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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50화 (24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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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급하게 떠난 것이 확실한지 두고 간 물건들도 상당했다. 탄약과 소총. 그리고 비상식량까지 꽤 쏠쏠한 양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자리를 잡고 지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 다른 곳을 찾기로 했다. 익숙한 곳이니 적당한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작은 가정집을 찾아 그 안에 집을 풀고 들어갔고 혹시 몰라 주변을 정찰하고 다시 들어왔다. 그 동안 은혜는 집을 정리했고 때 늦은 식사를 챙겨먹었다. 비상식량이다 보니 맛은 떨어졌지만 그래도 배는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정리도 얼추 마무리가 되니 하늘은 노을로 붉게 물들었다.

" 이제 하루가 지났네.."

" 오빠들은 무사하겠죠? 언니랑?"

" 다들 무사할거야. 약한 애들도 아니고. 단지 시간이 걸릴뿐이지."

" 자기는 다들 여기로 올 거라는 확신이 있나봐요?"

" 뭐.. 그냥 감."

" 감이라..."

" 더 늦기 전에 들어가자. 이제는 밤에 꽤 쌀쌀하네."

" 갑자기 날씨가 변하네요."

지역이 지역이라 그런지 밤이 되니 기온이 상당히 떨어졌고 모포를 덮어야 잘 수 있을 정도였다.

" 따뜻하다."

상대적으로 살이 따듯한 나는 은혜의 찬 살 기운을 느끼면 서로 강하게 껴안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어제처럼 깊은 잠에 빠진 것이 아닌 선잠이 들었다. 핑크도 있고 내 감각도 이제 꽤 신용이 갔지만 만약이란 것이 있기에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작은 소리에도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고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핑크도 일어나 있는 모습이 보였다.

" 후우... 잠깐 나갔다 올테니 여기 있어."

" 끼잉.."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작게 소리를 내고는 은혜 옆에 가서 다시 눕는 녀석을 보니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 하암..."

차디찬 밤공기를 느끼며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만이 들리는. 간간히 부는 바람이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갔고 담배를 다 피기도 전에 은혜가 일어나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 왜 일어났어? 추워서?"

" 아뇨.. 그냥.."

은혜는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나를 보다 내 손에 있는 담배를 보고 나를 노려보며 말을 했다.

" 아직까지 담배가 남았다는게 신기하네요?"

" 하하.. 뭐..."

" 에휴.. 그래도 자기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야..."

" 미안."

" 미안할게 뭐 있어요. 어차피 나중에는 피고 싶어도 없어서 못 할텐데요."

시간이 지나면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은혜가 용서하듯 말을 했다. 나는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는 은혜를 안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은혜와 함께 주변을 걸었다. 산책이 아닌 우리 일행의 흔적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 것이다. 대부분의 흔적들은 최소 일주일 이상 되어보였다. 뭔가를 먹은 흔적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이 근처에는 없는 것 같았다.

" 아직 올라올 시간이 아닌가.."

" 저희야 차를 타고 왔지만 걸어오면 시간 좀 거릴 것 같은데요."

" 그들이라면 조금 빠를 줄 알았는데."

" 미란이 언니도 있고 보미 언니도 있어서 속도는 자기랑 나랑 걷던 속도와

비슷할 것 같은데요."

" 하긴.."

그 둘의 속도로 맞춰 걸어야 한다면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적어도 며칠은 걸릴 것이다. 더군다나 가지고 있는 식량도 부족하니 중간 중간에 뭐라도 잡아

먹어야 하니 시간이 더 오래 거릴 것이다.

더군다나 하늘에서 공격하는 비둘기를 피하며 이동해야 하니 그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상에 있는 감염체야 어찌 피한다고해도 하늘에서 날아오는 녀석들의 속도와 능력을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우리가 걷고 이동하는 지금도 하늘에는 간간히 날아다니는 감염 비둘기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완전히 형태가 변한 모습. 같은 종이라고 하기에도 무리일 정도로 모습이 가지각색인 녀석들을 보며 조심스럽게 이동을 했다. 몇몇은 뭐라도 발견했는지 무서운 속도로 활강을 했고 그 녀석을 따라 활강하는 녀석들이 눈에 보였다.

" 지금 빨리 가자."

" 네!"

하늘이 비어있는 지금 최대한 빨리 이동을 해야 했기에 트럭의 속도를 높였다.

제법 멀리까지 이동을 하면서 주변을 살폈지만 살아있는 생존자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바닷가 근처라 먹을 것이 많아 비둘기가 많은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생존자들이 살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열악했다. 우선적으로 비둘기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았다.

" 여기도 숫자가 장난이 아닌데요?"

