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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39화 (23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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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펜션 주변은 여타 다른 관광지와는 달랐다. 그냥 펜션이라기보다 조금 큰 주택을 개조한 것에 불과했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바닷가가 조금은 가까운 것과 내부에 수영장이 있다는 정도였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건물이니 뭐 특별한 것이 있을리 만무했다.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보다는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 하는 관광을 위해 머무르는 숙소로 보였다. 우리가 발견한 뼈 무덤을 중심으로 주변에 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걸었지만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 박 중사?"

멀지 않은 곳에서 박 중사의 인기척이 느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중사가 숨을 헐떡이며 오는 모습이 보였다.

" 너까지 여기는 왜왔어?"

" 네가 나갔다고 해서 같이 다녀보려고. 혼자 다니는 것보다 뭔가 낫지

않을까해서."

" 그렇다고 그렇게 뛰어올 것 까지야 없는데.."

" 운동 삼아서. 뭐 발견한 것 있어?"

" 특별한 것은 없고 혹시 몰라서 다시 보고 있어."

" 그래.. 기태 말로는 멀리서 생존자들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고 하던데?"

" 그래?"

" 응. 방향은 우리가 지냈던 곳이 맞는데 정확히 우리가 머물렀던 마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하더라."

" 다른 마을에 뭔 일이 생겼나?"

" 모르지."

" 그럼 마을 근처에 낚시나 하러 가볼까?"

" 응? 뭐하러?"

" 우리가 이 무덤을 발견한지 아직 모를 가능성이 크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마을로 내려가서 행동한다면 저들도 안심하지 않을까 해서."

" 흠..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조금 위험한데."

" 여자애들도 데려 가는 것이 어떨까? 그럼 정말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그렇다가 정말 일이라도 생기면?"

박 중사가 불안한 듯 물었다.

" 몰래 무기도 챙겨야지. 너무 다 움직이면 오히려 의심할 수 있으니까 너랑

나랑 은혜랑 같이 가는게 어때?"

" 커플이 누군지 아는 상황이니 차라리 너랑 은혜씨랑 기태랑 보미랑 가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어."

" 그런가?"

" 우선 돌아가서 애들에게 물어보고. 성빈이 일행도 돌아온 것 같으니."

박 중사와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갔고 마침 성빈이 일행도 소총의 점검을 끝내고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박 중사와 나는 일행에게 조금 전 나눴던 대화를 설명했고 다들 불안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반대는 하지 않았다.

" 조금 위험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적을 알아야하니."

" 혹시 모르니 성빈이 일행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 숙소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박 중사랑 재효만 남는데?"

" 괜찮아. 차량 안에서 농성한다면 꽤 버틸 수 있어. 무전기도 있으니 걱정말고."

" 그럼 움직이자."

계획은 숙소에 박 중사와 재효. 미란이만 남기로 했고 나머지 일행들 전부가 마을로 내려가 낚시를 하기로 했다. 낚시뿐만 아니라 해변에서 조개 따위를 줍는 행위를 하면서 마을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 오랜만에 오시네요."

마을에 내려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경단장이 말을 걸었다. 약간은 긴장되긴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 새로 숙소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려서요. 잘 지내셨죠?"

" 네.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생존자도 별로 없어서 감염체 공격도 없는 곳인데."

" 다행이네요."

" 그래도 창고를 열심히 보수하셨는데..."

열심히 꾸미고 왜 옮겼냐는 물음이었다.

"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닷바람도 제법 강하고 창고에서만 지내기에는

무리가 있더군요. 차량도 있고 배기도 잘 안되서요."

"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 바닷가에서 멀지 않고 위치도 괜찮아서 지내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 다행이네요!"

말은 다행이라고 하고 있지만 왠지 느낌은 아쉬운 목소리가 묻어 나왔다. 내가 의심을 해서 인지 몰라도 말이다.

" 그나저나 못 보던 사람들이 늘었네요?"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가 떠날 때만해도 몇 없는 주민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봐도 상당한 숫자의 남자들이 보였다.

" 아.. 이번에 떠난 생존자들이 다른 마을로 가는 바람에 몇 번 트러블이 생긴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인원도 있고 다른 마을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사람도 있습니다."

" 아..."

자경단장의 말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인원이 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좋을 것은 없었다. 나는 말을 돌려 요새 낚시 입질이 어떤지를 물었다.

" 요새 입질은 괜찮습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탕을 치던 날이 많아서."

" 뭐 그냥 저냥입니다. 날마다 잘 될 수는 없지요."

평소 여기 있으면서 자경단장이 먹을 것을 얻으려는 행위를 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나 생존자들이 조금씩 나눠줬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 그런가요? 오늘은 입질이 좋았으면 좋겠네요."

" 뭐 바람도 적당하고 날씨도 좋으니 허탕 칠 날씨는 아닌 것 같군요."

그리고는 자경단장과의 대화는 끝이 났다. 멀리서 자경단장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고 단장은 황급히 우리 곁을 떠났다.

" 어때 보여?"

" 뭐 대화에서 건질 것은 없네. 평범해."

기태의 물음에 내가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자경단장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다섯 명 정도가 모여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입모양을 보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었고 당연히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시야가 이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미란이와 은혜의 복장을 봤다. 그냥 평범한 길이의 반바지에 박스티를 입고 있었기에 자극이 되는 복장은 아니었다. 복장까지 신경 써서 나왔기 때문에 속옷이 비치는 것도 없었다. 확실히 우리에게 뭔가 노림수가 있어보였다.

" 위험한데. 계속 여기를 보고 이야기하는데?"

" 너무 의식 하지마.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자."

