들 배로 돌아가."

" 재원아!"

" 너희 상대가 아냐.. 돌아가..."

다들 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알겠지만 애초에 저들 상대가 되지 못했다.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죽이지 못한다면 최대한 체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것 밖에 없었다.

" 난 남겠다."

" 박 중사!"

" 다들 돌아가 배를 지켜."

박 중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고 기태와 재효는 별다른 반대 없이 배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 뭐.. 시간문제지요."

" 우리에게 원하는게 뭐야?"

" 우선 저 배도 마음에 들고.. 특히나 그 여자가 마음에 들더군요. 저희 구역에는

저런 글래머가 없어서.."

누굴 지칭하는 말인지는 정확히 알아들었다. 저 녀석을 만나고 바로 배로 돌아온 것이 실수였다. 최소한 몇 군데를 돌아 미행을 눈치 챌 시간을 만들었어야 했다.

" 후우...후우..."

" 많이 지쳐 보이는데 금방 끝내 드리죠."

" 피식.."

" 응?"

나는 녀석에 대한 적대심을 증폭시켰다. 녀석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았으니 절대 녀석을 죽여야만 했다. 절대 은혜가 이 녀석을 처음 봤을 때 품에 있던 여자와 같은 신세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온 몸의 피가 끓어오름을 느꼈고 머릿속 어딘가에서 또 익숙한 말이 들려왔다.

' 죽여라.'

난 깨질 듯 한 머리를 잡고 말했다

" 금방이라.. 금방이라.."

" 뭐라고 중얼거리는 겁니까?"

" 내가...내가... 너 따위에게 질 정도로 약하지 않단 말이지..."

" 어??"

내 몸에서 예전과 다르게 김이 나기 시작했고 근육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시야는 점점 붉게 변했고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 쿠아아아!!!"

" 하하... 이제는 마음먹으면 변이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 크아!!"

" 쿵!!!"

" 콰앙!!!!"

난 괴성을 질러 바로 뛰어 녀석에게 다가갔고 그대로 발로 걷어 차 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움직임에 당황한 녀석은 제대로 된 방어를 하지 못했고 물수제비 마냥 바닥을 튕기며 멀어졌다.

" 크아!!"

멀리서 벌떡 일어나 나처럼 괴성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잔뜩 화가 난 녀석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나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 이 녀석이 보자보자 하니까.."

" 퍼억!!"

순식간에 내 앞에 다가온 녀석을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팔을 들어 배를 가격했다. 허리가 꺾이며 괴로워하는 녀석의 얼굴을 무릎을 들어 그대로 찍어버렸고 충격으로 고개가 들린 녀석의 다리를 쳐서 공중에 띄웠다.

" 콰앙!!!"

" 커헉!!"

공중에 뜬 녀석의 등을 손을 깍지를 껴서 그대로 내리 쳤고 그 충격 그대로 바닥에 충동한 힘이 운동장을 움푹 들어가게 만들었다.

" 쿨럭.."

꽤 충격이 갔는지 녀석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다리가 후들거리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 어떻게.. 어떻게.."

" 뭐가 말인가?"

변이가 되고 처음으로 입을 연 내 목소리는 지금까지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 말도 안 돼.. 완전 전투형인 내가.."

' 전투형?'

녀석의 중얼거림 속에 들리는 전투형.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 이대로 살아갈 생각은 말아라."

" 풋.. 이래봬도!!"

녀석은 그대로 달아났고 내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지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녀석이 두고 간 칼을 들어 온 힘을 다해 던졌고 그대로 녀석의 등에 꽂힌 칼은 힘을 잃지 않고 녀석의 몸을 관통해 지나갔다.

" 크아아아아!!"

엄청난 고통에 녀석은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가 창을 들어 녀석의 한 쪽 다리를 잘랐다.

" 쿵.."

육중한 몸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졌고 나는 창끝을 녀석의 이마 끝에 가져다 놨다.

" 젠장.. 뭐... 도대체 넌 뭐냐..."

녀석은 두려움에 나를 보며 이야기 했고 나는 대꾸 없이 녀석을 묵묵하게 바라봤다.

" 그러는 너는 뭐냐.."

내 물음에도 녀석을 답을 주지 않았다. 상태를 봐서 내가 뭘 물어도 대답해 줄 것 같지는 않았기에 그대로 창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머리를 관통시켰다.

" 푸욱!!"

녀석은 비명 없이 그대로 숨을 거뒀고 시멘트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 크헉...크헉.."

" 괜찮아?"

" 응.."

급작스럽게 움직여서 인지 아니면 아직 제대로 적응이 되지 않았던 모양인지 내 입에서도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걱정스런 눈빛의 박 중사를 보고 괜찮다고 말하고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긴장이 풀리니 시야가 점점 흐려졌고 엄청난 피로가 몰려오며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 흐음.."

" 일어 났어요?"

눈을 뜨니 은혜의 얼굴이 보였고 주변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눈빛들은 뭐야? 나 안 죽었다."

" 입은 살아있네."

기태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그냥 웃었다.

" 얼마나 지났어?"

" 두 시간 정도요."

