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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49화 (24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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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압승에 가까운 실력을 보인 군부대를 보며 희망을 가졌다. 병사들은 땅에 떨어진 이미 숨이 끊어진 비둘기를 한 곳에 모아 태우기  시작했다. 역시나 일반 감염체와 비슷하게 잘 타들어가는 모습을 한참을 보고 있었다. 비둘기의 제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비행체는 다시 항공모함으로 돌아갔고

생존자들도 하나 둘씩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 여기라면 식량만 충분하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겠는데요?"

" 응. 생각보다 방어가 튼튼하네."

"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이걸로 끝이네요."

양동이에 담긴 몇 마리의 작은 물고기를 보고 은혜가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 구워먹기도 애매하네... 그냥 끓여 먹어야지. 어쩔 수 없네."

나는 은혜에게 물고기 손질을 부탁하고 불을 피웠다. 항구 주변 마을에도 저녁을 준비하는지 곳곳에서 연기가 올라왔고 간단한 양념과 함께 끓인 물고기를 은혜와 나눠 먹으며 하루를 끝냈다.

다음 날에도 감염 비둘기는 어김없이 공격해 왔다. 비둘기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멸 했다고 생각된 일반 감염체도 몰려 왔지만 손쉽게 공격을 막아냈다. 일반 감염체가 공격 해왔을 때에는 생존자들도 무기를 들고 싸웠지만 피해는 전무했다. 여기 있는 생존자들도 꽤나 험난한 여정을 거치고 여기에 있는 것이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 그나저나 먹을게 물고기가 전부니.. 그나마 잡히는 것도 씨알이 작으니 원.."

" 그래도 이거라도 어디에요. 아예 없는 것보다야 낫죠."

" 뭐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은혜는 내 투덜거림에 웃으면서 말을 했고 우리는 한가로이 낚시를 즐겼다. 그러던 중 처음 여기 왔을 때 우리에게 왔던 소령이 다가왔고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 실례합니다."

" 네?"

" 일전에 보니 칼을 좀 쓰시던데.."

" 뭐 지금까지 살아오다보니.."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듯 주춤 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배로 가시지 않겠습니까?"

" 네?"

갑자기 배로 가자고 하니 당황되었다.

" 너무 갑자기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저희 병사 중에 재원씨를 알고 있는

인원이 있다보니.."

" 아..."

" 보통은 여기서 생활을 한다고 해도 배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없던

일입니다."

" 그런가요?"

" 일전에 저희 전투를 보셨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저희 전투원이 부족한

관계로 저희와 함께 행동하셨으면 합니다."

" 아... 제가 간다고 뭐 도움이 되겠습니까?"

" 지금은 작은 힘이라도 도움이 되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그런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 흠... 저 혼자 결정할 상황은 아닙니다."

" 전 상관없어요."

시간을 끌어 보려고 한 말이었는데 은혜가 옆에서 냉큼 대답을 했다. 에휴..

" 그럼 결정 됐군요. 바로 이동하시죠."

" 네."

어차피 챙길 짐도 얼마 없었으니 이사는 금방 끝났다. 항공모함 활주로에 올라가니 그 크기가 실감이 되었다.

" 진짜 크네요."

" 와.."

엄청난 크기에 놀라고 있는데 대령 계급장을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했다.

" 오셨군요. 이쪽으로."

대령의 안내를 받고 내려간 곳은 아무것도 없는 그냥 넓은 공간이었다.

" 여기서 뭘.."

" 호버 보드를 가져와라."

" 네."

근처에 있던 병사에게 호버 보드라는 것을 가져오라고 지시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이 가져온 것은 전에 봤던 그 비행체였다.

" 이게 호버 보드?"

" 네. 저희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감염 비둘기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무기

입니다. 일반 감염체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고 이래저래 방어하기도

힘들다 보니.."

" 그나저나 이런 기술력이 있었으면서 지금까지 왜..?"

" 감염체 사태 이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처음부터 있었다면 좋았겠지요.

말하는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굉장히 효율적인 무기로 보였지만 타서 조종을 하거나 싸우는 것은 엄청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호버 보드를 이용한다면 헤어진 일행을 찾는 것도 수월할 것 같았다.

" 흠.."

" 뭔가 선택에 고민이 있는 것 같군요."

내 표정을 보고 소령이 말을 했다.

