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우스는 자기가 너무 늦게 온 탓에 일이 틀어졌다고 여기는 듯하지만, 사실 그가 일찍 왔어도 다를 건 없었다.
데본시아는 오만하게 웃는 낯으로 그를 조소했다.
오늘을 위한 계획은 아주 오래전부터 천천히 진행되었다.
황제가 서거하는 날이 애리얼의 생일과 겹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황제의 건강은 일 년 사이에 급속도로 나빠졌다. 원인도 모르는 의문의 병에 걸려 황제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황성의들은 진작 나가떨어졌고, 내로라하는 제국의 치료술사들도 손을 쓰지 못했다.
황제가 기댈 수 있는 수단은 제국 유일의 신성 마법사, 데본시아뿐이었다.
데본시아는 매우 기껍게 제 아버지의 목숨 줄 노릇을 했다. 그의 뛰어난 마력은 황제를 연명시켰다. 하지만 그뿐, 황제를 치료하지는 못했다.
정확하게는 하지 않은 거였다.
애초에 황제를 병들게 만든 것이 그였으니까.
당연히 황제가 나을 일은 없었다.
곧 황제는 그의 마력이 없으면 숨조차 쉽게 쉴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했다. 그가 그렇게 만들었다.
바로 오늘, 죽이기 위해서.
***
시커먼 하늘과 두껍게 쌓인 눈.
자동차도 마차도 탈 수 없는 지금, 애리얼을 황성으로 데려다줄 수 있는 건 아리앨라의 마법뿐이었다.
애리얼은 복도를 달려 연회 홀로 돌아갔다.
연회 홀에는 폭설로 발이 묶인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북적거렸다. 아리앨라도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무리에 끼어 넉살 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대화가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할까. 애리얼은 초조한 심정으로 벽면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시침은 여덟 시를 향해 있었다. 생일이 끝나기까지는 앞으로 네 시간.
애리얼은 기다려 줄 여유가 없었다. 마음의 재촉을 받은 다리가 곧장 아리앨라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클라우스 백작님.”
“애리얼!”
아리앨라가 반갑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말씀은 다 나누셨나요?”
“네. 이야기는 다 끝났고……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아리앨라는 흔쾌히 무리에서 빠져나왔고, 애리얼은 그녀와 함께 근처 테라스로 향했다.
달도 보이지 않는 밤,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 사납게 눈발이 날렸다. 새카맣게 어두워진 주변이 오늘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었다.
“아리앨라, 부탁이 있어요.”
“네.”
아리앨라는 애리얼이 무슨 말을 할지 안다는 듯이 짧게 대답했다.
애리얼은 화기애애한 연회 홀 쪽을 흘금 살피고는 조용히 말했다.
“저를 데리고 황성으로 순간 이동을 해 줬으면 해요.”
“알겠어요.”
아리앨라는 그 어떤 질문도 없이 애리얼의 부탁에 응해 손을 내밀었다. 그 태도가 꺼림칙했으나, 애리얼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다가온 아리앨라의 손을 잡았다.
시야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리앨라가 황성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곧장 이동한 것이다.
황성에 연줄이라도 있는 건지, 뭔지…….
이상했다.
바람 소리가 그치고, 입김을 만들던 차가운 공기도 사라졌다. 발밑이 포근했다. 실내로 온 것 같은데, 사위가 온통 캄캄해서 알아볼 수 없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
“아리앨라?”
“미안해요, 애리얼.”
갑작스러운 사과와 함께 아리앨라가 애리얼의 손을 놓았다.
스르르, 온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애리얼에게 위기감을 선사했다. 아리앨라의 태도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대체 저를 어디로 데리고 온 것인가. 불안감이 폭증한다. 애리얼은 한 치 앞도 분간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눈동자를 굴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분께선 당신을 해치지 않으실 거예요.”
아리앨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그분이 누군데요? 여기는 또 어디고요? 네? 아리앨라!”