생각보다 금방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나는 상체를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고 그런 나를 다들 만류하며 다시 침대에 눕혔다.

" 그대로 있어. 무리했으니."

" 녀석은?"

" 기태와 내가 잘 처리했어. 아무리 재생 능력이 뛰어나도 다시 살긴 힘들

정도로."

박 중사의 성격으로 보아 불에 활활 태웠을 것이다. 뭐 박 중사가 절대 다시 재생할리는 없다고..

" 재생? 무슨 소리야?"

" 응?"

" 녀석들.. 재생도 해?"

" 혹시 몰라서.. 예전에 몸이 조각나도 붙는 그런 감염체도 있었잖아. 혹시나

해서.."

" 아..."

하긴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은혜는 나에게 따듯한 물을 권했고 다들 내가 쉴 수 있게 방에서 나갔다.

" 자기..."

" 응?"

은혜는 나를 불렀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은혜를 바라봤다.

" 괜찮은 거죠?"

" 뭐가?"

" 아니.."

은혜가 걱정 하는게 뭔지 알고 있었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쿨하게 말했다.

" 걱정마. 이렇게 변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정서 형님도 그렇고.. 그렇다고

뭔가 이상이 생기거나 그런게 아니니까 너무 걱정 하지마."

" 그래도.."

" 아직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할 것 같아. 물론 시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일행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내가 힘들게 웃으며 말하자 은혜가 내 옆에 누워 허리를 감싸며 말없이 눈을 감았다. 나는 그런 은혜의 뺨을 어루만지며 눈을 감았고 다시 몰려드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일어나서는 역시나 똑같은 부작용에 시달렸다. 엄청난 굶주림이 나를 덮쳤고 덕분에 어마어마한 식량을 소비해야만 했다.

" 주변에 닭이나 토끼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 저도 같이 나가시죠."

기태와 손 병장은 나가서 잡아올 것이 있나 찾으러 나갔고 은혜는 내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음식을 준비했다. 다행히 여분의 식량은 꽤 넉넉했기에 이렇게 먹는다고 금방 식량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 천천히 먹어요."

" 웅.."

내가 급하게 먹자 은혜가 혹여나 체할까 걱정을 하며 물었다. 내가 먹은 양은 이미 상당했기에 은혜의 표정은 걱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니에요?"

" 이제 슬슬 배가 부르네."

" 워.. 그렇게 먹고 이제야 배가 불러?"

재효가 옆에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든든해진 배를 두들기며 믹스 커피를 마시며 오전의 전투는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 와!! 많이도 잡았네?"

"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야생 동물이 많더라."

" 여기 낚시는 가능한가?"

" 상류 지점이라 물고기도 많을 것 같은데?"

일행들은 기태와 손 병장이 잡아온 수확물을 가지고 즐거워했다. 이 정도 양이면

못해도 삼일은 더 버틸 양이었다.

" 무전으로 별다른 내용은 없어?"

" 뭐 감염체의 이동과 감염 비둘기의 이동 상황 정도. 그리고 이단자 집단의

움직임도 추가됐다. 한 구역 전체가 이단자 집단으로 넘어갔다는 무전도

있더라."

" 한 구역이 통째로?"

" 응. 그래도 본부대에서 난리가 났나봐. 무력으로 진압한다는 소리도 있던데?"

" 그런 내용을 무전으로 이야기 한단 말야? 누가 듣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 정해진 것은 아니고 그냥 이런 저런 무전 중에 나온 이야기인데."

" 아마 계획은 있을 겁니다."

" 응?"

우리 이야기 중에 손 병장이 끼어들며 말을 했다. 본부대에 있었으니 뭔가 아는

내용이 있을 것 같았다.

" 원래는 그냥 두려고 했던 집단인데 점점 세력이 커지면서 지배하는 구역도

늘어났습니다. 뭐 구역이 늘어나는 것은 상관이 없었는데 문제는 무기와

식량이 약탈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폭격까지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뭐 감염체 없앨 탄약도 부족한 상황에 이뤄지지 못했죠."

" 대단들 하구만."

" 높으신 분들은 자기들 자리 지키느라 여념이 없겠죠. 일반 병사는 제대로

먹지도 못해 힘들어하는데."

" 흠.."

" 어?"

" 왜?!"

" 무전에서..."

무전을 듣던 박 중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없이 무전을 듣는 것에 집중했고 다른

인원들도 소리 죽여 박 중사를 바라봤다.

" 본부대 무전인데.."

" 본부대?"

" 응.. 현재 본부대가 공격 받고 있다네.."

" 공격? 누가? 감염체? 감염 비둘기?"

" 같은.. 인간이라는데..?"

" 이단자 집단이군요."

" 간도 크네? 본부대라면 무기와 탄약이 집중되어 있을텐데?"

내 말에 손 병장이 말했다.

" 본부대라고 무기와 탄약을 전부 보관하지 않습니다. 탄약 창고는 다른

지역에서 보관합니다. 본부대라고 해봐야 다른 구역과 비슷한 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럼 또 누군가 첩자가 있다는 소리군."

" 하아.. 산지사방이 적이구나."

박 중사의 한 숨에 다들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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