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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44화 (24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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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펜션 안은 적막감과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탄창을 확인하고 손에 잡히기 쉬운 곳에 놓고 커튼에 가려진 창문을 바라봤다. 부리를 이용해 창문을 두드리기를 지속하더니 완전히 깨버렸다.

" 챙그랑!"

" 철컥!"

장전 상태를 확인하고 총구를 창문으로 겨눴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창문을 넘어 감염 비둘기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 끼에엑!!"

" 탕!!!"

내 첫발을 시작으로 일행들이 사격을 시작했다. 다행히 창문을 넘어오는 녀석들은 덩치가 큰 녀석들이 들어오지 못해서 작은 녀석들만 상대했지만 건물 전체에 진동이 느껴지며 점점 큰 녀석들이 공격해 오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 빌어먹을! 탄창!!"

" 여기!!"

" 2층 인원은 상황을 좀 봐줘!"

" 보고 말 것도 없어! 엄청나다고!"

" 콰앙!!"

" 큰 녀석이 들어온다!"

창문 옆 벽이 무너지며 점점 더 큰 녀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입구가 좁아 많은 녀석들이 밀려오지는 못했지만 밀려오는 녀석들의 숫자는 엄청났기에 거실에서 점점 방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빌어먹을! 탄약!!"

" 기다려!!"

탄창이 많기는 했지만 밀려오는 숫자를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방에 있는 여자들이 부지런히 탄창에 탄약을 넣고 있었지만 소비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 챙!!"

탄창이 떨어지고 나는 칼을 들어 들어오는 비둘기의 머리를 자르며 방어했지만 벽 한쪽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 모든 비둘기를 방어하기는 무리였다.

" 괜찮냐?!"

2층의 한쪽 벽이 무너져 더 이상 방어가 불가능하자 2층에 올라간 인원들이 내려왔다. 하지만 전부 내려오지 못했다.

" 홍렬이는?!"

" ....... "

내 물음에 박 중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음 한 곳이 울컥했지만 지금은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 탄약 남은 것 좀 있냐?"

" 마지막이야."

공격이 한 풀 꺾였고 입구에 쓰러진 비둘기를 다른 비둘기들이 부리를 이용해 치우는 모습이 보였다. 공격이 자유롭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통행에 방해가 되자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 생각보다 머리가 좋네."

" 빌어먹을. 새 대가리라는 말을 취소해야겠네."

" 온다!!"

이제는 완전히 뻥 뚫린 벽으로 살벌한 모습을 한 비둘기들이 몰려들었다.

" 하아.."

기회를 엿보며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는 녀석들을 보고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 싸악!!"

" 푸욱!"

들어오는 녀석들의 머리를 자르며 죽이고 죽였지만 무너진 벽 너머로 보이는 숫자는 하루 종일 죽여도 어림도 없을 것 같은 숫자였다.

" 진짜... 마지막인가.."

" 퉷..."

기태의 중얼거림에 내가 침을 뱉었다. 아직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지만 언제까지 팔팔하게 싸울 수는 없었다.

" 허억...허억.."

" 괜찮냐?"

" 아직은 버틸 만 하다."

하지만 나와 재효와 박 중사를 제외한 인원들은 숨이 턱까지 차올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체력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는 우리 셋이 앞에서 방어하기로 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우선 탄창에 탄약을 채우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했다.

" 끼에에엑!!"

" 언제 들어도 듣기 싫은데."

" 죽어라!!!"

" 푸욱!!!"

박 중사도 창을 이용해서 다가오는 비둘기를 막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무너진 벽에 붙어 밀고 들어오는 녀석들을 보니 완전히 사기가 꺾였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은혜를 바라봤고 내 시선을 느낀 은혜도 나를 바라봤다. 눈에는 이미 눈물이 한 가득 고여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몇 초간 고개를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들어 칼을 다잡았다.

" 2층에서 봤을 때 비둘기가 어디 몰려있었냐?"

" 대부분 앞에."

" 대충 숫자는?"

" 보면 모르냐? 셀 수도 없지."

" 재효야."

" 응?"

" 잠깐 버틸 수 있지?"

" 응?!"

" 기다려!"

난 방향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고 벽을 두드리며 가장 약해 보이는 곳을 찾아 칼을 들어 강하게 휘둘렀다.

" 쿠웅!! 쿠웅!!"

" 뭐 해?!!"

" 도망갈 길을 찾아야지!!!"

벽에 충격이 가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고 나는 몸을 던지며 벽을 뚫으려 노력했다.

" 형!! "

하지만 입구에 있던 박 중사와 재효가 밀리기 시작했고 민수와 성빈이가 소총을 들어 둘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 타타타탕!!!"

" 끊어서 쏴!!!"

이 와중에 점사로 쏘라고 지시하는 박 중사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런 내 모습이 상상되자 이제는 미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정도면 되겠다!"

성인 상체정도 되는 구멍이 생겼고 우선 박 중사가 먼저 나가기로 했다.

" 이런!! 좀 크게 만들지!!"

