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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소령은 나에게 몸을 돌려 나를 잡고 말을 했다.
" 대단합니다! 이런 경우는 저희도 처음입니다!"
" 그 정도 인가요?"
"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평균 운용 시간은 45분 내외입니다. 잘해야 한 시간
가량 자력으로 운용이 가능합니다. 애프터 버너 가동을 위한 연료 사용
시간까지 합한다면 정말 엄청난 것입니다!"
소령은 약간 흥분해서 말을 했다. 운용 시간이 늘어난다면 내 이방에서도 나쁠 것은 없었다.
" 오늘은 우선 여기까지 하시죠. 다음 주 중으로 보드가 완성될 예정이니 그
전까지 훈련에 집중해주시죠."
" 알겠습니다."
연구원은 여전히 무뚝뚝하게 말을 하고 몸을 돌려 나갔고 나도 소령을 따라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 연습에 열중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움직임을 보고 소령이 말을 했다.
" 다음 주 재원 씨의 보드가 나오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시죠."
" 네?"
" 앞으로는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입니다. 쉴 수 있을 때 쉬어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네. 알겠습니다."
휴가를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사람이 부족한 배에서는 열외 없이 전부 무슨 일이든지 해야만 했기에 은혜도 취사장으로 가서 병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창 바쁠 시간이라 나는 활주로로 나가 주변을 살폈다. 배 크기에 비하여 상주하는 인원이 적다고 해서인지 거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높은 곳에는 어김없이 저격 총과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피는 경계병이 보였다. 활주로에는 대공 무기와 다연장 로켓포등 무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역시나 무기가 엄청나니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었다.
병사들은 한가로운 내 모습을 보고 의심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지만 저 멀리 다가오는 보드를 보고 다들 시선이 옮겨 갔다.
" 많기도 하네."
적어도 열대는 되어 보이는 보드가 무리를 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탑승자의 취향에 맞게 제작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같은 모습의 보드가 한 대도 없었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보드와 꽤나 무겁게 보이는 보드. 날카롭게 생겨 빠른 스피드를 지향하는 보드로 추정되는 것도 보였다. 역시나 스피드 형태로 추측되는 보드 탑승자는 칼이나 창 등 원초적인 무기를 들고 있었다. 활주로에 착륙한 보드들은 리프트를 이용해 내려갔고 꽤나 격렬한 전투를 했던 것인지 보드 곳곳에 감염 비둘기의 흔적들이 보였다. 얼마간을 구경하고 있는데 몇 대의 보드가 다른 보드에 실려 오는 모습도 보였다.
" 저건... 피해 입은 보드인가?"
하지만 실려 오는 보드 탑승자는 보이지 않았다. 보드가 추락하면서 피해를 입은 것인지 심하게 부서진 채로 실려 오고 있었다.
" 흠..."
몇 대는 감염 비둘기에게 당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아니 이해되지 않는 피해도 보였다.
"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 같은 생존자인데."
" 네?"
옆에서 활주로를 점검하던 병사들이 말을 했다.
" 아! 이번에 오신 분이라 모르시겠군요. 저 피해는 비둘기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생존자들에게 당한 것입니다."
" 생존자요?!"
난 놀라며 물었다.
" 네. 상대적으로 저희가 생활이나 무기에서 월등하다보니 저희 것을 노리는
생존자들이 간혹 순찰을 나간 보드 부대를 공격하곤 합니다. 물론 저희도
반격을 하기는 하지만 소수의 인원이 기습을 하니 반격하기도 어렵고 애초에
보드가 인간을 상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죠."
" 도대체 왜 위에서는 반격을 하지 않는 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생활
하고 있는 곳도 알고 있으면서!"
" 정확하지 않은 정보고 제대로 확인조차 되지 않은 곳에 공격을 할 수는
없잖아."
" 가서 확인하면 될 것을.."
역시나 병사의 적은 간부라고 했던가. 병사들은 간부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 그래도 이번에는 피해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복귀 하지 못 한 인원도 있는
것 같고..."
병사는 말끝을 흐리고는 다시 할 일을 하러 돌아갔다.
" 에잇!!"
다른 병사들도 신경질 적으로 반응했고 나는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해 소령을 찾았다.
