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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의사 시점-129화 (129/195)

129화 Chapter 30. 새로운 연구 (1)

[system : 업적 보상을 지급합니다.]

[??? :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 난이도, 보상 미정)]

‘물음표는… 뭐야?’

[SORA : 시스템 설정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업적입니다. 현재 난이도와 보상 수준을 협의 중입니다.]

[system : 업적 보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한참이 지났지만, 추가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어떤 사정인지 대략 이해가 되었다.

‘이 시점에 존재하지 않을 사람 아니, 사람들이 살아났으니…….’

단순히 한두 사람을 구한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문제였다.

‘자살 생존자 때문이겠지.’

자살 생존자.

자살에 실패하여 살아남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닌, 자살자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

유가족을 포함한 친구와 지인 남겨진 주변 사람들을 의미한다.

살아난 환자가 앞으로 맺게 될 수많은 관계와 거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관계들까지 생각하면 시스템의 변화는 생각보다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아직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아이가 포함되어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딩동!

[system : 업적 보상을 지급합니다.]

[이어쓰기 –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난이도 측정 불가, 보상 설정 불가)]

[system : 보상 설정 불가 업적 달성으로 ‘랜덤 박스’를 획득하였습니다.]

‘랜덤…… 박스?’

처음 보는 아이템에 시현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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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박스]

포인트, 능력치, 아이템 등 다양한 구성의 보상이 무작위로 제공됩니다.

열어 보시겠습니까? < Y/ 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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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은 곧바로 ‘Y’를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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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내역>

포인트 - 10,000P

스탯 포인트 - 10P

페이백 스크롤 – 1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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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 이라고?’

[SORA : 시스템 업그레이드의 결과물로 지력, 덕력, 체력, 감각 그리고 행운을 의미합니다.]

향상된 정보창을 통해 익히 봐온 터라 잘 알고 있었다.

‘이게…… 나한테도 있는 거였어.’

환자 정보를 제공해주어 진료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었는데, 막상 스스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물 정보.’

[SORA : …….]

“인물 정보!”

아무도 없는 진료실에서 육성으로 외쳐보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SORA : 시스템 사용자, 정신과 레지던트 천시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그런 거였나…….’

스스로에 대한 이해.

문득 권원주가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바쁜 생활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스탯 포인트 분배는 가능하지?’

[SORA : 물론입니다. 지력, 덕력, 체력, 감각 그리고 행운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능력치를 알 수는 없다고 해도, 시현에게는 시스템과 포션이 있었다.

‘일단 회복 포션하고 가속 포션.’

체력적으로 버거운 업무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고,

‘그리고 시청타촉의 포션.’

감각에 대한 부분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다.

실제 수행 능력은 기본 능력치와 무관하게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지력인데 이건 포션으로 향상될 여지가 딱히 없어 보였다.

‘그런데 ‘지력’이라는 건 정확히 어떤 수치야?’

[SORA : 지력은 정신력, 인간의 인지기능 전반에 관여하는 능력입니다.]

‘정신력… 인지기능 전반?’

보통 정신력이라고 하면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굳은 결심과 의지력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불굴의 정신력으로 모든 것이 열세인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거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의식을 잃지 않아 살아났다고 하는 식.

하지만 시스템상의 지력은 전반적인 인지기능 즉, 뇌기능에 더 가까워 보였다.

학습, 추론, 판단, 계획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능력을 아우르는 꽤 포괄적인 개념이었다.

‘능력치 10P 모두 지력에 투자할게.’

시현의 선택은 너무도 당연했다.

[system : 시스템 사용자, 레지던트 천시현의 지력이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왠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지만, 당장 큰 차이는 체감할 수 없었다.

‘그런데 10,000P면 조금 짠 거 아닌가?’

보상 내역을 마저 확인하던 시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살린 사람이 몇인데 이룬 것에 비해 소소하다는 생각이었다.

[SORA : 페이백 스크롤 사용을 추천합니다.]

설명과 함께 떠오른 새로운 알림창.

