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3 / 0281 ----------------------------------------------
-3부-
민환이의 계획은 이랬다.
" 착륙 거리는 대충 2km 정도로 추측됩니다. 지도를 보면 그 정도되는
거리는 찾기 힘들죠. 있다고 한들 도로 폭이 짧아 착륙이
불가능합니다."
" 그러니까 어떻게 착륙하겠다는 말이야?"
" 여기 논밭 중 한 곳을 택하여 착륙합니다."
" 거리가 안 된다며?"
" 이 수송기는 공중에서 문을 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재원씨가
보드를 타고 수송기를 반대로 미는 것입니다. 착륙시 역추진에
낙하산까지 편다고해도 무게가 상당한 수송기라 착륙 길이는
엄청날 것입니다.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 미쳤군. 잘못하다 엔진에 빨려간다면 바로 저 세상이야."
" 그 정도로 추력이 좋은 보드는 아닐 것 같은데?"
" 그래도 착륙거리는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 다른 방법은? 아예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 현재 대부분의 공항은 집단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고 다른 집단의
활동 반경에 있는 곳도 있습니다. 착륙한다고 해도 위험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 물론 수송기라는 것이 꼭 활주로에 착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포장도로로 아는데.."
"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해안가는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적대적이거나 위협적인 집단도 많습니다."
" 생존자들이 모여산다고?"
" 그런 곳이 있단말야?"
" 네.... "
뭔가 힘이 없는 대답이었다.
" 우선 지금 급한 불부터 끄자. 다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박 중사의 말에 우리는 다시 착륙 계획을 잡기 시작했다.
" 그런데 왜 하필 강화도지?"
박 중사는 곰곰이 생각하다 말을 했다.
" 서울과 국제공항 주변은 이미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 집단의 움직임에 큰 제약을
받습니다. 헬기가 아닌 이상 활주로가 필요한 항공기로 올
방법은 없고 그나마 주거가 가능한 몇 남지 않은 지역 중 하나
입니다."
" 돌아버리겠군."
" 방법이 없군."
" 그럼 이 길이 최선인건가?"
그나마 폭이 넓고 도로가 긴 논밭 중간의 길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 네.. 그리고 끝으로 가면 수송기를 숨길만한 공간도 있습니다.
완벽하게 숨기기는 어렵겠지만 주변을 눈을 피하기에는 충분합니다."
" 어렵군. 실패하면?"
" 수송기는 당연히 착륙하면 다시 이륙하는 것은 포기해야합니다.
데미지가 상당한 착륙법이고 주변의 구조물로 인하여 날개고 뭐고
전부 떨어져 나갈 것이니까요."
" 연료도 전부 떨어져 나가겠군."
" 엔진 화재도 생각해야지."
"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 여기 있다고 산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민환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며 말을 했다.
" 움직이자. 지금 시간도 없고 이게 최선이라면 어쩔 수 없지."
" 가자."
내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고 민환이와 박 중사는 조종실로 들어갔다.
" 바로 가능한가?"
" 가능..하길 기도해야지요."
" 젠장... 위험부담이 너무 큰데.."
조종실에서 뭔가 스위치를 계속해서 켜자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 우우우웅!!!"
"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의자에 앉아서 벨트를
착용시켜 주십시오."
" 응...그리고.."
" 네??"
내가 조종실을 나가면서 민환이에게 말을 했다.
" 만약 네 녀석의 지금 행동이 함정이라면... 각오해야 할 거야."
" 네. 걱정 마시죠."
내 말에 살짝 미소 지으며 다시 고개를 돌리는 민환이를 보고는 안으로 들어가 일행들에게 소리쳤다.
" 다들 벨트!!!"
" 알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송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활주로 끝으로 간 수송기는 잠시 후 엄청난 속도가 붙으며 이륙을 시작했다.
" 제대로 되는 것 맞지?"
" 네."
조종실에 서서 불안한 눈으로 민환이를 보며 말을 했다. 뭔가 어설픈 움직임이 내 눈에도 보였기 때문에 나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일반 여객기보다 엄청나게 큰 진동과 소음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다르게 이륙에 성공했고 한 숨을 내쉰 민환이는 고개를 돌려 박 중사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 앞으로 30분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 생각보다 빠르네?"
" 그나저나 왜 이렇게 낮게 날아가는 거야?"
나는 창밖을 보며 말을 했다. 비행기를 많이 타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밑에 있는 건물이 필요이상으로 크게 보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였다.
" 혹시 집단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 낮게 난다고 뭐 큰일이야 나겠습니까."
" 너... 설마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육안으로 보면서 날아가는거 아냐?"
" 아셨습니까?"
" 컥!!!"
내가 넘겨짚으며 물었던 것이 맞아 떨어졌다.
" 물건이다 너도."
" 감사합니다."
" 칭찬이 아냐."
어느새 반말에 익숙해진 나였다. 녀석도 내 나이를 아는지 별 말을 하지 않았다.
" 그나저나 몇 살이지?"
" 이제 서른입니다."
" 앵?"
" 생각보다 많네?"
" 성국이는 스물아홉. 희정이는 스물넷입니다."
" 우리 나이는 대충 알지?"
" 네. 여성분들은 모르지만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민환이는 앞을 주시하며 날아갔고 어느새 폐허가 된 서울 위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 처참하군."
" 잘못된 정보와 선택이 낳은 결과지요."
" 너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군."
" 차차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는게 사실인지도 모르지만요."
서울이 보인다는 것은 이제 곧 도착할 시간이라는 것이었고 나는 보드를 착용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 내려드리고 한 바퀴 크게 돌아가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알았다고."