애리얼이 소리쳐 물었으나 그녀는 답이 없었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소리 없이 멀어지고 있었다.
“아리앨라?”
애리얼은 두려움에 젖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찾았다.
“……미안해요.”
꺼져 가는 촛불처럼 힘없는 사과가 들렸다. 이어서 두꺼운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쿵, 울렸다.
애리얼은 혼란에 빠져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주변은 깜깜하게 어둠에 잠겨 분간이 가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완전한 고립이었다.
겁에 질린 애리얼은 반사적으로 치마 주머니를 더듬어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이 환하게 밝아지며 다량의 위치 정보와 함께 익숙한 조감도가 떠올랐다. 황성 중앙관의 커다란 중정. 스카이라와 헬레나의 사이에 끼어들었던, 한겨울에도 푸른 그 정원. 그 중심에 놓인 동그란 공간 안에 제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애리얼은 몹시 당황했으나 그나마 황성이라는 점에 안도했다.
아리앨라가 무슨 일을 저질렀든, 데본시아가 뭘 계획했든, 선물만 받으면 끝난다.
초조하게 벼랑에 몰린 애리얼로서는 깊게 의심할 여유가 없었다. 지난 이 년간 수도 없이 인내했던 마음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애리얼의 손이 화면을 쭉쭉 아래로 내렸다.
『공략 대상이 근처에 있습니다.』
『공략 대상이 근처에 있습니다.』
『공략 대상이 근처에 있습니다.』
『공략 대상이 근처에 있습니다.』
지금껏 데본시아를 제외하곤 제대로 표시되지 않던 공략 대상들의 위치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황성 북관, 조회장. 그곳에 넷의 초상화가 모여 있었다.
조회장에 있다면 회의 중일 텐데, 애리얼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저 넷이 모인 것만 봐도 보통 안건은 아닐 것이었다. 회의가 끝나길 기다리다간 오늘이 간다.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빠져나가서 데본시아를 만나고, 어떻게든 생일 선물을 받아야 했다. 조회장에 난입을 해서라도.
애리얼은 휴대폰의 액정 불빛을 이용해 주변을 비췄다. 하얀 빛줄기에 두꺼운 양털 러그가 깔린 바닥이 드러났다. 이어서 상아색의 화려한 가구들, 연분홍색의 벽지, 원형을 이루며 휘어진 벽면과 창문을 가리는 두꺼운 백색 커튼이 차례로 보였다. 사방을 막아 놓은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공간이 오싹한 감상을 자아냈다. 여기는 무슨 용도로 만든 공간일까.
천천히 주변을 훑으며 움직이던 휴대폰의 빛줄기가 새하얀 문을 발견하고는 멈추었다.
애리얼은 그대로 문을 향해 달려갔다. 발이 폭 잠길 정도로 두꺼운 러그가 푹신하게 밟혔다. 구두로 밟는 게 미안할 정도로 깨끗하고 새하얀 러그는 문까지 이어졌다. 맨발로 돌아다닐 것을 상정하고 만든 장소 같았다. 그래서 더 소름 끼쳤다. 이곳이 신발을 허락하지 않는 장소 같아서, 나갈 일이 없도록 안락하게 길들이기 위한 장소 같아서…….
다급히 뻗어진 손이 재빨리 문고리를 쥐었다.
달칵.
예상외로 부드럽게 문고리가 돌아갔다.
감금당하는 일에 이골이 날 지경이었던 와중에 순순히 열린 문이 놀라웠다.
애리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문 너머에서부터 숨 막히게 진한 향기가 몰려왔다.
은은하게 정원등이 켜진 화원에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나팔처럼 휘어진 꽃잎과 노란 술. 화원을 가득 채운 꽃은 다름 아닌 백합이었다.
“데본시아…….”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화답하듯이 손안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지이이잉-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그가 나타났다. 하얀 로브 코트 자락이 만발한 백합과 함께 잔잔히 흔들렸다.
특별 엔딩에서 더 나아가 그녀의 명운을 쥐고 있는 그. 데본시아. 숨 막히게 아름답고 두려운 마지막 난관.