" 어쩐 일이십니까?"
뭔가를 열심히 보던 소령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 지금 들어온 부대에... 상태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어 왔습니다."
" 아... "
" 병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생존자에게 당했다고요?"
" 네. 맞습니다."
" .... "
나는 소령의 대답을 듣고도 묵묵하게 있었다.
" 재원씨도 저희가 왜 반격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신 모양입니다?"
" 네. 감염 비둘기라면 모를까 다른 생존자들에게 당했는데도 그냥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서요."
" 솔직히 정확하게 어디서 본거지를 틀고 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소문으로는
저희가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확히 어딘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저희를 공격하는지도 알 수도 없고요."
" 식량이나 무기 아니겠습니까?"
" 무기라면 저쪽도 화력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식량 문제도 상태를 보면 크게
문제되는 상황도 아닌 것 같습니다."
" 소수 단위로 움직이는 무리라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면 제거가 불가능 하다고
보시는 군요."
" 네 맞습니다."
" 그럼 보드에 뭔가 조치를 취하면 되지 않습니까?"
" 보드는 감염 비둘기를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그런 보드를
생존자를 제거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한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감염 비둘기와 생존자 모두를 상대하는 보드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많았다.
" 흠.. 그럼 지금처럼 당하기만 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 현재 상황에서 저들의 정확한 목적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지상 정찰도 힘든 상황이라."
" 흠... 마땅한 방법이 없군요."
" 목적이라도 알면 뭐라도 할텐데 현재는.."
" 목적이 이 배가 아닐까요?"
" 네? 하지만 이 배는 현재 운용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고 생존자들이 모인다
해도 이 배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운용 따위는 필요 없겠죠. 여기서 생활한다면 우선 일반 감염체로부터 안전한
것은 물론 감염 비둘기 공격으로도 안전하겠죠. 일반 배와 달리 군용이니까요."
" 그렇게 생각하니..."
" 이 배에는 무기와 식량도 충분하니 금상첨화죠."
" 저희 인원을 줄여 언젠가 이 배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이란 말이군요."
" 네. 이 배는 살아남기에는 최적화 된 요새니까요."
" 흠.. 우선 그 의견을 상부에 보고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라."
" 대비한다고 나쁠 것은 없지요."
나는 소령과의 대화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자고 있는 은혜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은혜를 바르게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갑판으로 나갔다. 쉬는 시간인지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거나 무기를 점검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여기서 계속 생활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저들과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 실례합니다."
" 아!! 네!!"
사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약간은 긴장하며 병사들이 대답을 했다.
" 아.. 그렇게까지.. 저는 이번에 합류 하게 된 김 재원이라고 합니다."
" 소문은 들었습니다."
" 벌써 소문이 그렇게 펴졌군요."
" 덩치만 컸지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새로 온 생존자라면 저희에게는 충분한
뉴스거리죠."
내 정체를 알고는 편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의외로 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밝은 모습을 유지했다. 솔직히 감염 비둘기만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는 위치고 식량과 무기도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니 다른 생존자들보다는 편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현재 군의 상황과 여러 가지 정보를 들을 수가 있었다. 이런 배로 생활하는 부대가 몇 몇 있다고 했고 지상에도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부대도 있다고 들었다. 단지 그 부대들은 연락만 할 뿐 제대로 된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현재 보다 많은 인원의 생존자들이 모이면 통제가 힘들다는 것을 지금까지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위치 노출을 꺼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보라는 것은 매우 중요했기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정보는 교환하고 있었다.
" 저희는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생활하기 편하죠."
" 보드도 있고 탄약도 많으니 어지간한 공격은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왜 밖에서 생활하는 생존자들은 배로 들이지 않는 것이죠?"
배 밖에 육지에도 꽤 많은 생존자들이 생활하고 있었지만 배의 출입은 허락하지 않았다.
" 사태 초반에는 저희도 일반 생존자들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니
그에 따른 문제와 부작용도 생기더군요."
" 문제라.."
" 아시다시피 이 배는 엄청 넓습니다. 마음먹고 숨는다면 전 인원이 찾으려해도
몇 주는 지날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무기와 식량을 훔쳐 도망가는 인원도
생겼고 반란을 일으켜 이 배를 탈취하려고 시도한 인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배에 다른 인원을 받지 않고 그냥 주변에 감염체가
오면 지켜주는 것으로 하기로 했죠."
