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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58화 (25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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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는 조심스럽게 수송기 근처로 갔다. 이런 것을 미끼로 우리에게 해를 입히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꼼꼼하게 주변을 살펴도 누군가 있을 법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수송기도 이곳에 꽤 오랜 시간 방치된 모습처럼 보였다.

" 끙차!"

힘겹게 문을 열고 들어가 내부를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염체를 상대하기 위해 개조된 모습의 4륜구동 차량과 엄청 튼튼해 보이는 캠핑카들이 보였다. 마치 북극곰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차량과 비슷한 모습의 차량들은 견인되는 차량 외에도 열차처럼 연결해서 이동할 수 있게 제작된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리고 ATV와 무기고까지 보였다.

" 대..대단한데? 도대체 왜 이런 수송기가 여기에?"

" 형 위에는 더 대단해.."

언제 올라갔는지 벌써 2층을 둘러보고 온 재효가 내려오며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고 수송기 내부라고 생각되기 어려운 모습이 보였다. 약간은 호화스럽게 느껴지는 가구들과 소파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샤워장과 화장실. 그리고 몇 개의 방들이 보였다. 뒤편에는 또 다른 무기고가 있었고 식량차고도 눈에 들어왔다.

" 뭔가 너무너무 이상한데.."

" 응?"

"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하지만 호기심에라도 이 수송기에

들어왔을텐데. 문을 어렵게 열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동안 아무도

이걸 못 봤다는게 이상한데?"

박 중사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감염체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고 해도 어딘가는 생존자가 있었고 또 어떤 생존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고 누군가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복권 1등 당첨만큼 힘든 확률 같았다.

" 이유야 어찌됐든 지금은 우리 손에 들어왔으니 잘 지켜야지. 공항에

있으니 방어야 수월하겠고.. 같은 생존자만 조심하면 되겠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지금은 우리 앞에 굴러들어온

떡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내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조종석으로 가게 되었고 조종석 한 곳에 놓여 있는 노트가 눈에 들어왔다.

" 촤락..."

뭔가 일기와 편지 형식의 글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고 대부분은 개인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날짜는 기입이 되어 있지 않아 언제 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대충 읽어보니 감염체 사태가 일어나고 한참은 지나서 쓴 것으로 추측되었고 원래 목적은 높으신 누군가를 태우러 가기 위해 이륙하였다가 심경의 변화로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에 착륙하게 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부에 있는 무기나 물자, 식량을 이용하여 살아남았을 것인데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는 것도 이상하였다.

" 뭔가 의문점 투성이야.. 이상하단 말야.."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에서는 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고민해봐야 내 머리만 아프니 나도 애들 틈새에 끼어서 수다를 떨었다. 주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뭔가 마실 것을 찾아 서랍을 뒤지다 한 가득 들어있는 믹스 커피 몇 박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 흠..."

원래 이 수송기의 주인을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처럼 믹스 커피에 미쳐서 마시는 사람은 몇 본적이 없다.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 행동은 규모가 커도 너무 컸다.

" 우선 먹고 생각하자!!"

우리는 몇 안 되는 문을 굳게 닫고 오랜만에 호화로운 식사를 진행하였다. 대부분이 저장품이라 맛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따지면서 먹을 때가 아니었다.

" 크아!!!"

" 와... 독하다.."

양주 몇 병도 저장되어 있어 고기와 함께 반주삼아 마셨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즐기는 술자리는 지금까지의 긴장을 풀기에는 충분했다. 감염체와 감염 비둘기가 활개치고 다니는 판국에 우리가 이럴 수 있는 것은 우선 방어가 튼튼한 것도 있고 서로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느낌상 누군가 찾으러 올 것 같은데.."

" 응??"

차마 수송기 안에서 담배를 필수 없었기에 나와 재효는 나와서 담배를 폈다. 분명 우리가 움직일 때까지만 해도 맑고 화창했던 하늘은 어느새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얼마나 시커먼지 하늘의 태양도 다 가려버려 시간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 조만간 엄청나게 쏟아질게 분명한데?"

" 그냥 엄청 퍼부어서 다 쓸려 내려갔으면 좋겠다..."

재효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지금까지의 생활이 힘들었기에 하는 푸념 같았다. 나는 그런 재효의 등을 두드리며 말을 했다.

" 형. 앞으로의 어쩔 생각이야?"

" 어쩌겠니. 지금 저 수송기를 움직일 수 있는 인원도 없고.. 어떻게 보면

지금 여기 활주로 한복판이 더 나을지도 몰라. 감염체의 접근도 알 수

있고.. 혹시나 다가오는 생존자들도 쉽게 눈에 띄니까."

" 계속해서 도망 다니는 것도 지치고 힘들다."

" 뾰족한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아직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얻을 수 있는 생필품이 쏠쏠한 상황이니까."

" 이 수송기 정말 수상하기는 한데말야."

" 독이 든 성배...인가... 어쩌겠냐. 알면서도 먹어야지."

" 에휴..."

나는 필터까지 핀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벼 끄며 말을 했다. 방향을 돌려 다시 수송기로 들어가려는 순간 하늘에서는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콰앙!!!!"

" 후두두둑!!!!"

" 무섭게 내리는데?"

