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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방 안에는 간단한 세면과 용변만 가능했기에 샤워는 따로 마련된 곳에서 할 수 있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샤워를 하다 나는 옆에서 씻고 있는
박 중사에서 물었다.
" 그나저나 뜨거운 물도 나오네? 전원은 어떻게 켰다냐?"
" 내가 안 켰는데? 난 육군이지 공군이 아냐."
" 기태 너야?"
" 아니."
" 재효는?"
" 나도....아닌데.."
" 그럼 이 뜨거운 물은 어떻게 나오는 거야? 전등은?"
" 어....어?!!"
다들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있었다. 도대체 이 수송기의 전력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던 것인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씻다 말고 옷을 챙겨 입고 내부를 둘러봤다. 당연히 우리 일행 중에 수송기를 타본 인원은 없었다.
" 내가 수송기를 타 본적이 있는건 아니지만... 이 수송기 커도 너무
큰데?"
" 그러게... 그나저나 어떻게 켜진거야?"
" 누군가에게 감시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 위이잉....위이잉..."
조종석 어디선가 한 동안 들을 수 없었던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이상한거냐 아니면 지금 이 소리.."
" 핸드폰 진동 소리인데... 찾아보자!"
우리는 조종석을 뒤져 한 곳에서 핸드폰을 찾을 수 있었고 아무 표시도 없이 울리는 전화를 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적절하게 잘 찾았네."
익숙한 목소리.
" 여전히 제 생각을 읽고 계시는 군요."
" 뭐 생각보다 단순 하더라 너."
" 칭찬으로 듣죠."
" 내가 준 선물이니 잘 쓰도록 해."
" 선물이라..."
" 원래는 그 누군가에게 갈 물품이었는데 중간에 슬쩍 했지 뭐."
" ......"
내가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
" 자세한 설명서는 조종석 뒤편에 찾으면 있을거야. 뭐 아무리 너희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걸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하니 잘 생활..."
" 어라?"
갑자기 통화중에 끊어지며 대화가 끊겼다.
" 뭐라디?"
다들 누군지 아는지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뭐라고 했는지가 궁금한 듯 물어왔다.
" 선물이라던데? 누구에게 갈 거였는데 중간에 가로챘다더라."
" 무시무시하군."
" 설명서가 어딘가 있다니 내일 찾던가 하자. 나는 먼저 들어가서
잘란다."
나는 간략한 통화내용을 알려주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이미 잘 준비를 끝낸 은혜가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대로 된 옷도 없어 얇은 잠옷으로 이불속에 들어간 것이 부끄러운지 내가 옆에서 눕자 팔베개를 하고는 품속으로 안겨왔다.
" 그래도 오랜만에 몸은 편하게 잘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 응... 그나저나 제대로 된 옷이 없어서 어째?"
나는 약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을 하면서 한 손으로는 은혜의 가슴을 잡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스킨 쉽이 싫지 않은지 은혜도 숨을 몰아쉬기는 했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 흥.. 전혀 신경 안 쓰면서."
" 설마... 하하.."
그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빠지긴 했지만 은혜의 가슴은 여전히 풍만함을 자랑했다. 제대로 된 로션이나 세면용품도 없는 상황에서도 피부는 부드럽기만 했고 특유의 살내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방음이 잘되어 있는 방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인지 예전보다 조금은 높은 톤의 비음을 내는 은혜였다. 다른 방과 거리도 꽤 있는 편이라 마음을 편하게 가진 것 같았다.
" 흐응..."
잠깐의 스킨쉽이만 은혜의 몸에서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지금보다 조금 더 과감한 스킨쉽을 이어갔고 충분한 시간이 흘렀을 때 우리의 몸은 하나가 되었다.
" 크흑..."
" 아파?"
" 아니요.. 괜찮아요.."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살짝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고 내 움직임에 맞춰 은혜도 같이 허리를 움직이며 속도를 높여갔다.
" 하아....하아..."
꽤 격한 움직임으로 은혜를 리드했지만 다른 애들이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 인지 일정 이상의 신음을 내지는 않았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 속도를 줄여가기 시작하자 오히려 은혜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응??"
" 괜찮아요."
은혜의 움직임에 놀라 잠시 멈췄고 이내 위치를 바꿔 은혜가 위로 올라가 내 가슴위에 손바닥으로 지지하고는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안에는 살끼리 비비는 소리만 은은하게 울려 펴졌고 은혜의 땀방울이 내 몸 위로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은혜는 개의치 않은 듯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허리가 뒤로 꺾어지며 숨을 몰아쉬더니 내 가슴 위로 얼굴을 파묻고는 한 참을 숨을 몰아쉬었다.
" 하아...하아...."
그런 은혜를 나는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은혜의 숨소리가 안정을 되찾았고 상태를 보아하니 잠이 든 것 같았다. 나는 완전히 은혜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옆으로 옮겼고 나도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 하아...하아..."
" 어라?"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는데 내 귀로 야릇한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아마도 재효 커플도 오랜만에 사랑을 나누는 것 같았는데 문득 박 중사가 생각났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솔로인데 아무래도 못 할 짓을 한 것 같은 죄책감마저 들었다.
