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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는 본부대의 공격소식에 다들 놀라움과 긴장으로 말을 하지 못했다. 생존자 구역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본부대가 이렇게 빨리 공격 받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더군다나 상주 인원도 다른 구역에 비하여 월등한 곳을. 아무리 비축된 탄약과 무기가 많지 않다고 해도 상주 인원이 들고 있는 탄약만 해도 어마어마한 곳인데 말이다.
" 아무래도 본부대를 박살낼 생각이라기보다 경고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 응?"
손 병장은 우리의 물음에 계속 말을 했다.
" 아무리 이단자 집단이라고 해도 본부대를 공격해서 탈취하거나 박살내는 것은
무리입니다. 구역도 넓고 상주하는 병사의 숫자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그 넓은
구역을 공격하기에는 아직 이단자 집단의 숫자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 하지만 나를 공격했던 존재들이 많다면?"
" 네?"
" 분명 어제 나를 공격했던 녀석과 비슷한 녀석이 최소 둘 이상 더 있어. 그런데
어제는 혼자 왔단 말야. 그 말인즉슨 본부대를 공격하기 위해 빠졌다는 거야."
" 맞아.. 그 때 세 명이 왔었지."
" 그럼 최소한 둘은 어딘가에 있다는 말인데.."
" 그럼 오늘 왔던 녀석은 다른 녀석 몰래 왔다는 말이군."
" 그럼 다행인데.."
" 아무리 저런 존재라고 해도 개인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위에서 허락을
해줬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허락을 했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움직일리 없으니
추가적으로 우리를 공격할 확률은 적어지겠군."
" 불행 중 다행이네."
" 아무래도 손 병장 말이 맞는 것 같네."
무전을 계속해서 듣던 박 중사가 말을 했다.
" 직접적인 공격보다 주변을 서성거리는 숫자가 많다고 하는데?"
" 심리전으로 간다는 건가?"
" 그런데 이단자 집단이 본부대를 적으로 둬서 어쩌려고 하는 걸까? 그냥
있어도 눈엣가시인 집단인데 저렇게 대놓고 깐족거리면 본부대에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 같은데."
" 아무리 그래도 현재 상황에서는 크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가능해. 감염체에
감염 비둘기에 정신이 없을테니까."
" 수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닌데.. 설마 이단자 집단과 클린 집단. 같으면서도
다른 집단이라.."
" 돌아버리겠군."
" 야야야!!"
" 응?"
잠시 담배를 피러 나갔던 기태가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들어왔다.
" 무슨 일이야?!"
" 왜 그래요?"
" 감염 비둘기...가 엄청나게 몰려와!"
" 뭐?!"
" 어디서?!"
기태는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담배 연기를 제대로 내뱉지도 못했는지 말을 할 때 마다 담배연기가 입에서 나왔다.
" 아직 시야에 잡히지는 않는데 여기서 북쪽에서 엄청난 양이야. 무슨 한
뭉텅이가 한꺼번에 내려오는 것 같아."
" 도대체 왜.."
" 우선 창문을 가리고 숨어!!"
" 젠장.."
이제는 감염 비둘기의 공격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간격도 짧아졌다. 일반 감염체는 이미 저것들이 전부 잡아먹었는지 간간히 보이는 녀석을 제외하면 대량의 숫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전 구역의 감염체 공격은 어느 집단에서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니 인위적인 공격을 제외하면 예전과 같은 숫자의 이동은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감염된 먹이를 먹고 감염이 된 비둘기가 다시 감염된 먹이를 먹고 계속 다른 형태로 변형이 되는 것 같았다. 생명공학이 전문인 인원이 없으니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세상이 이 판국이 되었으니 전혀 근거 없는 이론은 아니었다.
" 끼에엑!!!"
" 우리 위를 날아가는 모양인데.."
" 날개 짓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얼마나 많은 숫자가 날아가는지 펄럭거리는 소리가 배 안까지 들려왔다. 우리는 혹시 몰라 무장을 하고 여자들은 배 가장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목표가 아닌지 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고 우리를 완전히 지나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방향을 보아하니 본부대일 가능성이 컸다.
" 무전으로 본부대에 알려야 하나?"
" 뭐 하러? 누군가 본부대에 무전을 하겠지."
박 중사가 걱정스럽게 말을 했지만 내 예상과 다르지 않게 다른 구역에서 본부대로 무전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다른 구역에서 본부대로 무전을 했습니다. 현재 본부대 근처에서 배회하는
이단자 집단과 마주칠 것 같다고 합니다."
" 그렇게 빨리 날아갔어?"
" 생각보다 엄청 빠른데?"
" 이로써... 본부대는 끝인가..."
재효의 중얼거림에 다들 재효를 바라봤다.
" 아.. 아니.. 저 정도 숫자에 이단자 집단까지 공격한다면.. 아무리 본부대라고
하지만.."
" 누가 뭐라냐? 왜 그래."
모든 사람의 시선에 당황한 재효가 말을 더듬거리며 말을 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가 조심스러웠기에 다들 속으로만 삼킨 말을 재효는 별생각 없이 중얼거린 것이다.
" 응?"
" 왜?"
무전을 듣던 손 병장이 뭔가 이상한지 표정이 어리둥절하게 변했다.
" 감염 비둘기가.. 그냥 본부대 위를 날고 있다고 합니다. 이단자 집단도 현재는
전부 철수한 것 같다고 합니다."
" 먹잇감이라 생각하고 몰려들었나?"
" 진짜 본능이란 대단하네. 먹잇감이 풍부하니 몰려들었다라.."
" 본부대는 완전 패닉 상태겠군."