내용을 확인한 시현의 눈이 커졌다.

[페이백 스크롤 – 최근 환자 중 1명에 대해 진료에 사용된 모든 자원을 온전히 돌려받습니다. (1회 한정)]

‘이건…….’

[SORA : 대상 환자를 지정해주십시오.]

‘병록번호 10103202 이은희 님.’

최근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사람이라면 단연 이은희였다.

딩동!

[system : 63,000P를 추가 획득합니다. (인물관계도, 카이트만의 안경 구독권 외……)]

[보유 자원 : 110,500P]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한 학기 내내 ‘일일 퀘스트’를 해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일시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위이이잉.

[02-20xx-0119]

‘이 시간에 무슨 일로…….’

1년차가 노티를 받아야 할 시간. 응급실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시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신과 천시현입니다.”

- 선생님, 환자 한 분만 봐주세요! 급한 환자분 같아요!

빠직.

응급실 인턴 같은데, 거두절미하고 환자부터 봐 달라고 하는 태도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 인턴 선생님? 환자 주증상부터 보고해야죠. 그리고 오늘 주간 당직은 1년차 노민…….”

최대한 차분히 타일러보려고 하는데 인턴이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 에이. 선생님도 참! 저 응급실 인턴 소현이에요! 지난번에 정신과 노티는 선생님한테 직접 하라고 하셨잖아요?

“…….”

- 선생님이 제 노티 받아주신다고 하셨었는데…… 벌써 잊어버리신 거예요?

‘아니, 그걸 그렇게 해석하나?’

눈치도 적당히 없으면 화라도 낼 텐데 너무 당당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 앞으로 정신과 노티는 1년차 말고 무조건 저에게 하도록 하세요. 정신과 환자인지 아닌지 여부는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노티로 김원기를 괴롭히려 하기에 그렇게 얘기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환자 파악 제대로 해서 보고하라는 경고 아니었던가.

“인턴 선생님, 그건 그런 뜻이 아니고…….”

- 선생님, 빨리 와서 봐주세요~ 지금 환자 열도 나고 아까부터 계속 헛소리도 한단 말이에요!

시현은 뭔가 말해보려 했으나, 이어진 그녀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발열에… 의식변화가 있다고?’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랐다.

얼른 듣기에도 응급 상황인데 개념 없는 인턴 가르치려다가 치료가 지연되기라도 하면?

평소 심소현의 평판대로라면, 이 과 저 과 노티하다가 그냥 환자를 돌려보낼지도 모를 일이었다.

“잠, 잠깐만요! 바로 내려갈 테니까 선생님은 환자한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 네! 빨리 와주세……

심소현의 말이 끝나기도 시현은 응급실을 향해 달려갔고,

‘자기가 다 봐줄 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통화를 마친 그녀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 * *

“ER 인턴 고채연입니다. 43세 남자환자분으로 1시간 전부터 발생한 호흡곤란으로…….”

“인턴 이승재입니다. 흉통을 주소로 내원하신 72세 여자 환자분이…….”

“선생님, 저 소현인데요. 환자 한 분 받아주실 수 있어요?”

응급실은 오늘도 환자들로 넘쳐났고, 인턴들은 초진을 마친 환자들을 각 과로 노티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환자를 초진한 심소현에게 물어봐야 얻을 것은 전혀 없을 듯했고, 시현은 곧장 환자가 누워있는 침상을 향했다.

“안, 안돼! 오지 마! 저리 가!”

[성종민 남/37 인턴 심소현 / R2 천시현]

환자는 반쯤 풀린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손을 내젓고 있었다.

“아, 선생님…… 남편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요? 아까 어떤 여자 선생님이 환청 같다고 정신과 진료를 먼저 보자고 하던데…….”

시현을 보자 환자의 아내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증상이 시작된 건 언제부터였습니까?”

“주말부터 감기몸살이 있긴 했는데…… 평소에 잔병치레가 많은 편이긴 해요. 그런데 며칠 사이에 갑자기 이러네요.”

