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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272화 (27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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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그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가 아니 었는 듯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야밤에 움직이는 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저들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위험을 무릅쓰고 움직이는 게 이상했다.

" 뭐지...? 왜 저런 위험 부담을 가지고 움직이는 거야?"

" 식량을 약탈할 생각이라면 낮이 좋은데...왜 밤에.."

아무리 생존자가 많다고 해도 일반 감염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백 수천의 무리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간간히 수십의 감염체가 움직이는 것은 느껴졌고 또한 우리 근처에서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조류 감염체는 그 출연 빈도가 크게 높지는 않았다.

" 다른 곳은 노리나?"

" 근처에 생존자 있는 것 봤냐?"

" 하긴.."

내 말에 기태가 말을 했다. 확실히 움직이는 위치는 우리를 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 우리 주변에 네가 아는 생존자들이 있는 곳이 있어?"

" 제가 아는 바로는 없습니다. 적어도 저희 집단에게 알려진 생존자

주거지는 여기서 한참 먼 곳에 있습니다."

" 그럼 저것들은 왜 여기서 알짱거리는 거야?"

" 낸들 아냐."

주변에는 먹을 것도 얻을 것도 생존자도 없는 곳에 왜 알짱거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를 노린다면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올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 어디로... 숨으로 가는건가?"

" 응?"

" 아무래도...움직임이... 뭔가를 찾은 것 같은데..."

" 그게 우리일 수도 있잖아."

" 그냥...뭐랄까..."

기태의 말에 반박은 했지만 현재 움직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기태였다. 그런 우리의 대화를 듣고는 규호가 말을 했다.

" 어떻게...아시는 겁니까?"

" 응?"

" 저들의 움직임... 어떻게 그렇게 확실히..."

" 기태 능력이야.."

" 능력이요?"

" 너 여기서 생활하면서 육체적으로 엄청 발달한 사람을 못 봤어?'

"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식인 집단의 우두머리가 힘이 엄청나다는 소리는

들어봤습니다."

" 우리 일행 중 가장 약한. 힘이 가장 약한 기태만 해도 일반인 수십이

덤벼서 이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야. 더군다나 재원이는 완전 괴물이고."

" 그런 말을 안 들리는 곳에서 해라."

박 중사의 말에 규호의 턱이 빠질 듯 벌려졌다.

" 우리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고."

" 그럼...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었군요."

" 여긴 많지 않나봐? 예저에 생존자 캠프에는 그래도 몇 명 있었던 것

같던데."

" 워낙 조심스러운 곳이니까. 기태야 저것들 어디로 가냐?"

" 다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몇몇은 그냥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은데?"

" 도대체 뭘 찾으려고 온 걸까.."

" 지금까지 상황을 봐서는 우리가 있는 곳이 목표는 아닌 듯 싶다. 그냥

돌아가서면서 경계나 서자."

" 아오.. 죽일 놈들.."

" 사람 피곤하게 만들어."

긴장이 풀린 일행들이 한 마디씩 했고 초번초인 박 중사와 기태를 제외하고는 다시 수송기로 들어갔다. 캄캄한 수송기 내부는 몇 개의 촛불로 밝혀진 상태였다. 지금 발전기를 돌릴 수도 없고 돌린다고 해도 내부에 불을 켜느니 그냥 물을 끓이는 게 현명한 상황이었다.

" 후아..."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어 마시고 소파에 앉았다. 그 와중에는 재효가 주방에서 뭔가를 쉴 새 없이 만들고 있었다.

" 뭐 만들어?"

" 애들 먹을 죽."

" 그런 재료라도 되냐?"

" 쌀이랑 이거저것이 있어서."

" 다들 어디 있는데?"

" 형 방."

" 씨앙..."

수송기 중에서 가장 큰 침대와 넓이를 가진 방은 내 방이었다.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하는 게 편하니 여자애들을 전부 내 방에 몰아 논 것이다.

" 상태는 어때?"

