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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약속된 시간이 되어 나와 은혜는 짐을 챙겨 보드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제 전투의 후유증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보드를 수리하는 인원도 몇 명 없었고 약속된 시간이 되어 나와 은혜는 짐을 챙겨 보드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제 전투의 후유증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보드를
수리하는 인원도 몇 명 없었고 그나마 있는 인원의 표정도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표정이었다.
" 오셨군요."
" 네."
한 곳에서 부대장이 나를 보며 말을 했다. 그의 표정은 뭔가 아쉽거나
서운하다는 표정이 아닌 그저 담담한 그런 표정이었다.
" 우선 약간의 식량과 무기를 챙겨드렸습니다. 보드는 무기들이 제거된
상태니 속도는 꽤 나올 것입니다."
" 감사합니다."
" 그리고.."
뭔가 계속해서 할 말이 있는 듯 부대장은 말끝을 흐렸다.
" 원래 계획은 다시 돌아오시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돌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 네?? 그게 무슨.."
" 인원도 인원이고.. 더 이상 보드로 방어하는 방법도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정찰이나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쓸모가 없으니. 어차피
보드라고 무한 동력은 아니니 사용 후 처분은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 알겠습니다."
어제 피해가 엄청난 모양이었다. 이런 보드를 그냥 공짜로 주고 말이다.
그것도 본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말이다.
" 그리고... 강원도로 가신다고 들었는데 그 곳에 있는 공항에 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마지막 교신 내용이 맞다면 그 곳에 상당한
물자가 있을 것이라 추측되니까요."
" 감사합니다."
나는 대충 인사를 하고는 은혜와 함께 보드를 타고 갑판으로 나가
강원도 방향으로 향했다. 나를 배웅해주는 인원은 한 명도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벼웠다.
보호 장비가 없어 은혜는 맨 몸으로 내 뒤에 매달린 상태였다. 애초에
2인승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니 좁은 곳에 둘이 달라붙어 비행하려니
속도가 제대로 날 리가 없었다. 그래도 걸어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니
그것으로 위안삼아 비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머물렀던 연구소가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 응??"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곳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저기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증거인데 누군지 알 수가 없으니
함부로 다가가는 것은 위험했다. 나는 도로 한 곳에 보드를 놓고는
부대장이 챙겨준 소총을 들고 은혜에게 말을 했다.
" 아무래도 누군가가 연구소에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여. 누군지
아직 알 수가 없으니까 자긴 여기서 숨어있고 혹시 누군가 자기가
있는 것을 보면 권총을 허공에 쏴. 그럼 내가 미친듯이 달려올테니."
" 걱정 말아요. 조심 할게요."
" 응.."
혼자 두고 가는 상황이 상당히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빠르게 연구소 정문으로 달려갔고 연구소 정문은 어설프지만 수리가 된 모습이 보였다. 정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뒤쪽에 마련된 비상문으로 돌아 내부로 들어갔다. 군데군데 손을 본 흔적이 있었지만 우리가
연구소를 떠날 때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내부에는 많은 수의 사람이 머무르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 타닥..."
" 응?!"
" 어?!!"
아무 생각 없이 걷다 건물 코너를 돌아 정면으로 마주친 사람 때문에
놀랐지만 그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 더 놀랐다.
" 우오오오!!"
" 형!!!!"
" 살아 있었구나!!"
" 형도 무사했구나!!!"
나는 재효와 부등켜 안고 감격적인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반가운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 너랑 미란이랑만 있는 거야?"
" 아뇨! 기태 형이랑 보미 누나. 그리고 박 중사 형이요."
" 민수랑 성빈이는...?"
" 그게...아무래도..."
" 하아..."
" 형! 그나저나 은혜는?"
" 아!!!"
반가운 마음에 은혜를 잊고 있었다. 나는 우선 은혜가 있는 곳으로 가서
보드를 끌고 연구소 내부로 들어왔다. 재효에게 나의 소식을 들었는지
반가운 얼굴들이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 언니!!"
" 은혜야!!!"
" 짜식!! 살아있었구나!!"
" 이 자식!!!"
우리는 반가운 마음을 격한 언어로 표현했다. 모습을 보니 상당히
고생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 그나저나 여기에 다들 모여 있었네?"
" 응. 그 때 비둘기들이 전부 형한테 가서 우린 조금 수월하게
빠져 나올 수 있었어.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재효의 표정이 좋지 못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했다.
" 자자!! 우선 들어가서 애기하자!"
모두 모인 상황이라 조촐하지만 그래도 비상식으로 아껴뒀던 음식들을
꺼내어 회식을 했다.
" 그래서 그 항공모함에서 저 보드를 얻었군."
" 뭔가 이상한 곳이긴 했지만.. 저 보드도 아마 몇 시간 못 탈걸."
" 응?"
" 아무래도 우리 같은 능력자들의 무언가로 구동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전기나 다른 연료가 들어가는 것 같아. 정확히 알지 못하니
알 수도 없고 부대장도 다 쓰면 버리라고 했으니."
" 아깝네.."
" 헬멧에 사용 가능시간이 나오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정확한
것이 아닌 것 같고.. 그나저나 너희는 어떻게 버텼냐?"
" 뭐.. 그럭저럭... 감염체가 지상에 많이 없는게 다행이지. 비둘기만
조심하면 되는 상황이니."
