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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24화 (22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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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높게 쌓여진 컨테이너만 보였다.. 인적이 끊어진지 오래된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입구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허리까지 올라온 잡초를 헤집고 내부로 들어가니 평범한 대여 창고일 뿐이었다.

" 이런 곳에 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둘러봐도 창고 뿐인데 이 안에

차가 들어있다고 해도 몇 대 들어갈 크기는 아닌데?"

" 흐음.."

정서 형님이 나를 속일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막막했다. 분명 뭐가 있을 것 같은데 외관으로 봐서 특이한 점은 없었다. 넓은 땅에 설치된 컨테이너들을 지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이곳 컨테이너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지나오면서 중간 중간 열려 있는 컨테이너들이 있었지만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애초에 이런 곳에 뭐가 있다는 것도 웃긴 이야기다.

" 돌아가야 하나.."

" 뭐 특별히 이상하거나 의심되는 곳은 없어?"

" 응.. 혹시나 해서 컨테이너 몇 개를 열어봤는데 별 것도 없었어. 그냥 옷이나

무슨 책들만 작뜩 있던데?"

" 이상한데.. 정서 형님이 나를 속일 리가 없는데.."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거지. 돌아가자. 일일이 열어본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은데?"

" 그러자.."

나와 재효는 마지막 컨테이너 박스를 지나쳐 돌아가기로 했다. 혹시 몰라 다른 방향으로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이동하려고 할 찰라 컨테이너 박스 뒤편으로 돌아가고 있는 풍력 발전기가 보였다.

" 어라? 저게 왜 여기에..?"

" 응? 뭔데 형?"

나는 그대로 컨테이너 박스 위로 올라가 우리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봤다. 주변에는 많은 숫자의 비닐하우스가 완전히 파손된 채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 중 몇 개는 온전한 상태로 있는 모습이 보였다.

" 태양광 발전기?"

" 어라?"

나를 따라온 재효도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주변을 봤다. 이런 곳에 설치되기에는 너무 억지스러운 물건이었다.

" 설마... 저 정도라면 이 근처에 뭔가 있다는 말인데.."

" 꼼꼼히 살펴보자."

우리는 그냥 뭔가 들어갈 크기의 컨테이너나 건물을 찾아보려 했지만 일반적인 건물에 숨겼을리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에 건물이라고는 공사 중인 아파트를 제외하면 보이는 것은 없었다. 비닐하우스를 비밀 보급기지로 사용한다는 것도 무리였다.

" 흐음.."

" 주변에 무슨 건물도 없는데.."

" 도대체 어디... 흠.."

" 왜?"

컨테이너 하나가 일반 자물쇠가 아닌 가정에서 쓰는 법한 전자자물쇠가 설치된 모습이 보였다. 얼핏 본다면 전혀 티가 나지 않게 설치되어 있었기에 근처에서 배회해도 발견할 수가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비밀 번호를 모르는 것이었다.

" 이거 3번 틀리면 몇 분 정도 작동하지 않는 것 아냐?"

" 보통 자물쇠라면 맞을 걸. 수 백번 틀려도 계속 작동하지는 않겠지."

" 난감한데. 시간도 없는데. 순순히 줄 생각은 아니었구나."

" 그냥 부수자."

" 응?"

" 생각보다 단단해 보이지도 않고 내가 가진 칼이라면 가능할걸."

일반 가정집은 걸쇠가 내부에 있지만 지금 보이는 자물쇠는 외부에 걸쇠가 설치되어 있으니 파손하기 쉬웠다. 이런 창고는 애초에 유동인구는 아예 없고 창고를 빌린 사람도 자기 창고를 제외한다면 남의 창고는 신경도 쓰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창고라는 특성상 자주 방문할리도 없으니 눈여겨 볼 이유도 없었다.

" 콰직!!"

" 텅!!"

내 움직임에 키패드는 힘없이 박살났고 두꺼운 자물쇠도 같은 신세로 변했다.

" 끼이익.."

" 읏차!!"

두꺼운 문을 열었더니 예상치도 못한 반전이 있었다.

" 얼레?"

" 어라?! 뭐야 이거?"

