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9 / 0281 ----------------------------------------------
-3부-
가까스로 이성의 끈을 잡아 숨을 고르며 녀석을 바라봤다.
" 하아...하아..."
춥지도 않은 날씨였지만 내 입에서는 입김이 나왔고 평소보다 조금 더 커지고 근육질이 된 상태에서 변화는 멈췄다. 다행이 예전처럼 완전히 커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마도 내가 억지로 힘을 제어하지 않았다면
더 커질 수 있는 것 같았다.
" 그...그..."
내 모습을 본적이라도 있는지 녀석을 말을 하지 못하였다.
" 뭐...라는거야?"
나는 허리를 펴며 말을 했고 내 모습을 본 녀석은 완전히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봐도 내 모습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뭐야? 나를 어디서 봤나?"
" 어째서.... 어째서....당신이.."
계속 뜻 모를 말만 중얼거리는 녀석이 짜증이 났다.
" 닥치고... 간다.."
" 콰앙!!! 콰광!!!"
순간적으로 앞으로 뛰어 녀석이 배를 걷어찼고 맨 땅에서 물수제비 마냥 튕겨나가는 녀석을 먼저 앞질러 따라가 그대로 밟아 버렸다.
" 쿠웅!!!"
" 커헉..."
" 조금 전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냐.."
" 쿨럭...쿨럭..."
단 두 방. 내가 가까스로 제어가 가능한 상태에서의 두 방이었지만 녀석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피해가 컸다.
" 별것도 아닌 놈이 조금 가졌다고 좋아하긴.."
" 네가... 어째서 여기에... 넌 분명.."
" 도대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 커헉!!!"
나는 녀석을 들어 그대로 바닥에 던졌고 탄성이 없는 맨땅이었지만 튀어 오른 녀석을 그대로 앞차기로 밀어 버렸다.
" 쿨럭...쿠럭..."
입에서 한 움큼 피를 토해내는 녀석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 왜... 우리 일행을 공격했지? 네 녀석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우리를?"
" 알게 뭐냐... 난 이 섬을 접수하러 왔는데.."
" 뭐?"
" 매번 도망만 다닌 네 녀석은 모르겠지. 재원씨.... 쿨럭.."
" 내 이름을 아는군."
이제는 크게 놀랍지도 않다. 저 녀석의 속한 집단이 어딘지 대충 감이 잡히니 말이다.
" 하하... 설마 이 넓고 넓은 땅에서 하필 네 녀석을 마주할 줄이야...
분명 정보대로라면 넌 이미 죽었어야 하는 몸인데 말이야.."
" 죽어? 내가 왜."
" 너뿐만 아니라 저기 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저 셋... 저 녀석들은
이유를 알겠지."
" 이 힘을 쓰면 쓸수록 생명력이 깎인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냐?"
" 이미 말했군..."
" 아니..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다 이 병신아."
" 쿨럭... 어떻게..."
" 사람이 감이라는 게 있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지.."
" 그래서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살아남았군."
"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놈이 말이 많네."
" 너도 알겠지만 우린 그리 쉽게 죽지 않지..."
" 그래도 대단하네. 너 같은 놈도 만들고 말이야. 예전의 나라면 이기기
힘들었을 거야. 지금 내 상태를 아니까 최대한 빠르게 너를 이길 수 있는
그 힘만큼만 사용하고 있으니까."
" 대단하군... 혼자서.."
" 생각보다 대단하지도...않아... 힘들어.. 근데 내가 왜 너랑 이런 대화를
하고 있어야 하지?"
" 살져주지 않겠나?"
" 뭔 개소리야. 지금까지 한 짓을 생각하고도 그런 소리가 입 밖으로 쳐
나오다니 정신을 못 차렷구만."
녀석은 힘들게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그런 모습이 불쌍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힘이 없다면 저 녀석은 분명 우리에게 못쓸 짓을 하고도 남을 놈이었다.
" 커헉... 살려준다면 너에게 괜찮은 정보를 넘기도록 하지."
" 필요 없다."
더 이상 정보는 필요 없기에 단칼에 거절했다. 뒤에서 박 중사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기에 나는 고개를 돌려 박 중사에게 거절의 뜻을 밝혔다.
" 지금까지의 정보 외에도...앞으로 들어오는 정보까지 넘기는 조건이다.
우물 안 개구리인 네 녀석들이 생각조차 못 한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으니까... 손해는 아닐 거다."
" 너를 뭘 믿고 살려주란 말이야? 언제 등에다 칼을 꽂을지 모르는
놈인데."
" 우리가 공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가는데 절대
손해는 아닐 거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죽는다고 우리 집단이 여기를
포기할 리가 없지. 더 하면 더 한 놈을 보내서 여기에 자리를 잡게
되면 너희도 힘들텐데?"
맞는 말이긴 했다. 일반 생존자도 아니고 어디서 파견한 군대이니 지휘관이 사망하면 분명 더 많은 인력과 무기를 가지고 나타날 것이 뻔하였다.
" 흠...."
" 그리고 조금 전 나와 붙었던 녀석... 절대 방심하면 안 되는 놈이야.
지금 상황에 견제하는 우리가 없다면 네 녀석의 힘을 알게 된 상황에
좋을 건 없다고 본다."
" 그나저나 네 녀석 치유력이 빠르네? 벌써 멀쩡해졌네?"
외관의 상처도 거의 나아갔고 이제는 말을 또박또박 할 수준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 체력적으로는 무리다. 이렇게 하면 어떤 피드백이 오는지 아는 놈이.."
" 쳇..."
