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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56화 (25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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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다음 날 아침 9시.

모인 인원들의 표정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굳은 표정이었지만 다들 불안감을

감추려는 듯 애써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경험이 많다고는 하

지만 어디까지나 경험이다.

지금 상대하는 비둘기들은 지금까지의 비둘기와 다를 수도 있는 상황이니 긴

장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 잠시 후. 작전을 실시한다. 우선 재원씨가 선두에 서서 가능한 많은 수의

비둘기를 유인하고 유인되지 않는 비둘기들은 후발 부대가 다시 유인한다.

그리고 후발로  3부대가 더 움직이도록 한다. 부대당 인원은 2명.

단 재원씨만 단독으로 움직이는 형태로 작전을 진행하도록."

" 어째서 저만..."

난 억울한 마음에 작게 소리를 내어 말을 했다.

" 우선 재원씨 속도를 따라갈 인원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를

따라간다고  해도 지속시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작전 유지가 어려울 수

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원씨 보드에는 다른 인원보다 많은 양의 탄약과

플레어가 적재되어 있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속도는 비슷하다고 해도 지속시간이나 적재량에서 차이가 나면

내가 아닌 다른 인원을 따라갈 가능성이 많았다. 애초에 많은 수의 비둘기를

끌고 다녀야 하는 내 임무에 차질이 생길수도 있는 것이다.

" 그럼 15분 후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각자 위치로 가주십시오."

" 네!"

" 알겠습니다!"

부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자기 보드로

올라탔다. 최종적으로 보드의 상태를 점검하고 무기 상태를 점검했고

나도 천천히 걸어 내 보드 위로 올라탔다.

" 우웅!!!"

" 그 전보다 더 둔하게 움직이는 것은 그냥 느낌인가?"

약간은 둔하게 움직이는 보드를 느끼며 중얼거렸다.

" 아닙니다. 일전에 실었던 양보다 더 많은 양이 적재되어 그럴 것입니다."

" 네? 더 실었다고요? 그럼 스피드가 줄어들텐데요? 아님 지속시간이라던지?"

" 그리 오래 날지 않을 것이라는 상부 작전에 따라 최대한 많은 양을 적재

했습니다. 조금 무겁게 느껴지시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그나저나 더 무거워졌다면 부스터를 써가면서 날아가

야한다는 소리인데 솔직히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 이제 출발합니다."

" 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시간을 흘렀고 주렁주렁 매달린 무기들

을 보고 갑판위로 나가게 되었다.

" 끼에엑!!"

" 끼에엑!!!"

" 빌어먹을. 겁나게 빨리도 오네!!!"

내가 갑판위로 나가자마자 비둘기들은 나를 보고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덩치도 덩치지만 숫자와 그 스피드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 우우웅!!!!"

나는 보드를 가속시켜 최대한 빠르고 높이 날아갔다. 그러면서 플레어를

쏘며 날아갔고 화려한 불빛을 보고 엄청난 숫자의 비둘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우선 작전은 성공인데 이거 생각보다 무겁잖아!!!"

나는 최대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비둘기들을 먼 바다로 유인하면서 계속해서

플레어를소모했다. 헬멧에 달린 플레어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자동적으로 후

방에 달린 기관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 뭐지?"

" 배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이니 비행에만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 그런 내용은 미리미리 알려주면 좋겠군요."

" .... "

후방에서 나는 엄청난 소음으로 인하여 내 말을 못 들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나는 급회전과 급가속을 적절히 섞어가며 비둘기를 유인했고 기관총에서

나는 엄청난 소음으로 인하여 플레어를 뿌릴 때보다 더 많은 이제는 거의 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숫자의 비둘기들이 나를 맹렬한 속도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뭐 저런 녀석들이 다 있는 거야?!!"

부스터 없이도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바로

뒤까지 따라온 녀석들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부스터를 써가며 녀석들과의

거리를 유지했고 항공모함의 갑판을 보니 이미 엄청난 숫자의 무기와 인력들

이 나와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 이제 공격이 시작됩니다! 부디.. 몸 조심 하시길.."

" 에라이!!!"

애초에 어디 숨을 곳도 없는 바다 위에서 멈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갑판위에

있는 인원들이 사격실력이 좋아 나를 맞추지 말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할 것

이 없었다.

" 부아아앙!!!"

" 콰앙!!!"

" 많이도 쏘네."

갑판위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탄들과 미사일로 인하여 비둘기들의

이목이 나에서 배로 바뀌었다. 그 많은 숫자의 비둘기들이 일제히 갑판으로

향하였만 이미 거리가 상당했기에 가지도 못하고 바다로 추락하는 비둘기의

양도 상당했다. 그 모습은 마치 매트릭스3에서 생존자들이 있는 시온에 침투

하는 센티널과의 전투가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런

APU가 없다는 것이지만.

" 치직..치직..."

목적을 달성한 나는 이미 저들에게 큰 필요가 없는 듯 무전은 오로지 갑판 전

투에만집중되어 있었다. 덕분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

다. 다시 갑판으로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 상

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대응할 시간이 충분했으니 우리가 질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배에는 아직 은혜도 남겨져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나도 대비를 해야만했다.

" 흠.. 최대한 물에 가깝게 가서 들어 가야하나?"

이미 비둘기들은 항공모함에 가깝게 다가간 상태였다. 개중 빠른 녀석들은

갑판에서 싸우는 병사 몇 명을 입에 물고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 흐미.."

