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51화 (250/281)

0251 / 0281 ----------------------------------------------

-3부-

은혜도 상당히 놀랐는지 토끼눈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 빌어먹을. 갈수록 태산이고 산 넘어 산이고 여우 굴 피하니 호랑이 굴이네."

" 이제... 어쩌죠? 언니 오빠들은 무사하겠죠?"

" 하아..."

일반 감염체라면 이제는 상대하기 수월하겠지만 저런 녀석들이라면 달랐다. 낮이야 어떻게 상대하겠지만 밤이면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었다.

" 이제 쫓아오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은혜가 뒤를 보며 말을 했다. 저런 녀석들이 근처에 있다면 여기도 위험했다. 한 달의 시간을 받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 처지도 위험했다.

"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게 진짜 천운이군."

" 그러게요. 저런 녀석들이 주변에 있었다니.."

은혜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했다. 또 다른 변종 감염체의 등장으로 일행을 찾아야겠다는 의지가 약해졌다. 나 혼자 돌아다니면 모를까 은혜와 같이 다니는 것은 위험했다.

" 그냥... 돌아가자.."

" 네?"

" 이대로 애들을 찾는 건 너무 위험해. 혼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차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 하지만!!"

은혜는 일행을 찾는 것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정확히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올지도 모르는 일행을 찾아 계속 움직이는 것은 우리 수명도 단축시키는 행동인 상황이었다.

" 자기 마음 알아. 하지만 포기해야만 하는 내 마음도 이해해줘."

내가 작게 말을 했다. 은혜는 내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은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기와 같이 다니는 것이 나에게는 엄청난 부담이고 위험이라는 것을. 하지만 묵묵하게 따라왔지만 내 속도와 부담을 덜기에는 무리였다.

" 마지막으로 우리가 묵었던 강원도 건물에 들러서 뭐라도 남기고 가자."

" 네..."

은혜도 힘없이 대답을 했다. 차는 굉음을 내고 빠른 속도로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우리가 자리를 잡았던 보금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나 최근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은 없었다. 나는 잘 보이는 곳에 큼지막하게 우리가 지낼 곳을 적었다. 그리고 약간의 식량을 두고 건물을 나왔다.

" 다른 뭔가가 필요한데.."

" 네?"

" 그냥 이렇게 둬서는 근처에 와도 올 것 같지가 않아서.."

" 뭔가 표식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 응.."

" 뭐가 좋을까요?"

친구들이 근처에 왔을 때 시선을 끌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직접적인 흔적보다는 시선을 이끌 수 있는 뭔가가.

" 건물에 불을 질러야지."

" 네?"

" 이 건물 말고 주변의 건물에 큰 불을 내면 그래도 며칠을 타오르지 않을까?

그럼 일행들 중에 누군가 본다면 뭔가 이상해서 이 근처로 올 수도 있고."

" 저... 크게 좋은 생각 같지는.."

" 뭐 표지판을 만들 수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으니까. 지금은 이게 최선이지.

직접적으로 건물에 표시를 남기면 우리 위치를 노출 시켜버리니까."

" 하긴.."

나는 예전 보금자리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건물에 차에서 연료를 빼서 불을 붙였다.

" 타닥...타닥..."

점점 불길이 거세지더니 금방 건물 전채를 뒤덮었다.

" 상식적으로 건물이 저렇게 불이 빨리 번질 수 있는 건가?"

" 날림으로 공사를 했는지.. 대충 지은 건물 같은데요? 만약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불이 났다면 정말.."

" 이제는 그런 뉴스조차 없으니까."

" 다시 그 배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 응. 가야지. 이런 곳에 있으면 진짜 위험해.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 있어. 예전이야 움직임이 느려서 다행이었지만 자기도 봤다시피

지금 움직임은 예전과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 흠... 정말 진짜 너무 무서웠어요. 날아다니는 비둘기보다 더 무서워서.."

" 응. 진짜 무섭더라 미친 듯이 뛰어오는 감염체라니."

나와 은혜는 차량에 타며 말을 했다. 일주일도 안돼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모양새가 웃기기는 하지만 체면쯤이야 목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생각보다 엄청 일찍 오셨군요."

