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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혹시 몰라 박 중사에게 개울에 간다고 말을 하고 작은 손전등의 빛에 의지해 개울로 갔다. 개울은 원래 물길이 작았는데 중간에 도랑을 파서 물을 가둬 일정양이 머무르게 작업을 했기에 다들 돌아가며 샤워를 했다. 식수로 이용할 시에는 약간 상류에서 물을 퍼서 사용하면 되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 앗! 차가!"
"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꽤 차가워. 조심해."
" 네!"
몸에 수건을 두르고 주변을 살피고는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는 은혜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부의 연의 맺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오랜 시간 같이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혜는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했다. 지금도 나체의 모습을 보여주기 민망한지 몸에 수건을 둘렀고 옷을 입을 때도 내가 보지 못하게 고개를 돌리라고 말을 했다.
" 딴 데 봐요! 엉큼하게 이쪽 쳐다보지 말고요!"
" 알았어. 알았어."
은혜는 간단히 겉옷만 걸치고는 빠르게 카라반으로 돌아왔다. 카라반에 돌아올 때까지 간간히 떨어지던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비가 내리네요."
" 응. 다행이지. 내리고 나면 조금은 기온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 그랬으면 좋겠네요. 정말 너무 더워요. 예전에는 더우면 에어컨을 틀고
그래서인지 이렇게 더운 줄은 몰랐는데."
"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안았던 것들이 이제야 진짜 힘들게 해야만 한다는 것을
느끼네."
침대에 누워 천정에 있는 썬루프를 보며 말을 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나는 소리는 자장가처럼 카라반 내부에 울려 퍼졌고 우리 둘은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계속 내리네."
" 그래도 빗줄기가 굵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오후가 지나도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낮이라 그런지 어제 비둘기들이 모인 곳이 시야에 잡혔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몇 몇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였고 별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리던 중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 어... 여기서 저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까?"
" 적어도 3km는 넘게 떨어져 있을 것입니다."
" 그래.."
" 왜?"
내 물음에 홍렬이가 답을 했고 기태가 뭐 때문에 그런지 물었다.
" 적어도 3km 떨어진 곳인데 저 정도 크기면 실제 얼마나 크다는 소리지?"
" 응?"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엄청난 크기의 새가 보였다. 망원경으로 보니 마치 익룡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녀석이었다. 거리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실수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덩치 큰 녀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 젠장!! 이쪽으로 온다! 들어가!!"
" 어서어서! 들어가!!"
일행을 빠르게 펜션 안으로 들어갔고 커튼을 치고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다가오는 녀석을 바라봤다.
" 쌔앵!!"
" 덜컹! 덜컹!"
바로 위로 전투기가 지나간 듯 창문이 크게 흔들렸고 덕분에 크기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 봤...봤냐?'
" 응..."
" 적어도... 20m는 되어보였지?"
" 젠장..."
날개 끝에서 끝까지 거리가 족히 20m는 되어 보이는 녀석이었다. 더군다나 그 덩치에 속도도 엄청났다.
" 다른 변이체인가? 아니면 진화됐나?"
" 젠장. 가뜩이나 일반 감염체도 버거운데."
" 이제는 일반 감염체는 별 것도 없는데 뭘 그래."
재효의 말에 내가 대꾸했다. 일반 감염체는 저 녀석들이 전부 먹어치웠는지 이제는 많은 숫자는 보기 어려웠다. 그리고는 바로 감염 비둘기가 뒤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감염 비둘기가 오히려 귀엽게 보이기까지 했다.
" 망했나.."
" 진짜.. 어마어마하게 크네."
" 도대체 뭘 먹고 저렇게 큰 거야?"
" 그런데 지금 간 방향이.. 마을 쪽 아닌가?"
" 맞습니다!"
박 중사가 비둘기가 가는 방향을 보고 말했고 민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 마을을 노리는 건가? 왜지? 생존자도 얼마 없는데?"
" 그냥 지나가는 방향일 수도 있어. 재원이 말대로 마을에 생존자가 얼마 없어서
제들이 노리지는 않을 수도 있고."
" 단순히 방향만 맞을 수 있으니까. 우선은 집에서 움직이지 말자. 괜히
움직였다가 저것들이 본다면 진짜 난리난다."
다들 표정을 보니 두려운 표정이었다. 그냥 감염 비둘기도 살벌한 상황에 훨씬 큰 녀석의 등장으로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할 상황이었다. 초대형 비둘기가 지나가고 중형급의 비둘기가 지나갔다. 이제는 비둘기라고 부르기도 뭐한 녀석들이라 비둘기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았다.
" 이제는 비둘기가 아닌데? 익룡이야?"
" 차라리 익룡이라면 사람을 먹지는 않을텐데.."
민수의 중얼거림에 다들 민수를 바라봤다. 일행의 시선을 느낀 민수는 먼 산을 바라봤고 우리는 창문에 붙어 주변을 봤다.
" 오늘은 혹시 모르니 펜션에서 잠을 자자."
기태의 말에 박 중사가 반대하고 나섰다.
" 안 돼. 몰려있다 익룡 같은 녀석에서 공격을 받으면 몰살이야. 이럴 때에는
흩어져서 지내야해."
" 카라반이 튼튼하다면 맞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펜션보다 튼튼할 것 같지는
않은데.."
" 그래도 반격할 시간을 벌어야해."
" 반격이고 뭐고 카라반에서 공격받으면 한 방에 저 세상이야. 차라리 기태
말대로 펜션이 안전할 것 같은데?"
내 말에 박 중사가 말이 없어졌다.
" 카라반이 그렇게 약해?"