갑판도 상당히 아수라장이었고 그 모습은 꽤나 잔인했다. 죽고 죽이고 피가

튀는 모습에 이미 갑판은 붉게 변한 모습이었다.

" 치직..치직... 전 대원 후퇴하라.."

" 치직...치직... 전 대원 후퇴하라."

내가 나온 직후에 나온 보드들도 속속 리프트 안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보였

다. 보드를 따라 비둘기들도 같이 진입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듯 내부에는 상

당한 인원이 방어를 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 비둘기 쏘는 총에 내가 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여 안으로 진입하였고 내부는 상당히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 재원씨!! 무기를 들고 움직이십쇼!"

" 네!"

" 우선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은 최대한 싸운다!!"

내부나 외부나 할 것 없이 이미 난장판이었다. 내부에도 침입한 비둘기로 인

하여 엄청난 소동이 있었고 외부에서 들어오려는 듯 몸으로 배를 때리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 갑판으로 올라가 지원한다!!"

서둘러 무기를 챙겨 갑판으로 올라갔고 그나마 상황은 나아보였다.

" 재장전!!"

" 뒤!! 뒤에!!!"

" 커헉!!"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지는 것은 생존자였다. 바다 위에는 죽은

비둘기의 시체가 이미 시야를 다 덮을 정도였지만 아직도 하늘에는 상당한

숫자의 비둘기들이 날아다니며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 이 이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피해만 커집니다!!"

" 탄약이 없습니다!!!"

" 후퇴!! 후퇴하라!! 활주로에서 내려가라!!"

"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모든 문을 막아!!"

생존자들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보고 일제히 비둘기들이 내려

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녀석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대부분의 인원이 내부로

대피했고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충돌하여 죽는 녀석들도 보였다.

" 쿠웅!!"

" 쿠웅!!!"

" 피해상황은?"

" 알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 피해상황을 묻는 녀석은 뭔가 싶었다. 내 몸에서 나는 피인지

누군가의 피인지도 모를 피들이 이미 옷에 잔뜩 묻은 상태였다.

" 허억..허억.."

" 무...물..."

다들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심하게 다친 누군가 물을 다급하게 찾았다. 그는

팔 하나가 없는 상태로 이미 상당한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누구도 도와

주지 못했다. 위생병이 와서 붕대를 감아주었지만 형식적인 모습에 불과한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수혈도 불가능한 상황인데 저 많은 피를 흘리고 살아남

기는 힘들 것 같았다. 위생병은 뭔가를 주사했고 이내 잠든 모습으로 보고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는 그를 편하게 보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

" 우선 각자 방으로 돌아가 다음 명령을 기다리시죠,"

" 네."

구석에서 반쯤 누워있는 나에게 부대장이 말을 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최대한 얼굴을  씻고 방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나를 보고 안기는 은혜

의 행동에 나는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다녀왔어."

" 네.."

최대한 울음을 참고 어렵사리 대답을 하는 모습에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은혜를 진정시키고는 샤워실로 가서 몸을 씻고는 돌아왔다.

옆방의 인원들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살아 돌아오지 못한듯했다.

샤워실에도 많은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꽤 피해가 큰 것 같았다.

" 이제 어쩌죠?"

" 글쎄. 우선 명령을 기다리라고 했는데 상황을 보니 피해가 엄청난 것

같은데.."

" 이렇게 많은 무기와 인원이 있고 보드까지 있는 상황인데도 이기지

못하네요."

" 워낙 숫자가 많으니.. 그리고 이런 광활한 곳에서 싸워야 하니 불리하지."

나는 침대에 누워 은혜의 말에 대답을 했다. 어쨌든 살아 돌아왔으니 부대장

에게 가서 친구를 찾기 위해 나간다고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 말을

하기도 뭐했다. 오늘은 그냥 쉬고 내일 상황을 보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방문을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탕탕!"

" 누구세요?"

" 재원씨 계십니까?"

" 무슨 일이십니까?"

나를 찾는 젊은 병사를 보고 무슨 일인가 했다.

" 부대장님의 전언입니다. 내일 오후에 아무 때나 보드를 타고 나가시면

된다고 합니다. 오늘 중으로 보드는 점검이 완료 될 예정이고 보드

수령시에 식량과   무기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피해가 이렇게 컸는데도 나를 내보낸다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보내주는데

안 나갈 이유가 없었다.

" 생각보다 빨리 보내주네요?"

" 친구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나보지. 내가 빨리 포기하길

바라는지도."

부대장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선 내 친구들을 빨리 찾아

야만 했다. 보통 사람도 아닌 그들은 쉽게 죽을 놈들은 아니었다.

" 어디부터 가볼 생각이에요?"

" 강원도 연구소. 내 기억이 맞다면 크게 파손되지 않았으니 조금만 손보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 다들 거기로 올거라 확신하네요?"

내 표정으로 보고 은혜가 말을 했다.

" 아무래도... 그 전 펜션은 피해가 너무 크고 국제공항은 가기에

위험부담이 크고   서해안의 그 곳도 방어가 너무 힘드니.."

" 다들 오빠랑 비슷한 생각이라면 좋겠는데.."

" 다른 놈들은 몰라도 재효는 올거야. 나를 잘 아니까."

" 네.."

편안하게 웃는 은혜의 모습을 보고는 짐을 챙겨 떠날 채비를 했다. 짐이라고

해봐야 얼마 없지만 그래도 챙길 만큼은 챙겨서 떠나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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