오한에 발열. 일단 감염을 의심해야 했다.

현재로서는 감염 부위(fever focus)를 찾는 것이 가장 급했다.

“환자분, 어디가 제일 불편하세요?”

“으…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

시현의 말에 잠깐 정신을 차린 환자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집에 있는 두통약을 여러 번 먹었는데도 저렇네요…….”

‘환자 바이탈은?’

[SORA : 체온 38.9℃ BP 95/65mmHg HR 105회입니다.]

‘약을 먹었는데도 이 정도라면…….’

두통약이라면 소염진통제 또는 해열진통제.

어느 쪽이든 열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데, 환자에게는 전혀 듣지 않는다고 봐야 했다.

“잠깐 진찰 좀 하겠습니다.”

시현은 곧장 손을 뻗어 환자의 목 뒷덜미를 촉진했다.

‘경직이 심해…….’

뻣뻣해서 잘 움직여지지 않을 정도.

“환자분, 잠깐 목을 앞으로 숙여보시겠어요?”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누워있는 환자의 머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동시에 반사적으로 무릎이 딸려 올라왔다.

이른바 브루진스키 징후(Brudzinski sign).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막인 뇌수막에 염증이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이었다.

“가볍게 볼 상태는 절대 아닙니다. 신경계 감염이 의심되니 신경과 진료를 추가로 보셔야 합니다.”

“아, 네…….”

시현은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한 시간 뒤.

“아이고. CSF(뇌척수액)에 WBC(백혈구) 수치 4,000개 뜬 거 보이지? 중성구 80% 이상에 단백질도……. 확실히 세균성 뇌수막염이네. 이걸 어떤 얼빠진 놈이 정신과에 노티한 거냐?”

성종민 환자를 보러 내려온 신경과 2년차 주용식이 검사 결과를 보며 말했다.

뇌수막염, 특히 뇌수막염은 가뜩이나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치료가 조금만 지연되어도 환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담당이…… ‘그 인턴’이네요.”

함께 온 신경과 1년차가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또 걔야? 이걸 당장 잡아다가 혼구녕을…….”

“선, 선생님! 고정하세요! 지난주에 내과에서 있었던 일 모르세요?”

“내과가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심소현 저 인턴이 환자 대충 보고 노티한 거 깼다가 내과 치프까지 부원장실 불려가고…… 난리도 아니었다고요.”

“그, 그런 일이 있었어?”

“부원장님도 부원장님인데, 쟤가 환자한테 무슨 엉뚱한 짓을 할지 몰라요. 환자 생각해서라도 노티는 그냥… 받아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시현이가 사람이 좋아서 바로 받아줬지…… 노티 튕겼으면 시간만 끌다 큰일 날뻔했네.”

주용식이 시현을 보며 말했다.

“환자 안 놓쳤으면 됐지. 의식 떨어져 있던데 바로 항생제 시작할 거지?”

“그래야지. 아무튼, 수고했다. 그나저나 저 친구는 내년에 무슨 과를 할지…… 그 과 레지던트들 단체로 화병 생기는 거 아냐?”

‘참아야 해…… 참아야…….’

시현 또한 심소현을 불러다 경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폐쇄병동 일도 있고 원장단과는 얽히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아까 보니까 섬망도 있어 보이던데, 혹시 병실에서 행동문제 있거나 하면 연락 줘.”

“그래. 고맙다.”

그렇게 환자를 인계한 뒤 응급실을 나서려는 데,

“선생님, 환자 한 명 더 봐주실 수 있으세요? 환자분이 스트레스받고 나서 속이 얹힌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는데…….”

또다시 심소현이 시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음 순간 떠오른 알림창.

딩동!

[system : 환자의 생존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보아하니 심장 문제로 응급실에 온 환자를 또 대충 보고 떠넘기려는 것 같았다.

‘와…… 아무리 원장단이라도 이건 못 참지. 이걸 가만두면 내가 사람이…….’

“심.소.현 선생님.”

시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심소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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