애리얼은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전하……. 저는 전하를 만나고 싶어서……. 그게, 오늘이 제 생일이라서요!”
인사조차 잊고서 예의도 생략한 채 횡설수설 말했다. 어떤 방법을 통해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도 생략하고, 초조해져서 그의 옷자락까지 붙들었다. 몹시 갈급하고 간절했다. 로브 코트를 쥔 자그마한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전하, 저는…… 오늘, 꼭 전하의 축하를 받고 싶어서 왔어요.”
“그랬구나.”
무도할 만큼 당돌한 언행이었음에도 데본시아는 미소를 지었다. 제 옷자락을 붙든 그녀의 손을 감싸 쥐고는 손등의 관절 부근을 부드럽게 눌렀다. 동그랗게 말렸던 손가락이 펴지며 코트 자락이 스륵 떨어졌다.
그는 곧게 펴진 애리얼의 손을 제 얼굴 앞까지 당겨 오더니 그 가느다란 손가락에 입을 맞추었다.
난데없는 접촉에 애리얼이 움칠 떨었다.
그는 입술을 살짝 떼고서 말했다.
“조금만 여기서 기다려 줄래?”
“하, 하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돌아와서 축하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회귀를 거듭한 탓일까.
데본시아는 애리얼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 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몇 시에요?”
애리얼이 애원하듯 물었다.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데본시아는 애리얼의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황제 폐하께서 서거하셨어. 그래서 급하게 회의가 잡혔어.”
애리얼은 그에게로 뻗어지려는 손을 다급히 막았다. 감히 붙잡기 어려운 이유였다. 난처해진 나머지 입술만 말아 물었다.
“미안해. 자정이 되기 전에 반드시 올게.”
부탁한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정말로 급한 회의였던 모양이었다.
데본시아가 사라진 자리에는 백합만이 흔들거렸다.
애리얼은 허망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전부 데본시아에게 달렸다.
그가 오늘이 가기 전에 돌아와 주길 믿는 수밖에는 없었다.
기도하듯 애리얼의 두 손이 모였다. 초조하고 답답한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로지 기다리는 것만 가능했다.
제발, 부디…… 이 세계를 나가게 해 주세요.
오늘이 끝나기 전에.
***
갑자기 자리를 비운 황태자가 다시 조회장으로 돌아오고서야 회의가 재개되었다.
주 안건은 황제의 장례식 기간과 즉위식의 날짜였다.
재상이 회의를 이끌었고, 황태자는 거의 말이 없었다.
조회장은 종종 정적에 잠겼다.
효율을 따지는 황태자가 소집한 회의라기엔 지나치게 의미 없는 대화만 이어졌다.
시간만 질질 끌리다 열한 시 사십 분이 되어서야 회의가 끝났다.
장례는 사흘간, 국가적 애도 기간은 일주일로 잡았다. 즉위식은 애도 기간이 끝난 사흘 후로 정해졌다. 장장 네 시간 가까이 걸려서 나온 결론이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사안이 아니었다.
데본시아도 그걸 알았다. 알고서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조회장을 마지막으로 나온 그는 천천히 걸어서 중앙관으로 향했다. 보좌관도 시녀도 호위도 다 떼 두고서 홀로 걸었다. 따라오는 이는 없었다. 중앙관은 고요했고, 복도에도 사람이 없다. 그는 막힘없이 중정까지 도달했다. 화원의 하얀 백합들 사이, 망연자실하여 바닥에 웅크려 앉은 애리얼이 보였다.
그의 입꼬리가 유연하게 호선을 그렸다.
***
여덟 시쯤 황성에 도착하여 데본시아를 만나고, 그로부터 몇 시간이 더 지났다.
열한 시 반이 넘었을 때, 애리얼은 절망적인 심정이었다.
휴대폰에 떠오른 데본시아의 위치는 북관 조회장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머리를 웅웅 울렸다.