" 현재.. 전투 헬기와 전투기를 출격시킨 상황으로 보입니다."
" 전투기?!!"
" 전투기까지 운용이 가능해?!"
손 병장이 무전을 듣고는 말을 했고 우리는 전투기라는 말이 나오자 놀라며 말을 했다.
" 전투기가 있는데 왜 지금까지 그냥 있었던거야?!"
박 중사가 소리치며 손 병장을 잡고 흔들었다. 당황한 손 병장은 말을 하지 못했고 그 모습을 본 기태가 박 중사를 말리며 이야기했다.
" 야! 손 병장이 뭘 알았겠냐? 진정해!!"
" 아.. 미안..."
" 대량의 숫자는 불가능하고 몇 대 정도는 운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전투기 숫자는 상당한데 전투기를 조종할 파일럿이 부족해서
운용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 그래도 예전에는 수송기는 운용이 가능했는데?"
"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 동안 전투로 파일럿을 많이 잃었습니다."
" 하아.."
" 전투기가 출격했나 봅니다. 본부대 인원들에게 지하 대피령이 떨어졌습니다."
" 잘한다. 다른 구역이 공격받을 때에는 헬기 몇 대만 마지막에 보내고 자기들
공격 받으니 바로 띄우네."
" 정 떨어지네 정말."
" 우선 무전을 주시하고 숨자. 저것들이 다시 돌아가면 우리 위로 지나갈 것
같으니 조심스럽게 생활하자."
" 근무 순번을 정해 난간에서 숨어있자."
" 알겠습니다."
" 우선 나가기 전에 요기라도 하고 나가요."
" 응. 그럼 부탁할게."
여자들은 우리가 간단하게 먹을 음식을 준비했고 무기와 탄약을 챙겨 근무를 설 준비를 했다.
" 2인 1조가 좋지 않겠어? 혼자 서기에는 너무 위험한데?"
" 아무래도 그게 좋겠다."
박 중사의 의견에 기태가 찬성했다. 아무래도 숫자가 숫자다 보니 혼자서는 너무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2인 1조로 편성하여 한 시간 반씩 근무를 서기로 했다.
전투기가 출격한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과 다르게 본부대에서는 별다른 무전이 없었다. 아무래도 숫자가 많다보니 전투기 출격을 취소한 듯 했다. 공격이 지속됐다면 뭔가 소리나 전투기 이동이 보여야 정상인데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 생각과 다른데?"
" 전투기 출격을 취소했나?"
" 현재 본부대 위에 아직도 감염체가 있나?"
" 정확한 것은 모르겠는데.. 무전이 잠잠해."
무전을 듣던 박 중사가 말을 했다. 이미 감염 비둘기가 등장한지 두 시간이 넘었지만 그냥 물러갔는지 아니면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
" 긴장의 연속이네. 이런 식으로 여기 계속 살다간 스트레스로 먼저 죽겠다."
" 점점 더 힘들어지네."
" 당연하지. 식량은 부족하지. 탄약도 부족하지. 적은 늘어나지. 뭐 하나
희망적인 상황이 없냐."
"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글렀지?"
" 아마도.."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살아남은 사람들 중 정신을 차리고 생존에 박차를 가한 사람이 있는 방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헛된 희망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 이제 어쩔 생각이야? 여기서 계속 지낼 생각이야?"
" 뭐 어쩌냐.. 갈 곳도 없고.. 그래도 여긴 비바람을 피할 곳이라도 있지."
" 하긴..."
" 아!!"
" 왜?!"
박 중사와의 대화중에 얼마 전 정서 형님이 나에게 준 지도가 생각이 났다.
" 저번에 마지막으로 정서 형님이 왔을 때 만약 이곳을 떠날 생각이라면 들러
보라고 지도를 줬는데.."
"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
" 잊어먹고 있었어. 미안."
" 잊을게 따로 있지!! 거기가 어디야?"
" 흠... 대충 보니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긴 한데.."
" 한데..?"
"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다."
" 헐... 뭐야?!"
" 솔직히 지도 볼 줄 몰라."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나로써 제대로 아는 곳도 아닌 지도를 본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예전에 따로 떨어졌을 때 엄청 고생하며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 아닌데?"
" 응? 진짜?"
" 응.. 이 건물.. 내가 알기로는 서울 동쪽 끝 지역이야. 여기서 차로 간다면
30분쯤 걸리는? 여기 컨테이너 창고가 많은 지역인데."
" 그래? 그럼 누가 훔쳐가지는 않았겠네."
" 모르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들이 많으니."
" 어?!! 움직인다?!"
내 감각에 비둘기들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한 두 마리라면 몰랐을 느낌이었지만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보니 확연하게 느껴졌다.
" 물러가나? 그냥 가는건가?"
" 글쎄... 그런 것까지 느껴지지는.."
" 아.. 하긴.."
" 이쪽으로 온다. 숨자."
우리는 어두운 담요로 몸을 가리고 쥐 죽은 듯 가만히 누워 지나가는 감염 비둘기를 바라봤다. 무서운 속도로 다시 둥지를 향해 날아가는 녀석들을 보니 밤이라서 더욱 무서웠다.
" 쌔앵!!!"
" 끼에에엑!!"
무서운 속도로 우리 배 바로 위로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오는 길에 어느 구역을 공격했는지 발톱과 부리에 생존자일지 감염체일지 모르는 육체가 물려 있었다.
" 어딘가 공격을 했군."
" 봤어?"
" 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 어렴풋이 보였어."
" 하아.."
" 아직도 지나간다."
계속해서 이동하는 감염 비둘기를 보며 오늘 밤도 제대로 자기는 그른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