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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비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 예전에도 이렇게 미친 듯이 내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 예전과 날씨가 많이 달라진 것 같네요."
" 진짜 세상이 정화되고 있는건가? 예전에는 가뭄이라 난리였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쏟아 붓고 있잖아?"
" 치익...치익..."
" 고기 탄다 어서 먹자."
" 네!"
" 많이 먹어라."
" 유후!!"
우리는 수송기 내부에 있는 냉동고에서 발견한 고리를 가지고 외부에서 천막을 치고는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미친 짓이었지만 누군가 그러지 않았는가. 먹다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고.
" 그나저나 우리도 미친 짓을 하고 있군."
" 뭐 어때. 먹다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고 하던데. 그리고 주변에
감염체가 저 벽을 넘어올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 다른 생존자들이
같이 있다면 모를까. 우리만 있는 마당에 별일이야 생기겠냐."
" 진짜 이렇게 구워 먹는게 얼마 만인지..."
다들 고기 굽기에 집중하면서 감동하고 있었다. 멀쩡했던 시절이야 마음만 먹으면 고기나 회 뭐든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다들 이런 호사를 즐기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임시로 만든 천막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고
더불어 냄새가 퍼지는 것도 막아주었다. 뭐 굳이 고기 굽는 냄새로 감염체가 몰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는 후식으로 커피를 즐기며 앉았다. 수송기 내부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고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꽤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었는지 물자 자체가 넉넉하게 적재되어 있었다.
" 문제는 언젠가 누군가가 찾으러 온다는 말인데.."
" 그렇겠지? 이런 수송기를 그냥 둘리가 없겠지?"
" 당연하지."
여자들은 정리를 끝내고 먼저 올라가 씻는다고 올라간 상황이라 남자들끼리만 남아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잔에 들은 이름 모를 양주가 목으로 넘어갈 때마다 독한 알코올로 인하여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지만 그리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 크아... 그나저나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 넌 올 꺼라 확신하는 구나?"
내 말에 기태가 물었다.
" 당연하지. 그 분께서 손수 전화까지 주셨는데 누군가 찾으러 오겠지."
" 흠... 제발... 적당히 왔으면 좋겠다."
" 내 생각에는 우리의 존재를 아직 모를 것 같은데.."
" 응?"
대화중에 침묵하던 박 중사가 입을 열었다.
" 생각해봐.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집단인데 만약 수송기를 우리가 쓰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진즉에 군대를 몰고 오지 않았겠냐?
이건 완전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준 격 아냐? 더군다나 재원이 보드
까지 생각하면 거의 무적이잖아."
" 맞네..."
" 그걸 알고 있다고 해도 함부로 공격해오긴 힘들겠지. 정찰도 그렇고.
어지간히 멀지 않는다면 우리가 알테니까."
" 아니면 포기했거나."
" 포기하기에는 무리 아닐까 싶다."
" 비가 그치려나? 아까보다 빗줄기가 약해졌는데?"
" 다행이네.. 내일 그치면 주변 좀 둘러보러 나가자."
" 다들 푹 쉬어."
" 들어가."
우리는 처음 하루만 경계를 서고 바로 포기했다. 생각보다 뛰어난 감각들로 인하여 굳이 경계를 서서 피로를 누적할 이유가 없었고 일반 감염체는 절대 저 벽을 넘어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건물을 통해서 들어올 길을 전부 차단했기에 생존자가 아닌 이상 우리가 있는 활주로까지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했고 설령 들어온다고 해도 우리의 감각 안에 거릴 수밖에 없다.
" 생존자들만 아니라면 감염체가 여기까지 올 확률은 제로군."
" 쓸 때 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내일 보자."
" 잘 자라."
수송기 내부로 전부 들어오고 박 중사는 문을 굳게 닫고는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번 더 확인 한 후에야 자신을 방으로 들어갔다. 덩치랑 다르게 엄청나게 꼼꼼한 성격이라 이런 작업은 꼭 박 중사가 마지막까지 했다.
" 박 중사 오빠는 진짜 꼼꼼하네요."
" 응. 나랑 다르게 엄청."
박 중사의 모습을 보고 내 옆에 있던 은혜가 말을 했다. 나와 은혜는 응접실이라고 추측되는 곳에 있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우리의 존재를 알았는지 조금 전까지 들어가서 쉬라던 녀석들이 하나 둘씩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 방금 전에 우리 잘 자라고 하지 않았냐?"
" 뭔 상관이야."
다들 바닥과 소파에 몸을 던져 자신이 제일 편하다고 느끼는 자세로 바꾸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많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술이 들어갔으니 다들 졸릴 법도 한데 체력들도 좋지 다시 나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얼마나 즐겁게 수다를 떨었을까. 뭔가 날카로운 느낌에 고개를 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애들도 느꼈는지 나와 같은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왔군.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빨리."
" 말이 씨가 된다더니 젠장."
" 어쩌지?"
" 우선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존재를 알고
온 것 같은데."
" 모른다고 해도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공격하긴 힘들지."
" 어쩔거야?"
" 그냥 자자."
" 뭐?!"
" 미쳤냐?"
박 중사의 말에 다들 놀라며 말을 했다.
" 아까도 말했지만 금방 오지도 못해. 저들도 우리를 감시하고 상황을
판단해야하니까. 그리고 온다고 해도 우리가 먼저 느낄 수 있고 못
느낀다 해도 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아."
" 맞는 말이긴 한데.."
" 저들이 우리가 누군지 아는지 모르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저들
입장에서 함부로 공격하기는 힘든 상황이니까. 만약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더더욱 더 접근하기 어렵겠지. 알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멀리서 우리를 감시했겠지."