" 그나저나 형. 비둘기가 엄청나게 늘었더라고.."
" 차라리 지상의 감염체가 있던 시절이 더 좋았는데 말야.. 이제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녀석들을 상대해야하니 미칠 노릇이야."
" 지금 남은 거라곤 며칠 분의 식량이 전부야. 무기도 재원이가
가져온 것이 전부고... 그나마 건물을 떠날 때 챙기지 못 한 것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버텼지 그게 아니었으면 아마 우리도 여길 벗어나서
다른 곳을 찾아 헤메고 있었을껄?"
"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하나.."
" 여기 오기 전에 부대장이 근처에 공항이 있을거라고 한번 가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 그래요? 근처에 공항이 있었나?"
" 거의 망한 공항이 있기는 한데...어라?"
" 왜요?"
내가 생각을 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부대장... 내가. 정확히 어느 곳으로 간다고 한 적이 없는데 근처에
공항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 네?"
" 내 기억이 맞다면 그냥 강원도쯤이라고 이야기 했지 여기 위치를
말한 적이 없는데 그 부대장은 내가 어디로 갈지 정확히 알고 있는
투로 말을 했네.."
" 그냥 우연 아닐까?"
내 말에 재효가 말을 했다.
" 우연이라... 강원도가 좁은 곳도 아니고 그 넓은 구역에서 내가 가는 곳
근처에 공항으로 가보라...이게 우연인가.."
" 하긴.."
" 생각해보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이 너무 많다니까."
"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
내 말에 다들 같은 인물을 떠 올렸을 것이다.
그 이름 박 정서. 뜻은 좋았으니 방법이 상상을 초월한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것은 정말 최고인 사람이었다.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조금이나마 믿고 싶었다.
" 그럼... 부대장도 혹시..."
" 응?"
내 중얼거림에 박 중사가 물었다.
" 아니야.. 그냥...."
" 오늘은 좀 늦었으니 그냥 자고 내일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가보자.
여기서 걸어간다면 보통 걸음으로 2시간은 좀 넘게 걸릴것 같네."
" 그 정도야? "
" 남자들만 뛰어서 간다면 1시간도 안 걸리겠지만..지금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 그럼 나하고 너만 다녀오자."
" 응? 뭐라고?"
나는 박 중사를 가리키며 말을 했다.
" 굳이 전부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보드가 있으니까 둘이 타서
금방 다녀오면 되지. 오는 길에 식량이나 뭐 이런 것도 구해오고
말이야. "
" 좋은 방법이긴 한데... 솔직히 여기 남아 있어도 할 수 있는게 없어.
이러느니 차라리 예전의 네 말대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살아 가는게
더 도움이 되겠지."
" 흠.."
" 간단한 취사도구랑 취침도구만 챙겨서 떠나면 되겠지. 아직은 날이
괜찮으니 밖에서 그냥 잔다고 해도 얼어 죽지는 않을 것이고."
" 그래도 날씨가 뒤죽박죽이니 조심해야해. 얼마 전에 진짜 추웠던
기억 안나?"
" 요새는 그런 날이 별로 없었으니 괜찮을 듯 싶은데..?"
" 그리고 아침 일찍 출발하면 갔다 올 시간이 충분하니까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 그럼 내일 아침 해가 뜨면 바로 출발하는 것으로 하지."
우리는 공항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고 내일을 위해서 다들 일찍 잠을 청하였다.
아침 일찍 날이 밝자마자 우리는 공항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보드가 있어 짐을 싣고 움직였기에 다들 몸은 가벼운 상태로 이동이 가능했고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의 상태는 별 것 없는 상태였다. 애초에 사람이 없어 죽은 공항이었고 주변에 사람이 올 일도 없는 곳이라 감염체나 감염 비둘기가 올 리가 없는 곳이었다.
" 다행히 철책은 멀쩡하네?"
" 건물도 시간이 지나 낡은 것 같은데요? 깨진 유리창이나 싸움의 흔적이
전혀 없어요."
" 바닥에 떨어진 탄피도 없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전투가 이뤄진 적이
한 번도 없는 모양인데?"
다들 건물의 상태와 주변을 보며 한 마디씩 했다. 공항은 관리를 안 한 그냥 낡은 건물처럼 보일 뿐 감염체의 전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환경이었다.
"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자."
박 중사의 말에 다들 표정이 굳어 갔고 긴장을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물은 창문이 많아 손전등이 필요 없는 수준의 밝기였다. 내부는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정말 아무것도 없이 그냥 먼지만 수북하게 쌓인 상태였다. 그 흔한 편의점도 커피숍도 보이지 않았다.
" 여기서 뭘 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겠지?"
" 아무것도 없네. 정말?"
" 와... 이런 공항도 있구나.."
" 그래도 활주로에 비행기는 있네."
" 응? 여기 왜 비행기가 있지?"
" 공항에 비행기야 당연한거 아냐?"
" 저 비행기 아마 이륙은 못할걸?"
나는 활주로 끝에 덩그러니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를 보며 말을 했다.
" 착륙은 어찌어찌 했겠지만 이륙하기에는 활주로가 너무 짧을 거야.
여긴 저런 큰 여객기를 수요할 수 있는 공항이 아니니까."
" 일반적인 여객기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데.."
저런 덩치의 수송기가 여기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격납고도 없고 이용하는 승객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공항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