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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54화 (25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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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이제는 비둘기 하나하나가 제대로 시야에 보일 정도로 가깝게 다가왔고 부대장의 명령에 따라 우리는 보드에 설치된 화력을 전부 쏟아 부었다.

" 발사!!"

" 휭이이이잉!!!!"

" 콰앙!!"

내 보드에 달린 미니건에서 엄청난 탄약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비둘기가 보였다. 하지만 엄청난 숫자로 다가왔기에 크게 티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 탄약을 전부 소비했습니다."

" 저..저도!!"

" 돌아간다!!"

예상과 다르게 우리는 시간을 끌지 못했다. 아직 탄약이 남은 나는 후진하면서 계속해서 쐈지만 녀석들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본부! 현재 감염 비둘기들이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 현재 방어 준비 중이고 3분이면 마무리 된다. 어서 복귀하라!"

" 알겠다."

다행히 배에서 방어 준비는 얼추 끝난 것 같았다. 부대장과 남은 부대원들은 최대 속도로 배를 향해 날아갔고 나는 끝까지 남은 탄약을 쏟아부었다.

" 그만 복귀 하십쇼!"

" 재원 씨! 복귀 하십쇼!"

" 거의 다 됐습니다!"

몇 초 흐르지 않아 탄약은 전부 소비되었고 나도 방향을 돌려 배로 향했다.

" 위잉!!!"

출력을 높인 팬에서는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우리 부대원들은 내 뒤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어...어떻게?"

" 하... 부대장님이 그래도 제일 빠른데... 그런 부대장님을?"

무전으로 내 속도에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침착하게 방향을 돌려 부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 빨리 가시죠."

" 네..네!!"

부대원들도 최대한 출력을 높여 날기 시작했고 다행히 감염 비둘기 무리와 거리를 벌린 채 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배 활주로와 갑판에는 이미 방어 준비가 끝나 있었다. 갑판에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인원들이 있었고 활주로에는 중화기와 차량에 탑재된 무기들이 줄지어 정렬되어 있었다.

" 보드 탑승자들은 전부 내려 갑판에서 지원하십쇼."

" 보드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군요?"

" 숫자가 너무 많아 불가능합니다."

나는 보드를 활주로에 내리며 말을 했다. 이미 우리를 마중 나온 인원들은 신속하게 보드를 내렸고 부대원들도 무기고로 가서 무기를 지급받았다.

" 와우!! 엄청난데요?"

" 무기고는 처음이시군요?"

부대장의 말에 나는 놀라며 말을 했다.

" 아직도 이 정도 양이라니.. 진짜 대단 하네요."

" 이런 곳이 아직 5곳이 더 있습니다."

" 5곳이나요?!"

" 네. 애초에 이 배의 목적은 물자 수송이었기에 최대한 많은 양을 적재해서

움직이고 있었지요. 하지만...뭐.."

" 그래도 결과로 보면 저희에게는.."

" 이것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병사들이 희생되었죠."

말을 하는 부대장의 말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우리 부대는 가장 높은 곳으로 갔다. 애초에 보통 사람이 아닌 우리 부대원들이라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덕분에 가장 높은 곳에 빠르고 많은 양을 가져다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우리 부대는 반으로 나뉘어 각자 다른 곳으로 갔고 나는 부대장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 옵니다!!"

"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조금 더 다가오면 사격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네.."

우리와 다르게 구경이 큰 무기를 장착한 차량이 있는 활주로에는 이미 엄청난 양의 화력이 쏟아지고 있었다. 죄다 최신식 무기라 그런지 활주로에는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 실내에서 무선으로 조작이 가능한 무기들입니다. 괜히 밖에서 싸웠다간

희생자만 늘릴 수 있으니까요."

내 궁금증을 묻지도 않은 부대장이 해결해 줬다.

" 이제...시작입니다."

부대장의 말에 갑판에 서서 준비한 인원들이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숫자의 탄약은 그 만큼 많은 숫자의 비둘기를 제거해가기 시작했다.

" 숫자가 줄어가는 것 같지는 않네요."

" 생각보다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 이미 활주로 근처까지 왔습니다!"

