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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시간이 지나 잠에서 깨어 일어났지만 밖에는 아직 많은 수의 비둘기가 날고 있었다. 보통은 이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벗어나는 녀석들이 많다고 했는데 지금은 주변의 거의 모든 생존자들이 모여 있어서 인지 벗어나는 녀석의 숫자는 많지 않아 보였다.
" 큰일이군. 이래서야..."
" 생각보다 숫자가 줄어들지 않네요."
" 이대로 계속 지속이 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지만 우리가 외부로 나갈
상황에서는 문제가 많은데."
" 굳이 외부로 나갈 이유가 있습니까? 여기서 천천히 숫자를 줄여나가죠."
" 흠..."
내 말에 부대장이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약과 식량이 아직 충분한 이곳에서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상황이었다.
" 하지만 이대로 계속 지낸다면 우리도 발전은 없다네. 언젠가 식량과 무기가
떨어질 것이고. 그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고 싶지만 저 녀석들을
제거하면 할수록 우리 탄약은 크게 소비가 되겠지."
" 부대장님!!"
계단에서 다급하게 올라오며 우리 팀원 한 명이 부대장을 찾았다.
" 대령님이 찾으십니다. 바로 회의실로 오시랍니다."
" 알겠네."
" 그리고 재원님도 오시라고 했습니다."
" 저도요?"
윗선들의 회의에 내가 참여한다는 것이 의외였다. 하지만 담담한 표정의 부대장은 나와 함께 회의실로 걸어갔다. 제법 거리가 멀어 상당 시간이 소비되었지만 부대장은 뛰거나 급하게 걷지 않았다. 꽤 큰 문 앞에 도착한 부대장은 한 숨을 내쉬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 후우.."
" 끼이익..."
쇳소리를 내며 열린 문으로 보이는 장면은 사각 테이블이 여러 개 설치되어 마치 대학 강의실 같은 모습이었다, 군복을 입은 사람과 사복을 입은 사람. 그리고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수십이 앉아 있었다.
" 외국인..."
간간히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마주 보기는 처음이었다.
" 앉게나."
" 네."
꽤 계급이 높아 보이는 남자가 부대장에게 앉으라고 지시했고 나와 부대장은 같은 책상에 앉았다.
" 현재 고립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이라고 했습니다."
외국인 옆에 앉은 사람은 동시통역 수준으로 말을 번역해주고 있었다.
" 우선 내부에서 개인 화기를 이용하여 제거하는 방법을 생각중입니다. 현재
활주로로 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니 천천히 숫자를 줄여 활주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됩니다."
" 그럼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개인 화기로 제거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저
숫자를 제거 한다고 해도 탄 소비량이 엄청날 것입니다. 앞을 생각해
무리를 해서라도 활주로로 바로 나가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예전처럼 물러날 것이라 생각되니 조용히 지내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크게 3부류로 나눠 기 싸움을 시작했다. 현 상황을 지켜보자는 부류와 내부에서 공격하자는 부류. 그리고 바로 외부로 나가 공격하자는 부류로 나눠졌다.
" 보드 부대원이 나가서 싸울 정도의 숫자가 되려면 얼마나 죽여야 하지?"
" 현 숫자에서 적어도 반 이상은 제거해야 나갈 수 있습니다."
" 흠..."
외국인인데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남자를 보고 신기했다. 내가 빤히 바라보는 것을 알면서도 그 남자는 표정변화 없이 말을 했다.
" 외부로 나갈 시 예상되는 피해는?"
" 현 숫자라면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못하고 전멸할 가능성이 큽니다."
" 허.."
" 무슨 말인가? 내부에서 지원 사격과 리프트를 타고 바로 공격을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 죄송합니다만 리프트를 나가서 바로 공격을 할 여력이 없습니다.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녀석들의 공격을 받을 것입니다. 보드를 타고
나간다고 해도 저 많은 숫자를 방어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미끼가 되어
녀석들은 몰고 다닌다면 모를까. 그리고 그 미끼를 녀석들 거의 전부가 물어야
하는데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 가장 빠른 부대원들로 추려서 간다면?"
