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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37화 (236/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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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은혜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고 있는 핑크를 보고 나와 박 중사가 말을 나눴다.

" 정말 네 말이 사실이라면. 승산이 있겠는데?"

" 보니까 감염체가 개들은 상대를 하지 않았단 말이지. 그럼 우리가 감염체를

유인하면서 제거하면 개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감염체를 상대할 수 있고

일반 생존자들이 피해를 받을 일은 없겠지. 그러면 감염체가 많은 곳을 찾아

다니면서 제거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겠지."

" 감염체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제거한다라.."

" 뭐 그래도 더 이상 이동하기는 싫으니 그냥 여기서 자리를 잡고 지내면서

주변에서 오는 감염체를 제거하자. 우리가 이동한다고 개들이 따라온다는

보장도 없고."

" 그래. 여기서 제대로 터전을 잡고 살아보자."

박 중사와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생활을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우리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금 더 멀리까지 나가 생존자가 살지 않는 곳을 찾아 우리에게 필요한 자재를 옮겼다. 살고 있는 건물을 버리고 조금 더 외각에 자리한 창고로 자리를 옮겼다. 애써 수리한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남자들이 보였고 그런 상황을 자경단장에게 알렸지만 원래 있던 사람들이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덕분에 나는 단장을 더 믿을 수가 없었고 일행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 처음 본 사람인데 원래 있던 사람이라니. 우리는 바보로 아나?"

" 뭔가 수상하기는 하지만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으니."

멀리서 보이는 수상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가 말을 했다. 그냥 본다면 우리는 새로 잡은 터전을 보수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대화는 그것이 아니었다. 물론 저들이 입모양만 보고 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 예상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 싶었다.

우리가 새로 터전을 마련한 곳은 한적한 펜션 단지였다. 예전에 생존자들이 지냈던 흔적이 있었지만 몇 번의 감염체 공격 후에는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황이라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차량에서 숙식이 가능했기에 굳이 집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감염체의 움직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울타리와 생존자들의 접근을 훤히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바닷가에서 거리가 좀 되지만 여기를 택했던 것이다.

" 그래도 바닷가가 멀어서 조금은 불편하겠다."

" 자전거도 있고 하니까 크게 힘들지는 않겠지. 그리고 체력들도 좋으면서

뭔 걱정이야?"

나는 근처 야산에서 뽑아온 나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도끼를 이용해 나무를 대충 잘라 삽으로 땅을 파서 묻었다. 그리고 철조망을 길게 펴서 간이 울타리를 만들었다. 꽤 높이 그리고 촘촘하게 엮어 생존자라도 쉽게 넘어오지 못할 정도였다.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즈음 해는 이미 산 중턱에 걸려 있었다.

" 하루가 금방 지나가네."

" 그렇게. 진짜 하루하루가 빠르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얼추 주변 경계가 마무린 된 상황이라 우리는 간단하게 식사를 챙겨 먹고는 마을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 굳이 마을로 내려가려는 이유가 뭐야?"

" 대놓고 간다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살펴보자는 말이야. 낚시야 지금은

무리고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으니 지켜보자고."

" 의심하고는..."

자경단장을 믿기 힘들다는 것은 우리 일행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걸리는 것이 없으니 그냥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 그럼 나하고 재원이가 다녀오자."

박 중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대충 물과 비상식량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는 꽤 빠른 걸음으로 마을로 내려갔고 마을이 잘 보이는 곳에서 몸을 숨겨 마을의 상태를 살폈다.

" 별 수상한 움직임은 없는 것 같은데.."

" 저 집에서는 항상 연기가 나네? 먹을 것도 없을텐데."

" 뭔가 하나보지. 뭘 그리 신경을 쓰냐?"

낮선 남자들은 짐을 한가득 챙겨서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뭘 잡아왔는지 무거워 보이는 것을 힘들게 옮기고 있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보였다.

" 어디서 멧돼지라도 잡아왔나?"

" 글쎄.."

그리고는 남자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마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내 감각에 뭔가 걸렸고 나는 박 중사에게 말을 했다.

" 야야!! 돌아가자! 돌아가!"

" 왜?!"

" 감염체.. 감염체가 오나봐!"

" 뭐?! 어서 가자!!!"

박 중사와 나는 최대한 빠르게 뛰어 집으로 돌아왔고 기태도 느꼈는지 남았던 일행들도 무기를 챙기고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 너도 느꼈냐?"

" 응! 어디쯤 오는데?"

나와 다르게 기태는 제법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나는 미리 움직여 감염체의 움직임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 형! 같이 가!"

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재효가 따라왔고 그 뒤에 박 중사도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숙소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서 감염체의 무리가 보였고 생각보다 숫자가 많았다. 그리고 그 많은 숫자를 보고 몰려든 감염 비둘기도 보였다.

" 후우.. 장난이 아닌데?"

" 감염체야 그렇다고 하지만 비둘기가 문제인데?"

" 방향은 우리 쪽이 아니라 다행이...어?!"

방향이 우리 방향이 아니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엄청난 숫자의 들개들이 나와 감염체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 정말이네... 대단한데?"

" 젠장.."

" 왜?!"

비둘기들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고 내가 말을 했다.

" 끼에엑!!"

" 컹!! 컹!!!"

지상으로 내려온 비둘기들을 들개들이 필사적으로 공격했지만 낚시터 훌치기 당하듯 낚여 올라갔고 그 피해도 상당해보였다.