" 일리는 있네."
" 물론 공격자보다 방어자가 심리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아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 반대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이 안에 있는 무기의
양만해도 상당하니까."
" 흠...그래도 그냥 자기에는 너무..."
" 난 들어간다. 안녕."
박 중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난 방으로 향했다. 혹시나 마음이 변하여 다시 근무를 서자고 하면 괜히 피곤함만 쌓이니 말이다. 침대에 몸을 눕히니 푹신한 매트릭스가 몸을 감싸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방에 들어온 은혜가 옷을 갈아입고는 내 옆으로 들어왔다. 며칠 전의 격렬한 사랑이 있었기에 서로의 체력을 생각해서 그냥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은혜의 긴 손가락이 내 상체로 올라와 손톱으로 살살 긁기 시작했다.
" 후우.."
은혜의 행위로 인하여 몸에 닭살이 돋았다.
" 히힛."
그런 내 반응에 은혜가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고는 은혜의 손이 내 하체로 다가갔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내 몸에서는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가끔 은혜의 리드로 인하여 사랑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오늘은 꽤나 적극적이었다.
" 하아...하아..."
나도 은혜의 상체에 얼굴을 묻고 작고 귀여운 유두를 입안에 넣고 혀를 이용해 애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참던 은혜도 몇 분 지나지 않아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
" 후우....하흥..."
더 이상 나의 행동에 변함이 없자 은혜는 격하게 움직이며 내 위로 올라갔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 분간의 운동이 끝나고
은혜는 내 가슴위로 쓰러졌고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고는 이내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어 내 옆에 녹초가 되어 쓰러진 은혜를 보고 수송기 밖으로 나갔다. 아직까지 움직임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우리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점점 몰려드는 감염체도 피하려면 꽤나 바쁠 것이라 예상되었다. 아직까지 저들은 우리가 자신들이 왔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 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좋았다. 괜히 의심 가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았다.
" 그래도 용케 총 한 번 안 쏘고 지금까지 잘도 버티네?"
" 저들은 그냥 생존자가 아니니까."
" 응?"
기태도 알아버린 듯 싶었다.
" 저들... 재원이랑 비슷한 존재야."
" 뭐?!! "
" 뭐라고?!!"
기태의 말에 다들 놀랬다.
" 그렇다고 재원이처럼 무식하게 힘만 쎈 놈인지는 몰라."
" 아무래도... 뭔가 성공한 듯 싶네."
" 우리 쪽으로...빠르게 온다."
공항 벽을 넘어 빠르게 달려오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 인원은 12명. 그리고 엄청난 무장 상태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여자 애들은 들어가서 문 닫으라고 하고... 재효도 들어가 있어."
" 응."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예전과 다르게 별 말 없이 수송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다가오는 사람들을 응시하고는 똑바로 섰다.
" 쿠웅!!!!"
" 쿵!!"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섰으니 그 충격음도 대단했다. 그냥 봐도 엄청난 살기를 띄고 나를 바라봤지만 크게 감흥은 없었다.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
" 뭐가 말이죠?"
나보다 어려보이는 놈이 초면부터 반말이라니.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 저희의 소중한 재산을 이렇게 가져가다니."
" ....."
뭔가 시비를 거는 말투. 말을 하는 놈이 부대의 대장인지 뒤에 선 놈들은 별 말이 없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거나 썬그라스를 써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여자로 추측되는 인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조금은 놀랐다.
" 용건은?"
내가 낮은 음성으로 말을 하자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말을 했다.
" 이 수송기를 가져가려고. 이게 없으면 우리가 곤란해지는 상황이라."
" 거부하지. 어차피 이런 상황에 먼저 이름 쓰는 놈이 임자니까."
" 역시나...예상했던 상황이긴한데.. 그 녀석의 농간에 놀아났군."
몇 마디 주고받은 상황은 아니지만 느낌상 저 녀석은 애초에 좋게 올 생각은 아니었다.
" 애초에... 준다고 해도 좋게 넘어갈 생각이 아니군."
" 오오... 대단한데?"
비아냥거리는 대장 뒤에 있는 녀석들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 그럼... 시작해 볼까!!!!"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의 몸이 부풀기 시작하더니 대형 감염체랑 비슷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냥 봐도 키는 3M에 육박했고 주먹을 말아쥔 손은 거의 내 머리통만큼 컸다.
" 에라이...힘들게 됐는데.."
기태와 박 중사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흘렀지만 나는 아니었다.
" 놀라지 않는군."
" 목소리 하고는.."
쇳소리를 긁는 듣기 거북한 목소리를 내는 녀석을 보고 말을 했다.
" 뭐냐. 그 자신감은. 네 녀석은 날 절대 이길 수 없다."
" 풋..."
" 응??"
" 나에 대해...뭔가 알고 있군.."
나는 눈을 가늘게 치켜뜨며 그 녀석을 응시했다.
" 네놈 생각보다 이쪽 계통에서는 나름 유명한 놈이더군."
" 영광이라고 해야하나.."
" 뭐 그 소문도 오늘이 마지막일거다 이 자식아!!!"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주먹을 휘두르며 다갔왔다. 확실히 스피드가 느리다보니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 쿠앙!!!"
" 얼씨구?"
그대로 내리꽂은 바닥은 꽤나 깊게 패였고 녀석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 공격이라고 해봐야 굉장히 단순한 움직임에 불과했다. 마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차를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뭔가 움직임에 부자연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 변화 된지 얼마 되지 않았군."
" 뭐?!!"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더럽게 못생긴 얼굴이었지만 분명 당황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