" 최대한 버텨라!!"

화력을 월등했지만 어째든 쏘고 조작하는 인원은 현저히 적었다. 점점 배에 가까워지는 비둘기들은 많아지기 시작했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본부에서 무전으로 후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 후퇴한다. 후퇴한다. 전원 안전구역으로 대피하라."

" 안전구역이요?"

" 네. 활주로 밑으로 내려가란 말입니다. 어차피 활주로 밑으로 내려가면

감염체가 들어올 통로는 없으니까요."

" 그럼 외부는..."

" 외부 출입구도 비둘기가 들어올 정도로 크거나 약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저들 눈에 생존자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물러갈 것입니다."

" 그럼 외부에 있는 생존자들은..?"

"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대피했습니다."

" 어디로 말입니까? 저런 녀석들을 피할 곳은 없던 것 같은데요?"

" 배 내부에 마련된 공간에 현재 머무르고 있습니다."

" 생각을 바꾸신 건가요?"

내 말에 부대장이 한참을 생각하다 말을 했다.

" 제가 결정한 것도 아닌데요.."

부대장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남은 탄약과 무기를 챙겨 활주로 밑으로 내려갔다.

" 쿠웅... 쿠웅..."

외부에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려고 갑판과 활주로에 부딪히는 소리가 배 안으로 울려 펴졌다. 그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공포를 가지고 있는 소리였다. 내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무기를 움켜쥐고 초초하고 불안한 눈을 하고는 허공을 바라봤다.

" 보통 몇 시간 정도 저렇게 하고 갑니까?"

" 며칠입니다."

" 며칠이요?!!"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공격을 하는 상황에 많이 놀랐다. 은혜도 멀리서 나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표정에는 공포심이 가득했다.

" 자기!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어요?"

" 응. 걱정 마. 별일 없어."

" 그나저나 저것들은 언제 물러간데요?"

" 며칠..."

" 며칠씩이나.."

은혜도 놀라는 모습을 말을 했고 우리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배의 사령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했다.

" 현재 상황은 며칠 지속될 것으로 보이니 마을에서 오신 분들은 현재 이곳에서

머물러 주시고 다른 인원들은 각자 지정된 곳으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 네."

" 지정된 곳?"

" 아.. 재원 씨는 아직 정해진 곳이 없군요."

이런 상황을 염두하고 만든 계획도 있는 것 같았다.

" 우선 저희가 있던 최상단 갑판에서 정찰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네. 무기는요?"

" 기관총과 권총 정도면 될 것입니다. 어차피 비둘기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큰 화력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 알겠습니다. 저와 같이 가는 인원은.."

" 접니다."

" 부대장님이랑 직접이요?"

" 원래 제 위치가 그곳이라..하하!"

부대장은 멋쩍게 웃으며 말을 했다. 나는 우선 은혜를 안심시키고 부대장과 함께 우리가 있던 곳으로 올라갔다. 소총 두 자루와 탄약과 권총. 그리고 물과 약간의 식량을 가지고 올라갔다.

" 근무 시간은 12시간입니다."

" 네에?!"

" 인원이 부족해서 2교대로 나눠 하고 있습니다."

" 차라리 6시간씩 서는게.."

" 대부분 인원이 이 방식이 낫다고 판단해서 현재는 이렇게 운용되고 있습니다."

" 휘유... 그래도 12시간이라니.."

" 솔직히 크게 할 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이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그 불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방심하다 생존자 캠프가 몇 군데나 무너졌는지

부대장님은 아십니까?"

내가 말을 하자 부대장이 입을 다물었다.

" 뭐 저는 처음부터 여기서 생활했으니... 재원 씨는 어디서 생활하셨나요?"

" 뭐.. 이야기가 길 것 같은데 자리부터 잡고 하시죠."

나와 부대장은 밖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길고 긴 이야기를 말이다.

" 힘들었겠군. 일행과 헤어지고.."

" 다들 살아있을 거라 확신은 하지만 어디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부대장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래서 말을 편하게 하라고 했고 호탕한 성격인지 바로 말을 편하게 했다.

" 가능하다면 보드를 이용해 정찰을 나갔으면 합니다만."