" 쿠우!!!"
수송기 뒤에 화물 적재칸이 열렸고 나는 잽싸게 보드를 가동시켜 날아갔다. 내가 내린 것을 확인한 수송기는 크게 돌아 가장 평평하고 긴 곳을 골라 착륙을 시도했다 나는 그런 수송기 위에서 날아가다 지면과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수송기 가장 앞부분에 몸을 기대고 보드의 출력을 최대로 높였다.
" 쿠와와와왕!!!"
" 우우웅웅웅!!!"
수송기 꼬리에서 몇 개의 낙하산이 펴지는 것이 보였고 엔진에서 나오는 추력이 반대로 변한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원체 무거운 녀석이다보니 아무리 출력을 높여도 쉽게 속도가 줄지 않았다. 아니면 애초에 내가 하는 행동이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었다.
" 조금 더 안 되십니까?!!!"
" 말은 쉽지!!!"
부스터까지 가동했고 보드에서 불필요한 무기는 죄다 분해했기에 가벼운 상태였지만 거의 티가 나지 않았다.
" 쿠앙!!!!"
" 커헉!!!!"
완전히 지면과 닿은 수송기는 엄청난 소음과 먼지를 일으키며 논을 가로질러 갔다. 중간 중간 몇 개의 턱을 넘으며 엄청난 충격이 수송기로 전달이 됐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 착륙 바퀴가 부러져 나갔다.
" 쿵!!!"
동체가 앞으로 쏠리며 그대로 논을 밀며 나아갔지만 속도는 줄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도로 끝에는 산이 있었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그대로 산에 부딪혀 동체가 크게 파손될 것이었다.
" 끄아아아아!!!"
" 위이이이잉!!!"
가능한 모든 힘을 뽑아 보드의 출력을 높였다. 보드에 부착된 팬은 부서질 듯 돌아갔고 내 몸에서는 힘이 쭉쭉 빠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여전히 수송기는 맹렬한 속도로 산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 콰앙!!!"
" 이런 씨앙!!!"
떨어져 나간 엔진은 한참을 굴러 어디론가 사라졌고 남은 하나의 엔진도 불이 붙으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 저거 위험한거 아냐?"
" 당장은 괜찮습니다!!"
" 네 표정은 안 괜찮아보인다고!!!"
헬멧에 연결된 무전기로 나는 소리쳤다. 애써 웃어 보이는 민환이지만
그 표정은 전혀 괜찮은 표정은 아니었다.
" 쿠앙!!!"
그나마 남았던 후미의 바퀴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고 수송기는 몸체로 지면을 쓸며 나아갔다.
" 쿠웅!!! 콰과광!!!"
" 크아악..."
아슬아슬하게 산 앞에 멈춘 수송기는 날개가 있던 곳은 흔적만 남았고 동체도 꽤 큰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파손되거나 화재가 발생된 곳은 없었지만 수송기로써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되었다.
" 다들 괜찮아?"
나는 수송기가 멈춘 것을 느끼고 바로 수송기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고 극심한 공포심에 여자애들은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대로 은혜에게 다가가 은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등을 토닥여줬고 서서히 늦어지는 심장 박동을 느끼고는 가볍게 뺨에 키스를 하고 말을 했다.
" 좀 괜찮아?"
" 네...죽다 살았네요. 정말."
" 다들 다친 곳은 없냐?"
" 응..."
나는 애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조종석으로 달려갔고 조종기 핸들에 얼굴을 묻고 있는 민환이를 바라봤다.
" 괜찮냐? 잘했네."
" 후아.... 성공인가요..."
" 뭐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다 피해가 큰 것 같지는 않네."
" 여기 뭔데?"
나는 미처 보지 못했던 주변을 살펴보고 말을 했다. 주변에는 큰 전투라도 벌어졌는지 파손된 트럭과 비행기 전차 장갑차와 건물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 일전에 여기가 변종 조류 서식지로 알려져서 큰 전투가 벌어졌죠."
" 변종 조류?"
" 네. 이상하게 다른 종족보다 조류가 감염된 숫자가 월등하다보니.."
" 그래서 결과는?"
" 보시다시피."
정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잔해를 보니 완전 대패했나보다. 설마 숨길만한 위치라는게..
" 너 설마 숨길만한 위치라는게 저기인거냐?"
" 네. 잔해 중간에 수송기를 놓으면 위성이라고 해도 지금은 분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대단하다. 너. 그나저나 저기까지 어떻게 가려고?"
" 힘으로 밀어야죠."
웃으며 말하는 민환이를 밖으로 던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수송기 밖으로 나갔다. 수송기 밖에는 생각보다 많은 폐자재들이 널려 있었고 잘 정리하면 수송기를 가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잘 뒤져보면 괜찮은 것들이 나올 법도 했다.
" 그런데 왜 이걸 한 곳에 모아둔거야?"
" 저희가 모은 것이 아닙니다."
" 응?"
" 까마귀로 추정되는 녀석들이..모아둔 것입니다."
" 뭐어?!!"
다들 밖에 나와 주변을 둘러보다 박 중사와 민환이의 대화를 듣고 놀랬다.
" 까마귀가 뭐 반지나 장신구를 모아서 둥지에 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탱크나 전차를 모아? 저 무거운 것을?"
" 길이만 30m가 넘는 녀석이라면 가능하겠죠."
" 하하...뭐 30m??"
" 덩치가 커서 제일 먼저 공격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제일 위험하기는
했죠."
생각보다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우리는 수송기 동체를 숨길 곳을 정하고 주변 폐기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