' 어쩔 수 있나...'
나는 다른 방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을 끄고는 잠을 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계 알람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옷을 챙겨 입고 기태가 있는 조종석으로 갔다.
" 벌써 교대 시간이네. 별 일 없었지?"
" 비가 더 내리는 것 외에는 별 일 없어."
지금까지 별 일이 없었기에 별다른 인수인계 없이 기태도 방으로 들어갔고 우리와 다르게 바로 잠이 들었는지 수송기 내부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 쏴아아아아!!!"
" 무섭게도 내리는 구나 진짜."
감염체 사태 이후 비가 더 많이 자주 내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번 내리면 엄청난 양을 쏟아 부었다. 수송기 내부 온도는 다행히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나는 조종석에 앉아 수송기 설명서를 읽기 시작했다.
" 흐음...뭐지..."
설명서라고 해봐야 일반 공책에 볼펜으로 써 놓은 것이 전부였다. 수송기의 제원이나 뭐 이런 것도 없고 그냥 대충 끄적거린 것에 불과했다. 그나마 연료 주입구나 내부 물탱크 위치 등은 표시되어 있었다. 외관이나 내부 크기를 봤을 때 예전에 뉴스에서 봤던 가장 큰 여객기로 판단되었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 여객기 화물 버전은 계획 단계에서 지지부진 되어 취소 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 설마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다른 버전을 만들기 위해서 취소했다고
한건가?"
일반 군용 수송기나 화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컸고 내부는 화려했다. 외관은 누가 봐도 군용 수송기 색깔이었지만 말이다.
" 신기하네... 이런 수송기가 여러 대 준비되어 있다면 생존자들도 꽤
살아 있다는 말인데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는거야."
높으신 양반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이런 수송기를 만들었다면 분명 꽤 많은 사람들이 생존했을 것 같은데 그럼 어딘가 모여서 살고 있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말이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 같아 밖으로 나가보았다. 아직까지는 공항 주변을 맴도는 감염체의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감염 비둘기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빠르게 달려 벽 위로 올라갔다.
" 끄에엑...."
" 쿠에엑..."
시간이 흘렀지만 변함없이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방향을 돌리며 방황하는 감염체들. 그 숫자는 족히 몇 천은 넘어 보였다. 아직 내 존재를 모르는지 별 소득 없이 움직이는 녀석들을 보니 우리랑 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 투둑...투둑..."
다시 빗방울이 굵게 변하기 시작했고 나는 수송기로 들어갔고 시계를 보니 다음 근무자를 깨울 시간이 되어 나는 박 중사가 쉬고 있는 방으로 다가가 노크를 하기 위해 팔을 들었다.
" 철컥.."
" 얼라료?"
" 왔냐."
" 칼 이구만 칼이야."
" 뭐 이런 걸 다.."
" 큰 특이사항은 없고 감염체는 조종석 정면에서 9시 방향서 2시 방향
까지 부채꼴로 펼쳐져 있어. 숫자는 뭐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고."
" 벌써 나갔다 왔구나."
" 응. 잠깐 비가 그쳐서 나갔다 왔는데 금방 다시 퍼붓네."
" 내일 날이 밝아지면 관제탑이나 이런 곳에 올라가보자."
" 그래. 어차피 사람도 없는 곳이었는데 설마 감염체가 공항 내부에
있을리 만무하겠지."
"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자."
" 수고하고...난 이만 들어간다."
" 그래 고생했다."
나는 박 중사에게 대충 인수인계를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비가 꽤 많이 내리기는 했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지면과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기에 나는 날개 밑에서 담배를 피기 위해 불을 붙였다.
" 치직...치익..."
" 후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은 연기가 하늘로 퍼져갔다. 다른 생존자가 본다면 미친 짓이라고 하겠지만 공항 외벽을 넘어서 나에게 올 감염체는 지금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도 여기를 향해 다가오는 일반 감염체의 기운이 느껴졌다. 지금 우리 조합과 무기라면 수만의 감염체가 온다고 겁낼 필요가 없었다. 감염 비둘기라면 모를까 그냥 감염체는 이제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몰려오면 좋을게 없는데 말야.."
저것들도 뭔가 능력이 있는지 느낌상 우리 주변으로 몰리는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저것들보다 월등한 강자인데 그럼 본능적으로 벗어나야 정상인데 왜 몰리는지 궁금했다.
" 그냥 우연인 것인가..."
어느새 담배는 필터 끝가지 타 들어갔고 나는 담배를 대충 아무데나 던지고는 중얼거렸다. 당장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저것들로 인해 다른 생존자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묵고 있는 수송기를 볼 것이고 분명 수송기를 차지하기 위해 덤비는 녀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또 예전의 행동의 반복이었다.
" 우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텐데.."
멀리 보이는 격납고로 이 수송기가 들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벽 근처에 놓기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쳇.. 이래저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만."
나는 다시 수송기로 들어가 문을 닫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