우리는 서로 떠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화는 전혀 다른 대화였다. 저들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행동은 낚시를 하며 평화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입은 여전히 그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그나저나 입질은 좋은데?"

" 그래?!"

대화는 대화고 우리가 여기 온 목적도 따로 있었지만 낚시의 성과가 좋으니 다들 표정이 풀렸다. 성빈이 일행도 처음에는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계속 낚시를 하다보니 어느새 긴장감은 사라지고 없었다.

" 이번 건 제법 큰데?!"

서로 경쟁하듯 월척을 낚기 위해 애를 쓰며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덧 우리가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장비를 챙겨 바다를 등지고 걸어가면서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다. 역시나 단장의 집에서는 연기가 나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다.

" 의심이 되기는 하지만 물증이 없네."

" 누군가 미행하지는 않겠지?"

" 미행을 해서 뭐하러 하겠어. 우리 위치를 뻔히 아는데."

" 하긴.."

미행을 할까 두려웠지만 생각해보면 저들은 우리가 지내고 있는 위치를 알고 있는데 미행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긴장을 풀지 않고 걷다보니 어느새 펜션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별일 없었어?"

" 응. 그래도 수확은 좋다."

" 오오! 그래?"

우리를 반기는 박 중사에게 말을 했고 나는 바로 박 중사에게 물었다.

" 우리가 떠나고 누군가 왔어?"

" 응. 멀리서. 남자 세 명 정도? 집에서 망원경으로 봐서 저들은 우리를 못 봤을

것 같고. 무기도 없이 맨 몸으로 왔더라고."

" 흠.. 뭐지?"

" 그냥 단순히 감시할 수도 있고. 아직 우리가 그 무덤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모르니 불안하겠지."

" 그런데 발견한다고 뭐 달라질 것 있나?"

" 그..그러게?"

생각해 보니 그 무덤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우리가 도망치지 않으면 거꾸로 저들이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우리가 화력면에서 월등했기에 마음먹고 공격한다면 저들은 반격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 거꾸로 불안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지 않나?"

" 응?"

내 말에 재효가 물었다.

" 생각해보니.. 우리보다 저들이 더 불안하겠지? 우리가 소총을 가진 것도

알고 있고 우리 능력도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고. 그리고 우리

아직 슈트는 입고 싸운 적도 없는데?"

" 응..."

" 아마 저들이 더 불안해서 저러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 뭔가 노림수가 있다면

무기를 챙겨 왔을텐데. 하다못해 죽창이라도 말이지."

" 생각해보니 맞네."

" 뼈 무덤을 발견했다고 한들 자기들도 모른다고 우기면 할 말이 없는데."

" 그럼 저들이 저러는 이유는..?"

" 거꾸로 자신들이 공격당할까 걱정해서 그러는 것이지."

박 중사의 말을 끝으로 다들 퍼즐이 맞춰줬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들이 우리보다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유리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 아무리 그래도 저들이 같은 생존자를 먹었다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미란이의 말에 내가 대답을 했다.

" 어쩔 수 없을 수도. 누군가를 지켜야하고 자기가 살아남으려고 했다면."

"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같은 사람을!!!"

" 상황은 차이지. 우린 그런 상황이 없었으니 이해를 할 수 없을지 몰라.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 그냥 공격하면 안 되냐?"

기태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기태답지 않게 말을 했다.

" 증거도 없는데? 그냥 정황일 뿐이잖아? 아닐 수도 있어. 뭐 지금 상황에서는

내 말이 오히려 설득력이 없지만."

" 나도 재원이 말에 동감이야. 그런 행위를 했다고 해도 우리가 처벌할 수는

없어. 멀쩡한 세상도 아니고 진짜 먹고 살기도 버거운 세상에."

" 하아.."

" 예전 강원도 펜션에서도 봤잖아? 여자들을 잡아 노리개로 삼고 다른 집단을

공격해서 식량을 약탈하고. 어떻게 보면 세상은 진즉에 저렇게 변했어도

이상할 이유가 없어."

박 중사는 예전 우리가 다른 생존자들과 싸운 이야기를 하면서 말을 했다. 분명 어딘가 우리가 마주한 생존자들보다 더한 인간들이 있을 것이지만 최소한 저들은 아직까지는 살기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 살아있는 사람을 그랬는지 아니면 이미 죽은 사람을 그랬는지 알 수 없으니

우선은 그냥 두고 보자."

" 살아있는 사람을 그랬다면 진짜.."

" 생각해보니 마을에는 여자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대화중에 성빈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 뭐 시골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나?"

" 하지만 얼마 전에 몰려들어온 생존자도 있고 단장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다른

마을에서 들어온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존자들이 빠지고 지금까지

여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 하긴. 신기하긴 하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누군가는 보여야 정상인데?"

" 우연일 수도 있어. 너무 확대해석 하지마."

기태는 너무 확대해석 하는 것 같다며 이야기를 끊었다. 이래저래 너무 의심이 가는 마을이기는 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그렇다고 겁을 먹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이제는 지쳤고 우리가 월등한 힘을 가졌기에 떠날 이유도 없었다.

" 우선 오늘 고생했으니 다들 저녁 준비나 하자."

" 그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다들 화재를 바꾸기 위해 말을 돌렸고 오늘 잡아온 고기를 손질하며 저녁을 준비했다. 다행히 펜션에는 괘 많은 주방 집기류가 남아 있었고 창고에는 약간의 쌀과 비상식량도 남아 있었다.

" 꽤 급하게 떠났나본데?"

" 신기하네."

" 그런 것 치고 집 상태가 너무 깨끗해."

뭔가 의심이 드는 펜션이었지만 우리는 고소하게 생선 굽는 냄새로 인해 금방 잊게 되었고 다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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