" 하아.. 미치겠네.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거야?"

" 오늘은 이 근처에서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가 가려는 방향의 저 멀리 하늘에는 엄청난 숫자의 감염 비둘기가 보였다. 서식지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각양각색의 모습을 가진 비둘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저 아래를 지나간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이동 경로를 수정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가야만 했다.

" 여기서 저 방향으로 돌아가려면 엄청나게 돌아가네..."

" 자기가 생각했던 지역을 한참이나 벗어나는데 괜찮을까요?"

혹시나 올라오는 인원이 있다면 어긋날 확률도 있었기에 돌아서 내려가는 것을 내키지 않았다. 일행들이 어디로 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 자기 말대로 오늘은 이 근처에서 하루를 보내자."

" 네. 근처에 집도 없으니 잘 보이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죠."

" 그래."

마지막으로 본 주택으로 돌아가려면 꽤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 오늘은 그냥 여기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지붕이라도 있어야 불을 피우더라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데 이런 허허벌판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는 비둘기에게 우리 목숨을 상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 오늘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냥 여기서 자야겠다."

" 이 정도면 충분해요!"

2~3인용 낚시 텐트를 설치하고 주변의 나무를 잘라 덮었다. 트럭 위에도 덮어 하늘에서 잘 볼 수 없게 위장을 했고 혹시 몰라 주변에 부비트랩을 설치하니 이미 해가 뉘엿거리며 넘어가고 있었다.

"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 내일은 뭔가 변화가 있겠죠! 요새 들어 자기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네요?"

" 그런가?"

" 네. 처음에는 마냥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었는데 요새 점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변해가네요."

" 안 좋은데..."

" 지금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생각해요.

적어도 지금 먹을 식량은 있으니까요."

은혜가 웃으면서 말을 했고 전투 식량 하나를 나에게 줬다. 나도 웃으며 전투 식량을 받아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어차피 맛으로 먹는 식사가 아니었으니 그냥 뱃속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씹어 삼켰다.

전투 식량을 전부 먹을 때까지 말이 없던 우리는 다 먹은 식량은 한 곳에 버리고는 자리에 누웠다. 이제는 눈에 띄게 해가 짧아진 것과 기온이 떨어짐을 느끼며 서로의 체온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 끼엑!! 끼엑!!"

" 젠장..."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멀리서 느껴졌던 비둘기들이 갑자기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는 시야에 완벽히 잡힐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 녀석들이 보였다. 다행히 아직 은혜는 잠에서 깨지 않았지만 핑크와 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숨어 비둘기 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도대체 왜.. 아무것도 없는 여기로 오는 거야?"

" 끼잉.."

핑크도 알 수가 없는 것인지 작게 울었고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둘기의 이동경로를 유심히 살폈다. 비둘기들은 우리를 발견해서 오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단지 그들의 이동 경로 중간에 우리가 있었을 뿐이었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문제는 녀석들의 이동속도가 상당히 느리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텐트 위에서 날아다니는 녀석들을 보니 간담이 서늘했다. 일반 주택도 아니고 간단하게 위장한 낚시용 텐트니 녀석들이 눈치를 채고 공격을 해온다면 무작정 달릴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일어난 은혜도 나와 핑크가 긴장하며 있는 것을 보고는 살짝 텐트 밖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 후우.. 큰일이네요.."

"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이 근처를 배회하는 걸까?"

" 저희가 왔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 그럼 바로 공격을 해왔을 것 같은데? 저번에 달려드는 속도 보니까

장난이 아니던데.."

" 뭔가를 찾는 느낌은 아닌데요?"

" 이 새벽에 무슨 난리람.. 보통 새벽에 움직이는 경우가 없어서 안심했는데.."

나와 은혜는 혹시나 소리가 들릴까 조심스럽게 다시 자리에 누웠다. 다행스럽게도 비둘기들은 우리의 존재조차 몰랐고 그저 우리 위를 배회할 뿐이었다.

" 푸덕!! 푸덕!!"

도무지 새가 날면서 내는 소리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소리가 났고 그 소리 덕분에 공포심은 배가 됐다.

" 빌어먹을..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생각인거지?"

은혜도 선잠을 자면서 눈을 감았다 떴다하는 것이 보였다. 나야 하루정도 밤을 샌다고 해도 버틸 수 있지만 은혜는 체력을 조금이라도 비축해야만 했다. 잠이 올 상황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잠을 자두어야만 했다.

" 이런 상황에 잠이 올 리가 없죠."

" 그래도 자기는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내일 움직일 수 있어. 그러니 눈이라도

감고 있어. 그냥 뜬 눈으로 밤을 샐 수는 없으니."