" 운용 시간이 문제입니다. 과연 제 시간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가.."
" 허어.."
쏟아지는 질문들을 부대장은 청산유수처럼 기다렸다는 듯 대답을 했다. 대답을 듣자니 부대장은 나갈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 외부 지원은 불가능합니까?"
이번에는 다르게 부대장이 질문을 했다. 부대장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자기들 위치도 알려주지 않고 간만 보는 녀석들이 과연 우리를 도와주려고
할까?"
" ....... "
외국 남자의 말에 부대장이 고개를 숙였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한 대답은 예상했던 대답인 듯 했다.
" 현재 무기와 탄약 상황은?"
" 이번 전투가 예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큰 무리는 없지만 저 숫자 그대로
간다면 상당량이 소모될 것입니다."
" 그럼..."
외국 남자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 앞으로 3일. 3일 후 남은 숫자에 상관없이 공격을 한다.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부대원을 차출하여 미끼가 되어 녀석들을 유인하고 그 후 활주로로
나가 공격을 하도록."
" 하지만 사령관님!!"
" 위험합니다!! 과연 미끼를 녀석들이 따라갈지도!!"
" 상관없네.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게 녀석들이 돌아갈 것 같지도 않으니.
계속 버티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더 많은 숫자의 감염 비둘기가
몰려올 것 같네. 그러니... 그 최악의 경우는 피해야지.."
" 알겠습니다."
" 그런데 전 왜..?"
나에게 물어보는 것도 없이 회의에 참석한 것이 이상했다. 뭔가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부른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들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고 재원 씨는 남게나."
" 네?! 네.."
내 이름까지 알고 부르는 것에 놀랐다. 다들 방을 나가고 나와 부대장. 그리고 사령관이라 불러진 남자만 남게 되었다.
" 자네.. 지금까지 이곳저곳에서 지내며 살아왔다고?"
" 네. 생존자 캠프에서도 있었고 그냥 일반 건물에서도 생활했습니다."
" 용케 살아남았군. 그 능력 때문인가?"
내 능력을 아는 것을 보니 사령관도 진화 인간임이 확실했다.
" 뭐 큰 도움이 됐죠."
" 이번 작전에 자네가 선두로 나가게나. 이곳 인원중 가장 빠르다고 들었으니."
" 알겠습니다."
"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하는군?"
" 뭐. 예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 조건을 달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 큰 것은 아닙니다. 제 친구들을 찾고 싶습니다. 찾는다면 지금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그래서 원하는 것이 뭔가?"
" 그냥 제 보드를 타고 나가는 것을 허락해 주십쇼."
" 알겠네. 단 GPS를 달고 나간다면 허락하겠네. 그리고 위험에 처해도 지원은
없다는 조건이네."
" 감사합니다."
" 뭐 자네 실력이라면 큰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 같구만."
온화하게 웃는 사령관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는 순간 사령관이 말을 했다.
" 부디 친구들을 찾길 바라네. 그 전에 이번 작전에서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 걱정하지 마십쇼. 친구들을 찾기 전까지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 그래야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했고 할 말을 끝낸 나도 방을 나갔다. 부대장은 이제부터 작전을 준비해야 하니 무기고와 부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 경계는 누가..?"
" 뭐 굳이 할 필요가 있어? 가자."
" 네."
부대장을 따라 우리 부대가 이용하는 회의실로 갔고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부대의 부대원들도 참석한 것 같았다.
" 뭐 사령관님이 미끼 작전을 쓰기로 하셨다."
" 흐미..."
" 하아..."
" 또 우리를 사지로 보내는..."
" 선두에는 재원 씨가 선다."
" 네?!"
" 현재 가장 빠르게 가장 오랜 시간 비행할 수 있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겠지."
" 하지만 경험도 적고... 위험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 반대로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기도 하다."