덩치 큰 박 중사가 나가기에는 부족했고 덕분에 재효와 박 중사가 몇 분을 더 부수고 나서야 나갈 수 있었다.

" 이제 다 나왔어!!"

" 바로 산으로 뛰어!!"

아직 일행이 나가는 것을 모르는 듯 계속해서 밀고 들어왔고 나도 방문을 닫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중을 날아다니던 녀석들이 우리를 발견해서 비둘기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마음먹고 뛴다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었지만 문제는 우리 일행이었다. 여자들까지 있는 상황에 제대로 도망치기도 힘들었다.

" 흩어진다!"

" 뭐?!"

박 중사 말에 내가 되물었다.

" 이렇게 움직이면 힘들어. 흩어진다."

흩어진다는 말에는 힘이 없었다. 몰살당하느니 누군가는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자는 뜻이었다.

" 하지만!!"

"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어!! 이대로 가면 저것들 한 끼 식사 밖에 더 되냐?!"

" 쳇!!"

짝은 당연히 커플끼리 도망갈 것이고 민수와 성빈이 박 중사가 같이 도망갈 것 같았다.

" 살아라.."

" 너희도..."

다들 뛰면서 말을 했다. 다들 눈물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했고 내 말을 끝으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 뛰어!!!!"

난 은혜를 안고 두 다리에 힘을 주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은혜도 팔과 다리를 내 몸에 밀착하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고 뛰었다. 잠깐 고개를 돌려 비둘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봤고 나는 죽을 각오로 뛰었다.

" 젠장.. 어째서.. 어째서.."

녀석들은 흩어진 일행을 따라가지 않고 나만 따라왔다. 옆에서 혀를 길게 내밀고 뛰어오는 핑크가 보였고 점점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칼을 버리고 남은 한 손으로 핑크를 안고 뛰었다.

" 젠장. 저것들이 전부 우리를 따라와!"

" 도망갈 수 있죠?"

" 글쎄.."

둘이 합친 무게도 엄청났다. 거기에 비상식량과 물건이 들어 있는 가방까지 메고 뛰니 생각보다 빨리 지치기 시작했다. 나는 방향을 돌려 마을로 뛰었다. 여기보다는 그곳에 몸을 숨길 곳이 많다는 생각에 뛰었고 얼마나 뛰었을까. 마을이 시야에 보였고 내 모습보다 몰려드는 새를 보고 마을 주민들이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새들의 움직임을 보고 바로 앞에 있는 집으로 몸을 던졌다.

" 허억..허억.. 괜찮아?"

" 네.."

" 다친 곳은 없지?"

" 네네! 걱정 말아요! 자기는 어때요?"

" 괜찮아.. 허억.."

" 물 마셔요."

은혜는 가방에서 물을 꺼내어 나에게 건냈고 나는 은혜에게 먼저 마시라고 하고

창문 틈새로 밖을 봤다.

" 어때요?"

" 다행히 우리를 찾지 못한 것 같아. 마을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새들의 공격을 받고 혼비백산으로 도망쳤지만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마당에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잔인하게 새들의 공격을 받는 모습을 보고 창문을 닫았다.

" 오늘 하루는 여기서 있는게 좋겠다."

" 네."

나는 벽에 몸을 기대었고 숨을 내쉬었다. 언제 또 뛰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최대한 체력을 아껴야했다. 은혜는 다시 나에게 물을 줬고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숨을 몰아 내쉬었다.

" 후우...후우..."

" 괜찮죠?"

" 응! 너무 걱정마."

난 은혜를 안심시키려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핑크도 옆에서 헐떡이고 있어 남은 물을 줬고 잠시 쉬었다 다시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봤다. 새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은혜에게 말했다.

" 힘들겠지만 여기서 벗어나자. 새들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으니 이때가

기회야."

" 어디로 갈 생각이에요?"

" 우리가 원래 있으려고 했던 창고. 그 건물이 튼튼하고 여기에서 거리도 있으니

괜찮을 듯 싶네."

" 네."

은혜도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얇은 다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표정은 담담해도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기 때문에 분명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게 분명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나와 은혜는 조심스럽게 건물 밖으로 나가 새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이동했다. 평소라면 몇 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였지만 몇 시간은 걸리는 듯 했다. 어렵사리 창고에 도착했고 간단하게 잠을 잘 준비를 끝내니 해는 이미 넘어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다시 창고로 들어갔고 은혜가 한 구석에서 잠이 든 모습이 보였다. 땀이 범벅이 된 상황인데도 금방 잠이 든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힘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옆에 누워 같이 잠을 청하려는데 은혜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용케 버텼지만 긴장이 풀리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 크흑...흑..."

나는 울음을 참으려 애쓰는 은혜를 안아주었고 그러자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말없이 은혜의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을 시켰고 딸꾹질까지 하면서 울던 은혜는 지쳐 잠이 들었다. 은혜가 완전히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창고 주변을 살폈다. 혹시 새들이 우리 위치를 확인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느껴지는 것이 없어 안심하고 창고로 들어왔다. 핑크도 피곤한지 은혜 옆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고 나도 옆에서 잠을 청했지만 해가 뜨기 전까지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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