" 가능은 하지만 우리 일행 중 너처럼 멀리 빠르게 갈 수 있는 인원은 없어.

그래서 멀리까지 가지 않는 거야."

" 혼자서..갈 방법은.."

" 한 대의 보드도 소중한 상황에 혼자 보낼 리가 없지."

" 하아..."

" 우선 기다려봐. 뭔가 방법이 있겠지."

" 제 일행들에게 하루도 소중할 수 있습니다."

" 우선 건의는 해볼게. 네 속도와 운용 시간이라면 안전할 수도 있으니까."

" 감사합니다."

" 우선 밥부터 먹자. 아침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했네."

식당에서 챙겨준 주먹밥과 반찬을 입에 넣고 식사를 시작했다. 맛은 크게 없었지만 그래도 뱃속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 이것도 꽤 먹을만 하네요."

" 이래도 우리 식당 음식솜씨는 알아주지. 취사병으로 있는 애들이 실력이

좋아. 아! 네 짝도 식당에서 일을 하지?"

" 네. 우선 그쪽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 뭐 어디든 사람은 필요한 상황이지."

" 쿠웅...쿠웅.."

" 그나저나 저것들은 지치지도 않나. 계속해서.."

" 봐라. 몇 마리가 죽어나가도 뚫릴 때까지 부딪히다 돌아간다. 처음에는 반격도

했는데 숫자도 많고 외부로 공격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 포기했지. 애초에 이

배는 항공모함이었지 구축함이나 이런 형태가 아니니."

외부에 노출된 부분이 평지가 많다보니 은폐 엄폐가 힘든 형태였다. 그나마 함교에서 방어가 가능했지만 제약적인 부분이 많았다. 간간히 함교로 몸을 날리는 비둘기도 있었지만 기본 골격 자체도 튼튼한 상황에 보강 공사까지 한 곳을 쉽게 파손시키기는 어려웠다.

" 돌아가면 한 시간 씩이라도 잠을 자자."

" 네? 경계 근무인데.."

" 보통은 이런 식으로 해. 꼬박 12시간을 내내 근무를 서기는 힘들지. 대신

남은 한 명이 진짜 긴장해서 근무를 서야지."

" 네. 먼저 쉬세요."

" 그럼.."

말을 끝내고 가방에서 모포를 꺼낸 부대장은 바로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순식간에 코를 골며 잠이 드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 저런 불편한 곳에서 빨리도 잠드네."

" 드르렁!! 드르렁!!"

우렁찬 코골이 소리를 내며 잠이 든 부대장을 보고 나는 살며시 밖으로 나갔다. 함교와 같은 색의 천을 덮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 끼에엑!! 끼에엑!!"

" 소름끼치네."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덩치 큰 녀석들은 함교나 활주로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피해도 없이 비둘기들은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우리 배 주변에 있는 녀석들 뿐 아니라 마을과 멀리 있는 하늘에서도 감염 비둘기들이 한가득 있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 에휴... 저런 녀석들은 앞으로 어떻게 제거해야만 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흥미를 잃은 비둘기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은 숫자도 엄청났기에 큰 변화는 없어보였다. 우리가 제거한 비둘기 숫자도 상당하고 배에서 방어했을 때 제거한 비둘기도 상당한 숫자인데 도대체 이 많은 비둘기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 하긴.. 서울에 그 많은 비둘기들이 변했다고 하면 가능성 있는 상황인가?"

평소 서울에서 공원에 과자만 뿌려도 다가오는 비둘기의 숫자만 해도 수십은 되었으니 말이다. 얼핏 듣기로는 곡물 창고 주변이나 쓰레기 매립지 주변에는

비둘기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날지 못하는 녀석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녀석들이 변했다면 저런 모습도 이해가 되었다.

" 끄응.."

뒤에서 부대장이 뒤척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서둘러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 벌써 일어났어요?"

" 무슨 소리야.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지났는데?"

" 어라?"

내가 그렇게 오래 나가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30분 남짓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오래 있던 것이다.

" 네.. 그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보다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에 부대장이 일어난 자리에 이번에는 내가 누웠고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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