" 네. 일이 좀 틀어져서요."

배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내 얼굴을 알지 못하는 병사로 인해 우리에게 조건을 걸며 무기를 지원해줬던 소령을 불렀다. 덕분에 다시 들어가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고 어렵게 들어가니 소령이 의외라는 말투로 말을 했다.

" 일행들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군요."

" 흔적은 둘째 치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감염체 때문에 노숙은 무리더군요."

" 감염체가.. 뛴다고요?"

" 모르셨군요? 덕분에 오랜만에 엄청 긴장했죠."

" 지금까지 발견된 보고는 없었는데.."

" 보고요? 서로 연락하는 곳이 있단 말입니까?"

" 네.. 저희와 같이 살아남은 부대끼리 연락은 합니다."

" 그런대 왜 서로 모이지 않습니까?!"

내가 격하게 소리치며 소령을 잡았고 놀란 소령이 당황하며 말을 했다.

" 지..지금 상황이 모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 많은 병력이 움직일 차량도

연료도 충분치 않습니다."

" 오빠! 왜 그래요?!"

놀란 은혜도 소리쳤다.

" 죄.. 죄송합니다. 흥분해서 그만.."

" 아닙니다. 그나저나 그 발견하신 감염체.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 네. 지금까지 있던 감염체와 다를 것도 없습니다. 단지 보통 사람이 전력 질주

하는 정도의 속도와 움직임도 자연스럽다는 정도입니다."

" 흠... 그래도 숫자가 많지 않으니 지금까지 발견했다는 보고가 없던

것이겠지요."

" 그러면 다행인데.. 그 녀석들 숫자가 늘어나면 더 문제겠지요."

" 지금 당장은 큰 위협은 없으니 다행이죠."

" 그럼 이제부터 제가 할 일은 뭔가요?"

" 전에 그 곳으로 가시죠."

" 네."

소령은 일전에 호버 보드를 소개해줬던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은혜와 같이 내려간 곳에는 그 때 그 보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 저것을 타는 훈련을 하면 되는 건가요?"

" 타기 전에... 탈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탈 수 있는지요? 아무나 탈 수 없는 건가요?"

"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설명을 드려야겠네요. 앉으시죠."

소령은 간의 책상과 의자에 나를 앉혔고 자리에 앉은 나는 소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호버 보드는 기본적으로 드론과 비슷한 원리로 움직입니다."

" 드론이라.."

" 호버 보드의 모서리 네 곳에서 나오는 추진력으로 보드가 움직입니다.

에프터 버너도 기능도 있습니다. 추진력만 충분하다면 미사일도 장착이

가능하고요."

" 충분...하다면요?"

" 주요 동력원은... 휘발유나 전기가 아닙니다. 당신과 같은 진화 인간입니다."

" 저요? 인간?"

나는 소령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우연찮은 사건으로 저희는 진화 인간이 내뿜는 특별한 성질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저 호버 보드의 주 동력원과 연결되어 팬이 돌아가는 형태입니다.

즉. 진화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이 월등하다면. 보드는 엄청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휘발유와 전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한계라는게 있으니까요"

" 아... 신기하네요. 그럼 진화 인간들이 보드에 타고 싸우는 형태군요."

" 네. 일반 인간도 가능한 사람도 곧잘 있습니다만 유지 시간이 15분 내외라

진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 진화 인간 운용 시간은요?"

" 평균 45분 내외를 보이고 있고 최대 운용시간은 2시간까지 보고 된 적이

있습니다."

" 생각보다 길군요."

" 추가적으로 에프터 버너를 사용하면 사용시간은 줄어듭니다."

" 그 외 유념할 상황은요?"

" 뭐.. 직접 타면서 느끼시는게 좋을 것 같군요."

예전부터 운동신경이 좋았기 때문에 크게 무리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타고 나서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아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콰앙!!!"

" 컥!!!"

균형을 잃은 보드는 구석에 처박혔고 튕겨져 나온 나는 그대로 바닥과 충돌했다.

