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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내 말에 녀석은 더욱 광분하며 움직이며 힘을 실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움직임을 더욱 느리게 만들었다. 요리조리 피하며 체력을 떨어뜨리고 싸우려고 했지만 지치는 기색이 없었다.
"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거냐!!!"
" 치지직!!!"
" 젠장!!!"
비가 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지 바닥이 미끄러웠고 덕분에 디뎠던 발이 미끄러지며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멈췄다. 그래도 머리는 있는 녀석인지 그 때를 노치지 않고 바로 내 앞으로 주먹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 쿵!!!"
" 크흑!!!"
더 이상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날아오는 주먹을 그대로 손바닥으로 막았다. 손끼리 부딪혔다고 생각되기 어려운 소리가 났고 아무렇지 않게 서서 막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나를 공격하는 녀석도 그 뒤에 있는 일행도 놀라는 모습이었다.
" 어... 어째서??"
" 뭘 어째서냐. 지금까지 내가 널 가지고 논거지."
난 지면에서 살짝살짝 뛰면서 몸을 풀었다.
" 마이 턴."
" 커헉!!!!"
난 그대로 바닥을 치고 녀석의 배를 향해 날아올랐고 복부에 그대로 주먹을 내리 꽂았다. 순간적인 내 움직임을 노친 녀석은 활주로 아스팔트에 몇 번을 튕기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고 그런 녀석을 쫓아가 계속해서 몰아쳤다.
" 쿠앙!!!!"
" 커헉!!!"
단 두 방의 일격에 녀석은 휘청거리며 일어났고 난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어서 일어나. 바닥에 굴러다니는 놈을 칠 생각은 별로 없으니까."
" 분명... 데이터대로라면 내가 훨씬..."
" 뭔 소리야 자꾸?"
분명 저 녀석 집단이 나를 계속해서 감시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이런 나를 그냥 둔다는 것도 이상하긴 했다. 그리도 자신의 우두머리가 이렇게 줘 터지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 다른 녀석들도 이상했다.
" 쿨럭...쿨럭.."
" 변했어도 피 색깔은 빨갛구나..."
입에서 피를 한 움큼 쏟아 내는 녀석을 보며 말했다. 단 두 방 이었지만 녀석에게 들어간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 그래도... 인간의 형태가 아니라 죽이기는 수월하겠네.."
아직까지도 같은 인간을 죽이는 것은 꺼려졌다. 세상이 죽고 죽이고 죽이지 못하면 죽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거지같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크아아아!!!"
" 어랍숑?"
광분하며 울부짖던 녀석의 눈동자가 붉게 변하더니 덩치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대충 보아하니 이미 이성을 잃고 넘지 말아야하는 선을 넘어버린 것 같았다.
" 퍼억!!!!"
하지만. 여전히 녀석은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오래 싸울 생각도 없었다. 괜히 여기서 힘을 뺐다간 뒤에서 버티고 있는 녀석들의 일행이 분명 나를 노릴 것이 뻔한데 체력을 아껴야만 했다. 녀석이 팔을 뻗어 나를 노렸고 나는 그대로 녀석의 품으로 들어가 그대로 심장을 향해 팔을 뻗었다.
" 크헉....크헉..."
그대로 녀석의 좌측 심장 부근을 파고 들어간 손이 나오면서 기분 나쁜 촉감과 함께 피가 쏟아져 내렸다. 혹시나 재생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무리 재생력이 좋다한들 저런 큰 상처를 입고도 재생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 쿠웅..."
엄청난 덩치의 녀석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지면으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끝난 싸움에 우리 일행들도 놀랐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녀석의 일행들이 더 놀랐다.
" 자...다음..."
난 녀석의 일행들을 응시하며 말을 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녀석들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었고 몇 몇은 그대로 등을 돌려 자신들이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놀랐고 우리 일행들도 놀랐다.
" 뭐...뭐야 저것들?"