" 뭐 그냥 육안으로 봐서는 다들 못 먹어서 기운이 없는 것 같아."

" 그럼 다행인데.."

" 옆 집단 무리들의 움직임을 보아하니 우리가 목표가 아닐 거라는

확신이 서는데?"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기태가 말을 했다.

" 저기 근무자님? 아직 교대시간도 아니신데 여기서 뭘 하고 계신겁니까?"

내가 비꼬며 말을 했지만 기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고 어차피 다 느껴지....!!!"

" !!!! "

" 서..설마?!!"

기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 느낌이라면 우리와 비슷한 존재. 진화된 인간일 가능성이 높았다.

" 젠장..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런 야밤에 돌아다니고 있었군."

" 상당한 느낌인데."

" 끼에엑!!!"

" 응?!"

" 이건 또 뭔 소리래?"

" 감염 조류 소리인데?"

" 근처에 몇 마리 있는 것 같았는데..설마 자고 있는 놈을 잡은 건가?"

" 망원경으로 뭐 보이는거 없어?"

남자들은 감염 조류가 낸 소리로 죄다 폐글루로 모여 무기를 잡고 상황을 주시했다.

" 잘 보이지는 않는데.. 모습은 마치 사냥을 하는 것 같은데?"

" 사냥? 설마 저것들 감염 조류를 식량으로 사용하는거야?"

" 그럴...지도..."

" 굉장한 모험인데? 감염 조류를 먹다니?"

" 누군가 시도는 했겠지. 굽거나 끓이면 감염되지 않는다던가..

뭔가 방법을 찾았으니 저렇게 사냥하겠지. 무턱대로 먹었다간 단체로

염라대왕과 하이파이브 할지도 모르는데 아무리 생각이 없다고 해도

무턱대로 먹을까?"

" 하아..."

" 정말 사냥을 해서 먹나 봐요? 끌고 가는데요?

" 무시무시하다.. 저걸 먹을 수 있다니."

내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진 박 중사가 말을 했다.

" 우리도..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살기위해서 뭔가를 했겠지."

" 하긴..."

다행이 저들이 노린 것은 우리가 아니었기에 안심이 되었지만 중간에 느낀 이질감이 문제였다.

" 감염 조류를 잡기 위해 힘을 써서 우리가 느낄 수 있었나?"

" 아마도.. 여기 와서 우리가 제대로 힘을 쓴 적이 없으니 녀석들은 우리가

있는지도 모를 거야."

" 그럼 다행인데..."

" 저들이 수송기도 모른다면 굳이 우리를 해할 이유가...많겠구나."

" 아마도.."

우리 일행은 여자만 5명이나 되는 상황이다. 규호의 말에 의하면 여자의 숫자가 남자에 비하면 정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적다고 했는데 그런 여자들이 우리는 5명이나 있으니 저들이 알아차리면 눈에 불을 켜고 덮치려 들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하다고 해야겠다.

" 최대한 여자들의 노출을 피해야 하는 건가? 수송기 내부에만 있게 할까?"

" 지금은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우선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에서 생활

하게 하자. 괜히 눈에 띄게 만들 수는 없지."

" 그나저나 밤공기가 점점 차가워진다... 폐글루에 난로라도 미리 만들어

둬야것다."

" 이제... 일년이 되어가는 건가?"

감염체 사태가 발발한지 일 년이 되어갔다. 계절은 한 바퀴 돌아 다시 선선한 계절로 돌아왔다.

" 경작이 불가능 하다면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겨울을 넘기긴 힘들어."

" 수송기 식량도 유효기간이라는 것이 있으니."

" 가을은 어찌 넘기겠다만 겨울이 문제인데.."

" 겨울이라...돌겠군.."

아무리 덥다고 해도 밤이 되면 그럭저럭 버티겠다만 겨울이라면 애기가 틀렸다. 잘못하다간 밤에 자다가 얼어 죽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으니 말이다.

" 난로라... 그 전에 집부터 보수를 해야겠네."