기한은 삼 년. 그러니 아직 기회는 한 번 더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 년을 더 버텨 낼 자신이 없었다. 강제 엔딩을 맞지 않고 일 년을 견디기에는 이미 너무 지쳤다. 벌써 감금만 두 번 당했고, 한 번은 세뇌까지 당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어야만 했다.
일 년을 더 있게 된다면 특별 엔딩을 달성하기는커녕 최악의 엔딩으로나 치닫고 말리라.
애리얼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백합이 핀 사이로 주저앉았다. 휴대폰을 쥔 손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고,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열한 시 오십오 분.
희망이 다 죽은 시각이었다.
“왜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애리얼.”
미치도록 간절히 바랐던 목소리가 들렸다. 애리얼은 황급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저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데본시아와 눈이 마주쳤다.
칙칙하게 죽었던 그녀의 눈동자에 실낱같은 희망이 반짝거렸다.
아직 오 분 시간이 있다.
“데본시아!”
애리얼은 울 것 같은 얼굴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지이이잉-
미처 숨기지 못한 휴대폰이 손안에서 진동했다. 하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비어 있던 반대쪽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축하를 받고 싶어요! 오늘이 가기 전에!”
“애리얼…….”
그가 미간을 좁히며 쓴웃음을 지었다. 기뻐 보이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하는 미소였다.
애리얼만 애가 탔다. 시간이 없다.
“데본시아, 부탁이에요…….”
그녀가 빌듯이 애원하자 그가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숙였다. 서로의 눈높이가 비슷해지자 그의 입술이 열렸다.
“생일 축하해, 애리얼.”
짧은 축하와 함께 그가 코트의 안주머니에서 하얀 케이스를 꺼냈다. 딱 반지가 들어갈 정도의 작은 상자. 생일 선물. 특별 엔딩에 마침표를 찍을 데본시아의 선물.
애리얼의 얼굴에 환희가 비쳤다. 그를 향하던 시선은 반사적으로 그가 든 상자에 가 있었다.
‘저것만 받으면!’
이 지긋지긋한 게임을 끝내고자 하는 마음에 손이 움찔거렸다.
“이걸 원해?”
그가 손에 쥔 하얀 케이스를 살짝 흔들었다. 약 올리는 건가 싶은 동작에도 애리얼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간절하기만 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피식 조소하듯이 웃었다.
“그런데 내가 주기 싫다고 하면…….”
그녀를 벼랑으로 내모는 소리를 하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애리얼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표정이 뻣뻣하게 굳는다.
“어떻게 할 거야?”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애리얼은 하얀 케이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케이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데본시아에 의해 제지당했다. 애리얼은 그의 한 손에 양 손목을 잡힌 채 바르르 떨었다. 안간힘을 써도 그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거 줘! 달란 말이야!”
애리얼이 악을 쓰며 몸부림을 쳤다.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눈앞에 선물이 있는데, 저것만 받으면 전부 끝나는데!
애리얼은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발버둥을 쳤으나, 그에게 가볍게 제압당했다. 그대로 시간이 흘러갔다. 이제 일 분도 채 남지 않았을 텐데. 미래를 직감한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왜…….”
“널 사랑해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데본시아는 손안에 쥔 케이스를 끝내 애리얼에게 건네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잔인했다.
지이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애리얼은 벌벌 떨면서 고개를 떨궜다. 바닥에 내팽개쳐 둔 휴대폰이 보였다. 화면에 끔찍한 문구가 떠올랐다.
『시간 초과로 특별 엔딩 달성에 실패하였습니다.』
짧은 희망 끝에 나락으로 추락한다. 그 지긋지긋한 사랑이라는 개소리를 들으면서, 그녀는 이어지는 지옥을 맞았다.
지이이잉-
『※경고
데본시아의 호감도 수치가 오버히트(overheat: 과열)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데본시아의 엔딩으로 강제 진입 합니다.』
『데본시아 오버히트 배드 엔딩 - 하얀 지옥』