" 너 때문에 말이 씨가 됐잖아."

나는 재효를 째려보며 말을 했다. 천둥 번개가 연속해서 치며 굵은 빗방울이 수송기를 때렸다.

" 오랜만에 푹 자나 싶었는데 피곤하게 됐네."

" 아닐걸요. 방에 들어가니까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 응?"

내 말에 은혜가 대답을 했다. 남자들이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질 때 여자들은 이미 자신들이 잘 곳을 정해둔 것이었다. 나는 은혜의 안내를 받으며 서로 정한 방 중 우리 방으로 선택된 곳으로 들어갔다.

" 우와... 신기한데?"

방은 그냥 깔끔하게 침대와 책상. 그리고 화장실이 딸린 작고 평범한 방이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 외부 소리가 내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있는 다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 방음이 엄청난데?"

" 여기서 지내려고 했던 사람이 잠귀가 예민한가봐요."

" 우리에게는 행운이지. 덕분에 편하게 잘 수 있겠다."

나는 은혜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대며 말을 했다. 오랜만에 스킨쉽에 약간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입술에다 입을 맞췄다. 이런 행동들로 인하여 오랜만에 몸이 달아오름을 느꼈지만 보는 눈이 많아 꾹 참고 다시 방을 나갔다.

" 방도 정해졌겠다.. 각자 무기를 챙겨서 들어가자. 혹시 모르니. 그리고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는 것이 좋겠지?"

박 중사의 말에 다들 동의했다. 우리들의 능력으로 본다면 굳이 경계 근무를 설 필요성이 없었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에 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남자가 4명이라 적어도 한 명당 2시간은 서야했기에 피로도는 상당할 듯 싶었다.

" 제비뽑기나 사다리로 순번을 정하고 내일부터는 차례로 돌아가는

방법으로 하는게 좋겠지?"

기태의 말에 다들 동의했다.

" 뭐. 편한 방법으로.."

" 나도 딱히.."

다들 크게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다들 편하게 바닥과 소파에 누워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다. 남자들은 각자의 무기를 챙겨 경계 루트를 정하기 시작했다.

" 우선 외부에서 서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까 내부에서 창문을

이용해서 순차적으로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

" 조종실에서 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 시야가 한정적이라 조금은 불리할 수도 있는데?"

" 우선 조종실에서 상주하고 가끔씩 창문을 이용해 한 바퀴 도는

방법으로 하는게 최선이겠다."

" 밖으로 나가는건 위험하니 최대한 내부에서 해결하자."

" 도대체 누가 위험하다는 거냐?"

내 말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기태가 말을 했다.

" 나."

" 웃기고 있네."

내 말에 애들이 소리 없이 웃었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저렇게 웃길 줄은 몰랐다.

" !!!!!"

" 철컥!!!"

" 젠장.... 뭐지..."

나를 비롯한 다른 남자들이 동시에 무기를 잡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근처에 누군가 있는지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나만 느낀 것이 아닌 것 같았다.

" 감염체..."

" 공항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것 같은데 숫자는 당연 엄청나고."

" 굳이 나가야 하나?"

" 이렇게 비가 내리니 굳이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우선 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꼼꼼하게 창문을 닫고 혹시 모르니

가능한 빛 없이 지내자."

" 하아.. 오랜만에 편하게 자나 싶었는데."

" 언제 생각대로 흘러간 적 있냐. 어쩔까? 아까 계획했던 대로

움직일까?"

" 저것들도 우리 위치를 알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그나저나 신기하네.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았던 일반 감염체들이 갑자기 어디서 온 걸까?"

" 이리저리 옮겨 다녔거나... 아니면 누군가 또 계획을 세웠겠지."

누구라고 콕 찍어서 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들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  들은 것 같았다.

"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자. 다들 움직여서 창문을 닫고 가능한

불을 켜지 말고."

박 중사의 말에 다들 움직여 창문을 가려주는 판을 내렸고 나는 바로 조종석으로 가서 감염체가 느껴지는 곳을 바라봤다.

" 아무리 시야가 좋다고 해도 이건 무리인가보네."

" 너도 보이는게 없구나."

어느새 내 옆에 온 기태가 말을 했다.

" 움직임을 보아하니 우리가 있는 곳을 찾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지나가는 상황인가?"

" 그런 것 치고는 속도가 너무 느린데...움직임도 일정치 않고."

"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움직이자. 그나마 다행인 것 같네."

" 느낌이 좋지 않아...무척이나..."

" 그래도 감염 비둘기가 아닌게 어디냐. 그것들이 왔다면 진짜

답도 없다."

" 내가 먼저 경계를 서고 있을테니까 다들 자라고 해."

" 아직 순서도 정하지 않았는데 네 녀석이 초번을 서겠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고 순서나 정하자."

기태는 나를 끌고 우리가 모여 있던 곳으로 데려갔고 순번을 정한 결과

초번은 기태가. 그리고 나 박 중사 재효 순으로 정해졌다.

" 다들 푹 자라고. 앞으로 두 시간은 내가 지킬테니까."

" 어째 더 불안하다..."

" 참네."

능청스럽게 말을 하는 기태를 보고 우리는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올 해가 이제 하루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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