대충 상태를 보아하니 오래 살 놈 같지는 않았다.
"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긴 하지만 네 녀석을 믿을 수가 없어."
" 견제 대상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너희에게 쏠리는
시선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 할텐데."
" 아우..."
고민이었다. 이런 녀석을 살려 둬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지만 이 녀석한테 나오는 정보도 정보고 상대적으로 싸이코 집단에서 우리에게 쏠리는 시선을 줄이거나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앞으로 점점 늘어날 생존자들 사이에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 솔직히 나는 네 녀석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아는데 뭐가 불안한거지?"
" 재원. 솔직히 저 녀석 조건이 좀 끌리기는 하다. 우리가 아는 정보가
전혀 없고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상황을 모르는데 저 녀석 집단은
뭐라도 알거 아냐?"
" 그래요. 형... 솔직히 당한 건 억울하지만...."
얻어터진 재효도 살리는 방향으로 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결심이 약해졌다.
" 아씨..."
이 녀석과 싸움에 집중하느라 주변 상황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 했는데 멀리서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는 놈이 눈에 들어왔다.
" 갈수록 태산이네.. 하필.."
분명 저 녀석이 우리 일행 전부를 봤을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를 지켜봤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변한 모습을 봤을 것이다.
" 하아... 빌어먹을... 방심했네..."
다들 내 대답을 기다렸고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했다.
" 그 약속 지켜라. 그리고 조건이 더 있다."
" 뭐냐?"
" 식량과 탄약, 물자를 나눠줘."
" 우리라고 넉넉하게 받는 것도 아니다. 상황을 봐서 주도록 하지."
이제는 완전히 회복됐는지 서서 말을 하는 녀석을 바라봤다.
" 참네... 좋아. 그리고 네 녀석이 가진 정보는 이틀 후에 가서 듣도록
하지. 준비해 둬."
" 알겠다."
" 도대체 몇 살이나 쳐드셨는지 모르지만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존댓말
써라. 새끼야."
" ..... 알겠습니다.."
녀석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는 수긍하고는 존댓말로 대답을 했고 그게 더 기분이 나빴다.
" 돌아가."
" 고맙습니다."
녀석을 그냥 보내는 상황이 영 찜찜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우리 일행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녀석은 몸을 돌려 돌아갔고 나는 우리를 바라보던 싸이코 집단의 대장을 바라봤다.
" 젠장.... "
녀석도 우리의 상황이 끝난 것을 봤는지 몸을 돌려 본거지로 돌아갔고 두 녀석 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힘이 빠지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길어진 머리는 그대로였고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주저 앉았다.
" 형!!!"
" 오빠!!!"
" 괜찮으십니까?"
" 어.. 괜찮아.. 긴장이 풀려서 그래.."
나는 극도의 피로감과 허기를 느끼며 폐글루로 돌아갔고 역시나 엄청난 식욕으로 우리가 준비한 식사를 혼자서 다 먹어버렸고 바로 들어가 누워 잠을 청했다.
" 피드백이 엄청 심한가 보다.."
방에 누워 문이 닫히기 직전 박 중사의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애들의 대화를 듣지 못하였다.
" 재원이 말이 사실이냐?"
조금 전 싸움을 들은 박 중사가 민환이에게 물었다.
"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일정 부분 사실입니다. 힘을 과도하게 쓰면
쓸수록 수명이 짧아진다고 들었습니다. 노화도 급격하게 오고.."
" 왜 숨겼지?"
" 숨기려고 숨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저렇게 큰 힘을 가진
분이시라곤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민환이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 하지만 상황이 다릅니다. 저희는 인위적으로 힘을 키운 것이지만
형님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 재원이는 특이 케이스야. 자연적으로 강해지고 거기다 이상한 주사까지
맞고 저렇게 됐다고."
" 아..."
" 너희에게 알려진 정보로 추측하자면 얼마나 살 수 있지?"
" 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조금 전 재원 형님처럼 움직일 수는 있지만..
아마... 몇 달을 못 버틸 것 같습니다."
" 그...그 정도란 말이야!?"
민환이의 말에 다들 놀랐다.
"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숫자입니다. 제가 가진 힘이 10이라면 100을 내려면
10배지만 150의 힘을 가진 형님이 100을 낸다면 수명이 줄어들지
않겠지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저희야 만들어진
존재지만...."
민환이는 말끝을 흐리며 말을 했다.
" 우리도 조심해야겠군."
" 그래서 형이 힘을 쓰는 걸 꺼렸구나.."
민환이의 말을 들으니 다들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었다.
" 아마 형님도 자신이 가진 힘이 얼만지 모르기 때문에 힘을 쓰는 상황을
극도로 꺼린 것 같습니다."
" 하..."
" 그나저나 싸이코 집단 녀석들이 우리를 봐버렸으니 그것도 문제네."
기태가 화두를 바꾸며 말을 했다.
" 하지만 저들도 군대와 별로 사이가 좋지 못하니 함부로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 그 점 때문에 저 녀석을 살려서 보냈지. 적의 적은 친구라더니.."
" 저런 녀석이 어딜 봐서 친구냐."
박 중사의 말에 기태가 대답을 했고 기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했다.
" 앞으로 긴장하며 지내야겠다. 물론 바로 뭔가 일을 꾸미지 않겠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야지. 무기도 점검하고 부비트랩도 설치하자."
" 알겠습니다."
"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다른 곳에 갈 여력도 없다. 다들 여기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기태의 암울한 말에 다들 대답이 없었고 몇 분간 말이 없다 하나 둘씩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