" 말이야 쉽죠. 이런 상황에서 잘 수 있다면 진짜 대단한 사람이죠."

" 하긴... 응? 비둘기들이 슬슬 물러나기 시작하는데?"

" 정말이요?"

텐트의 틈으로 위를 보니 비둘기들이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몇 마리는 다시 돌아가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밤에는 보통 움직임이 둔하거나 잠을 자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적지 않은 숫자가 움직였다는 것은 뭔가 비둘기들이 자리를 잡은 곳에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은 알 길이 없었으니 우선 나도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기로 했고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이미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 흠..."

주변을 정리하고 트럭을 몰고 이동을 하는 도로 곳곳에 비둘기의 시체가 보였다.

" 천적이라고 생긴 거야? 상태가 왜 저래?"

물어뜯긴 자국과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비둘기 시체를 보고 내가 말을 했다. 은혜는 차마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는 듯 고개를 돌렸다. 어제의 그 난리가 아마도 뭔가의 공격으로 비둘기를 놀라게 했고 덕분에 우리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저들에게 천적이 등장했다면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천적이 생존자의 천적이 될 수도 있기에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더 엄청난 새로운 종족이 나타났다면 좋을 것이 없었다.

" 그나저나 하늘을 날고 있는 녀석들을 용케도 잡았네."

" 징그럽게 왜 계속 보고 있어요?"

내가 차에서 내려 비둘기 시체를 유심히 보자 은혜가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뭔가에 잡아 뜯긴 흔적과 상처가 많은 것으로 보아 어떤 생물체에게 당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유심히 주변을 살펴보던 중 뜻밖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발자국?! 그것도 사람의?"

" 네에?!"

신발을 신고 돌아다닌 흔적과 맨발로 돌아다닌 흔적도 보였다. 주변이 난장판이라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분명 사람의 흔적도 보였다. 옷가지와 육체의 일부분이 보였으니까.

" 생존자들이 공격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여전히 은혜는 차에서 나오지 못했지만 나는 주변을 세세하게 둘러봤다. 발자국의 모습은 걸어서 생긴 흔적이 아닌 앞부분이 파인 달려서 생긴 흔적으로 보였다.

" 달린건가? 그럼 생존자들이?"

일반 감염체라면 아직까지 달리는 존재를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비둘기도 감염되어 변화는 상황에 그런 녀석들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었다. 하지만 일반 감염체의 숫자는 겨울을 지나면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보이기는 했지만 그 숫자가 처음의 그 엄청난 숫자는 아니었다.

" 하지만... 진짜로 변한 녀석들이 있다면..."

" 컹!! 컹!"

" 응?!"

핑크가 갑자기 짖기 시작했고 녀석이 짖는 방향을 바라보니 뭔가 움직임이 보였다.

" 빌어먹을.... 빌어먹을!!!"

왜 나쁜 생각은 틀린 적이 없는지 모르겠다. 멀리서 다가오는 아니 뛰어오는 존재는 바로 달리는 감염체였다.

" 뭐? 뭐예요!!"

" 가자!! 출발해야해!!"

다가오는 감염체의 숫자는 몇 없었지만 그 위력은 달리는 모습만 봐도 충분했다.

" 끄에에엑!!"

일반 사람이 전력 질주하는 속도에 버금가는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고 예전과 다른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다가오는 모습은 또 다른 공포였다. 차량의 시동을 걸고 연비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가속 폐달을 밟았다.

" 부아아앙!!!"

굉음을 내며 트럭은 앞으로 나갔고 시간이 지나며 점점 멀어지는 감염체를 보고 한 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다시 써보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노력은 하고 있으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야밤에 글을 쓰는 이유는....심심해서입니다.ㅎ

이 글을 써가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두 번의 자료 증발과

한 번의 자료 도난. 3중 백업으로 노트북과 데탑에 보관되어 있던 자료들로 어찌어찌 이어갔는데 노트북과 외장하드 도난은 데미지가 상당하더군요. 애초에 공공장소에서 켄싱턴락도 없이 그냥 두고 화장실을 다녀온 제가 잘못이긴 하지만 그냥 봐도 오래된 노트북을 가져갈 줄이야 생각조차 못해했습니다. 어차피 비밀 번호가 상당해서 둘 다 중고로 팔기는 불가능하겠지만요. 점점 글은 개판으로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플랜이 없이 주먹구구로 써나가다 보니 이제는 완전히 산으로.... 제가 제 소설을 제대로 기억 못하니 말 다했죠. 많이 부족하다 못해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그냥...킬링 타임용으로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애초에 부족한 글이니 욕을 먹는 것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응원 한 마디는 꽤 큰 힘이 됩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얼마 남지 않은 올 해도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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