" 괜찮아요?!"

" 응! 걱정 마."

" 그래도 처음치고는 상당하시군요."

" 칭찬입니까?"

" 네. 보통은 허공에 띄우는데도 며칠은 걸리니까요."

소령의 말에 위로는 되었지만 내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본심은 이 보드를 이용해 헤어진 일행을 찾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 그래도 그렇게 충격이 크다는 것은 추진력이 상당하다는 소리이니 너무

낙담하지 마십쇼."

" 네."

다시 일어나 보드에 올라탔다. 다리에 스키 부츠처럼 고정된 상황에 팔과 어깨, 허리에 센서를 부착했다. 핸들이 따로 없으니 몸의 움직임으로 보드의 방향 전환이 가능한 형태였다. 그리고 헬멧에는 전투기처럼 현재의 기체 움직임과 기체의 상태를 알려주는 상황판이 내장되어 있었다. 일반 헬멧과 다르게 어깨까지 덮는 형태라 무게가 상당했지만 보드 작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부품이라 어쩔 수 없이 착용을 해야만 했다.

" 위잉!!!"

네 곳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보드가 다시 떠올랐다. 지금은 무기가 장착된 것이 아닌 훈련용 보드라 제법 가벼웠지만 실제 보드는 제법 무겁다고 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균형을 잡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소령은 그것도 엄청난 발전이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 그럼 재원 씨에게 맞는 보드를 제작해야 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고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시죠. 가능한 몸에 맞는 보드를 만들어야 움직임이 더

섬세해지고 빨라지니까요."

" 알겠습니다."

" 속도와 적재량 중 어느 형태가 좋습니까?"

" 네?"

" 보드 엔진은 탑승자의 선호도에 따라 제작이 가능합니다. 물론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외형에서 변화가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형태를

말씀해 주시면 그에 맞게 제작할 예정입니다."

" 속도로 해주시죠."

탄약을 싣는 형태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칼을 가지고 싸우는게 더 효율적이라 판단되어 속도 형태 위주로 제작을 하기로 했다. 제작까지는 한 달 가까이 걸린다고 했으니 그 전에 연습용 보드라도 완벽하게 운용이 가능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움직임이 익숙해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이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덕분에 개발팀에서 밤샘작업으로 내 보드를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 다른 사람들은 한 달이 넘어야 가능한 일을... 일주일도 안돼서 해내셨군요."

" 뭘요."

" 덕분에 개발팀만 죽어나겠네요. 하하!"

소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했고 나도 따라 웃었다.

" 그럼 보드 개발팀으로 가셔서 세세한 외관과 중간 점검을 하시죠."

" 네. 알겠습니다."

나는 소령을 따라서 개발팀이 있는 곳으로 갔고 개발팀이 있는 곳은 내가 훈련하는 곳과 비슷한 크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가지 보드의 부품이 진열되어 있었고 수리를 위한 것인지 외관이 상당히 파손된 보드도 보였다.

" 신체 조건과 러닝 타임을 측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원은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로 말을 했고 내 몸에 여러 가지 측정 기기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나도 묵묵하게 연구원의 지시에 협조했다. 예전에도 병원은 낯선 곳이기에 요상한 측정 기구에도 그냥 무덤덤했다. 의자에 앉아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연구원이 측정 자료를 들고 나와 소령 곁으로 다가왔다.

" 끝났습니다."

" 네. 수고하셨습니다."

말을 하는 연구원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것으로 보아 결과가 좋지 못한 것 같았다.

"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 보드 평균 러닝 타임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 네. 그런데 문제라도?"

" 90분이 넘는 수치입니다."

" 대단한 수치군요. 평균 운용 시간의 두 배 정도 되는 군요."

" 아뇨."

" 네? 아니라고요?"

연구원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 로우 모드가 아닙니다."

" 네?!!"

" 풀 모드로 가동했을 시 러닝 타임이 90분입니다. 로우 모드로 작동하면 적어도

270분 정도 운용이 가능하겠지요."

얼마나 대단한 일이지 모르는 나는 놀란 표정의 소령을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