폐자재로 듬성듬성 만든 폐글루다 보니 제대로 된 단열이 될 리가 만무하였다.

" 주변은 이미 거의 뒤져보지 않았나? 또 남은 곳이 있어?"

" 조금 더 멀리 가보자. 다른 방향으로. 우리 항상 북쪽으로만 갔으니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보자."

" 동쪽은 주거 지역이 없다고 보는 게 맞겠고... 내일 한 번 남쪽으로

내려가 보자."

" 농사를 짓는 집들이 많았으니 비닐이나 뭐 거적때기라도 있겠지. 뭐라도     덮고 막아야지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 입 돌아가겠다."

우리는 집 수선 계획을 짜기 위해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었다.

다음 날 우리는 해가 뜨자마자 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나와 재효가 남쪽으로 달리면서 주거지역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히 집 안에는 이불이나 농사에서 쓰던 비닐 따위가 많이 남아 있었다. 리어카에 싣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집집마다 들러 필요한 것들을 챙겨 나왔다.

" 하암... 새벽 댓바람부터 힘쓰려니 죽겠네."

" 가자 형. 여기도 별거 없다."

" 이제 슬슬 돌아가자. 이 정도면 뭐라도 하겠지."

리어카 한 가득 실려 있는 비닐과 이불, 장판과 합판을 보면서 말을 했다.

폐글루 바닥은 아직도 흙바닥이라고 해도 될 수준이었기에 우선 바닥 공사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겨울이면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 재효와 빠르게 달려 폐글루에 도착하니 남자들은 폐글루 안에 있던 매트릭스와 간단한 가구들을 빼오는 작업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규호와 민환이도 어디서 구해온 자재들로 폐글루 보강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 우선 가져온 합판하고 장판으로 바닥부터 해결하자."

" 합판이랑 장판이 두꺼워서 효과는 있겠는데?"

" 그런데 굳이 우리가 여기서 잘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가...?"

규호가 수송기를 힐끗 바라 보며 말을 했다.

" 남들의 눈이 있으니까. 아무리 우리가 잘 곳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 와서

허술한 내부를 본다면 의심을 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본다면 럭셔리한

초소를 꾸민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네."

" 럭셔리한 초소라.."

" 아무리 우리가 가진 무기와 식량이 충분하다고 해도 긴장해야지.

싸움의 기본은 정찰이니까."

" 네."

박 중사의 친절한 설명에 규호도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다시 매트릭스와 가구를 옮겼고

추가로 가져온 가구들을 옮기며 내부를 깔끔하게 꾸몄다. 그 와중에도 여자들은 가능하면 폐글루 밖으로 나오는 행동은 삼갔고 얼추 마무리가 됐을 때 우리는 늦은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었다.

" 얼마 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식사냐.."

" 잘 먹겠습니다."

" 맛있게들 먹자."

다들 그 동안 허기로 인하여 꽤 많은 양의 식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발전기를 이용하여 물을 데워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호사도 누렸다.

" 물탱크 물이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 이 많은 양을 어떻게 가져오지?"

수송기 내무 물탱크에 적대되는 양이 상당했지만 저수지에서 퍼오는 양은 한정되어 있었다. 몇 개 없는 말통과 물통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 무슨 방법이 없나? 이렇게 일일이 날라야하나?"

" 마땅한 것을 구하기 전에는 어쩔 수 없지."

" 급수차 있지 않았나?"

" 완전히 파손 돼서 안 돼."

" 아놔... 그냥 끌고 다니면 안 돼냐?"

" 진화 인간이라고 광고를 하고 다니지 그러냐?"

내 말에 기태가 말을 했다. 무식하게 시동도 걸리지 않는 차량을 끌고 다닌다면 분명 파리가 꼬일 일이었다.

" 에라이...진짜.."

" 최대한 물 소비를 줄이고... 아껴야지."

박 중사도 기태의 말에 거들며 말을 했다. 이제부터 샤워는 사치로 변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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