" 아무래도 도와줘야겠지?"

" 당연하지!"

나는 칼을 챙겨 들고는 감염체와 비둘기. 들개가 뒤섞인 곳으로 달려갔다.

" 끼에엑!!"

갑자기 등장해 동료들을 죽이는 내 모습을 보고 비둘기가 괴상한 소리를 냈지만 이내 그 소리는 낼 수 없게 되었다.

" 푸욱!!!"

날아가려는 제스처를 취하는 녀석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잘라버렸고 땅에 착지하는 순간 옆에서 달려드는 감염체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 어라?!"

" 커엉!"

어디선가 달려들어 내게 다가오는 감염체의 목을 물고는 몸을 돌려 회전력을 이용해 머리를 뜯는 모습의 핑크가 보였다.

" 대단한데?"

그리고는 핑크는 유유히 다른 감염체를 제거하러 갔고 그런 쿨한 모습을 보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 참네.."

" 형!!"

재효의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려 재효를 바라보니 멀리서 엄청난 숫자의 비둘기가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저 숫자를 제거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황급히 몸을 숨겼다.

" 핑크!! 도망가!!!"

이 와중에 핑크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고 내 외침을 들었는지 핑크는 몇 번의 하울링을 내니 들개들이 무서운 속도로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도 근처 나무 밑에 몸을 숨겼고 갑자기 사라진 먹잇감에 아쉬웠는지 남아있는 감염체를 잡아먹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긴장감에 칼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다행히 비둘기들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 그냥 가는 건가?"

" 다행이네."

" 이제 여기도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군."

" 그래도 저 많은 숫자의 일반 감염체를 순식간에 제거했잖아? 그런 면에서는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야."

" 처참하네."

얼마 남지 않은 감염체를 먹잇감으로 생각한 몇 마리 들개들이 감염체를

물어뜯는 모습을 보고 재효가 말을 했다.

" 돌아가자."

" 아니.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망원경으로 주변을 보던 박 중사가 말을 했다.

" 왜?"

" 아직 비둘기가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어. 일부러 벗어난 척 한 것 같은데?

우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따라올 것 같기도 하고."

" 머리를 쓰는 건가? 뭔가 전술이라도?"

" 간단한 전술이라면 모르겠지만..."

" 아직 자리를 벗어나지 말자."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망원경으로 한참을 비둘기의 움직임을 보던 박 중사가 망원경을 내리며 말했다.

" 완전히 벗어난 것 같네."

" 후우..."

" 그나저나 들개들은 어디로 간 거야?"

" 어디론가 갔겠지. 다행히 많이 피해를 본 것 같지는 않네."

감염체 시신 중간에 쓰러진 들개들이 보였다. 많지 않은 수였지만 그래도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그냥 감염체만 상대했다면 별 피해가 없었겠지만 갑자기 나타난 비둘기로 인하여 피해가 생긴 것이다. 그런 모습을 뒤로 하고 천천히 우리 숙소로 돌아갔는데 숙소에서도 난리가 났다.

" 무슨 일이야? 왜 그래?"

" 낯선 사람들이 몇 다녀갔어. 그래서 기태가 위협사격을 했더니 황급히

도망갔고."

" 뭐?!"

분명 총소리가 들렸다면 우리도 들었을 것인데 전투에 집중해서인지 듣지 못했다.

" 그때 자경단장이 말했던 원래 있던 남자라고 했던 인원이었어."

기태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런 기태에게 다시 물었다.

" 혹시 무기나 뭐 위협적인 물건을 챙겨왔나?"

" 자세히 본 것은 아니지만 뭔가 들고 온 것 같은데."

" 너무 과잉대응 한 것이 아닐까?"

" 뭐 그럴 수도 있지만 느낌상 좋게 온 것은 아닌 것 같더라."

기태는 자신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말을 했고 다른 일행들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소극대응보다 과잉대응이 차라리 나은 상황이었다. 잘못했다간 우리 일행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우리 몸은 우리가 지켜야 했다. 법도 없고 양육강식만이 존재하는 자연에서 힘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앞으로 조심해야겠네."

" 핑크 왔네."

" 왔구나!"

분명 감염체를 공격했으니 어딘가 더러워야 정상인데 꽤 깔끔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생존자를 상대하기 위해 감춰놨던 무기들을 꺼냈다. 단순히 감염체를 상대한다면 칼이나 창으로도 가능했지만 생존자를 상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적보다 더 강한 화력을 가지는 것이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박 중사와 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내어 손질했고 간단한 사용법을 일행에게 숙지시킨 후 우선적으로 울타리와 다른 방어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 우선 부비트랩을 만들지 않았더라도 푯말이라도 세우자. 뭐라도 겁을 먹어야

조금이라도 적을 조심스럽게 만들어야지."

" 혹시 모르니 몇 개는 설치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민수의 말에 박 중사가 말을 했다.

" 솔직히 우리가 설치한다면 저들도 해체가 가능한 수준이야. 우리가 진짜

어렵게 설치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괜히 적에게 우리 무기를 넘겨주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설치한 것처럼 모양만 내면 될 것 같은데."

" 그럴 수도 있겠군요."

" 응. 그러니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서."

" 알겠습니다."

" 우선 푯말이라도 만들고 설치를 하자."

박 중사의 말에 다들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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