" 뭐지?"
내 옆으로 다가온 박 중사와 기태가 말을 했다. 당연히 덤빌 것이라 예상하고 내 옆으로 온 둘도 지금 상황에 뭘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돌아서서 가는 놈들을 묵묵하게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었고 나머지 남은 인원들이 우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녀석들의 실력을 몰랐기에 나는 긴장했지만 움직임을 보아하니 공격할 마음이 전혀 없어보였다.
" 죄송한 부탁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처음 녀석과 다르게 정중한 말투로 내 앞에 다가와 말을 하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저희 생사를 묻는다면 저 인간과 같이
죽였다고 해주십쇼."
" 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 저희도 위에서 명령을 받고 지내는 몸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굳이 집단에 포함되어 살아가고 싶지는 않아서입니다."
" 흠..."
일전에 들었던 집단을 이탈하려는 사람들로 보였다. 그 집단도 어지간히 사람관리를 못하는 것 같았다.
" 예전에는... 두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집단에 소속되어 살아남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성도 없는 상황이고 저희가 생각했던 그런 미래가
아니라서요."
뭔가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굳이 듣고 싶지는 않았다. 내 앞에서 말을 하는 남자 뒤로 일행을 버리고 돌아간 놈들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 알겠습니다."
" 야!! 무슨!!"
" 미쳤냐? 재들 말을 믿는 거야?"
내 말에 기태와 박 중사가 반대했다.
" 안 믿는다고 해도 상황을 보아하니 방금 덤볐던 녀석보다 약한 것
같고.. 덤벼도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함부로 덤비지 않을 것
같은데?"
" 하지만!!"
"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라고? 그냥 다 죽여?"
내 말에 박 중사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박 중사라고 해도 저렇게 나오는 사람을 그냥 죽이기는 껄끄러웠다. 그나저나 내 앞에 남은 일행은 3명이었다. 나와 박 중사가 이야기하는 그 몇 초 사이에 내 대답을 듣고는 돌아서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뒤에 남은 두 명도 입을 열고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는데 둘 다 목소리만 들으니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되었다. 여자는 더더욱.
" 그냥 물어보는 건데 여기서 가서 어디로 갈 생각이죠?"
" 이제부터 생각해봐야죠."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을 하는 남자의 눈동자에서 뭔가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 그럼 뒤에 돌아간 일행들은 뭐지?"
" 저들은 애초에 여기 오고 싶어 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중간에
탈영한 인원도 있는데 보셔서 아시겠지만 대장이라고 있는 놈이
힘만 좋은 병신이라서요."
" 풋.."
난 남자의 말을 듣고는 살짝 웃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완전히 안심했는지 조금 전보다 더 편하게 말을 이어갔다.
" 집단에 연락이 끊어지면 다시 이쪽으로 사람을 보낼 것입니다.
뭐 재원씨를 보니 절대 질 것 같지 않지만 쪽수에 장사 없다고
엄청난 병력을 보내면 상대하기 곤란하실 겁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가능한 빨리 벗어나시길.."
" 감사합니다."
뭐 당연한 소리를 하고 그러나 싶었다. 대장 죽었다고 죄다 탈영하는 인원들을 모은 집단이니 다음 작전은 대충 예상이 되었다. 내 앞에 마지막까지 남은 세 명도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현하고는 방향을 돌려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 흠... 제들이랑 같이 지내는 건 어떨까?"
" 응? 뭐?"
" 뭔소리야?"
내 말에 둘 다 놀라며 말을 했다.
" 솔직히 크게 악감정도 없고.. 너도 느꼈겠지만 저 셋의 힘은 결코 저기
자빠진 놈보다 약하지 않아."
" 흠..."
" 저 실력과 정보력이라면 조금은 유리하게 이 상황을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 하긴...그래도 영...찜찜한데... 처음 본건 둘째고 우리를 공격한
집단인데."