공간이 있어야할 창고 안은 콘크리트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컨테이너가 여기에 설치되어 있는 것일까?

" 뭐..뭐지..?"

" 여기에 왜 콘크리트를 채운거지?"

당황하는 우리를 비웃듯 벽을 두드리니 완전히 채워진 느낌은 아니었다.

" 설마.. 건물?"

" 응?"

" 건물을 세우고 그 외벽을 마치 창고처럼 꾸민건가?"

" 아!!"

" 다른 문도 전부 열어봐야 하나?"

"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걸. 아마도 출입구라면 바닥에 몇 번이라도 드나든

흔적이 있을 거야. 이런 위장 건물을 세웠다면 들킬 것을 염려해 주변 창고는

아마 빈 컨테이너일 가능성이 크니 발자국이나 다른 흔적이 많은 곳을

찾아보면 출입문일 가능성이 크지."

" 좋은 생각이야. 역시 형의 잔머리는.."

재효가 내 말에 감탄 아닌 감탄을 하며 바닥만 보며 움직였다. 우리가 출입구로 생각되는 컨테이너를 찾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여기일 가능성이 제일 커 보이는데? 수레가 움직인 흔적도 있고 발자국도 꽤

있는데? 물론 오래되긴 했지만."

시간이 오래지나 흔적이 희미하기는 했지만 다른 컨테이너 입구에 비해 출입의 흔적이 많은 곳을 찾았고 열쇠를 부수고는 내부로 들어갔다.

" 끼이익.."

녹이 슨 상태라 그런지 기분 나쁜 소음을 내며 문이 열렸고 내부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 틱..틱.."

라이터를 켜서 주변을 밝히려 했지만 라이터 불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겨우 벽에 붙은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켤 수 있었다.

" 뭐..."

" 우워.."

3층 높이의 건물 안에는 내가 예전에 사용했던 카라반 보다 큰 모델과 픽업 트럭 그리고 진짜 오프로드에서 사용되는 차량들이 보였다. 3층까지 천정이 훤히 보이는 ㅁ자 형태로 벽에 통로만이 설치된 건물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각종 무기가 나열되어 있었다. 도대체 이 많은 양을 어디서 구했는지 존경심마저 들었다.

" 대단한데.. 완전 요새 수준인데.."

" 3층은 식량인가?"

2층에서 보이는 3층 선반에는 각종 식량들이 보였다. 정말 아무도 모르는지 사용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 신기하네... 아무도 사용을 하지 않았네."

" 정말 우리를 위해서 준비한 물건인가?"

"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차량이나 이런 물품들은 우리가 살아남은 형태를 보고

준비한 것 같은데. 무기나 식량을 흔적을 사용한 흔적은 없었지만 누군가

관리한 흔적은 보이네."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바닥에는 누군가의 발자국과 멀지를 쓸어낸 흔적도 보였다. 관리만 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를 채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을 아는 사람이 우리 말고 또 있다는 사실을 확실했다.

" 어서 움직이자. 여기 우리만 아는 곳이 아니라는 증거니까."

" 뭐 가져가야하나?"

" 우선 차량만 가져가자. 짐을 여기로 옮겨서 여기서 이동준비를 하자."

" 응."

우리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 중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모델을 골라 운전을 했다. 하지만 컨테이너 문은 차량이 드나들기에는 폭이 너무 짧았다.

" 도대체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야?"

" 저기로 나가나봐?"

건물 중간에 선반이 설치되지 않은 넓은 공간이 있었고 우리는 그 쪽으로 가서 외부로 연결되는 통로를 찾았다.

" 우오... 신기하네?"

두 개의 컨테이너 문은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열렸고 우리가 들어온 반대 길로 이동을 시작했다. 차량은 시원스럽게 달려 우리가 지내고 있는 장소까지 금방 도착했고 이동하는 차량을 보고 긴장하는 표정의 박 중사와 기태가 보였지만 운전자를 알아보고는 금방 표정이 풀렸다.

" 있었구나!!"

" 정말 있었어?!"

" 다행이다!!!"