부대장의 말에 반대하는 인원이 침묵했다. 솔직히 경험은 적어도 이런 저런 상황으로 본다면 선두에서 서서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큰 인원은 나였다.
" 괜찮습니까?"
" 상관없습니다.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던 중 우리 대화를 끊고 부대장이 말을 했다.
" 기술팀에게 말을 해서 재원 씨 보드에 가능한 많은 화력을 장착하고 나머지
인원도 적절하게 보드를 튜닝하도록."
" 알겠습니다."
" 제한시간은 30분. 30분 안에 모든 작전을 마무리해야 병력들이 활주로로 나와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 명심하도록."
" 네!"
"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고."
" 알겠습니다."
부대장의 말에 다들 일을 시작했다. 나도 연구실로 가서 내 보드를 튜닝하는 것을 도와줬고 미끼 역할을 하는 인원들은 보드를 손 봤고 나머지 인원은 활주로 팀에 소속되어 전투를 진행하기로 했다.
" 생각보다 너무 무거운데요?"
내가 무기를 잔뜩 장착한 보드를 타며 말을 했다. 체감되는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무거웠다.
" 비둘기를 피하려면 최대한 많은 무기를 쏟아 부어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 하아... 이래서야 속도가.."
" 이론상으로는 예전보다 약간 줄어든 수치입니다. 부스터 출력을 낮춰
지속적으로 사용되니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 알겠습니다."
" 그럼 저희는 마무리 작업을 진행해야하니 돌아가셔도 됩니다."
" 수고하세요."
연구원들과 기술원들은 작전에 투입되는 보드를 튜닝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다시 부대장을 찾았다.
" 오늘은 방으로 돌아가 쉬도록 하시고 내일 아침 9시까지 다시 오시면 됩니다."
" 알겠습니다."
부대장은 자리를 비워 방에 없었고 다른 인원이 내게 전달해 줬다. 방으로 돌아가니 이미 은혜는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고 나는 속옷을 챙겨 샤워 실로 가 뜨거운 물로 한참을 씻었다. 그리고는 내가 경계를 섰던 곳으로 올라가 외부를 살폈다.
" 더럽게 많네.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네."
해가 져서 어두워진 하늘이지만 날아다니는 녀석들을 볼 수 있었다. 몇 놈은 활주로에 앉아 잠까지 자고 있었다.
" 대단한 녀석들."
몇몇은 싸우는 것인지 장난을 치는 것인지 하늘에서 서로 푸덕거렸고 덩치가 크니 떨어지는 깃털의 크기도 장난이 아니었다.
" 잘 할수 있겠지."
내심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이번 작전에 성공을 해야 나는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외부로 나가기 원하는 것을 사령관이 알았기에 선두에서 작전을 이끌 것을 제안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부대장도 완전히 내 편은 아니었다.
" 아직은 큰 믿음은 가지 않는 사람이야."
지금까지도 믿음을 저버린 사람도 있었으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몰래 문을 열고 나가 담배를 피우는 미친 짓을 했다. 냄새로 인해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공격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내부의 공기가 워낙 답답해서 큰마음을 먹고 나갔다. 다행히 비둘기들은 나에게 관심도 없었다. 해도 떨어졌고 오로지 달빛만 있는 상황에서 어두운 옷을 입고 있는 나를 보는 것은 쉽지 않았고 녀석들이 후각이 발달했다는 내용도 듣지 못했기에 작게나마 안심은 되었다. 후딱 피우고 들어와 다시 방으로 돌아갔고 문소리로 인해 잠에서 꺠어난 은혜가 말을 했다.
" 이제 들어와요?"
걱정되는 표정으로 은혜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최대한 별일 없다는. 평온한 모습으로 은혜에게 말을 했다
" 걱정 말아요. 별일 없으니까."
묻는 말과 전혀 다른 대답이었지만 은혜의 말에 충분한 답변이 되리라 생각 되었다,
나의 대답에 은혜도 어느 정도 만족을 했는지 가벼운 미소를 보이고는 다시 잠을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