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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62화 (26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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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감각이라고 내비게이션만큼 정확하게 아니었기에 방향을 잡고 천천히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공항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다.

" 아무리 너라고 해도 긴장은 되는구나?"

" 나도 사람이다."

" 크하하하!!"

내 말에 박 중사가 크게 웃었다. 하긴 방금 전까지 괴물 같은 놈을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했으니 내 대답이 웃길 수 밖에.

" 대충 여기 쯤 같은데.."

" 저긴가 보다."

박 중사가 가리킨 곳은 우리 수송기 안에 있는 캠핑카와 비슷한 종류의 차들이 있었다. 여기저기 어지럽게 쓰레기들이 있는 모습을 보니 먼저 떠난 녀석들이 쓸 만한 것들을 가져간 것 같았다. 우리가 왔다는 것을 느꼈는지 나와 대화를 했던 남자가 캠핑카 안에서 나와 우리는 바라봤다.

" 어쩐 일입니까?"

" 우리 대화를 다 듣고 갔으면서 모른척하지 말시죠."

" .... "

내 말에 남자가 대답이 없었다. 역시나 우리 대화를 들은 것이 확실했다.

" 그럼.."

" 생각이 있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솔직히 말하면 아직 당신

일행을 전부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

" ..... "

박 중사의 말에 남자가 또 대답이 없었다.

" 저희라고 다른 상황은 아니니."

어렵게 말을 꺼낸 남자의 표정은 묘했다.

" 저도 일행들과 상의를 해보고 움직이겠습니다."

설마 튕길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냉큼 올 거라고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뜸을 들이고 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 알겠습니다. 뭐 저희 위치는 아실테고.. 저희도 조만간 움직일 예정이니

알아두시길."

시간을 정하지 않고 우리도 떠날테니 알아서 오라고 했다. 하지만 수송기를 움직이지 못하니 차량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저들도 알 것이다. 나와 박 중사는 다시 수송기로 돌아왔고 혹시 몰라 오늘은 경계를 서기로 했다.

" 같이 왔던 다른 놈들의 기운은 안 느껴지네."

" 빠르기도 하네. 어디로 간 거야?"

" 뭐. 여기 있어봐야 나올 것도 없고.. 어딘가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겠지.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녔다고 했으니 뭐."

다들 역시나 오늘 온 인원들에 대한 경계심이 심하였다. 뭐 당연한 반응이긴 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끌려왔다는 것을 알고는 안쓰러움도 느껴졌지만 그 느낌은 미미할 뿐이었다.

" 형 힘을 봤기에 무식하게 그냥 밀고 들어올 일도 없을 것 같고..

함정이라고 하기에는 다들 너무 태연하게 돌아서서 갔는데.."

" 방심은 금물이야."

재효의 말에 기태가 말을 했다. 일행들은 식사를 끝내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고 나는 천천히 수송기 내부를 다시 둘러봤다. 1층은 물자와 차량들이 실어진 곳이었고 낭비된 공간 없이 꽤나 꼼꼼하게 설계가 이뤄져있었다. 실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비상식량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2층은 주거 공간 및 또 다른 무기고와 의복이 준비된 방이 있었다. 방들은 우리가 지금 묵고 있는 방처럼 침대와 간단한 세면이 가능한 방과 군대 내무반을 연상시키는 2층 침대와 개인 서랍과 세면이 가능한 곳이 마련된 곳으로 이뤄진 방이 있었다. 그래봐야 한 방에 4명이 지낼 수 있는 소수를 위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주방과 샤워가 가능한 공간과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 식량이 적재된 공간, 생전처음 보는 컴퓨터와 통신장비가 즐비한 공간 등 아무리 봐도 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되지 않는 수송기였다.

" 뭘 그렇게 봐요?"

" 응? 아니 그냥 궁금해서.. "

내가 방에 들어오지 않자 나를 찾으러 온 은혜였다. 내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고 따라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집무실로 보이는 곳에 앉아 곰곰이 생각을 했다. 이런 방을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식량 창고로 사용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 아무리 봐도 이 수송기 급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전혀 안들어."

" 맞아요. 내부도 정말 꼼꼼하게 꾸민 것 같아요. 소파도 그렇고 기자재

하나하나가 상당히 고가에요. 식기류도 플라스틱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도자기나 유리가 거의 대부분이에요."

" 물탱크 위치는 알았는데 도대체 이 전기는 어디서 오는지 알 수가

없고. 혹시 몰라 전기량은 최소로 사용하고 있는데 냉장고나 창고에

들어가는 전기도 상당할텐데."

" 아무래도 이 수송기 절대 군용으로 만든 것은 아닌 것 같다."

" 왔냐.."

은혜 뒤로 박 중사가 다가오며 말을 했다. 은혜는 몸을 돌려 박 중사가 들어갈 수 있게 비켜 줬고 박 중사는 내가 앉은 책장에 걸터앉으며 말을 했다.

" 난 무기고를 살펴봤는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무기들은 아니야.

밑에 차량들도 그렇고. 의복류도 우리나라 평균 체격보다 큰 것들이야.

이래저래 수상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야."

역시 박 중사답게 무기고를 둘러본 것 같았다. 나는 대충 훑어보고 지나왔는데 꼼꼼하게 살펴보고 왔던 것이다.

" 탄약 적재량이 어마어마해. 이 정도 양이라면 대대급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고.. 화력도 엄청나고."

" 흠.."

" 아무래도 이 녀석 한 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송기들도

팀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 정보가 너무 없는데..차라리 누군가 조종이라도 가능하면 다른데로

도망가면 끝인데 말이야."

" 그냥 한 번 해봐요."