"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내 말에 박 중사는 알았다고 말을 했고 전 인원이 펜션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하지만 펜션에서 지내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전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도 있었고 화장실 문제도 있었다. 결국은 화장실을 가려면 카라반으로 가야만 했다.
" 화장실 한 번 가기 더럽게 힘들겠네."
" 그래도 조금은 더 안전하니 참아야지. 솔직히 먹은 것도 얼마 없는데 하루에
화장실을 얼마나 가겠어."
내 말에 기태가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들 무기를 챙겨 펜션 내부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들은 창가에서 잠을 잤고 인원이 돌아가며 근무를 서기로 했다. 다행히 비가 내려 크게 덥지는 않았기에 잠을 청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한 밤중에도 비둘기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느껴졌고 그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와 기태는 그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불안감에 잠을 잘수가 없었다.
" 빌어먹을. 여기 있는지 알고 저러는 건가?"
" 설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저 녀석들 어디에 사냥을 간다는 느낌보다 뭔가에
쫓긴다는 느낌이 강한데?"
" 천적이 생긴 건가?"
" 저런 녀석들의 천적이라면.. 도대체 뭐지?"
" 설마 더 이상한 녀석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요?"
근무를 서고 있던 홍렬이가 말을 했다. 저런 녀석들의 천적이라면 비슷한 크기이거나 아니면 숫자가 월등이 많다는 소리인데 둘다 우리에게 좋은 점은 없었다.
" 설마 천적이 인간인가?"
" 응?"
기태의 말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제는 재효를 제외한 모든 남자들이 깨어나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도 잠을 잘 자는 재효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 지금까지 천적이라고 볼 만한 녀석도 못 봤고 있다고 한들 하늘에서 뚝
떨어질리 없고. 비둘기도 처음에는 크기는 작았고 외형만 이상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렇게 변한걸로 아는데. 그럼 당장 천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우리 인간 말고는 없는데?"
" 그럼 정말 좋은데 인간이 무슨 수로 저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는걸까?"
" 예전에 네가 변한 것처럼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고."
" 흠.."
" 어딘가 정말 제대로 된 생존기지가 있다는 말인가?"
" 아서라.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기지를 봤냐? 그래서 남은 기지가 어디 있냐?"
내가 기대하고 있는 박 중사의 말을 듣고 말을 했다. 뭉쳐봐야 결국 결말은 좋지 않았기에 더 이상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그냥 이런 식으로 옮겨 다니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 누군가 움직입니다."
" 응?"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날씨에 누군가 수풀사이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민수가 발견을 했다. 저렇게 숨어 있다는 것은 비둘기가 아닌 사람이라는 증거였으므로 우리는 긴장하며 총을 들고 탄창을 확인했다.
" 한둘이 아닙니다. 적어도 열 명은 되어 보입니다."
" 열 명이나!?"
"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 의도가 뭘까?!"
" 좋은 의도는 아니겠지."
우리는 흩어져서 주변을 감시하기로 했고 창문마다 돌며 밖을 확인한 결과 우리를 포위하듯 둘러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공격해 올 생각인가?"
" 그랬다면 벌써 했겠지. 저들은 우리가 전부 깨어있다는 사실을 모를텐데."
" 진짜 상황이 이런데도 도대체 저 녀석들은 무슨 생각이야?!"
" 물러가는 것 같습니다."
" 응??"
" 뭐?"
민수의 말에 다들 의아해하며 말했다. 단순히 감시만 하러 왔다고 하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았다. 주변을 맴돌다 우리가 위협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는지 아니며 일행 전부가 일어나서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몰라도 부딪히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같은 생존자끼리 싸워서 이길지는 몰라도 누군가는 다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알 수가 없군."
" 마을 사람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뭔가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움직임에 얼핏 본
모습으로는 꽤 중무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나도 봤어. 뭔가 적외선 장비 비슷한 것을 끼고 있는 인원도 있던데?'
" 뭐지? 그 정도 장비를 가지고 활동하는 부대가 아직도 남았나?"
" 나도 봤는데 내가 생전처음 보는 장비도 있던데?"
" 박 중사가 처음 보는 장비?"
그래도 나름 군 생활을 한 박 중사였고 다른 인원들도 죄다 군 필이었다. 물론 간부 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장비는 비슷하게 사용하는데 전원이 처음 보는 장비라니. 한편으로는 좋은 징조였지만 한 편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겪을 수도 있었다.
" 누군가. 우리 능력을 알았군."
" 응??"
박 중사의 말에 내가 물었다.
" 그러니 저렇게 다가오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다 철수했겠지. 만약 우리 능력을
몰랐다면 뭔가 행동을 했을텐데 지금 보니 그냥 정찰일 뿐인 것 같네."
" 흠..."
" 내일 비가 그친다면 우선 주변을 둘러보자. 뭔가 흔적을 남겼을 수 있으니까."
" 네. 알겠습니다."
" 내일 비가 그치면 난 핑크랑 개들 데리고 주변을 사냥하고 올게."
" 응."
" 그나저나 그 개들이 형 말을 들어요?"
언제 일어났는지 재효가 물었다.
" 넌 언제 일어났냐? 들개들은 당연히 내말을 못 알아듣지. 핑크가 뭔가 지시를
하니까 움직이는 상황이야."
" 신기한 녀석이야."
" 처음 주어왔을 때부터 신기한 녀석이었어."
나는 은혜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핑크를 보며 말했다. 녀석은 분명 다 듣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모르는 척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잠에 빠져 못 듣는 것이지 모를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보고 은혜 옆으로 가 누웠고 다들 일행들도 근무자를 제외하고는 잠을 청하기 위해 움직였다. 내일 비가 그치고 다시 더워진다면 또다시 열대야 속에서 허덕거리며 잠을 자야 했기에 다들 서둘러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