일행들은 우리가 가져온 차량의 의미를 알고 뛸 듯이 기뻐했고 바삐 짐을 챙겨 이동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짐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으니 시간도 오래 걸렸다.

" 몇 번은 왕복해야 할 것 같은데."

" 이렇게 짐이 많았나?"

" 우선 재효랑 같이 가서 다른 차량도 끌고 오자."

재효와 내가 가져온 차량으로는 무리가 있었고 우선 되는대로 짐을 옮기면서 이동을 하기로 했다.

" 부아아앙!!!"

경쾌한 엔진음을 내며 비교적 관리가 잘 된 차량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기태와 박 중사가 끌고 온 차량으로 몇 번을 더 왕복하고야 짐을 전부 옮길 수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그동안 지냈던 배를 바라봤다.

" 아쉽냐?"

" 응.. 그래도 꽤 좋은 주거형태였는데.. 흔들리는 걸 빼면 말야."

" 뭐.. 여기도 어차피 초토화가 될 것 같은데.."

"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배 근처로 가서 칼을 들어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수류탄을 넣고 뛰었다.

" 쿠웅!!"

배는 충격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고 구멍이 난 부분부터 서서히 기우는 모습이 보였다.

" 뭐야?"

" 내가 갖지 못하는 건 남도 가질 수 없지.."

나는 몇 개의 수류탄을  넣고는 차로 돌아가 창고로 향했다.

도착하니 이미 해는 완전히 넘어가 있었고 어두워진 상황이었다. 예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주변을 빙빙 돌고 들어왔다. 물론 처음 출발한 인원에게도 미행을 조심하라고 했기에 비슷한 방법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 미행은 없었지?"

" 응. 몇 바퀴를 돌았는데 뭐.."

" 그래도 조심해야지."

" 그나저나 여기 엄청난데?"

일행들은 이런 곳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사실과 내부에 준비된 물건들을 보고 감탄을 내뱉었다.

" 와.. 차가 몇 대야?"

" 무기도 엄청나고.. 식량도 상당한데?"

" 도대체 얼마나 싣고 갈 수 있으려나."

" 얼마간은 여기서 살아야... 안 되는 구나.."

" 이제 공격까지 2주가 남았으니.. 적어도 12일 안에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야."

" 그럼 여기서 최대한 소비를 하는게 좋겠군."

" 2주간의 파티가 시작되겠군."

" 하하!!"

어차피 싣고 가지 못한다면 최대한 소비를 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창고를 훑어보니 차량은 꽤 많았다. 카라반 2대와 모터홈 1대. 카라반을 끌기 위한 차량 2대와 고성능 오프로드 차량 3대. 트레일러 차량 그리고 사륜 바이크까지. 식량도 유통기한이 긴 전투 식량과 캠 음식이 가득했고 무기 탄약도 넉넉했다. 어차피 무기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없는 것보다야 나았다.

" 대단하네... 언제부터 준비한 걸까?"

" 아마도... 처음 감염체가 나타났을 때부터?"

" 하긴... 그들은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으니."

" 이 건물은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 같은데?"

" 정서 형님 혼자? 도대체 얼마나 부자야? 그리고 이 무기들은 어떻게

구한거야?"

" 모르지.. 그래도 우리에게는 다행인가. 김 병장. 혹시 무전에 특별한 내용이

있어?"

대화중에 기태가 뭔가 불안한지 김 병장을 보고 말했다.

" 아.. 이동하면서 듣지는 못했습니다."

" 흠.. 뭐 어쩔 수 없지. 바빴으니까. 지금부터 돌아가며 무전을 확인하자."

" 뭐가 불안해?"

내 물음에 기태가 어두운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 녀석들이... 엄청 멀리서.. 엄청 난 숫자로 몰려오는 것이... 느껴져.."

기태의 말에 표정관리를 하며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다.

" 젠장... 난 아직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 넌 이런 면에서 나보다 약하니까. 나도 그냥 느낌일 뿐."

" 네 느낌이라면 맞겠지. 우리도 조심해야겠다."

"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기태는 창고를 나가며 작게 말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일행은 식량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런 모습을 망치고 싶지 않아 기태를 따라 컨테이너 꼭대기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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