" 얼마 전 헤어진 일행들이 있습니다. 아직 그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 가능하다면 찾아보고 싶습니다."

내 말에 은혜도 그들을 생각하는 듯 표정이 어두웠다. 지금까지 같이 살아남았던 동료들을 버리고 나 혼자 살아남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내가 저 호버 보드를 동료를 찾게 이용하게 해 달라고 하면 허락해 줄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 흠.. 동료라.. 과연 지금까지 온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건가요?"

" 그들은 강합니다. 지금은 헤어지긴 했지만 다시 만날 것이라 확신합니다."

" 네.. 아쉽군요."

내가 거절의 뜻을 내비치자 소령이 말을 했다. 다음 소령의 말을 나와 은혜를 놀라움에 빠지게 했다.

" 그럼 저희가 무기와 식량을 지원해 드리죠. 만약 일행을 찾으신다면 저희와

함께 합류하신다는 조건에 의해서입니다."

" 네?"

제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 처음인 나에게 저런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 의외였다.

" 투자라고 생각하시죠. 당신 일행들의 이야기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저희와 합류한다면 저희들의 생존 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지게

되니 당연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 만약 찾고도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요?"

" 그럼 제가 사람 보는 눈이 틀렸다는 것이겠죠. 저희 입장에서는 크게 많은

지원도 아니니 부담은 되지 않습니다. 단지 무기와 탄약을 넘긴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요."

" 흠.."

생각보다 파격적이 조건이다. 친구들을 찾고 다시 돌아올 곳이 생겼다는 것도 나쁠 것이 없었다.

" 알겠습니다."

" 단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식량은 한 달치입니다. 무기는 소총 두 자루와 탄약

오백. 수류탄 열 개와 기본적인 생존도구입니다."

" 그게 어디입니까?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지원에 여유가 생겼다. 은혜의 얼굴에도 미소가 보였고 그런 우리를 보며 소령이 말을 했다.

" 지금 바로는 지원이 안 됩니다. 내일 정오는 되어야 가능하니 그 때까지는

여기서 지내시죠."

" 감사합니다."

병사의 안내를 받고 우리는 임시로 마련된 숙소도 들어갔다. 침대와 간단한 책상 한 개가 끝인 6인실 방이지만 우리 둘만 사용하게 되었다.

" 감사합니다."

" 아닙니다."

"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여쭤도 되겠습니까?"

" 민감한 내용이 아니라면 말씀드리지요."

숙소 안내가 끝나고 우리를 안내해준 병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 우선 항공모함이 이곳에 있는 이유. 그리고 군의 계획. 지금의 상황입니다."

" 우선 항공모함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원래 이 근처에서 해군과 공군이 모여

작전을 펼치려 했는데 대부분 오지 못했고 태풍 몇 개를 정통으로 맞고

밀리다보니 상황이 이렇게 됐군요. 그리고 군의 계획이라... 지금 서로 연락이

되는 부대는 없다고 보는게 좋겠군요. 서로 살기 바쁘니. 저희는 호버 보드를

이용해 이 근처를 안전지대로 만들어 생활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감염

비둘기가 많이 몰려들어 현재로서는 진행이 더딘 상황이고... 지금 상황이라면

뭐 암담하죠. 지금 저희 배에 있는 인원이 이제는 2천도 안 되는 실정입니다."

" 그렇군요."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항공모함이 원래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도와주기위한 무기와 식량. 장비를 싣고 오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이렇게

되어 생활은 넉넉한 편이지요."

" 원래 항공모함은 한 척만 다니는 것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 네. 맞습니다만 같은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굳이 호위함이 필요한

것도 없었고 차라리 인력과 장비를 실어 나르는 것이 효율적이겠지요."

" 그런데 왜 여기에 한국 사람들이.."

" 뭐 한국군이 여기 타게 된 이야기는 무척이나 깁니다. 그냥 같이 작전을 하다

미아가 됐다고 생각하세요."

" 네."

" 내일 오전 중에 아마 지급이 완료될 것 같으니 오늘은 푹 쉬시죠."

" 네."

" 그리고 화장실은 저기. 샤워실을 저쪽인데 여성 전용은 저기 보이는 계단을

이용해사 3층을 더 올라가면 됩니다. 나름 치안이 잡혀 있는 곳이긴 하지만

조심하시고요."

" 네. 감사합니다."