" 악감정이 있는 녀석은 처음 그 녀석 하나였지. 솔직히 저 녀석
아니라면 다른 인원이 왔다해도 이렇게 일찍 알아차리긴 힘들
었을걸?"
" 후...."
내 말에 둘이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 뭐 상황을 보아하니 바로 떠날 것 같지는 않겠네."
걸어가는 방향에 아무래도 캠프가 있는지 바쁜 것도 없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말을 했다.
" 확실히 우리에게 호의만 있다면 크게 나쁜 상황은 아닌데."
" 하지만 믿기도 뭐하고.."
" 계륵이라....먹기는 아깝고 버리기도 뭐한 상황인데.."
" 우리 이야기를 들었군."
" 응?"
" 아!!!"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뜩 저들도 우리랑 비슷하다면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보다 더 느려진 걸음을 보니 우리의 말을 가능한 많이 듣기 위해 천천히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들었다면 한 동안 저기서 움직이지 않겠지."
" 우리에게도 시간이 촉박한데."
" 우선 들어가서 애들이랑 상의해보자. 우리끼리 결정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
기태의 말에 우린 다시 수송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창문을 통해 싸움을 지켜본 것 같았다. 다들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는 말을 했다.
" 도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야?"
재효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 무지하게. 엄청나게. 미친 듯이."
" 대단하다..."
" 하지만 분명 뭔가 피드백이 있을 것 같아. 분명 뭔가가..
가는게 있으면 오는게 있는 법이니."
" ...... ..."
" ...... "
내 말에 다들 말을 잇지 못했고 이런 적막한 분위기가 싫어 화제를 바꿔 말을 했다.
" 방금 마지막에 떠난 인원 3명. 집단의 탈영병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런 인원인데 우리랑 같이 다니면 어떨까해서."
" 같은 일행 하나를 저 세상에 보냈는데 과연?"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애들은 의아하게 나를 바라봤고 박 중사가 짧고 굵게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다들 반응은 비슷했다.
" 우리랑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요?"
" 여자애도 있는 것으로 봐서... 그것도 꽤 어려보이는.. 아무래도 남자
두 명이 그 아이 때문에 같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 어렵게 됐네.."
" 단순하게 생각해야하나.."
" 같이 지내자고 해보자."
" 응??"
" 흠.."
재효가 우리 일행 중 처음으로 확고한 의견을 냈다.
" 보아하니 우리에게 왔던 놈들이 전부 다른 생각으로 흩어졌고
그나마 나중에 간 인원은 그나마 우리에게 호의적이었고."
" 만약... 저게 다 작전이라면? 우리를 노리기 위한?"
" 그럼... 살아남기 힘들겠지. 물론 우리도 온전하지는 않겠지만
저 세 명이서는 재원이 형 혼자를 상대하기도 벅찰텐데."
재효의 마지막 말은 일리가 있었다. 대장이라는 놈이 워낙 포악하고 힘이 있던 놈이니 다른 놈들이 그냥 묵묵하게 따랐을 것이다. 애초에 힘이 있었다면 미리 제거하고 흩어졌겠지.
" 다른 의견은?"
박 중사의 말에 다들 말이 없었다.
" 그럼... 가서 협상을 해볼까.."
" 협상은 무슨 통보지."
박 중사의 말에 기태가 대답을 했다. 어차피 수송기 안에 남는 방도 있고 아직 식량도 무기도 충분했다. 세 명이 늘어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보였다. 기태의 말이 끝나자 박 중사가 일어나며 밖으로 나갔고 나와 기태도 따라서 나갔다.
"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태는 남는게 좋을 것 같다. 혹시 모르니."
" 그래.. 혹시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다들 안에서 준비를 했고 기태와 재효가 남아 수송기를 지키기로 했다. 나는 박 중사와 빠르게 걸어 그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갔고 그들을 처음 느꼈던 곳을 찾아서 헤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