" 아..."
" 저희라고 마음은 편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몇 번을 당하다보니 위에서
결정했죠. 진짜 인류의 적은 인류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말을 하는 병사의 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되는 것이 느껴졌다. 병사들은 쉬는 시간이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근무지로 돌아갔고 나도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내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난 은혜가 보였고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 식당일이 힘든가봐?"
" 진짜 장난이 아니에요. 준비하는 사람도 많은데 먹는 사람도 많으니 양이
어찌나 많은지.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요리는 이제 가뿐하게 할 수 있을
지경이에요."
" 하하!! 그 정도야?"
투덜거리며 말을 하는 은혜의 투정을 받아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을 흘러 다시 은혜가 식사를 준비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
" 그럼 다녀올게요."
" 응. 너무 무리하지 말고."
" 무리 하고 싶어도 할 체력이 없어요."
웃으며 은혜는 말했고 가볍게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방을 나갔다. 나도 내 휴식시간을 즐기기 위해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고 오랜만에 긴 시간 단잠을 잘 수 있었다.
며칠의 시간동안 병사들과 꽤 친해졌고 간간히 은혜가 있는 식당에 가 일을 도와줬다. 그리고는 내 보드가 완성됐다는 말을 듣고 일전의 그 연구실로 갔다.
" 오셨군요."
" 네. 제 보드가 완성됐다고 해서.."
" 이쪽으로 오시죠."
연구원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넓은 방으로 들어갔고 그 곳에는 무광 검은색의 내 보드가 놓여 있었다.
" 생각보다 덩치가.."
" 꽤 크죠? 다른 분들과 다르게 출력에서 월등합니다. 무기도 몇 가지 장착을
할 수 있었죠."
" 무기요?"
" 네. 거창한 무기는 아니고 미니건 정도입니다."
" 미니건 정도라니.."
예상외로 무기도 장착되어 있었고 내 칼도 잘 정비되어 보드 옆에 놓여 있었다.
" 시험비행을 해보시겠습니까?"
" 바로 가능한가요?"
" 네. 바로 활주로로 올려 드리죠."
연구원은 보드를 옮겨 리프트를 이용해 활주로로 올렸다. 나도 리프트를 타고 활주로로 올라가니 어떻게 듣고 갑판과 활주로에 구경꾼들이 모여 있었다.
" 사람들이 꽤 많네요."
" TV도 없는 세상에 이런 구경거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 하긴.."
나는 조심스럽게 보드에 올라 슈트를 입고 자세를 잡았다. 헬멧 창에는 수평과 현재 내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여러 가지 표시들이 있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정신이 없었다.
" 처음에는 계기에 의지하시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크게 필요 없으실 겁니다."
" 네."
" 작동 법은 훈련용 보드와 동일합니다. 단지 출력이 다르니 조심하시고요."
" 알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보드를 가동시켰고 팬이 돌면서 우렁찬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우우우웅!!!"
" 오오!! 뜬다 떠!!"
생각보다 가볍게 보드는 공중으로 올랐고 나는 출력을 높여 날아갔다.
" 쌔애앵!!!"
순식간에 가속이 붙었고 엄청난 속도로 바다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헬멧에서는 무전으로 연결되어 있어 배와 지속적으로 통신이 가능했다.
" 현재는 굳이 부스터를 쓸 이유는 없으니 아껴두시고 움직임에 익수해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미 익숙해지신 것 같군요."
내 움직임을 보고 연구원이 말을 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바로 감염 비둘기를 제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분을 더 움직이고는 다시 배로 돌아왔다.
" 역시 움직임을 금방 익히시는 군요."
" 뭐 전에도 연습을 했으니까요."
" 그래도 대단한 능력입니다."
" 그럼 언제부터 전투가 가능 하죠?"
" 이틀 후 주변 경계 정찰이 있습니다. 그 때 다른 부대원들과 같이 이동하시면
됩니다."
" 알겠습니다."
" 그럼.."
연구원은 다시 보드를 가지고 내려갔고 나는 다른 병사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으며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