은혜도 고개를 숙여 병사에게 인사를 했고 자신의 일을 끝낸 병사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 우선 씻고 와서 옷을 갈아입죠."

" 그럴까?"

며칠 만에 제대로 씻는다는 생각에 은혜는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고 나도 샤워실로 옷을 챙겨서 들어갔다. 생각보다 승선한 인원들은 나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워낙 큰 배고 인원도 많으니 일일이 얼굴을 알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은혜는 달랐다. 저런 미모와 몸매라면 남자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모를 리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핑크와 같이 움직이는 덕분에

치근덕거리는 녀석은 없을 것 같았다.

은혜가 씻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긴장하지 않고 잠을 청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온몸이 편해졌다. 지금까지도 꽤 안전한 곳에서 생활을 했지만 지금처럼 편하게 느낀 경우도 별로 없었다. 침대에 누워 눈은 감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대령은 우리에게 약속했던 물품보다 많은 양과 종류를 지원해줬다. 여분의 연료와 넉넉한 탄약과 식량을 받고 무사히 돌아오면 복귀를 약속하고는 길을 떠났다.

" 어디로 가려고요?"

" 우리가 처음 터를 잡았던 강원도 건물이나 연구소 건물"

" 그 곳은 왜요?"

" 아마도 그곳으로 오지 않을까 싶어서."

" 흠..."

" 헤어지면 어디서 만나자고 딱히 약속한 곳은 없지만. 그래도 그 곳이라면

재효는 오지 않을까 싶어. 박 중사도 근처에서 만났으니 아마 올 것 같기도

하고. 기태는 모르지만.."

" 다들 왔으면 좋겠네요."

" 전부는 무리라는 것은 알지만... 누구라도 왔으면 하네.."

" 하지만 저희는 차량으로 움직이는데 오빠들은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요?"

" 최대한 기다릴 수 있는 만큼 기다려야지."

나는 트럭의 시동을 걸고 최대한 연비 운전을 하며 길을 떠났다. 지나가며 보이는 풍경은 한가로운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풍경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하늘에서 간간히 보이는 감염 비둘기의 존재가 우리의 처지를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 아직도 숫자가 많네요."

" 일반 감염체야 숫자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저것들은 아직은 아니니까."

" 하아.. 언제쯤이면 예전처럼 마음 편히 잘 수 있을까요?"

" 글쎄..."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는 싸움. 아니 일방적인 공격으로 생존자들은 지쳐있었다. 반격의 물꼬를 텄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반격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 상황에 답답하기만 했다. 나도 제대로 갈피를 못 잡고 결정 장애를 보여주는 것이 은혜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내 성격과 고집으로 결정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그 상황에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니 각자의 성격과 의견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 한 시간쯤 가면 도착하겠다."

"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옆에서 꾸벅꾸벅 졸던 은혜가 내 말에 정신을 차리고 말을 했다. 우리가 여기를 떠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 저기.. 장갑차?"

" 뭐지..? 여기서 무슨 일이..."

연구소로 가는 도로 중간에 많은 숫자의 감염 비둘기 시체가 보였다. 더불어 생존자 시신과 장갑차와 군용 차량이 파손된 채 도로에 버려져 있었다.

" 그 작전이란 이걸 말하는 건가?"

" 성공한 건가요?"

" 글쎄.. 그래도 감염 비둘기 숫자는 엄청 줄였네."

멀리까지 감염 비둘기의 시체들이 깔려 있었다. 급하게 떠나느라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아군의 시신을 거둬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가자..."

" 네.."

은혜도 이런 광경에 단련이 돼서 담담하게 바라보고 차량에 올랐다. 비둘기의 시체를 피해 이리저리 운전을 하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예상보다 한참은 늦어졌고 폐허가 되어버린 연구소에 들어가니 이곳에서 군부대의 작전을 지휘했는지 군용 텐트와 차량 몇 대가 버려져 있었고 비둘기들의 공격을 받았는지 건물 곳곳이 파손된 모습이었다.

" 처참하네."

" 여기도 급하게 떠났나 봐요."

" 그래도 외벽은 쓸만하네."

" 여기서 지내기에는 너무..."

" 아마 한 번 공격을 했던 곳이라 다시 공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 하지만 시체들이랑 같이 자기는 싫다고요."

" 하긴.."

그냥 여기에서 지내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 좋지 못했다. 우선 주변을 살펴 혹시 두고간 물품이 있나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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