은혜의 말에 나와 박 중사는 멍한 표정으로 은혜를 바라봤고 은혜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 말처럼 쉬운게 아니야. 자동차처럼 평소에 자주 보던 것도 아니고.

그리고 잘 못하다 추락이라도 한다면 그대로 저세상이니."

" 그런데 테러범들은 무슨 게임으로 연습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예전 미국 9.11 테러범들이 미국 회사에서 나온 실사와 거의 흡사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훈련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것을 듣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 뭐 소문이라 사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그렇게 단

시간에 익숙해지기는 힘들고 엄청난 훈련이 필요하니까. 자동차

운전처럼 짧은 시간 안에 하긴 힘들지."

" 그런가요? 그런데 예전에 오빠랑 다르게 머리가 월등하게 좋아진

경우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솔직히 다들 머리 쓸일이 없어서

그렇지 우리도 그런 인원이 있지 않을까요?"

" 나쁘지 않은 가설이지만.. 확인할 길이 없으니."

" 더군다나 매뉴얼이 없다고. 설명서가.."

" 하아.. 결국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군요."

혹시나 했지만 역시였다.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방을 나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소파가 줄지어 있는 주방 앞으로 가니 기태가 우두커니 서서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 뭐 해?"

" 온다..."

" 응??"

" 뭐가 온다는 거야?"

기태의 뜻 모를 중얼거림에 긴장이 된 상태로 기태가 보고 있는 곳에 창문을 열어 밖을 봤지만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그 세 명. 움직이기 시작했어. 방향을 보니 우리 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탐지 능력은 우리 일행 중 기태가 월등했으니 가장 먼저 느낀 것 같았다. 일반 생존자도 아니고 나와 비슷한 변종이니 기태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 생각보다 결정을 빨리 내렸네."

" 뭐. 결정은 이미 했는데 바로 감사합니다. 하고 오기에는 좀 그런

상황이라 뜸 들이고 온 것 아닐까?"

" 그런가?"

" 지금 이 속도라면 3분이면 오겠는데?"

" 빠른데? 뭐가 급한가?"

" 이제 보인다."

창밖에는 우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인원 세 명이 보였다. 분명 저 중에 여자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어느새 우리 수송기 앞에 도착한 그들은 내가 바라보고 있는 창문을 바라봤다.

" 나가보자."

" 빨리도 왔네."

우리는 수송기 문을 열고 나갔고 숨을 헐떡 거리는 세명을 보고 박 중사가 말을 했다.

" 결정을 내렸군요.'

" 네."

우리에게 온 것으로 보아 답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그 전에..."

숨을 고르며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우리와 대화를 나눴던 남자가 말을 했다.

" 가능한..가능한 빨리 여기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 네?"

" 어째서죠?"

남자의 말에 놀라며 물었다.

" 아무래도 생각보다 빨리 저희의 탈영을 위에서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조만간 여기에 뭐라도 날아오거나 누군가 오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날아온다는 것은 미사일이겠지.

" 하지만 저 수송기를 버리고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 저 안에 식량이랑 물자만 해도 엄청난데.."

나와 기태는 내심 저 수송기를 두고 가야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 제가 조종할 수 있습니다."

" 앵?"

" 뭐라고요?"

남자의 말에 솔직히 좀 놀랐다.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파일럿이라니.

" 능숙하지는 않지만..그래도 이륙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 할 것 같습니다?"

" 혼자 하는 것은 처음이라.."

" 장난하나...."

" 미쳤군."

아직 저 녀석에게 우리의 목숨을 맞길 정도는 아니었다.

" 이대로 시간을 지체한다면 언제 그들이 올지 모릅니다."

" 도대체 이렇게 일찍 어떻게 알았다는거야?"

나보다 어려 보여 나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왔지만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 중간에 흩어진 인원 중에 아직도 집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인원이

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수송기의 정확한 위치와 누가 있는지를

보고 했겠지요. 저희도 우연찮게 무전기를 확인하다 들었던

내용입니다."

" 얼마나 남은 거죠?"

" 잘해야..6시간입니다..."

" 젠장..."

" 이 수송기 정말 날 수 있는 겁니까? 정비할 수 있는 곳도 없는데?"

박 중사의 말에 남자가 대답을 했다.

" 가능은 하겠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시간이 없습니다."

"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기태는 서둘러 우리를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고 전 인원이 집무실에 모여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 우선 저는 김 민환. 저 남자는 김 성국. 이 아이는 양 희정입니다."

" 저는 박 민구. 이 아이는 임 기태..."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우리는 민환이라는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현재 이곳으로 다른 수송기가 파견될 것 같습니다. 차량으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걸리니 바로 수송기를 타고 와서 이

수송기로 올 것 같습니다."

" 이 수송기가 그렇게 대단한 물건인가보네."

" 수송기도 수송기지만 집단에서 신경쓰고 있는 인원들이 여기 전부

모여있으니 어쩔 수 없겠죠."

" 우리를?"

" 그 이야기는 안전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우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곳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 생각해둔 곳은 있습니까?"

" 강화도입니다."

" 내가 알기론 강화도에는 공항이 없는데?"

민환이의 말에 내가 말을 했다.

" 맞습니다."

" 무슨 수로 이 덩치를 착륙시킬 생각이지? 거긴 넓은 곳이라고 해도

논밭이 전부인데 그런 곳에 착륙할 정도로 이 수송기가 튼튼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 그래서..."

민환이는 어렵게 말을 했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입에서는 욕이 튀어 나왔다.

" 미쳤군. 그것도 지금 계획이라고 우리 앞에 드리민거냐?"

" 워워..진정하라고..."

저런 허무맹랑한 착륙계획이라니. 저 녀석 단단히 미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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